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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분투
하루가 지났다.
어제 경기에서 3안타 4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른 강호의 활약으로 8대 3, 완승을 거둔 자이언츠 선수단은 모처럼만에 좋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아침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난 강호는 원정 숙소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변화를 실감하고 있었다.
"어제처럼만 경기가 풀리면 조만간 5강권에 다시 올라가는 건 문제가 아니겠어. 어제는 공이 날아와서 배트에 저절로 맞는 느낌이었다니까."
숙소의 복도를 지나다 팀의 4번 타자인 황제인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는 백업 내야수 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손호섭 선수에게 기분 좋은 표정으로 말을 건네고 있었다.
강호는 제인과 호섭을 향해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일찍 일어 나셨네요.' 라고 문안 인사를 건넨다.
그러자 어제 경기에서 1회 초 공격 때 강호가 카라에게 장타를 때려내어 덕을 본 것이 떠올랐는지 제인은 기분 좋게 강호의 인사를 받으며 어깨를 두드린다.
"강호 어제 좋았어. 네가 그렇게 득점권에 나가주니까, 내가 타점을 받아먹게 되네. 앞으로도 어제처럼만 부탁할게."
제인은 강호가 기특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당부의 말을 건넨다.
그러자 곁에 있던 호섭이 말을 덧붙인다.
"강호야 너는 다치면 안 돼. 혹시라도 네가 다쳐서 라인업에서 빠져버리면 유격수 자리에 너 대신 내가 들어가야 되잖아. 4할 치는 네가 빠지고 2할 치는 내가 들어가면 팬들이 나를 뭐라고 생각하겠어? 알겠지? 나는 그냥 백업에 만족 할 테니까, 라인업에서 빠지면 절대로 안 돼."
호섭은 조금은 진담이 담긴 농담을 건네며, 강호의 백업인 자신의 부담감을 토로한다.
87년생 33살 베테랑 야수가 백업에 만족할 정도로 강호의 현재 기록은 대체 불가한 것이었다.
"네. 주의 하도록 하겠습니다."
강호는 두 선배의 당부에 예의 바르게 답하고는 1층 로비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여느 원정 때와 다를 것 없이 러닝을 위해 1층 로비를 나선 강호.
그는 문뜩 프리마켓 시스템을 향해 속으로 명령어를 되뇐다.
'상태 창'
강호의 명령어가 전달됨과 동시에 그의 시야로 19일 경기 때와는 약간은 달라진 상태 창이 표기되고 있었다.
백강호(24)
포지션:SS
컨 택:90
파 워:81.1
선구안:71.1
주 력:90.5
수 비:83.4
송 구:70.5
멘 탈:87.7
19일 00시 프리마켓을 나섰을 때와는 조금은 달라져 있는 스탯들을 확인하게 된다.
80.1이었던 파워와 70.1이었던 선구안이 각각 1스탯씩 증가해 있었고, 90이었던 주력은 0.5가 증가해 있었다.
프리마켓 방문 때 외에는 변화하지 않는 스탯의 변동이 생긴 것이다.
이것은 다른 특이점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4번째 방문에서 빠뜨렸던 것을 확인하기 위해 19일 타이거즈 경기가 끝난 후 프리마켓을 재방문한 과정에서 얻게 된 스탯들 이었다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알아 차려서 다행이었지.'
강호는 그 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실소를 머금게 된다.
시간은 19일 오후 11시 30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지! 미션을 확인하지 않았잖아. 19일이 지나가 버리면, 한 달 동안은 확인 할 방법이 없으니까, 지금 당장 확인해야겠어.'
강호는 네 번째 방문에서 미션 달성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던 것을 깨닫고는 곧장 방문을 걸어 잠근다.
형과 식사를 함께 하며 셀카도 찍고, 많은 대화를 나누느라 시간이 늦어 사직동 집에서 자고 가기로 결정을 내렸던 강호. 혹시라도 형이 자신의 프라마켓 방문 때 방문을 열고 들어 올까봐 문을 걸어 잠근 것이다.
'프리마켓 재방문.'
속으로 시스템을 향해 명령어를 내뱉은 강호의 몸은 어느새 프리마켓의 거대한 매장 앞에 도착해 있었다.
19일 하루 동안은 24시간 동안 언제든지 재방문이 가능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재방문을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크게 다를 게 없구나."
자정 때 방문과 다를 것이 없는 재방문 상황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미션창을 연다.
[Mission 4. 내가 해결사다]
정식 경기에서 10경기 연속 타점을 기록하라.
완료 보상: 2,000mp, 파워 스탯 +1 영구 증가.
[Mission 5. 리드오프의 자격]
정식 경기에서 연속 출루 기록을 유지하라.
완료 보상: 2,000mp, 선구안 스탯 +1 영구 증가.
