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114화 (11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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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방문

자이언츠 구단 사장인 지정만은 요즘 들어 많이 바빠져 있었다.

딴에는 설렁설렁 일을 하고 있던 것이 팀 성적이 급락한 것과 한 감독에 대한 조사 등의 업무가 겹쳐지며 자정 이전에 퇴근하는 날이 없을 지경이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해? 우리 팀이 8위까지 떨어졌어. 요즘 팬들이 구단 수뇌부들을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무뇌부라고 들어봤어? 뇌가 없다는 소리야. 앞으로 연패가 이어지면 꼴찌로 떨어지는 것도 지나친 비약은 아닌 것 같은데. 다들 뭐라고 말 좀 해봐!"

지 사장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하여 간부사원과 임원들에게 방안 마련을 재촉하고 있었다.

지난 주 기분 좋게 서울 출장을 다녀온 이상현 단장과 최치열 본부장은 수뇌 회의가 소집되는 것과 동시에 구단 본부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아...오자마자 난리네. 도대체 팀 성적이 떨어지는 걸 우리더러 어쩌라는 거야? 나더러 배트 들고 타석에 서서 홈런이라도 때리라는 거야? 아니면 글러브 챙기고 마운드에 올라서 완봉승이라도 하라는 말이야? 대체 어쩌라고? 구단이 지나치게 참견하면 그것도 문제 삼는 걸 모르시나? 가만히 있는 게 선수들 도와주는 거 아니겠어?'

그것이 이상현 단장의 생각이었다.

이 단장이 팀 성적 하락에 대한 대책회의 소집에 속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사이 지정만 사장은 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가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한 이유에는 팀 성적 하락에 관한 것도 있었지만, 사실은 몇몇 사람의 동향을 살피기 위함이기도 했다.

'이 살쾡이 같은 놈들. 얼마나 뒤처리를 잘 했으면 잘 파헤쳐지지도 않네. 며칠 조사한다고 밝혀낼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이상현 단장 그리고 한 감독.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는데 티끌 하나라도 발견되면 당신 두 사람 중에 한 명은 시즌 중에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만들겠어. 두고 봐!'

이것이 지 사장의 속내였다.

그는 개인적인 조사를 시작한 한 감독에게서 별다른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해 속으로 애를 끓고 있었다.

팀 성적이 점점 바닥을 향해 추락하고 있는 지금, 한 감독을 물러나게 만들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그것이 뜻대로 찾아지지 않아 속이 터질 지경이다.

아무리 구단 사장이라고 해도 아무런 이유 없이 시즌 중에 팀의 총 사령탑을 잘라버릴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명분이 필요한 건데...당장은 힘들겠어. 그래도 뭔가 털어낼 구석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서 한 감독이든 이 단장 당신이든 반드시 사퇴하게 만들겠어!'

지 사장의 서슬퍼런 눈빛이 자신을 향하자 이 단장이 긴장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아, 오늘도 일찍 퇴근하기는 글렀네. 집 사람에게 전화를...'

'이 단장님이 뭐라고 대답하겠지. 나는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열심히 앉아있어야겠다.'

영문을 알 리 없는 나머지 간부 사원들은 지 사장과 이 단장 사이에서 흐르는 불편한 기류에 그저 지금의 상황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

그들의 바람대로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5월 중순을 지나고 있었다.

"후우~"

강호는 힘겨운 한숨을 내뱉는다.

타이거즈와의 두 번째 시리즈 맞대결에서 2연패를 떠안으며 루징 시리즈를 확정짓게 된 팀 사정이 그를 한숨짓게 만들었다.

강호로서는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

한 감독의 변덕 때마다 2루수와 유격수를 오고가는 포지션 변동 속에서도 오늘 강호는 투런 홈런을 포함하여 3안타 2득점, 3타점을 기록하는 대활약을 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이 5대 6, 역전패로 경기를 내어주자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경기 결과에 따른 보상이 정산됩니다.

보상: 420exp, 610mp, 경기 결과로 인해 상태가 보정됩니다.(다음 프리마켓 방문시 보정 됨)

스킬 경험치가 증가합니다.

경기가 끝난 후, 시야에 표시되고 있는 프리마켓의 경기 보상 메시지가 그가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유일한 낙이었다.

5월 18일 타이거즈와의 시리즈 다섯 번째 맞대결에서 패하며 자이언츠는 팀 전적 16승 24패. 10위인 위즈 팀에 한 경기 차로 쫓기는 9위까지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강호를 포함한 모든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사기가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슬럼프라고 해야 할까? 아이템 사용 없이 타격한 타석에서 타율이 2할 7푼 밑으로 떨어졌어. 팀의 성적이 떨어지는 것과 비례해서 내 성적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 분위기를 타면 안 되는데. 아이템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전환점이 필요해!'

강호는 오늘 날짜가 18일이라는 사실을 다행이라 여긴다.

