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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켓의 비밀
베어스와의 2차전은 의외의 혈전이 되었다.
양 팀 선발이 3회도 채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타선이 폭발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13대 12. 진땀나는 승부에서 승리를 기록한 자이언츠는 이날 경기에서 엔트리에 등록된 모든 불펜 투수를 내고서야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맞이한 다음 경기, 베어스는 더블 스틸과 대타 작전 등을 모두 성공시키며 9대3의 손쉬운 승리를 가져간다.
2위 경쟁을 벌이던 다이노스 역시 이글스 전을 위닝 시리즈로 가져가며 1, 2, 3위 팀이 베어스, 다이노스, 자이언츠 순으로 여전히 유지 된다.
"아아, 이번 시리즈도 너무 힘드네. 2차전 때는 죽는 줄 알았다니까. 연장도 안 갔는데 경기를 4시간 넘게 하니까 피로감이 장난이 아니야."
"피로 회복하러 가야지? 우리 시원하게 맥주나 한 잔 하고 들어갈까?"
"선배님. 진심이십니까? 내일 광주 원정입니다. 술 마시고 들어가면 몸이 너무 피로할 것 같은데요.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시는 게 어떠세요? 아, 뭐 일찍도 아니네. 지금 들어가도 집에 도착하면 11시는 넘겠네요."
고참 선수들은 힘겨웠던 베어스와의 3연전을 끝낸 후, 곧장 집으로 귀가한다.
평소 같았으면 위닝 시리즈를 가져왔다는 기쁨에 회식 자리를 가질 만도 했지만, 2차전과 3차전에서 얻은 피로감이 컸다.
특히나 초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2차전 후에, 3차전을 손쉽게 내어주면서 정신적인 피로가 컸던 것이다.
'구형태 감독이 괜히 명장 소리를 듣는 게 아니었어. 3차전은 팀 대 팀의 승패를 떠나 사령탑의 작전에서 승패가 완전히 갈려버렸어.'
마지막 경기를 떠올린 강호는 구형태 감독의 전략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3차전인 목요일 경기에서 구 감독은 두 번의 더블 스틸과 두 번의 대타 작전, 한 번의 런 앤 히트와, 한 번의 페이크번트 앤 슬래쉬 등. 총 여섯 번의 작전 모두를 성공시키며 팀이 손쉬운 승리를 따낼 수 있게 만들었다.
반대로 한 감독이 내민 번트 작전이나 대타 카드는 번번히 실패하며 벤치의 두뇌 싸움에서 완전히 밀리는 경기를 보여주고 말았다.
'위닝 시리즈를 가져온 건 우리 팀인데 마음이 개운하지 못해. 다음에 베어스와 만난다면 이번 시리즈와는 다른 양상으로 경기가 진행될 것 같은 느낌이야.'
강호는 베어스 전에 대한 개인적인 총평을 마치고는 걸음을 옮긴다.
1군 무대에서 마주한 구형태 감독은 2군 시절의 모습과는 달랐다.
2군에서 경험한 구 감독은 엄격하긴 하지만 선수 하나하나를 챙기는 아버지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읜 강호가 의지할 정도로 좋은 지도자였다.
그래서 방출됐을 때의 충격이 더욱 크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1군에서 마주하게 된 구 감독에게 예전의 느낌은 없었다.
그는 마치 전장을 지휘하는 사령관처럼 냉철한 시선으로 야구장 안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느낌을 주었다.
예전의 따뜻함은 사라지고, 차가운 카리스마와 절제된 통제력만이 구 감독에게서 느껴졌다.
'구 감독님에 대한 생각은 여기까지에서 정리하도록 하자. 이제 그 분과 나의 관계는 끝났으니까.'
강호는 오랜만에 다시 만난 구 감독에서 느껴진 위화감을 뒤로하고, 지하철 역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평소 때 같았으면 사직동 형 집으로 향했겠지만, 강호는 김해 독신자 숙소로 방향을 잡는다.
오늘만큼은 혼자서 자정을 맞이하고 싶었다.
'이제 몇 시간 안 남았어.'
시계를 내려다보니 독신자 숙소에 도착했을 때 예상되는 시각은 11시 30분 전후가 될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 자정이 되면 날짜가 18일에서 19일로 바뀌게 된다.
