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113화 (11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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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방문

아이템을 사용하기에 앞서 타석에 선 타자를 살핀다.

4회 말, 선두 타자로 타석에 선 타자는 히어로즈의 5번 타자인 최태연이었다.

좌타자인 최태연의 타구가 유격수 방면으로 흐른다는 것은 밀어치는 타격을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자이언츠의 선발인 세준의 포심 구위를 생각했을 때, 좌타자 최태연의 밀어치는 타구가 라인드라이브 성 타구가 될지 땅볼 형 타구가 될 지를 가늠해보던 강호는 시스템을 향해 '아니'라고 대답하며 곧장 타구 방면을 향해 움직인다.

따악, 터업.

생각보다 어려운 타구였지만, 미리 계산을 끝냈던 강호는 그리 어렵지 않게 타구를 잡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타구가 3루 쪽으로 치우치다보니 전속력으로 1루를 향해 뛰고 있는 최태연 타자주자가 세이프 될 수도 있는 상황.

유격수로 보직을 이동하면서 송구 스탯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지속적인 스탯 증가와 훈련 등으로 강화된 강호의 송구 능력은 타자 주자인 최태연을 근소한 차이로 잡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아웃!"

1루수인 상훈이 강호의 송구를 잡자 1루심이 곧바로 아웃 판정을 내렸다.

강호의 깔끔한 유격수 수비로 타자 주자인 최태연을 손쉽게 아웃시킨 것이다.

1회부터 3회까지 실점을 하지는 않았지만, 매 이닝마다 주자를 내보내며 불안한 투구를 하고 있던 선발 투수 박세준은 글러브를 들어 올려 보이며 좋은 수비를 해준 강호를 향해 감사 의사를 표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덕 아웃에서는 강호의 유격수 수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유격수 수비도 깔끔한데요? 저 정도 수비면 웬만한 백업 내야수들보다는 괜찮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자이언츠의 수비 코치인 박한중이 강호의 유격수 수비를 가장 먼저 평하고 나섰다.

수비 코치인 박 코치가 그렇게 말하자 다른 코치들은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한 감독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유격수로서 강호의 수비 능력을 인정하게 된다.

"그래도 아웃카운트 하나잖습니까?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요. 보통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서 실책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실책이 나올 수도 있는 거니까 좀 더 지켜보도록 합시다."

한 감독은 혹시 모를 강호의 실책을 우려하며 강호의 유격수 수비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발언을 한다.

속내와는 다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감독의 속내는 자신의 말과 달랐다.

'1군에서 검증된 강호의 수비 포지션은 우익수, 2루수, 유격수까지로 늘어나는구나. 2군에서 중견수 훈련을 하기도 했으니 1루수와 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 수비가 가능하다는 얘기야. 저 정도 수비 센스라면 낯선 1루수 포지션에서도 금방 적응할 거야. 시즌 중에 강호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써 봐도 되겠어.'

한 감독의 내심은 이것이었다.

시즌 중에 슬럼프나 부상으로 빠지는 야수들이 있다면, 그 자리를 강호가 대신하게 만들려는 속셈이었다.

2015년 시즌 라이온즈의 구자겸 선수가 그랬던 것처럼 포지션 경쟁이 없어서 느슨해지는 선수들을 긴장시킬 용도로 강호를 염두 해두고 있는 것이다.

한 감독이 강호를 중심으로 한 시즌 계획을 세울 동안 경기는 계속 진행 되었고, 히어로즈의 6번 타자로 타석에 오른 김민섭이 볼넷으로 출루한 후 7번 타자인 이택성이 우전 안타를 때리고 1루로 나간다.

이로써 1사 주자 1, 3루의 위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8번 타자로 타석에 오른 다음 타자는 히어로즈 포수인 박동현이었다.

7구째 이어지는 끈질긴 승부를 펼치는 박동현 타자. 그가 8구째를 타격하기 위해 배트를 휘둘렀을 때 강호의 시선에 또 다시 시스템의 메시지가 떠오른다.

-타구가 유격수 방면으로 향합니다. 아이템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앞선 상황에서는 스스로 수비를 해낸 강호였지만, 지금은 '호수비'아이템을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주자 1, 3루의 상황이라 더블플레이로 막아내지 않으면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팀의 승리를 위해 더블플레이로 이닝을 마무리 지을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번 수비는 아이템 덕을 봐야겠어. 오늘 경기를 이기려면 지금 위기 상황을 무실점으로 막는 게 중요해.'

강호는 아이템 사용과 동시에 2루 베이스를 향해 내달렸다.

'호수비' 아이템 사용으로 인해 조금 더 빨라지게 된 강호의 발걸음이 2루 베이스를 밟는다.

"박동현 8구 타격! 투수 박세준 옆을 스치는 안타...아! 잡습니다! 유격수 백강호 선수가 이 타구를 잡아냅니다! 2루 베이스 직접 밟고 1루로 공을 뿌립니다! 2루에서 아웃, 1루에서도 아웃! 이닝 종료! 백강호 선수의 수비가 위기 상황을 막아냅니다!"

