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86화 (86/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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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 전략을 세우다

광주에서 열리는 자이언츠와 타이거즈의 시즌 첫 맞대결은 중계석의 힘찬 목소리로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4월 19일 광주 챔피언스 필드에서 진행되는 타이거즈와 자이언츠, 자이언츠와 타이거즈의 시즌 첫 시리즈 중계를 맡은 캐스터 조호준입니다. 해설에는 양현준 위원이 함께하고 계십니다."

인사말로 중계를 시작한 조 캐스터는 1회 초 공격 팀인 자이언츠 라인업을 읽어 내려간다.

"먼저 자이언츠 타선입니다. 1번에는 좌익수 김중호, 2번 중견수 전준오, 3번 2루수 백강호, 4번 3루수 황제인, 5번 포수 강민수, 6번에는 지명타자 채중석, 7번 유격수 오진택, 8번 우익수 유성철, 9번에는 1루수 이인호 선수 순입니다."

조 캐스터가 타순을 모두 읽어내자 기다리고 있던 양현준 위원이 준비해 두었던 해설의 말을 한다.

"오늘 자이언츠 타선의 순서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9번에 있던 김중호 선수가 1번으로 가고, 1번에 있던 백강호 선수가 3번으로 갔어요. 기존 3번이었던 김상훈 선수를 라인업에서 빼버리고, 이인호 선수가 9번 자리 1루수로 대체 출장했어요. 그리고 5번 채중석과 6번 강민수를 서로 바꾸는 타순 변경이 있습니다. 이 정도면 타순의 절반 이상을 바꿔버린 거예요."

양 위원의 말대로 자이언츠 타선은 2, 4, 7, 8번을 제외한 모든 타선에 변화가 있었다.

양현준 위원은 이런 타순 변화가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말하면서 조금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다.

"원래 9번 자리에 있던 좌익수 김중호 선수가 발도 빠르고, 최근 들어 3할도 때려내면서 활약하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출루율이 타율보다 많이 높은 편은 아니거든요. 타율이 3할 2푼 1리고, 출루율은 3할 5푼 6리에요. 선구안에 문제가 있다는 얘깁니다. 원래 1번 자리에 있던 백강호 선수가 최근 아홉 경기 출루율이 7할 댑니다. 그런 선수를 3번으로 옮기고 출루율이 반밖에 되지 않는 김중호 선수의 1번 기용이 과연 먹힐 지 의문이 드네요."

양 위원의 해설에 TV중계를 보던 자이언츠 팬들이 동의를 표시한다.

그 중, 거제시장에서 경기를 보던 동철은 격하게 동의를 표한다.

"한 감독, 이 사람 안 되겠네. 도대체 뭔 짓거리를 하는 거야? 내가 지금 당장 광주로 가서 자이언츠 덕 아웃에 똥물을 끼얹어 버리겠어! 김중호 출루율이 백강호 반 토막인데 왜 리드오프 자리에 김중호를 넣는 거야? 확, 마! 한 감독 이 놈 시키 반 토막으로 만들어 버릴까?"

이미 거하게 낮술을 들이킨 동철은 다소 격한 어조로 한 감독의 타순 변경을 질타한다.

그러자 곁에 앉아 있던 친구 갑식이 아서라는 듯이 만류한다.

"지금 광주를 어떻게 가? 그렇게 술 퍼먹고 운전대를 잡을 생각이야? 그리고 지금 출발해도 경기 다 끝나서 도착할 거야. 그냥 닥치고 앉아서 경기나 보자."

동철을 말리는 갑식 역시 술이 취한 것인지 말 속에 욕이 섞여있다.

그런데 동철은 친구의 욕설보다 한 감독의 타순 변경이 더 화가 나는 일인지 여전히 TV를 향해 삿대질을 한다.

"내가 확 마, 엉? 오늘 경기지면, 엉? 무등 경기장에 가는 수가 있어!"

엉망으로 꼬여버린 동철의 말에 갑식이 '푸핫'하고 웃음이 터진다.