[Mission 6. 발로 만든 득점]
정식 경기에서 도루 성공 후, 득점을 기록하라.
완료 보상: 2,000mp, 주력 스탯 +1 영구 증가.
-주력 스탯이 90을 초과하여 50%의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4월 19일에 부여받은 세 개의 미션은 모두 완료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션 달성을 위해 최근 2주 동안은 노심초사하며 미션 수행에 공을 들였던 강호. 그 결과를 오늘에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패널티라니? 스탯이 90을 넘으면 페널티가 적용되는 거였어? 좋은 소식은 아닌데."
강호는 반갑지 않은 소식에 미간을 좁혀 보이며 상태 창을 열어 달라진 스탯을 확인한다.
과연 여섯 번째 미션에 추가 표기된 알림 메시지대로 주력 스탯은 0.5만이 증가하여 90.5로 올라있는 것을 보게 된다.
현재 90까지 올려둔 스탯은 주력과 컨택 두 가지. 그렇다는 것은 컨택 역시도 스탯을 올릴 때마다 50%의 패널티를 받게 된다는 의미였다.
"어쩐지 쉽다 했어. 스탯 90이상부터는 만만치가 않겠구나. 프리마켓 종료 때까지 140일밖에 남질 않았으니 조금 더 분발할 필요가 있겠어."
강호는 스탯 90부터 적용되는 패널티를 머릿속으로 기억하며 다음 미션들을 부여받는다.
[Mission 7. 출루의 달인]
정식 경기에서 2경기 동안 전 타석 출루를 기록하라.
[Mission 8. 연타석 홈런]
정식 경기에서 한 경기 동안 3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라.
[Mission 9. 멘탈을 흔들어라]
정식 경기에서 한 경기 한 이닝 동안 도루 세 개를 기록하라.
새로운 미션들을 확인하며 프리마켓을 나섰던 며칠 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게 해서 6천 mp의 포인트를 추가로 받아 보유하고 있는 mp포인트는 27,915포인트가 되었고, 스탯이 현재와 같이 바뀌게 된 것이었다.
'새로 부여받은 미션들은 한, 두 경기 정도의 단 기간만에 달성해야하는 미션들이야. 미션을 달성하다보면 주변의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아지겠구나. 다음 프리마켓 방문 때까지는 재미있는 경기가 많아지겠어.'
속으로 미션 달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러닝을 위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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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번스와의 시리즈 5차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강호는 습관적으로 자신의 타순과 수비 포지션 변동 여부를 확인하고는 경기 전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로 발걸음을 옮긴다.
다른 선수들이 한 감독의 변덕으로 인해 수시로 타순이 바뀔 때도 딱 두 사람만은 타순 변경 없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지 꽤 지나있었다.
'제인 선배와 나는 이제 3, 4번 타순으로 고정되는 건가 보구나.'
강호는 그런 생각으로 안도하며 1루수인 상훈과 공을 주고 받으며 경기 전, 수비 훈련에 들어간다.
그런 강호에게 상훈이 부럽다는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강호는 너는 좋겠다. 타순 변경 없잖아. 나는 오늘 8번 타순이야. 최훈 선배가 자기 8번이라고 그렇게 불평 불만 하더니 나를 밀어내고 자기가 7번으로 올라갔어. 너무한 거 아니야?"
상훈의 말은 사실 강호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근처에 있던 2루수 최훈에게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
그의 말에 최훈이 웃음기 띈 얼굴로 대꾸한다.
"푸흡! 프로가 실력이지. 이 형님이 2할 9푼 1리나 때려내고 있으니까 7번 정도는 올라가야지 않겠어? 너도 좀 더 분발해서 내 위로 올라와봐."
"저도 2할 9푼입니다. 선배하고 1리 밖에 차이 안 난다고요. 오늘 경기에서 선배보다 안타 하나만 더 때리면, 제가 7번으로 다시 올라가는 겁니까?"
"그건 안타를 치고 얘기해. 네가 안타 하나치면 나는 두 개 치면 되겠네."
최훈과 상훈, 프로생활 10년 차 이상인 두 베테랑 선수들의 유치한 신경전을 바라보며 강호는 그들과는 떨어진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런 세 사람이 라인업을 결정짓는 결정권자인 한 감독의 속내를 알았다면 이렇게 장난스럽게 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요즘 중호가 타격감이 좋지 않아. 이러다가는 2할 5푼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겠어. 대체 자원인 김민아를 올린다고 해서 달라질 것 같진 않은데...'
한 감독은 슬럼프가 의심되는 좌익수 김중호의 부진에 고민하게 된다.
'중호를 빼고, 민아를 넣기에는 민아의 타격도 믿을 게 못 돼. 박철이 있으니까 우익수 자원인 성철이를 좌익수로 옮겨볼까? 아니면.'