한 달 만에 다시 프리마켓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스탯이 얼마나 올랐을까?'
강호는 기대에 부푼 채, 김해로 향하는 전철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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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마친 강호는 의자에 앉은 채로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확인해본 지금의 시간은 11시 58분. 2분 후면 프리마켓이 열리는 것이다.
이제 지난번처럼 긴장을 하거나, 초조해하지는 않았다.
대신 기대감을 가지며 한 번 더 스스로의 스탯을 체크해본다.
백강호(24)
포지션:2B
컨 택:74
파 워:60
선구안:56.1
주 력:75
수 비:76.9
송 구:65.6
멘 탈:80.2
한 달간 익숙해져 있던 스탯이 눈에 들어온다.
이 스탯도 잠시 후가 되면 전혀 다른 숫자들로 채워지게 될 것이다.
강호는 변화될 스탯을 기대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남은 시간은 1분.
경건한 마음으로 프리마켓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환한 빛 무리가 시야를 잠식한다.
[2019프로야구 프리마켓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세 번째로 찾은 프리마켓의 환영 문구가 이제는 익숙하게 느껴진다.
곧 시야를 가득 채울 메시지를 기다린다.
[사용자 백강호가 입장합니다.]
[6,960exp를 획득하였습니다.]
[7,450mp를 획득하였습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컨택이 +3.9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파워가 +5.2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선구안이 +8.6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주력이 +8.3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수비가 +6.3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송구가 +3.4보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멘탈이 +4.6정됩니다.]
[훈련과 경기 결과로 인해 보유 중인 칠 때 친다(패시브)스킬 레벨이 +1보정됩니다.]
[업적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션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24시간 동안 프리마켓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강호는 프리마켓 입장과 함께 갱신되고 있는 정보들을 찬찬히 살핀다.
포인트 획득이 지난번보다 확연히 늘어 있었다.
1군무대로 입성하게 되면서 절반의 패널티를 받는 것이 사라져 획득하는 포인트들이 기존의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또한 데뷔전 이후 사이클링히트를 두 번이나 기록했던 경기의 성과들이 포인트로 환산되어 있었다.
"역시 선구안과 주력이 대폭 올랐어. 쉬지 않고 훈련한 성과가 있었구나."
강호는 대폭 오른 스탯을 보며 만족하게 된다.
선구안과 주력의 상향이 인상적이었다.
각각 스탯 8이 넘어가는 상향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력 스탯은 8.3이 상승해 83.3으로 올라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00미터 기록이 주력 스탯과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었구나."
주력에 대한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된다.
스탯으로 표기되는 주력이 100미터 스퍼트와 100%연계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만약 발 빠르기로 프로야구 선수들을 줄 세운다면 11초 5를 뛰는 자신이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스탯으로 환산하니 83.3이라는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말은 발이 빠른 것 외에 또 다른 것들이 주력이라는 스탯에 작용한다는 뜻이었다.
예컨대 주루 센스나, 출루 시의 판단력, 디딤 발의 무게중심이나 자세 등이 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였다.
"내가 출루 상황에서 조금 보수적인 편이었나?"
남들이 보기에 강호의 주루 플레이는 적극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달랐다.
강호가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칠 때는 '도루'아이템 사용이 전제되어야만 했다.
도루를 할 생각이 없을 때는 몸의 무게 중심을 항상 왼쪽으로 두어, 견제사를 방어하려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같은 스퍼트를 가진 선수들에 비해 루상에서의 주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만약 다른 선수들 또한 스탯화 시킬 수 있다면 강호보다 발이 느림에도 불구하고 주력 스탯이 오히려 높은 선수들도 많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아직은 주루 플레이에 미숙함이 많다는 사실을 스탯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그동안 빠른 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구나. 주루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어."
이 기회를 통해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가진다.
프리마켓 시스템은 경기나 훈련을 통한 신체 개선을 스탯에 반영시켜주기 때문에 주루 플레이에 조금 더 섬세한 변화를 모색한다면 다음 번 프리마켓 방문 시에는 어쩌면 주루 스탯이 90을 넘길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강호는 주루 외에도 변화된 다른 스탯을 확인하기 위해 상태창에 표기된 수치들을 꼼꼼이 살핀다.