"언제 적 무등 경기장이야? 챔피언스 필드라잖아. 타이거즈 홈 경기장 바뀐 지가 언젠데 아직 무등 경기장 타령을 하고 있어?"

어느새 두 사람의 논쟁은 삼천포로 향한다.

두 친구가 경기장 이름으로 논쟁을 벌이는 시각, 경기장 안에서는 무거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대체할만한 전력이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너무 갑작스러운 타순 변경이야. 김중호의 1번 카드는 절대 좋은 결정이 아니야. 강호가 3번 타순으로 이동하는 것도 그래. 강호의 출루율과 도루 성공률을 생각한다면 3번보다는 1번이 어울려. 대체 한 감독은 무슨 생각인 거야? 경기를 이길 생각은 있는 거야?'

답답한 심정으로 한 감독을 흘낏 바라보는 인물은 김민철 수석 코치였다.

그는 오늘의 라인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채중석과 강민수를 바꾸는 타순 변경은 이해가 되지만, 나머지 타순 변경은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나 걸리는 부분은 강호의 3번 이동으로 야기된 문제들이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타순 변경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전력분석 자료대로 스티븐의 초구와 2구 포심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야. 지금 중호 선배에게도 1, 2구를 모두 포심으로 던졌어.'

강호는 대기 타석에 오를 준비를 하며 상대 팀 선발 투수의 투구 성향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우투우타에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진다는 자료 그대로 스티븐은 강력한 구위가 느껴지는 포심이 주 무기로 보였다.

게다가 우타자 몸 쪽으로 향하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횡 이동하는 슬라이더는 웬만한 배짱으로는 공략하기가 힘들어 보인다.

"와아, 스티븐 슬라이더가 장난 아니네. 휘는 각도 봤어? 쩐다. 쩔어."

"구속도 빠르네요. 슬라이더 구속이 138km입니다. 노리고 휘두르지 않으면 컨택이 안되겠어요."

근처 벤치에서 선배 타자들의 감탄사가 들려온다.

강호가 보기에도 타이거즈 선발인 스티븐은 엄청난 공을 던지는 중이었다.

'선배들 말대로 컨택이 쉽지 않겠어. 스윙을 크게 가져가면 분명 헛스윙이 나올 테니까 컨택 위주로 밀어치는 스윙을 해야겠어.'

강호는 1번 타자인 김중호가 삼진으로 물러나는 사이, 일찍부터 스티븐의 공에 대처할 전략을 세워둔다.

예전에도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전략을 미리 세우고 오르곤 했다.

그런데 오늘 강호의 타격 전략은 훨씬 더 구체적이었다.

'스티븐의 포심은 바깥쪽과 존 위쪽으로만 형성이 돼. 몸쪽 코스는 빠른 공을 던지지 않아. 트리플 A시절부터 그랬으니까. 몸 쪽으로 오는 공은 체인지업으로 보고, 바깥쪽 포심만 커트하면 되는 거야. 타이밍은 포심 타이밍에 맞추고, 포심과 슬라이더는 커트해야 돼. 그리고 노려야할 공은.'

강호는 속으로 타석에 올라 때려낼 공을 정해둔다.

그 사이 2번 타자인 전준오가 외야 뜬공으로 물러나고, 강호의 타석이 시작된다.

"백강호, 한 방 때리라!"

"백강호 안타!"

자이언츠의 원정 팬들이 타석에 선 강호에게 화끈한 타격을 기대하는 응원을 토해낸다.

강호는 팬들의 바람 속에서 스티븐의 초구를 기다린다.

'초구와 2구는 무조건 포심이야. 그것도 바깥 쪽 코스의. 컨택하자!'

스티븐이 와인드업에 들어가자 강호의 눈빛이 번뜩인다.

초구는 바깥 쪽 코스의 포심으로 확신하고 곧장 배트를 휘두른다.

티익.

초구의 결과는 파울이었다.

강호의 예상대로 초구는 바깥쪽으로 형성되는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전광판을 올려다보자 구속이 151km가 찍힌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번 타자인 김중호와 2번 타자인 전준오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던 150km대의 강속구였다.

