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110화 (11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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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으로

강호의 친 형인 강수는 수장 시공 일과 현장 일에 매일을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강수의 취미 생활은 단 하나였다.

강호가 활약한 경기의 뉴스 기사를 수집하고, 방송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그 유일한 취미였던 것이다.

오늘 역시 힘든 현장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취미 생활을 위해 tv전원을 켠다.

화려한 원피스를 입은 예쁜 외모의 여자 아나운서가 스튜디오 안에서 인사하는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아, 오늘은 작업이 늦게 끝나서 못 볼 줄 알았는데, 마침 딱 시작하는구나. 다행이네."

강수는 오늘같이 작업이 늦게까지 진행될 때는 동생의 경기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래도 하루의 경기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야구 채널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강수의 시선이 온전히 tv화면을 향해 집중되고 있었다.

그리고 청각으로는 tv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안녕하세요! 5월 2일 목요일 아이러브 베이스볼, 오현주 입니다. 오늘도 10개 팀의 치열한 경기가 진행되었는데요? 지금부터 그 치열한 현장 속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나운서인 오현주는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화면을 넘긴다.

각 팀의 경기 화면이 이어지고, 그 중 강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당연히 잠실에서 벌어지는 자이언츠와 트윈스 간의 경기였다.

"강호가 그라운드 홈런을 때린 거야?! 그라운드 홈런이면 저것도 정식 홈런으로 기록되는 거 잖아?!"

강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마트폰을 들어 올려 '그라운드 홈런'에 대해 검색해본다.

그리고 그라운드 홈런 역시 홈런으로 기록된다는 점을 확인하고는 미소를 짓는다.

"그럼 벌써 홈런이 8개째인 거잖아! 내 동생이긴 하지만 대단하다. 진짜!"

강수는 동생이 활약하는 경기를 하이라이트로 확인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쥔다.

무척이나 짧게 느껴지는 하이라이트 중계 화면이 끝이 나고, 이어서 방송 화면은 스튜디오로 넘겨졌다.

오현주 아나운서와 두 명의 해설 위원들이 두 팀 간의 경기에서 중점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것은 자이언츠의 선발 투수 라일리와 만루 홈런을 기록한 강민수, 트윈스의 불펜 투수 윤지운, 그리고 강호에 대한 내용이었다.

"오늘 자이언츠 경기에서는 강민수 선수가 만루 홈런을 때려 냈어요~ 이 홈런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가져오는 결정적인 한 방이 된 것 같은데요. 오늘 경기 내용 어떻게 보셨나요?"

자연스럽게 멘트를 넘기는 오현주 아나운서의 질문에 이홍철 위원이 먼저 입을 연다.

강민수 선수의 만루 홈런이 경기의 흐름을 자이언츠 쪽으로 완전히 가져오는 한 방이었다고 얘기하며, 그에 앞서 강호의 주루 플레이가 민수의 만루 홈런을 이끌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민수 선수의 홈런에 앞서서 지금 보시는 화면을 주목하실 필요가 있어요. 지금 백강호 선수가 볼넷을 얻어 출루하고 있죠? 1회 상황에서도 선두타자로 나선 백강호 선수가 허프만에게 15구나 던지게 했거든요. 그리고 15구째에 던진 허프만의 공을 때려서 그라운드 홈런을 기록해 냅니다. 3회 상황에서도 공 5개를 지켜보면서 볼넷을 얻어냈어요. 그런 후에 연속 도루를 시도하죠. 이 때 허프만의 표정이 상당히 좋지 않아요. 사실 이 때 부터에요. 박철 선수의 안타로 백강호 선수가 홈을 밟으니까 허프만 투수가 완전히 무너지는 모습이죠. 결국 이게 경기의 흐름을 자이언츠 쪽으로 가져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거예요. 물론 만루 홈런을 기록한 강민수 선수가 잘 때린 면도 있지만, 백강호 선수의 활발한 주루 플레이가 허프만의 정신을 교란한 면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이홍철 위원은 강민수의 만루 홈런이 강호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얘기하며 이어서 강호의 기록에 대해 나열한다.

