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84화 (8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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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켓의 비밀

오랜 생각 끝에 강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만약 올해를 끝으로 프리마켓 시스템이 사라져버린다면, 나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이 깊어진다.

프로야구 프리마켓 앞에 2019라는 년도가 전제로 붙어 있다는 점. 그것을 토대로 올해 정규 시즌 종료와 함께 프리마켓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종료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종료 시점은 정확히 10월 6일.

10월 6일까지 모든 정규 시즌 일정이 종료되고, 다음 날인 10월 7일부터 와일드카드 전을 시작으로 한 포스트시즌이 열리게 된다.

만약 지금의 가정이 사실이라면 포스트시즌부터는 시스템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경기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딱 10월 6일의 정규 시즌까지인 것이다.

"설마 그 때까지 올려둔 스탯이나 스킬도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

스스로에게 물으면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프리마켓 시스템이 사라진다고 해도, 훈련이나 경기 보정을 통해 얻은 스탯이 초기화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구매한 스킬 역시 자신에게 귀속될 거라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스킬의 구매 포인트가 그렇게 높을 리 없었다.

"그래. 프리마켓 시스템이 사라진다고 해도 그 때까지 올려둔 스탯과 스킬이 모두 사라질리는 없어. 변화된 스탯, 스킬은 그대로 남게 될 거야. 다만 시스템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어."

그렇다는 의미는 10월 6일 이후까지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시스템이 종료됨과 동시에 아이템 역시 사라지게 될 테니까.

또한 아이템 창이나 상태창을 확인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시스템 종료화 함께 모두 사라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가정하면 아이템 살 때 더 신중해야 해. 일회용 아이템 구매를 최대한 자제하고, 스킬을 사는 것이 옳을 수 있어."

일회용 아이템 구매를 자제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만약 다음 프리마켓 방문 때에 170이라는 숫자가 예상하는 것처럼 140으로 줄어들어 있다면 자신의 가정은 확실한 것이 된다.

강호는 그 전까지 보유하고 있는 mp포인트를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

한 달 정도의 경기는 보유하고 있는 일회용 아이템만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는 생각이었다.

대략 방향을 잡게 된 강호는 미션창을 열어 미션 완료 상태를 확인한다.

미션 완료 보상으로 뭐가 들어왔는지 확인한 후에 최종 결정을 내리려는 생각이다.

[Mission 1. 예견된 홈런왕]

정식 경기에서 3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라.

완료 보상: 2,000mp, 파워 스탯 +1 영구 증가.

[Mission 2. 교타자의 각성]

정식 경기에서 연속 안타 기록을 유지하라.

완료 보상: 2,000mp, 컨택 스탯 +1 영구 증가.

[Mission 3. 4할 본능]

정식 경기에서 4할 이상의 타율을 유지하라.

완료 보상: 2,000mp, 멘탈 스탯 +1 영구 증가.

세 개의 미션을 모두 완수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마지막 경기에서 규정 타석인 46타석을 채우면서 두 번째와 세 번째 미션을 간신히 달성할 수 있었다.

규정타석을 채워야 미션 완료 조건이 충족된다는 예상이 맞은 것이다.

새로운 미션도 부여받게 된다.

[Mission 4. 내가 해결사다]

정식 경기에서 10경기 연속 타점을 기록하라.

[Mission 5. 리드오프의 자격]

정식 경기에서 연속 출루 기록을 유지하라.(다음 프리마켓 open까지)

[Mission 6. 발로 만든 득점]

정식 경기에서 도루 성공 후, 득점을 기록하라.(5회)

또 다시 세 개의 미션을 부여받게 되었다.

이전과 비교하면 크게 까다로울 것 없는 미션을 머릿속으로 기억한다.

10경기 연속 타점을 기록하라는 4번 미션과 연속 출루 기록을 유지하는 것은 크게 어려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도루 성공 후 득점을 기록하는 6번 미션은 꽤나 난이도가 있어 보였다.

자신이 도루에 성공하더라도 다음 타순에서 타점을 때려내지 못한다면 득점을 올릴 수가 없다.

"그걸 다섯 번이나 성공시키라고? 6번 미션은 조금 까다로운 부분이 있구나."

도루 기록은 이제 굳이 아이템 사용없이도 상승된 주력을 이용해서 한 달에 다섯 개 정도는 충분히 뽑아낼 자신이 있다.

하지만 도루에 이은 득점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이템이나 주력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여서 6번 미션은 실패할 가능성을 염두해 두기로 한다.

"이제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건 이번 방문에서 모두 받은 셈이야. 아직 스킬을 사기에는 부족한 포인트야."

아쉽게도 스킬구매에 필요한 최소 포인트인 2만 mp에 조금 못 미치는 상태였다.

경기 보상과 업적보상, 미션 보상과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mp를 모두 더하면 19,040mp.

앞으로 한 달 간 1천 mp만 얻게 된다면 2만 mp짜리 스킬 하나 정도는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mp포인트는 일단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중요한 것은 exp포인트를 어디에 분배 하냐는 건데."

강호는 아이템 구매나 스킬 구매를 고민하기 앞서 exp포인트 분배를 먼저 고민하기로 한다.