'백강호만 조심하면 된다고 했지? 좋아, 내가 오늘 제대로 보여주겠어.'

투수인 스티븐은 투수 코치에게 들은 내용을 떠올리며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한 때는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해 한 시즌 8승을 올리기도 했었다.

그 후로 잘 고쳐지지 않는 약점이 발견되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게 되었지만, 묵직한 포심과 각도 좋은 슬라이더만 있으면 KBO리그 수준의 타자들은 손쉽게 잡아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그것은 강호 역시도 마찬가지로 느껴진다.

따악.

스티븐의 2구 역시 파울이 된다.

이번에는 제법 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가 3루 쪽 관중석으로 떨어진다.

배트 타이밍이 조금 빨랐던 것이다.

강호는 타석에서 반 발짝 물러나 들고 있던 배트를 노려보며 생각을 정리한다.

'이제는 변화구가 올 확률이 높아졌어. 스티븐의 성향상 슬라이더일 확률이 높은데. 조금 전 150km대 공을 던지는 것을 보니 느린 변화구로 선택할 수도 있겠어. 나한테는 앞선 두 선배들과는 다른 공을 던지고 있어.'

강호는 다시 타석에 서며 배트를 강하게 쥔다.

어제와는 공을 때리는 감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탯이 대폭 상승하며 컨택할 때 감각이나 배트 컨트롤, 파워 등이 크게 향상된 것을 느끼고 있었다.

2구째를 받아친 타구가 파울이 되긴 했지만, 인필드로 들어왔다면 상당히 멀리 뻗었을 타구였다.

달라진 힘이 확실히 느껴질 정도의 변화였다.

'어제와는 확실히 달라졌어. 몸무게가 더 늘어서 그런지 타구의 질도 좋아지고. 타이밍만 맞출 수 있다면 150km대의 공도 정타로 만들 수 있을 거야!'

강호는 스스로의 증가 된 힘에 만족한다.

컨택과 파워가 각각 80과 70이 되면서 웬만한 구력에는 밀리지 않을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스티븐의 다음 공을 통해서 그 기대를 확신으로 바꾸게 된다.

따악.

또 다시 파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측 홈런 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는 파울 홈런이 만들어 진다.

스티븐의 체인지업을 받아친 강호의 선택이 적중한 것이다.

"아!"

아슬아슬하게 파울로 선언된 타구에 1루로 절반 이상 진루해 있던 강호가 아쉬운 탄식과 함께 홈으로 돌아온다.

아쉬워하는 강호와는 반대로 대형 파울 홈런을 허용한 투수 스티븐은 긴장된 표정을 짓는다.

'체인지업은 던지지 않는 게 좋겠어.'

스티븐은 강호가 노리고 있는 체인지업은 잠시 봉인해 두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결정한 그의 4구는 또 다시 포심.

티익.

강호는 이번에도 바깥쪽 빠른 공을 걷어내며 파울을 때려낸다.

연속 네 번의 파울이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던진 5구째 슬라이더 역시 파울을 때려내자 투수인 스티븐과 포수 이용구의 표정에 변화가 생긴다.

'스티븐, 몸 쪽 패스트볼! 몸 쪽 빠른 공을 던지면 삼진을 잡을 수 있어. 백강호가 노리는 공은 몸 쪽 체인지업이잖아. 포심은 바깥쪽으로만 던졌으니까 이번에는 몸 쪽으로 던지면 먹힐 거야!'

이용구 포수는 몸쪽 공을 던진다면 강호를 삼진 돌려세울 수 있다고 확신하며 싸인을 낸다.

그런데 스티븐은 인상을 찡그리며 싸인을 거부했다.

몸쪽 공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그에게는 수용할 수 없는 요구였다.

별 수 없이 다시 바깥 쪽 포심을 요구하는 이용구 포수.

티익.

강호는 이번 공 역시 배트 컨트롤로 커트를 해낸다.

여섯 번째 파울이었다.

뻔한 바깥쪽 포심은 정타로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컨택 능력을 갖췄다면 충분히 커트할 수가 있다.