한 감독의 시선이 문득 송구 연습을 하고 있는 강호에게로 향한다.
'가만 있어보자. 강호가 우익수를 본 적도 있었고, 2군에서 중견수 훈련을 하기도 했으니, 좌익수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 감독은 어느새 강호의 좌익수 기용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야수로 잘 안착한 강호를 또 다시 낯선 포지션에 넣게 되면, 팬들의 비난이 예상 되지만, 한 감독으로서는 더 잃을 것도 없다는 입장이었다.
'팀 성적이 9위까지 떨어진 마당에 내가 더 먹을 욕이 남아 있겠어? 일단 오늘 경기까지만 보고, 고려는 해 보도록 하자.'
한 감독은 오랜 고민 끝에 강호의 좌익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런 한 감독의 속내를 알 길 없는 강호는 경기 시작과 함께 자신의 진면목을 가감 없이 선보이고 있었다.
'따악'
볼넷으로 출루한 주자 박철이 2루로 도루한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강호는 상대 선발 에머리가 던진 체인지업을 당겨 쳐서 3루 파울라인을 아슬아슬하게 찍고, 흘러나가는 페어를 때려내고 있었다.
"페어! 백강호 타자의 타구가 3루수 최현 선수를 스치는 페어 안타로 연결됩니다! 이 안타로 2루 주자 박철은 홈으로! 그리고 타자 주자 백강호는 2루에 안착합니다."
전 캐스터의 중계로 강호의 1타점 2루타가 완성되고 있었다.
어제와 비슷한 상황에서 때려 낸 강호의 2루타는 팀의 선취점으로 기록되고 있었고, 적시타를 바라던 자이언츠 팬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강호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백강호, 쥑이네!"
"너 밖에 없다! 제발 꼴등만은 면하게 해 줘!"
3루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팬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강호는 헛웃음을 짓게 된다.
그리고 중계석의 이효범 위원도 자이언츠 팬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좋은 타격이에요. 자이언츠 팬들이 큰 걸 기대하는 건 아닐 겁니다. 자이언츠가 우승권 전력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팬들이 바라는 건 가을에도 야구를 보고 싶다는 바람 하나 일 거예요. 백강호 타자의 적시타를 시작으로 자이언츠 타자들이 각성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 위원은 홀로 고군분투 하는 강호와 더불어서 나머지 선수들도 제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해설하고 있었다.
그의 말을 TV중계로 보고 있는 자이언츠 팬들은 '그걸 못하니까 9등이잖아.' 라고 푸념 하면서도 이 위원의 말에는 동감하게 된다.
2루 베이스를 밟고 선 강호는 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나의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오늘 경기부터 미션을 수행해 봐야겠어. 7번째 미션인 '출루의 달인'은 지금부터 시작해 봐도 나쁘지 않을 거야. 자력으로 출루가 어려울 것 같을 때는 1회용 아이템을 써서라도 미션을 완료해 보자. 두 경기 동안 전 타석 출루하면 팀 에게도 큰 도움이 될 테니까.'
강호는 오늘 경기부터 7번째 미션을 수행해 보기로 한다.
[Mission 7. 출루의 달인]
정식 경기에서 2경기 동안 전 타석 출루를 기록하라.
다시 확인해 본 7번째 미션을 기억하기 위해 속으로 되뇐다.
달성 조건은 두 경기 동안 전 타석을 출루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었지만, 지금의 좋은 타격감과 타격 아이템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크게 어려울 것도 없어보였다.
그리고 3번 타자인 자신이 두 경기 동안 전 타석 출루한다면, 그 두 경기만큼은 팀이 승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겨난다.
아쉽게도 1회 초 강호가 기록한 2루타가 다음 타자들에게 연결되지 않아 1회는 1점을 낸 것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3회 초 타석에 오른 강호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고 있었다.
1사 상황에서 내야 안타로 1루에 나간 박철이 2번 타자 전준오가 때린 3루 땅볼에 2루에 안착하며 2사주자 2루의 상황이 강호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2번 타자인 전준오는 1루에서 아웃처리 되었지만, 득점권 상황이 팀에서 타격감이 가장 뜨거운 타자인 강호에게 연결되었다는 점에 자이언츠 원정 팬들은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구종: 슬라이더
구속: 135km
강호는 타격 자세를 취하자마자 시야에 표시되는 에머리의 초구 정보에 배트를 힘껏 쥐게 된다.
좌완 투수의 백 도어 슬라이더를 어려워하는 강호지만, '내가 심판이다' 아이템으로 본 초구 슬라이더는 존의 중앙으로 몰리는 실투였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좌완에게 약하다고는 해도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을 놓칠 정도는 아니야. 135km면 구속도 딱 치기 적당해!'
강호는 에머리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것과 동시에 어깨 뒤로 끌어당겼던 배트를 있는 힘껏 휘두른다.
따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