중계석의 한 캐스터는 강호의 수비 상황을 실감나게 중계하며 이닝 종료를 알린다.

곁에 앉아있던 양 위원은 정식 경기에서는 처음 보게 된 강호의 유격수 수비에 코멘터리를 더한다.

"와아~ 백강호 선수 진짜 빠르네요! 지금 수비는 야구 선수가 아니라 육상 선수로 봐도 될 정도 같아요. 다리로 만든 더블플레이가 아닌가 합니다. 덕분에 박세준 투수의 무실점 호투가 4이닝으로 늘어나게 되네요."

강호의 유격수 수비를 칭찬하는 양 위원의 말과 함께 4회 말, 히어로즈의 공격이 종료된다.

tv중계를 지켜보던 팬들과 고척 스카이 돔을 찾은 자이언츠 원정 팬들은 '백강호, 유격수 수비도 좋네!' 하고 감탄사를 뱉어 낸다.

시범 경기 때나 2군 때부터 강호를 알고 있던 일부 팬들은 유격수 자리에서 나온 강호의 호수비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지만, 많은 수의 팬들은 강호의 유격수 수비가 가능하다는 점은 모르고 있었다.

"와아~ 백강호가 유격수도 잘 보네. 우익수도 보고, 2루수도 보고, 유격수도 보는 거야? 대박이네."

"이제 알았어? 원래 백강호 2군 때 포지션이 유격수였다고. 2루수 보는 것만큼 유격수도 잘 본다고~ 어쩌면 유격수 수비가 더 좋지 않을까?"

"그게 정말이야? 헐~그럼 지금 우리 팀에 4할 대를 치는 유격수 자원이 나온 거란 말이야? 대박이네!"

"대박이지. 유격수는 3할만 쳐도 대박인데 4할 치는 유격수 잖아? 나는 한 감독이 왜 이제야 백강호를 유격수에 두는지 모르겠어. 진즉에 돌렸어야지. 백강호 정도 되는 타자가 유격수를 보면 팀 전력이 얼마나 올라가겠어? 안 그래?"

자이언츠 팬들은 4회 말, 유격수로 이동하며 3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잡아낸 강호의 호수비에 갑론을박을 펼친다.

세부적으로는 팬들의 의견이 조금씩 다르기는 했지만, 그들 모두의 의견은 강호의 유격수 수비 이동을 환영하는 눈치였다.

3할 대의 2루수와 3할 대의 유격수 중 가치를 따지자면, 당연히 수비 부담이 크고 희소성이 있는 3할 대 유격수의 가치를 더 높게 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잘 했어, 강호! 역시 유격수도 잘 하네! 5회 초 타석에서도 한 방 때려줘!"

덕 아웃으로 들어온 강호는선배 선수들의 칭찬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4회 말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강호가 5회 초 공격에서 막혀 있는 타선을 시원하게 뚫어내는 해결사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들의 기대 속에 5회 초 1사 주자 1루의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강호.

그의 시선이 여전히 히어로즈의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맥도날드 투수를 향했다.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데이터도 어느 정도 모았고, 팀 성적도 좋지 못하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템을 사용하도록 하자.'

강호는 이번 타석부터 아이템 사용 빈도를 높이고자 한다.

스스로가 가진 타격 능력으로 때려낸 타율 자료를 모으려했던 계획은 어느 정도 달성되어 있었다.

1군에서도 2할 7푼에서 3할 사이를 때려낼 수 있는 스스로의 컨택 능력을 알게 되었으니 팀의 승리를 돕는 점수를 뽑아낼 필요도 있었다.

강호의 그런 생각은 맥도날드가 던진 초구를 공략해 보이면서 곧바로 증명되고 있었다.

따악!

"백강호 초구 타격! 1루수 곁을 스치는 페어타구가 됩니다! 안타! 스타트를 미리 끊었던 1루 주자 이어산은 2루 베이스 밟고 3루로 향합니다. 아! 우익수 데이비드가 공을 한 번 더듬었습니다. 그 사이 1루 주자였던 이어산이 3루 베이스를 밟고 홈으로 돕니다! 타자 주자 백강호는 2루로! 이어산 홈에 세이프! 백강호도 2루에서 세이프! 이번 경기의 첫 타점은 자이언츠의 간판타자 백강호가 신고를 합니다!"

한 캐스터의 현장감 넘치는 중계 후 양 위원이 곧장 해설을 더한다.

"아~ 지금은 예술적으로 밀어 쳤어요. 맥도날드 선수가 던진 공이 바깥 쪽 낮은 코스의 포심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공을 밀어 치네요. 1루수 채태연 선수가 수비 능력이 좋은 선수거든요. 그런데 채태연 1루수가 막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타구가 빨랐어요. 이 안타는 백강호 선수가 잘 친 겁니다."