강호는 스스로의 컨택 능력이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깨달으며 7구를 기다린다.

따악.

이번 공 역시 파울이 된다.

7구째도 빠른 포심이었다. 전광판을 올려다보니 구속은 153km.

하이패스트볼로 형성된 빠른 공을 1루 관중석으로 커트해낸 것이다.

"오오, 뭐야? 자존심 싸움 같은 거야? 스티븐이 속구만 던지는데?"

"백강호가 자꾸 커트하니까 칠 테면 쳐 봐라는 식으로 던지는 것 같은데? 원래 스티븐이 153을 던질 수 있는 투수였어?"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홈팬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마운드와 타석의 기묘한 대치 상황을 알아차린 것은 팬들만이 아니었다.

중계석에서 해설을 이어나가던 양현준 위원이 '하아~'라는 묘한 탄성을 뱉으며 지금의 상황을 설명한다.

"지금 타이거즈 선발인 스티븐 투수가 포심으로만 승부하기 시작했어요. 그것도 코스가 바깥쪽 중심이거든요. 아무리 150이 넘는 강속구라 해도 백강호 선수 정도의 타격 능력이면 지금처럼 커트하는 게 어렵지 않아요. 강속구도 눈에 익으면 정타로 때려낼 수가 있는 거거든요. 이홍구 포수가 유인구 싸인을 내는 게 어떨까 싶네요."

양 위원은 지금의 승부가 투수인 스티븐 입장에서 불리한 상황으로 보았다.

볼 카운트는 노 볼 2스트라이크 상황이지만, 존안으로 들어오는 속구를 계속 던지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었다.

한 번쯤 존을 걸치면서 살짝 벗어나는 유인구를 던지는 게 어떨까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용구 포수도 다를 것이 없었다.

'스티븐, 몸 쪽이야. 몸 쪽! 몸 쪽 포심이 부담스럽다면 슬라이더를 던지면 되잖아. 몸쪽 슬라이더!'

이용구 포수는 헛스윙 하나만 얻어내면 이기는 상황에서 스티븐이 고집을 한 번만 꺾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매몰차게 고개를 저은 스티븐이 선택한 8구 역시 포심 패스트볼. 이어서 9구째도 포심이었다.

따악.

역시나 관중석으로 떨어지는 파울 타구에 원정팬들은 물론이고, 홈팬인 타이거즈 팬들 역시 사심 없는 감탄사를 내뱉는다.

"와아!"

"멋있네. 스티븐 삼진 잡아라!"

홈팬인 타이거즈 관중석에서 삼진을 바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스티븐은 팬들이 내지르는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들이 무엇을 바라는지는 느끼고 있었다.

'좋아. 몸쪽을 던지면 되는 거잖아. 까짓 거, 한 번 던져주지 뭐.'

스티븐은 결국 힘든 결정을 내리게 된다.

메이져와 트리플 A시절 생긴 몸쪽 승부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강호의 몸쪽으로 붙는 포심을 던지기로 한 것이다.

'그래, 그거야! 스티븐. 몸 쪽 포심이면 루킹 삼진이라고!'

스티븐이 자신의 싸인에 드디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확인한 이용구 포수가 마스크 속에서 크게 미소 짓는다.

그러나 그의 미소는 곧 경악으로 바뀌게 된다.

빠악!

스티븐이 10구를 던진 후 배트로 공을 때리는 소리와는 확연히 다른 소리가 타석에 울려 퍼진다.

공을 던진 스티븐도 ‘아차’하는 표정으로 타석을 향해 움직인다.

그 뿐만이 아니라 자이언츠 덕 아웃에서 김민철 수석과 트레이너가 타석을 향해 뛰쳐나온다.

스티븐의 10구는 포수의 미트가 아니라 강호의 머리를 강타하고 만 것이었다.

"아니, 지금 뭐하는 거야!? 타자 머리로 공을 던지면 어떻게 해?"

"제정신이야? 153짜리 공을 머리에 던져? 지금 해보자는 거야?"

원정팬 쪽의 관중석에서 험한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무려153km짜리 강속구가 머리를 강타했다.