이번 방문을 통해 얻게 된 exp포인트는 8,490exp.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35exp와 더해져 총 8,525exp포인트를 보유하고 있다.

스탯 수치로 환산하게 되면 8.5스탯을 증가시킬 수 있는 포인트였다.

강호는 포인트로 스탯을 올리기에 앞서 한 번 더 변화된 스탯을 확인한다.

세 개의 미션을 완료하며 컨택과 파워, 멘탈 스탯이 영구 증가한 까닭이었다.

백강호(24)

포지션:2B

컨  택:78.9

파  워:66.2

선구안:64.7

주  력:83.3

수  비:83.2

송  구:69

멘  탈:85.8

컨택, 파워, 멘탈 스탯이 1씩 증가했을 뿐인데도 꽤나 큰 수치 변화로 느껴진다.

새로 갱신된 상태창을 확인하자마자 하나의 스탯에 망설임 없이 exp포인트를 부여한다.

-exp1,100를 사용하여 컨택을 영구 성장시킵니다.

컨택 1.1이 영구 성장합니다.

가장 먼저 1,100exp를 투자해 컨택 스탯을 80으로 성장시켰다.

스탯이 79.9인 것과 80.0인 것은 0.1의 변화에 불과하지만, 십 단위가 올라간다는 것은 체감상에 상당한 변화가 있다는 것을 이미 몸소 체험한 상태다.

파워나 주력 스탯 등의 증가로 입고 있는 트레이닝 복이 타이트하게 느껴질 정도로 신체 상태가 변화한 것이 느껴진다.

여기에 컨택 스탯을 증가시키며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느끼는 중이었다.

"지금 몸무게를 측정해보면 90킬로는 넘어있겠지. 그토록 염원하던 꿈의 체중을 넘어선 거야."

짐작하기로는 몸무게가 90kg을 초과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스탯이 급성장하며 가슴 근육과 전완근, 대퇴근, 대둔근 등이 눈에 띄게 부풀어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체중 증가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된다.

슬러거로서의 파워를 내려면 100kg이상은 올려줘야 하지만 90kg를 만든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느껴진다.

이제 다음 성장시킬 스탯을 선택한다.

-exp3,800를 사용하여 파워를 영구 성장시킵니다.

파워 3.8이 영구 성장합니다.

다음으로 선택한 스탯은 파워였다.

66.2에 머물던 파워에 3,800mp포인트를 투자하면서 드디어 파워 스탯이 70고지에 오르게 되었다.

더욱 불거지는 근육을 느끼며 나머지 남은 3,600exp포인트는 멘탈을 제외한 나머지 네 개의 스탯에 골고루 분배한다.

그렇게 해서 모든 포인트 분배가 끝난 뒤 마지막으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해본다.

백강호(24)

포지션:2B

컨  택:80

파  워:70

선구안:65.6

주  력:84.2

수  비:84

송  구:70

멘  탈:85.8

이제는 꽤나 준수하게 변모한 상태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래는 선구안과 주력, 수비, 송구 스탯에 900exp포인트를 골고루 부여하려 했지만 송구 스탯이 69인 것을 확인하고는 수비에 800exp포인트를, 송구에 1,000exp포인트를 투자함으로써 송구 능력을 70으로 채워놓는다.

다음번 프리마켓 방문 때 선구안마저 70대로 끌어올린다면 이제 모든 스탯들이 70을 초과하게 될 것이다.

"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아. 만약 170일 후에 프리마켓이 정말로 사라져 버린다면 그 전까지 모든 스탯들을 최상급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어. 더 이상의 아이템 사용 없이도 좋은 성적을 얻어낼 수 있도록 말이야."

강호의 욕심은 모든 스탯들을 90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정말로 프리마켓 시스템이 종료되어 버린다면 그 전까지 모든 신체 능력들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스탯 수치를 최상으로 만들어볼 작정이었다.

7개의 스탯 모두가 최상치가 된다면 더 이상 일회용 타격 아이템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다.

"차라리 잘 된 건지도 몰라. 프리마켓이 열린 후, 매 경기마다 일회용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어. 이제는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달라진 스탯을 이용해 스스로 경기를 풀어나갈 필요도 있어."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매번 프리마켓을 방문할 때마다 일회용 타격 아이템을 영리하게 구입한다면 올 시즌 4할의 타율과 40홈런 이상을 기록하는 것도 꿈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 정규 시즌이 끝남과 동시에 프리마켓 역시 종료된다면 다음 시즌 기록은 암흑처럼 변해버릴 것이다.

데뷔 시즌 4할을 기록할 자신에게 엄청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겠지만, 내년 시즌이 시작된 후 그 기량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 데뷔시즌에 대기록을 달성하고 프로 무대에서 사라져 버리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웬만한 기록으로는 팬들을 납득 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1군에서 2할 8푼 정도의 타율을 기록하는 타자는 팀의 주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데뷔 시즌 4할을 때린 후 다음 해부터 2할 8푼을 기록한다면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2할 8푼이라는 성적이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슬럼프가 반복된다면 프로무대에서 은퇴가 결정될 지도 모른다.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지만, 한 해 반짝하고 사라지는 건 사절이야. 꾸준히 3할을 때리면서 10년 이상 1군 무대에 생존하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지야. 화려하게 등장했다 사라지는 선수보다는 꾸준한 실력으로 인정받는 선수가 되어야 해. 시즌은 올해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강호는 아이템 사용에 대한 기준을 정하기로 한다.