양 위원의 해설을 tv중계로 들은 자이언츠 팬들은 '역시 백강호네!'라고 말하며 박수를 치게 된다.

그런데 그들이 보게 된 강호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자이언츠의 다음 타자로 2번 타자인 김중호가 타석에 오르자 초구부터 3루 도루를 감행한 강호. 도루 저지율이 리그에서 가장 높은 포수 중에 한 명인 박동현 포수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3루를 향해 공을 던졌지만, 강호의 빠른 발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세이프!"

3루심의 세이프 판정과 함께 3루 도루를 성공하게 된다.

이로써 강호의 18개째 도루 기록이 올라가고 있었다.

"이제는 내야 땅볼이나 외야 뜬 공만으로도 타점을 올릴 수가 있어요. 김중호 타자는 그 점을 생각하면서 타격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계석의 양 위원은 강호의 도루로 달라진 상황을 설명하고 나선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빗나가고, 자이언츠 팬들은 탄식을 내뱉고 있었다.

"아..."

2번 타자인 김중호가 맥도날드의 5구째에 삼진으로 물러나며 강호의 발로 만든 기회가 사라지는 듯 했다.

그 바람은 2번 타순이 아니라 3번 타순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따악.

오늘 경기에서 3번 타자이자 중견수로 출장한 유성철이 2루수 키를 넘기는 우전 안타를 때려내며 강호를 홈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이로서 자이언츠가 2 대 0으로 앞서가는 점수가 만들어진다.

강호는 그 후로도 6회와 7회 수비에서 한 차례씩 호수비를 펼쳐 보이며 박세준의 7이닝 무실점 호투를 돕는다.

"강호야, 고맙다. 덕분에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할 수 있었네? 웬만하면 승리투수 될 수 있게 나머지 이닝도 잘 막아줘."

7이닝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아내고 함께 덕 아웃으로 들어온 박세준 투수가 강호에게 건넨 말이었다.

강호는 세준의 말에 피식 웃어 보이며 이렇게 답한다.

"내가 불펜 투수도 아닌데 어떻게 나머지 이닝을 막아? 그런 건 불펜 투수들에게 부탁해야지."

"그러니까 네가 불펜 투수들 잘 도와달라고. 오늘 경기에서 내가 승리투수 되면 나중에 사직 가서 거하게 쏠게."

"됐어. 네가 그런 말 안 해도 실책 같은 건 안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강호는 다소 서먹서먹했던 에이스 박세준 투수와 친근한 대화를 나누며 8회 말 수비 역시 자신의 몫을 다 해냈다.

이어진 9회 초 공격에서도 1사 주자 3루 상황에서 희생플라이를 때려내며 오늘 경기에서 자이언츠가 올린 3타점 중에 2타점을 책임지는 해결사 역할을 완수할 수 있었다.

중심 타선이 침묵한 상황에서 팀이 꼭 필요한 만큼의 타점을 기록해낸 것이다.

"아~~백강호 없으면 팀이 안 돌아가겠네. 혼자 출루하고 타점내고 다하는 구나!"

"그걸 말이라고 해? 백강호 없었으면 자이언츠는 지금 꼴찌 경쟁하고 있을 거야. 백강호나 박세준 같은 어린 선수들이 잘 해주니까 그나마 이 정도 순위도 유지하는 거 아니겠어?"

"다른 타자들도 타율이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은데. 팀 성적은 왜 이 모양이야? 대체 한 감독은 경기 운영을 어떻게 하는 거야?"

경기가 끝난 후에도 팬들은 열띤 갑론을박을 펼친다.

신인 선수들이 제 몫 이상을 해주고 있는데도 성적을 내지 못하는 팀 사령탑에 대한 비난은 계속되고 있었다.

"아 진짜.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작년 시즌 끝나고, 감독 자리에서 그냥 물러날 걸 그랬네."

원정 숙소로 돌아온 후, 한 감독은 구단 본부에서 걸려온 전화와 팬들의 악성 댓글에 시달리며 홀로 분통을 터뜨린다.

한 감독도 슬슬 뜻대로 되지 않는 팀 성적과 계속되는 비난에 자이언츠라는 팀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예전만 못 하다는 것을 느낀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시즌 중에 감독직에서 자진 사퇴하고, 장기 여행이나 떠났으면 하는 바람마저 든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아직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고, 시즌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히어로즈와의 시리즈 첫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냈지만, 나머지 두 경기에서 3대 5과 5대 9로 패하며 다시 연패가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팀 승패가 13승 17패가 되며 팀 승률이 4할 3푼 3리까지 떨어진 자이언츠. 반면에 3연승을 내달린 트윈스가 13승 16패를 기록하며 팀 승률 4할 4푼 8리, 7위로 올라서게 된다.

시즌 초 2위까지 올라섰던 자이언츠의 팀 성적이 8위까지 떨어지게 된 것이다.

자이언츠의 구단 수뇌부에서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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