바닥에 쓰러진 강호가 멀쩡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 그 생각은 분노로 표출된다.

원정 팬들의 험한 분위기에 홈 팬들의 분위기 또한 덩달아 고조된다.

험한 비난과 야유, 질타가 오고가는 가운데 강호는 머리를 감싸쥔 채 쓰러져 있었고, 주심은 곧장 투수인 스티븐을 향해 퇴장을 지시한다.

"투수, 퇴장!"

스티븐은 억울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어보이고는 강호에게 어설픈 한국말로 사과의 말을 전한 후 마운드를 내려간다.

"미안해."

쓰러진 강호가 스티븐에게 들은 사과의 목소리였다.

"강호야! 괜찮아? 나 김민철 수석이다. 내 목소리 들려?"

스티븐이 사과후에 마운드를 내려간 후, 자리에서 일어날 타이밍을 살피던 강호는 걱정이 가득 담긴 김 수석의 목소리에 몸을 일으킨다.

순간적으로 쓰러지기는 했지만, 통증은 없다.

헤드샷을 당했음에도 어지러움이나 통증, 뇌진탕의 증상이 전혀 없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1루 출루를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런 그에게 양 팀 팬들이 박수를 보내온다.

자이언츠 원정 팬들만이 아니라 홈팀인 타이거즈 팬들 역시 강호가 큰 부상없이 일어섰다는 사실에 박수를 쳐준다.

"괜찮아? 교체하고, 바로 병원으로 가자!"

강호는 자신의 손목을 붙든 채 병원 행을 권하는 김 수석에게 고개를 내저어 보인다.

혹시라도 1루에 출루한 후에 교체를 단행할까봐 신신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수석코치님. 머리에 맞은 게 아니라 헬멧에 맞았습니다. 하나도 안 아픕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슨 소리야? 공이 뒤통수 쪽으로 날아가는 걸 내가 봤는데?"

"헬멧이 막아준 모양입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저 출루 좀 해도 되겠습니까?"

결국 자이언츠 감독인 한 감독이 나오고 나서야 김 수석은 강호를 1루로 보내준다.

1루로 걸음을 떼는 강호에게 홈팬인 타이거즈 팬들의 박수가 쏟아진다.

강호는 원정 경기에서 홈 팬들의 박수를 받는 진귀한 경험을 하면서 1루 베이스를 밟는다.

잠시 살펴본 타이거즈 덕 아웃은 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상황은 1회 초 2아웃 상황.

잘 던지고 있던 선발 투수가 갑자기 퇴장 당하자 급하게 불펜을 준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연히 준비된 불펜이 있을 리 없었고, 가장 빨리 준비가 된 불펜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게 된다.

'이거 게임이 의외로 쉽게 풀리겠는데?'

1루 베이스에 선 강호는 예상치 못한 상황들에 속으로 헛웃음을 흘린다.

상대 선발인 스티븐과의 10구째 승부에서 헤드샷으로 출루하고, 선발 스티븐은 퇴장당하고 만 상황.

스스로의 향상된 타격 능력을 시험하고 싶었던 강호의 타석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어진다.

1회 초, 2아웃에서 헤드샷으로 출루한 강호가 1루에 있는 상황.

아직 마운드에 오를 타이거즈 투수는 정해지지 않았고, 자이언츠의 다음 타자로 타석에 선 선수는 4번 타자 황제인이었다.

강호는 잠시 타석에 선 제인과 눈빛을 마주한다.

'제인 선배. 지금 상황은 기회에요. 이번 찬스를 득점으로 만들어 봅시다!'

강호의 강한 눈빛을 받은 제인은 피식하고 웃음을 짓는다.

헤드샷을 당한 상황에서도 눈빛으로 선배를 압박하는 고약한 후배에게 어떤 대답을 들려줘야 할 것인가.

'안타 하나면 되겠지? 강호야, 그 다음은 네가 알아서 해라.'

제인 역시 강호의 바람대로 어수선한 지금의 상황을 기회로 만들기로 한다.

1회초 2아웃 주자 1루의 상황. 게임은 처음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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