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61화 (6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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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의 피날레

진명은 처음 오게 된 수원 위즈 파크에 들어선다.

자이언츠의 골수 팬으로서 시범경기의 마지막 경기는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하고 싶다는 마음에 가게의 문을 걸어잠그고 원정 응원에 나선 오늘이다.

자이언츠가 꼭 승리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야, 진명아. 진짜 이렇게까지 와야 되냐? 나 월차 쓴다고 얼마나 눈치 보였는지 알아?"

진명과 함께 수원 행에 동참한 친구, 진수가 연신 투덜거린다.

그에 진명이 별 것 아니라는 말투로 대답했다.

"너 과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월차 쓰면서 눈치나 보고 그래? 네가 너희 팀 팀장이라며. 팀장이 월차 쓰고 회사 제끼면 팀원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어? 안 그래?"

"내 말은 그게 아니라 귀한 월차를 시범경기 보는데 날려서야 되겠어? 나중에 혹시라도 긴급히 써야할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거잖아."

"시범경기 마지막 경기를 보러오는 게 긴급한 일이 아니고 뭐야? 투정 좀 그만해라. 나는 오늘 장사도 접고 온 거잖아."

"야! 너는 오늘 땜빵할 알바 구해놓고 온 거잖아! 나는..."

"쉿쉿쉿! 야, 이제 경기 시작한다. 밖에서 사온 치킨하고 맥주나 꺼내봐."

"아, 치킨! 잠시만 기다려봐. 어디에다 세팅을 해야지?"

한창 불만을 토로하던 진수는 치킨이라는 말에 표정이 밝아진다.

손에 쥔 치킨은 여전히 따뜻했고, 고소한 치킨의 향기에 진수는 휘파람까지 불고 있다.

'으이그, 단순한 놈. 그저 먹는 거라면 만사 오케이지.'

진명은 속으로 진수를 욕하면서도 함께 수원까지 동행해준 사실에는 고마워한다.

진수가 챙겨 온 치킨과 맥주를 세팅하는 동안, 진명 역시 분식 거리를 펼쳐 놓으며 눈으로는 진행 중인 경기를 구경한다.

휴고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는 모습을 본 진명은 치킨 하나를 집어 들면서 코멘터리를 단다.

"그래. 이왕 1번 타순으로 나선 거 맞아서라도 출루를 해라. 휴고 너는 타율이 낮으니까 맞아서라도 출루해야지. 그래야 1번 타자지."

마치 악덕 코치처럼 말하는 진수의 말에 치킨을 뜯기 바쁘던 진명이 물어본다.

"근데 휴고를 왜 1번 타순에 넣은 거야? 발은 빠른데 출루율이 폭망이잖아. 차라리 9번에 넣는 게 낫지 않아? 하위타선에 두고 상위타선으로 연결하는 연결고리 정도로 쓰는 게 좋잖아. 출루율이 낮아도 발이 빠르니까 운 좋게 출루하면 9, 1, 2로 연결되는 발빠른 타선이 되는 거잖아."

툭하고 내뱉은 진명의 말은 나름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진수의 생각 역시 그와 다르지 않아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말이야. 휴고가 스윙하는 거 보면 1번 자리에는 안 어울려. 지가 무슨 4번 타자인 것처럼 스윙을 하잖아. 그렇게 스윙할 거면 타격이라도 잘 하던가. 완전 뻥포 스타일로 타격을 하는데 1번은 무슨 1번. 저렇게 맞아서라도 출루하지 않으면 1번은 소용없어. 두고 봐. 나중에 시즌 시작하면 휴고는 하위타선으로 이동하거나 아니면 방출되던지 할 테니까."

진명의 말이 길어지는 동안 2번 타자인 전준오가 깔끔한 안타를 때려낸다.

따악.

호쾌한 타격음과 함께 2루로 진루하는 휴고의 모습을 보며 진수의 표정이 밝아진다.

1회 초부터 시작된 자이언츠의 기회가 연결되는 모습에 '수원까지 오길 잘했네'라고 말하게 된다.

"오올, 다음 타자가 백강호야. 오늘도 백강호를 3번 타순에 넣었네?"

진수가 들고 있던 닭다리로 전광판을 가리키며 강호의 등장을 알린다.

그러자 진명의 얼굴이 더욱 밝아진다.

이번 시범경기 동안 진명이 가장 눈여겨보는 타자가 득점권 상황에서 타석에 오르는 것이다.

"오늘 경기는 쉽게 풀어나가겠네. 백강호 득점권 타율이 얼만줄 알아? 7할이야. 7할! 이건 뭐 완전 거저먹기네. 백강호가 어제도 1회 찬스에서 홈런을 때렸잖아. 오늘도 1회에 한 방 해줄 거야."

진명은 호언장담을 한다.

사실 그가 무리를 해서 수원행 차에 시동을 건 것은 어제 강호가 때려낸 홈런 때문이었다.

타석에 들어서던 강호의 강렬한 눈빛, 반드시 상황을 해결해야겠다는 투지를 엿볼 수 있었다.

강호가 때려낸 호쾌한 투런포는 진명이 시범경기 동안 보았던 홈런 중에서 가장 호쾌한 홈런 중에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1루 베이스를 돌면서 얼떨떨해 하던 강호의 표정 또한 신인의 풋풋함이 느껴져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2루 베이스를 돌 때 즈음에야 기쁜 표정을 지어보이던 강호의 얼굴은 tv로 중계를 지켜보던 사람마저 감동하게 만들었다.

"백강호가 개막전에 당연히 올라가겠지?"

어제의 회상에 잠겨있던 진명에게 진수가 갑작스러운 질문을 던진다.