백강호(24)
포지션:2B
컨 택:77.9
파 워:65.2
선구안:64.7
주 력:83.3
수 비:83.2
송 구:69
멘 탈:84.8
수치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 결과물을 확인하게 되자 여전히 스탯이 부족해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부단한 노력으로 주력과 수비, 멘탈 수치가 80대에 올라 있었지만 파워와 선구안은 여전히 60대에 머물고 있었다.
특히 선구안은 다른 스탯과의 밸런스를 고려한다면 여전히 낮아 보이는 수치다.
"보상으로 받은 포인트를 선구안에 투자해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내젓는다.
받을 수 있는 포인트들이 아직 더 남아있었다.
포인트 투자에 대한 결정은 업적 보상의 결과를 확인하고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전에 먼저 레벨이 보정되었다는 스킬을 확인해 본다.
(패시브)칠 때 친다
레벨:9
주자 득점권 상황에서 컨택+5, 파워+3이 되고, 안타를 칠 확률이 13% 증가합니다.
'칠 때 친다'스킬의 레벨이 9로 올라 있었다.
한 달 전에 6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많이 높아진 것은 아니었다.
강호는 '레벨이 오를수록 상승폭도 느린 모양이네'라고 말하며 곧장 업적 보상 메뉴를 활성화한다.
[업적 보상 1. 타격왕의 본능-6]
경기에서 안타 30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500exp, 1,000mp, 아이템 타격왕의 본능 6(일회용), 아이템 안타(일회용)6
[업적 보상 2. 귀신같은 2루타-3]
경기에서 2루타 5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100exp, 200mp, 아이템 2루타 2(일회용), 아이템 볼넷 2(일회용)
[업적 보상 3. 발로 만든 3루타-3]
경기에서 3루타 5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100exp, 200mp, 아이템 3루타(일회용), 아이템 볼넷(일회용)
[업적 보상 4. 홈런왕의 파워-2]
경기에서 홈런 3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45exp, 75mp, 아이템 홈런1(일회용)
[업적 보상 4. 홈런왕의 파워-3]
경기에서 홈런 5개를 기록합니다.
완료 보상: 75exp, 150mp, 아이템 홈런1(일회용).....
시야를 채우는 메시지들이 나열된다.
그런데 과거에 비해 달성한 업적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번째 방문 때에는 완료한 업적이 40개나 되었다.
그로 인해 4,895의 exp포인트와 10,265의 mp포인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성한 업적의 숫자가 13개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군다나 보상으로 받은 포인트는 1,530exp와 3,135mp로 대폭 줄어들어 있었다.
"초반의 업적 미션은 쉬운 것들이었다는 건가? 뒤로 갈수록 달성하기가 어려워지겠구나."
업적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타격왕의 본능-6같은 경우에는 경기에서 30개의 안타를 때려냈을 때 달성이 가능하다.
타격왕의 본능-1에서는 1개, 타격왕의 본능-2에서는 3개, 그런 식으로 달성해야하는 안타의 수가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모든 업적들도 마찬가지였다.
홈런을 기록해야 하는 업적인 '홈런왕의 파워'는 여섯 번째 수행 과제에 들어갔을 때 30개의 홈런을 기록해야 만이 달성할 수가 있다.
만약 7번째 과제가 50개의 홈런을 때리는 것이고, 8번 째 과제가 그 이상의 홈런을 때려야 달성이 가능하다면 KBO에 기록된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넘어서야 만이 마지막 단계인 9번째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홈런 100개를 때려야 9단계를 완료할 수 있다는 거잖아? 홈런왕의 파워는 7단계 이상부터는 달성이 어려운 미션이었네."
지난번에는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업적 달성 조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13번째 업적인 '사이클링히트'는 애초에 3단계 이상 진행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었다.
아무리 아이템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한 해 동안 사이클링히트를 다섯 개 이상 기록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그런 사이클링히트를 100개까지 기록한다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한 일.
일부 업적들은 특정 시점부터는 달성할 수 없게 만들어진 것이 시스템의 허점이었다.