"백강호 선수가 4월 9일부터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거든요. 오늘이 5월 2일이니까 아직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백강호 선수가 자이언츠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상당히 커졌습니다. 오늘 경기까지 101타석을 채우면서 4할 9푼 4리의 타율과 5할 6푼 6리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어요. 타율 1위, 출루율 1위죠. 여기에 도루가 17개입니다. 도루도 1위에요. 안타는 3위, 홈런은 5위로 올라선 상태입니다. 모든 타격 지표가 최상급의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어요. 오늘 기록한 그라운드 홈런으로 홈런도 8개나 기록하고 있습니다. 만약 백강호 선수가 5월 달에도 지금과 같은 활약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5월 중순 쯤에는 더 대단한 기록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홍철 위원은 강호가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얘기하며, 조금은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혹시 자신이 강호를 평가한 내용이 설레발이 될까봐 조금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곁에 있는 안지원 위원은 말을 가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백강호 선수가 4월 내내 5할 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가 5월 들어서 타율이 조금 떨어졌죠. 떨어진 게 4할 9푼 4리입니다. 컨택 능력 하나 만큼은 현재까지 리그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출루율도 5할 6푼 6리여서 선구안에도 합격점을 받고 있어요. 데뷔 경기 이후에 삼진을 4개 기록할 동안 볼넷을 14개나 얻어냈습니다. 볼넷 대 삼진 비율을 말하는 bb/k비율이 3.5나 될 정도입니다. 그만큼 삼진을 잡힐 확률이 적고, 볼넷을 많이 얻어서 걸어나가고 있다는 얘기에요. 1번 타자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중요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말입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데이터들이 조금은 떨어지게 되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런 지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조심스럽게 올해 30-30달성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지원 위원은 강호의 30홈런, 30도루 달성 가능성을 벌써부터 예견하고 있었다.

17개의 도루를 달성하고 있는 강호여서 홈런 두 개만 더 때려내게 된다면, 두 자릿수 홈런과 도루를 데뷔 년도에 달성하게 되는 강호였다.

그런데 안지원 위원은 여기에서 자이언츠 역사상 처음으로 30-30달성 가능성을 예견하는 말로 강호의 활약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내비치고 있었다.

곁에서 안 위원의 말을 듣고 있던 이홍철 위원도 강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더한다.

"30-30은 아직 모르겠지만, 20-20은 충분히 달성이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5년도에 외국인 선수죠. 아두치 선수가 기록했던 20-20기록이 자이언츠 팀 역사상 최초의 20-20기록이거든요. 만약에 백강호 선수가 20-20을 달성하게 되면 국내 타자들 중에서는 팀 최초의 기록이죠. 30-30을 달성하면, 아~이건 의미하는 바가 클 것 같습니다. 도루는 가능해 보이는데, 홈런이라는 게 때리고 싶다고 기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홍철 위원은 그렇게 강호의 시즌 기록을 예견하는 말로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강호의 30-30달성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보였지만, 20-20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보고 있었다.

이홍철 위원처럼 보수적인 입장의 전문가들도 강호를 보는 시선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점이었다.

"강호야, 잘 하고 있구나."

밤늦은 시간 집에서 tv를 보고 있던 강수는 동생의 활약상을 확인하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솔직히 말하면 동생이 이렇게 잘해줄 지는 알지 못했던 강수였다.

1군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어도 성공한 한 해가 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동생인 강호는 예상을 훌쩍 뛰어 넘어 어느새 자이언츠의 간판타자로 성장해 있었다.

이제 생존을 넘어 자이언츠의 선봉장으로서 활약하고 있는 강호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낀다.

그동안 강호가 경험했을 고생과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강수 본인이 경험했던 고생 모두가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가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들은 얼른 떨쳐버리고는 강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혼잣말로 되뇐다.

"강호야,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시즌은 길어. 그러니까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하도록 해라. 너는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녀석이니까. 서두르지 말고, 다치지 말고."

강수는 동생이 힘든 순간마다 자신이 건네었던 말을 홀로 되뇌며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든다.

한편 형이 잠자리에 들었을 무렵, 동생인 강호는 다음 원정지로 이동하는 원정 버스 안에 앉아 있었다.

트윈스와의 잠실 3연전을 마친 자이언츠는 다음 원정지인 고척 숙소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서울 연고의 트윈스와 히어로즈와의 원정 6연전 경기. 구단 입장에서 6일간의 원정 경기에서 반타작이라도 해주길 원하고 있었지만, 벌써 2패를 빼앗겨 버린 상태여서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목표이기도 했다.

"아아~ 경기 때마다 이렇게 힘들게 플레이를 해야 해? 요즘 우리 팀 분위기 너무 안 좋아."

고척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도 역시나 잠들지 않고 있는 박성현 투수가 강호의 곁에 앉아 한탄하고 있었다.

그는 4연패의 사슬을 끊은 오늘 경기보다 그전 4연패 경기들이 더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네 번 지고, 한 번 이기는 야구가 마진이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겠어? 이러다가는 한 달도 안 지나서 꼴찌로 떨어지겠네. 강호는 어떻게 생각해?"

상현은 강호에게 팀 성적을 묻는 질문을 던진다.

강호로서는 딱히 답할 말이 없었다. 아직 신인 선수인 자신이 팀 성적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위치는 아니라고 여긴 것이다.

"글쎄요. 그래도 히어로즈 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가져간다면 상승세를 타지 않겠습니까? 저희가 그렇게 만들어야죠."

강호는 상현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모범적인 답안으로 대답하며 의자에 몸을 기댄다.

원정 경기가 끝난 후에도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악력 운동을 하던 강호였지만, 오늘만큼은 악력 운동을 생략하고 있었다.