5월 18일까지 강호가 기록하고 있는 타율은 4할 3푼이었다. 5할 2푼 4리의 출루율과 8할5푼 9리의 장타율, 이로 인해 ops가 13할 8푼 3리까지 치솟고 홈런 역시 11개를 때려내고 있었지만 강호는 오히려 초조해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타격 아이템 도움 없이 스스로 타격해낸 타석에서 타율이 2할 6푼 대까지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타격 페이스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덕분에 4월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타격 아이템들을 5월 들어 대거 사용하다보니 대다수 아이템들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50개가 넘었던 아이템들이 이제 20개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

그 중 8개가 단타인 '안타'아이템이었고, 5개가 '호수비'아이템이었다.

2루타나 3루타, 홈런 같은 장타 아이템은 1, 2개씩 밖에 남지 않은 상황. 강호는 오늘이 18일이라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기게 된다.

'지금은 프리마켓에 기댈 수밖에 없어. 이대로 가다가는 타격 페이스가 더욱 떨어질 수도 있어. 프리마켓에서 스탯 상향을 받아야만 내일 경기부터는 떨어진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릴 수 있을 거야.'

강호는 한 달 동안 기다린 오늘 자정을 위해 상동의 독신자 숙소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프리마켓을 기다리던 강호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이번 프리마켓에서 한 달 간, 의혹을 품고 있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170이었던 입구의 숫자가 140으로 줄어들어 있다면 확실해지는 거야. 정규 시즌이 종료된 후에 프리마켓 역시 종료된다. 과연 어떻게 될까?'

강호는 프리마켓에서 스탯을 상향 받게 된다는 약간의 기대와 프리마켓이 종료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상동 독신자 숙소에 홀로 앉아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시간은 더디게 흘러 시계 바늘은 강호가 고대하던 5월 19일 0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강호는 자정이 되기 직전, 현재의 스탯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본다.

백강호(24)

포지션:SS

컨  택:80

파  워:70

선구안:65.6

주  력:84.2

수  비:79.9

송  구:65.4

멘  탈:85.8

상태창은 강호의 포지션이 유격수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오진택의 단기 부상과 슬럼프가 겹치며 유격수와 2루수를 오고가던 강호는 허리 부상으로 재활 군으로 빠져 있던 기존 2루수, 최훈이 1군으로 복귀하면서 주전 유격수로 보직을 옮기게 된다.

그로 인해 주전 유격수였던 오진택이 2군으로 내려가게 되지만, 당사자를 제외한 대부분이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언제든지 3할 타율이 가능한 최훈의 복귀와 4할 대 타자인 강호의 유격수 보직 이동은 암울했던 팀 분위기를 쇄신시켜주는 포지션 이동이 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다.

강호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한 달 동안 진행했던 개인 훈련의 성과가 스탯의 대폭 상승이라는 결과로 나와 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그의 바람 속에 한 달 만에 듣게 되는 반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2019프로야구 프리마켓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네 번째로 찾게 된 프리마켓의 문구를 확인하며 시야를 가득 채우는 메시지를 맞이한다.

[사용자 백강호가 입장합니다.]

[9,170exp를 획득하였습니다.]

[13,360mp를 획득하였습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컨택이 +4.5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파워가 +4.8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선구안이 +5.2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주력이 +4.7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수비가 +3.5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송구가 +5.1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멘탈이 +1.9보정됩니다.]

[업적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션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24시간 동안 프리마켓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각종 메시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번 방문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스킬 레벨 보정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미 11레벨까지 올라버린 '칠 때 친다'스킬은 프리마켓 방문으로 보정이 일어나지는 않고 있었다.

그런데 강호는 스킬 레벨이나 스탯 보정을 살피는 것에 앞서 확인할 것이 있었다.

"백 사십. 변했어! 달라졌어. 확실해. 정규 시즌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프리마켓 시스템도 문을 닫는다!"

강호는 우려했던 예상이 현실로 다가오자 입술을 질끈 깨문다.

이제 프리마켓 시스템이 자신에게 허용한 시간은 140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 시간동안 모든 스탯을 최상 치로 만들고, 적용 가능한 최고의 스킬 세 개를 장착해야만 했다.

상황이 확실해지자 오히려 불안했던 마음의 안개가 걷히고, 해야 할 일들이 강호의 머릿속에 순차적으로 나열되고 있었다.

각고의 노력과 프리마켓 시스템 덕분으로 높아진 강호의 멘탈은 이 정도 일로 그를 무너뜨리는 것을 용납지 않고 있었다.

강호는 가장 먼저 보정 효과로 달라진 스탯들을 확인한다.

백강호(24)

포지션:SS

컨  택:84.5

파  워:74.8

선구안:70.8

주  력:88.9

수  비:83.4

송  구:70.5

멘  탈:87.7

변화된 스탯들을 보며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우선 가장 낮은 스탯인 송구 능력이 70대를 넘어서고 있었다. 한 달 동안의 노력으로 각 스탯들이 어느 정도의 균형을 이루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반대급부도 있어 보였다.

"스탯들이 최대치에 가까워지면서 훈련이나 경기로 인한 상승 폭이 줄어들었구나. 다음 프리마켓 방문 때에는 더 줄어들겠지."