"계산해보면 총 144개의 업적 중에 절반 이상은 달성이 불가능한 조건이야. 사이클링히트나 사이클링홈런, 연속 경기 홈런 등의 업적은 4단계부터는 달성이 불가능해. 그렇다는 것은 이제부터 업적 보상으로 받게 될 포인트와 아이템의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말이야."
결론을 내리자 어쩐지 처음 업적 보상으로 받은 보상들이 과했던 이유를 납득하게 된다.
비교적 달성 조건이 쉬운 초반 과제들은 빠르게 클리어 되지만, 업적 과제가 후반부로 넘어가게 되면 몇 달 동안 경기에 출전해야 하나의 업적 달성이 가능한 구조였다.
뒤로 갈수록 달성은 어려워지고, 한 달 간 받게 되는 업적보상도 줄어드는 것이다.
"이제부터 업적 보상으로 받는 포인트나 아이템은 크게 기대할 수 없겠어. 덤이라고 생각하자."
더불어 업적 보상으로 받는 아이템도 아낄 필요가 있다.
지난 번 방문에서 총 74개의 일회용 아이템을 업적 보상으로 받았지만, 이번에 업적 보상으로 받은 아이템의 숫자는 33개.
다음 번 방문 때는 더욱 줄어든다는 것을 가정한다면 이제 업적 보상으로 받는 아이템에 더는 기댈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제부터는 사서 써야 한다는 뜻이겠지. 프리마켓 시스템이 무한대로 퍼주지는 않는구나."
‘그럼 그렇지’ 라는 생각을 해보며 걸음을 옮긴다.
멈칫.
그러다가 무엇을 본 것인지 강호의 발걸음이 멈춰진다.
"바뀌었어."
약간은 놀란 목소리로 허리를 숙여 보이는 강호.
강호가 발걸음을 멈춘 것은 입구 근처 바닥에 적혀 있는 하나의 숫자 때문이었다.
170.
이전과는 달라진 하나의 숫자에 주목하게 된다.
"디자인 부호나 섹터 분류 같은 게 아니었나? 왜 이게 170으로 바뀌어 있는 거지?"
의문이 들었다.
지난 번 방문 때는 170의 숫자가 아니었다. 그 때는 201이라고 표기된 숫자가 기입되어 있었다.
그 때는 마켓의 섹터나 부스를 구분하는 숫자라고 여겼었다.
실제로 마트 곳곳에 아이템 전시대를 섹터로 분류하는 숫자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이었는데 201이라는 숫자가 170으로 바뀐 것은 다른 의미가 있어 보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아이템 전시대들을 뛰어 다니며 다른 숫자들을 확인하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오직 입구 근처에 표기되어 있는 숫자만 바뀌었을 뿐이다.
"날짜나 시간 같은 건 아닐까?"
강호는 하나의 가능성을 떠올리게 된다.
프리마켓을 재방문한 날짜를 헤아리자 정확히 31일 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리마켓이 열리는 날짜가 19일이고, 3월은 31일까지였기에 31일이 지나있는 것이다.
그리고 201에서 170을 빼면 31이 된다.
프리마켓 재방문 날짜를 뺀 만큼의 숫자가 줄어들어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숫자가 다음 방문 때 140으로 줄어들게 된다면 한 가지 가정을 할 수 있었다.
"숫자 하나 만큼이 하루의 날짜라고 가정한다면 지금으로부터 170일이 지나면 이 숫자는 0이 된다. 숫자가 0이 되면 프리마켓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생각을 이어나갈수록 불안감이 증폭된다.
그동안은 배제하고 있던 하나의 가정이 강호의 머리를 가득 채운다.
프리마켓에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무의식중에 느끼고 있던 하나의 불안감. 갑작스레 찾아온 이 행운이 영원하지는 않을 거라는 의심. 언젠가는 사라져버리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눈앞의 실체가 되어 강호의 머릿속을 파고든다.
강호는 그 불안감의 정체에 대해 깨닫게 된다.
[2019프로야구 프리마켓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건 프리마켓에 들어올 때마다 자신을 환영하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그 한 문장의 문구 속에 숨겨진 하나의 비밀을 알게 된다.
왜 2019라는 년도가 표시되어 있을까. 그냥 프로야구 프리마켓이라고 하면 안 되는 걸까. 라고 궁금해 했던 것이 이런 식으로 연결되는지는 미처 짐작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