라일리의 좋지 못한 구위로 인해 수비 상황에서 활동량이 많았고, 그라운드 홈런에 도루까지 세 개를 기록하면서 강호로서는 체력 손실이 심했던 경기였다.

내일 경기를 위한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더 이상의 체력 소모는 없어야만 했다.

상현은 그런 강호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근데 강호 너는 괜찮은 거야? 너무 오버페이스 하는 거 아냐? 요즘 구단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어보니 강호 너를 걱정하는 팬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있어. 너무 무리하지 말도록 해. 여름에 야구하려면 지금부터 체력을 비축해둘 필요가 있어."

상현은 강호에게 조언의 말을 건넨다.

그러자 강호는 밝은 웃음과 함께 상현의 걱정에 답한다.

"저도 그러려고요. 오늘은 숙소에 도착하는 대로 곧장 잘 생각입니다. 고척에 도착하면 열두 시가 넘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상현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구단 버스는 숙소로 정한 호텔에 도착해 있었다.

강호는 자신의 짐을 챙겨 배정된 호텔 방으로 들어가 짐을 내려놓는다.

"선배님. 오늘은 진짜 피곤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연투하다가는 조만간 몸살이라도 날 것 같은데요?"

룸메이트인 대우는 오늘도 중요한 승부처에서 마운드에 오른 것을 주제로 엄살을 부리며, 욕실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강호를 향해 몸을 돌렸다.

"선배님, 저 먼저 씻어도 되겠습니까? 오늘은 일찍 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먼저 욕실을 사용해도 되냐고 물어보고 있는 대우. 강호는 그런 대우에게 피식 웃음 지으며 대답한다.

"벌써 씻으려고 들어가면서 뭘 물어보고 있어? 그냥 들어가서 씻어. 나는 정리할게 있어서 조금 있다가 씻을 테니까."

선뜻 허락의 말을 하는 강호의 말에 대우는 '네, 그럼 먼저 씻겠습니다'라고 답하며 욕실로 들어간다.

방에 홀로 남은 강호는 자신의 들고 온 백팩 속에서 노트와 펜을 꺼내어 책상으로 걸음을 옮긴다.

책상에 앉아 오늘의 경기 결과를 기존 기록에 추가해 넣으며 계산에 들어간다.

'3할 1푼 6리. 11경기 동안 아이템 사용 없이 내가 기록한 타율이 3할 대가 되는구나. 이 정도면 오버페이스를 가정하더라도 아이템 사용 없이 2할 8푼에서 9푼 정도는 때려낼 수 있다는 얘기잖아? 도루 같은 기록들도 아이템 사용 없이 웬만큼의 성공률을 기록하게 됐으니까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하위타선에서는 주전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 정도의 기록일 거야.'

강호는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은 타석의 기록들을 취합하며 자신의 컨택 능력을 정확히 수치화해 본다.

2할 7푼.

강호가 지금의 타격 능력으로 1군에서 기록할 수 있는 타율의 최소치였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강호는 1군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은 만들어둔 셈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부족해. 이 정도 타율로는 상위타선이나 중심 타선에 자리 잡을 수 없을 거야. 기껏해야 하위 타선이지. 아직은 아이템의 도움 없이는 온전한 1군 선수라고 할 수 없어. 다음 프리마켓이 열렸을 때, 스탯이 얼마나 오를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많은 스탯을 올리기 위해서 시간을 좀 더 할애해야겠어."

강호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다.

아직 프리마켓이 열리는 19일까지는 17일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프리마켓이 정규 시즌 종료와 함께 끝이 나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남아있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스탯을 성장시키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을 가진다.

그러다보니 잊고 있었던 세 개의 미션에 생각이 미치는 강호.

'그러고 보니 미션을 잊고 있었구나. 어떤 게 있었지?'

강호는 19일 프리마켓에 다녀오자마자 노트 뒤편에 적어두었던 미션 내용을 확인해 본다.

[Mission 4. 내가 해결사다]

정식 경기에서 10경기 연속 타점을 기록하라.

[Mission 5. 리드오프의 자격]

정식 경기에서 연속 출루 기록을 유지하라.(다음 프리마켓 open까지)

[Mission 6. 발로 만든 득점]

정식 경기에서 도루 성공 후, 득점을 기록하라.(5회)

미션을 확인한 강호는 '아'하는 탄성을 뱉으며 생각을 마무리 한다.

'이제부터 미션 수행을 목표로 5월 달 경기를 치러야겠구나. 그래야지 다음 프리마켓이 열렸을 때 0.1이라도 스탯을 더 올릴 수가 있는 거야.'

세 개의 미션을 확인한 강호는 다음 프리마켓이 열리기 전까지의 17일간의 기간 동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계획하게 된다.

그리고 또 다시 하루가 흘러 히어로즈와의 시리즈 경기의 막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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