강호의 예측은 확신이라 해도 좋았다.

지난 번 방문 때보다 이번 방문 전에 강호가 치룬 경기가 많았고, 스스로를 독려하며 소화한 개인 훈련이 더 많았음에도 스탯의 보정 폭이 지난번에 비해 줄어들어 있었다.

그 말은 스탯이 최대치에 가까워질수록 훈련이나 경기 성과로 인한 상승폭이 감소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프리마켓이 종료되기 전까지 모든 능력치를 90대로 올리는 것은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다.

"업적 보상 확인."

나직한 목소리로 시스템을 향해 업적 보상 확인을 요구한다.

강호는 우선적으로 자신이 보상으로 받을 모든 내용들을 확인하려 했다.

[업적 보상 1. 타격왕의 본능-7]

경기에서 안타 50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1,000exp, 2,000mp, 아이템 안타 7(일회용)

[업적 보상 3. 발로 만든 3루타-4]

경기에서 3루타 10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150exp, 300mp, 아이템 3루타 2(일회용), 아이템 볼넷(일회용)2

[업적 보상 4. 홈런왕의 파워-4]

경기에서 홈런 10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150exp, 300mp, 아이템 홈런 1(일회용)

[업적 보상 5. 베이스를 훔치다-6]

경기에서 도루 30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500exp, 1,000mp, 아이템 도루 3(일회용)

[업적 보상 9. 리드오프의 증거-7]

경기에서 득점 50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1,000exp, 2,000mp, 아이템 안타 3(일회용), 아이템 도루 3(일회용)

[업적 보상 12. 병살의 달인-5]

수비에서 더블플레이 20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200exp, 500mp, 아이템 호수비 2(일회용)

강호는 시야에 뜨는 업적 보상 메시지에 '역시'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제 더 이상 업적 보상 메시지가 시야를 가득 채우지 않고 있었다.

두 번째 방문 때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업적 보상은 그 때 방문에서 40개의 업적이 달성되며 엄청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세 번째 방문 때는 13개로 줄어들고, 네 번째인 오늘 방문에서는 달성한 업적이 6개로 줄어들어 있는 것이다.

업적 레벨이 올라갈수록 달성이 어려울 것 같다는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은 항상 맞아 떨어지는구나. 어차피 운에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결정을 하면 되는 거야."

강호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고 보유 중인 포인트를 헤아려 본다.

기존의 포인트들과 경기 보상, 업적 보상으로 얻은 포인트는 아이템이나 스킬을 구매할 수 있는 mp가 21,915포인트였고, 스탯을 선택해서 증가시킬 수 있는 exp는 12,205포인트였다.

한 차례도 빠짐없이 1군의 주전 선수로 경기하다보니 세 번째 방문 때보다 확연히 늘어난 포인트를 얻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호는 보유 중인 포인트들로 가장 먼저 부족해 보이는 스탯을 올리기 시작했다.

"12,200포인트로는 총 12.2의 스탯을 증가시킬 수가 있어. 주력을 1.1만 올리면 90이 되니까 주력을 90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강호는 프리마켓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인 스탯 분배에 심혈을 기울인다.

가장 먼저 증가시킨 스탯은 주력이었다.

처음으로 90대로 만든 스탯은 주력스킬로 정해진 것이다. 그 후 남아있는 11,100포인트의 사용처를 고민해보던 강호는 망설임 없이 스탯 분배를 마친다.

백강호(24)

포지션:SS

컨  택:90

파  워:80.1

선구안:71.1

주  력:90

수  비:83.4

송  구:70.5

멘  탈:87.7

강호가 두 번째로 90을 만든 스탯은 컨택 능력이었다.

최근 들어 타격 페이스가 떨어진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 것이다.

거기에 파워를 80대로 올린 후, 나머지 얼마 안 되는 포인트는 선구안에 모두 투자하게 된다.

"이제 됐어."

강호는 보유하고 있던 exp포인트를 모두 사용한 후 미련없이 발걸음을 돌린다.

이번에는 아이템 구매에 포인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강호. 이미 내일 경기 부터의 구상을 마친 강호였기에 더 이상의 일회용 아이템 구매는 없었다.

업적 보상으로 받은 일회용 아이템과 기존의 것들을 합치면 충분히 한 달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

"더군다나 아껴두고 있던 그 아이템들을 쓸 데가 된 것 같구나."

불안감을 모두 떨쳐내고 확신을 가지게 된 강호의 얼굴이 밝아지고 있었다.

90대의 컨택 능력과 80대의 파워를 가지게 된 강호의 얼굴에는 이제 불안감 대신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스탯이라면 기본적으로 3할 대 타율은 가능해 보인다.

이제는 슬럼프나 타격 페이스 저하로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 강호. 그의 당당한 걸음걸이가 향한 곳은 프리마켓의 출구가 있는 곳이었다.

스스로의 달라진 모습을 확인하고픈 열망이 차오른다.

강호는 어서 오늘 밤이 지나 타이거즈와의 경기가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프리마켓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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