업적 보상 등으로 얻은 일회용 아이템은 사용하겠지만, 벌어들인 포인트로 일회용 아이템을 구매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벌어들이는 mp포인트는 모아 두었다가 프리마켓이 닫힌 후에도 보존될 수 있는 스킬을 구매할 작정이다.

그러기 위해서 당장 광주 원정부터는 아이템 사용으로 손쉽게 타격하기 보다는 팀의 승부처 상황에서만 아이템을 사용할 계획을 세운다.

지금부터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타격하는 타석에서 어떤 성적이 나오는지를 강호 본인이 데이터화하여 기록을 만들어볼 생각이었다.

"더 이상의 아이템 구매는 없어. 아이템에만 의존한다면 내게 다음 시즌이란 없을 테니까."

강호는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린다.

지금 하나의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자신은 아이템을 쓰기 위해 1군 무대에 입성한 것이 아니라 1군에서 활약할 자리를 얻기 위해 아이템을 이용한 것일 뿐이다.

처음의 목적을 잃고 주객이 전도되는 일은 없어야 했다.

자신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기대에 부풀었던 강호는 단호한 발걸음으로 프리마켓을 나선다.

다음날, 강호를 포함한 선수단을 태운 원정버스가 아침 일찍 광주로 향한다.

경기는 6시 30분부터 시작 되지만, 버스는 그보다 한참 일찍 사직을 출발한다.

선수들이 장거리 이동으로 쌓인 피로를 조금이라도 회복시켜주기 위해 원정 숙소에 오후 2시 전까지는 도착하는 것이 구단의 철칙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6시 30분에 시작되는데 원정팀이 5시 정도에 경기장에 도착하게 된다면 멀미나 기타 등등의 컨디션 저하가 경기력 난조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아, 이번 광주 원정은 왠지 불안한 느낌인데? 어이, 대우! 너 이번 원정 자신 있어?"

원정 버스에서 강호의 옆에 앉게 된 박상현 투수가 자신의 앞자리에 앉은 대우에게 묻는다.

장거리 이동에 잠이 든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상현은 항상 원정 버스 안에서 깨어 있었다.

한 때는 같이 방을 쓰기도 했던 고참의 질문에 대우가 약간은 경직된 목소리로 답한다.

"모르겠습니다. 타이거즈 타자들이 언더핸드 투수에게 강하다던데 말입니다. 저를 안올리지 않을까요?"

선배의 질문에 대우는 반쯤은 내려놓은 모습으로 대답했다.

대우는 차라리 이번 시리즈에서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기를 바랐다.

타이거즈 타자들이 언더핸드 유형의 투수에게 강한 면모가 있기 때문이다.

"기대할 걸 기대해라. 한 감독이 그런 거 신경 쓰는 것 봤어? 한 감독이 투수기용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알아? 좌우놀이야. 상대팀 타자가 좌타자냐, 우타자냐에 따라서 좌완투수냐, 우완투수냐를 고르는 거라고. 한 감독의 계산에 투수가 언더냐 오버냐, 쓰리쿼터냐는 중요하지 않아."

상현은 이미 감독의 성향을 읽고 있었다.

프로에서 20년이나 생활한 상현이라 감독의 선수기용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이제는 일도 아니었다.

문득 상현의 시선이 강호에게로 옮겨진다.

"강호야 어때? 이번 시리즈에서도 잘 할 수 있겠지? 자타공인 최고타자 아냐? 너 규정타석 채워져서 타율 1위에 올랐더라. 타율 1위 리드오프가 있는 팀이 원정 경기에서 지면 팬들이 뭐라 생각하겠어? 안 그래? 강호 네가 잘해주면 우리 팀의 분위기가 살아나니까 첫 경기부터 잘 해줘야해~"

질문으로 시작한 상현의 말은 어느새 격려로 바뀐다.

잘 할 수 있냐는 질문에 항상 '저는 2군 선수 아닙니까?'등으로 답변을 회피하던 강호. 이번에도 상현 자신의 질문에 '저는 생존경쟁 중인 2군 선수입니다' 등으로 대답할 것 같아서 말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에는 항상 어정쩡한 표정으로 대답하던 강호의 표정이 밝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자신감 있는 목소리가 강호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럼요. 잘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제 실력을 보여줄 거예요."

강호는 달라진 태도로 상현의 물음에 답했다.

자신 있냐는 질문에는 항상 모호한 말로 답했던 그가 처음으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었다.

'응? 강호가 간밤에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의문 섞인 눈빛으로 강호를 바라보는 상현.

상현은 목소리뿐 아니라 달라진 강호의 눈빛에서 그의 마음속에서 무언가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광주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리는 타이거즈와의 첫 시리즈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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