진명은 친구가 너무 당연한 질문을 한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려는 찰나. 또 다시 호쾌한 타격음이 두 사람의 이목을 그라운드로 이끌었다.

따악!

배트가 공을 때리는 호쾌한 소리는 귀로 듣자마자 홈런임을 직감하게 만드는 강렬한 임팩트를 발휘한다.

진명과 진수의 시선이 포물선을 그리는 공을 따라 외야 담장으로 향한다.

"와아~ 홈런!"

"뭐야?! 오늘도 1회 홈런이야?! 대박이네!"

두 친구는 들고 있던 치킨을 그대로 든 채 얼싸 앉는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3루 관중석에 앉아있던 자이언츠 팬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선제 쓰리런으로 인한 기쁨을 만끽한다.

그 때 마침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던 강호의 발이 3루 베이스를 밟고 있었다.

"와아!!"

"백강호 짱이다!"

원정 응원석 근처를 지나던 강호에게 자이언츠 팬들의 열화와 같은 함성이 쏟아진다.

진명과 진수 역시 그 함성의 한축을 담당하며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댄다.

그 소리를 들은 강호는 3루에서 홈으로 향하는 동안 원정 팬들을 향해 오른손 검지를 들어 보이며 응원에 대한 감사 인사를 보낸다.

그 모습이 또 감동스럽게 느껴진 진명은 더욱 목소리를 높인다.

"백강호! 잘 했다! 잘 때렸어!!"

진명은 소리를 지르면서 홈으로 향하던 강호와 눈이 마주쳤다는 착각이 든다.

그 사실에 가슴이 설레어올 때, 강호는 홈을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역시 홈런만한 것이 없어. 이런 환호를 들을 때마다 내가 야구장 안에 숨 쉬고 있다는 게 실감이 돼.'

강호는 팬들이 선사해준 감동을 느끼며 홈을 밟았다.

그가 홈을 밟으며 자이언츠의 3대 0리드가 완성된 것이다.

"강호 잘 했어! 완벽하게 받아 쳤어!"

"낮은 코스를 제대로 받아 넘겼어! 어떻게 그걸 홈런으로 만들어 낸 거야? 잘 쳤어!"

덕 아웃에 들어서자 한 감독과 김 수석이 경쟁적으로 손뼉을 부딪혀온다.

강호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나머지 코칭스태프들과도 손을 부딪힌다.

선수들이 위치한 벤치로 걸어가자 헬멧을 두들기는 손길을 느껴야만 했다.

두두두두.

"강호, 완전 물건이네!"

"개막전 시작돼도 1군에 남아서 지금 같은 홈런 좀 때려줘!"

베테랑 선배들의 칭찬을 들으며 강호는 자신의 자리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누구보다도 격렬하게 환영 인사를 해오는 문표와 얌전히 하이파이브를 청해오는 성철이 있었다.

"우리 강호 후배~두 경기 연속 홈런이야! 대단해! 대단하다고."

"아, 좀. 그만 때리십쇼."

거칠게 헬멧을 두들기는 문표에게는 타박의 말을 하게 되고, 얌전하게 손바닥을 내미는 성철과는 손뼉을 나눈다.

"멋진 한 방이었어."

성철은 나직한 한 마디로 강호의 홈런을 칭찬한다.

그 후, 4번 타자인 황제인이 안타를 때려내지만 후속 타자들이 범타와 삼진으로 물러나며 1회 초 공격은 3 대 0으로 이닝이 종료된다.

이어진 1회 말 수비 상황.

강호는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박진웅의 연습 투구 구위를 보며 미간을 좁힌다.

'오늘 진웅 선배의 공이 너무 가벼워. 만약 제구가 안 된다면 조기에 무너질 수 있어.'

강호는 선발 투수의 구위를 우려하고 있다.

박진웅은 2013년 자이언츠에 입단해 오랜만에 자이언츠 내부에서 키워낸 선발 투수로 팬들에게 알려져 있다.

94년생, 올해로 26살이다.

강호에게는 1년 선배인 셈이다.

지터가 빠진 1선발 자리를 라일리가 차지하면서 4선발에 있던 진웅은 3선발로서 경기에 오르게 된다.

그런데 오늘 진웅의 구위가 좋지 못했다.

전광판에 표기되는 구속을 확인하니 패스트볼의 구속이 140km에도 미치지 못한다.

"진웅이 저거 왜 저래? 여 코치. 진웅이가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덕 아웃에 있던 한 감독은 곧장 투수코치인 여민석에게 묻는다.

강호의 쓰리런으로 기분 좋은 리드를 가져온 상황인데 투수의 구위를 보니 1회 말부터 상황이 반전되게 생겼다.

"몸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제구력도 나쁘지 않고요. 구위가 조금 떨어졌는데 로케이션으로 승부를 보면 3회 정도는 막아줄 겁니다. 오늘은 불펜을 조금 일찍 준비시키겠습니다."

여 코치가 내놓은 해답은 불펜의 조기 투입이었다.

27일인 오늘 경기 이후 개막전까지 5일 간의 휴식일이 주어진다.

오늘 경기에서는 불펜을 모두 쏟아 부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로케이션이라고? 진웅이의 연습구를 보니까 로케이션 투구도 안 될 것 같은데? 불펜에 연락 넣도록 해. 계투들 준비시키라고."

"아직 초구도 안 던졌는데 말입니다. 벌써 불펜을 가동시키신 다고요?"

투수코치인 여민석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한 감독의 지시사항이다.

초구도 던지지 않은 투수를 연습구만 보고, 교체하려는 감독의 생각에 반감이 생긴다.

그러나 여 코치의 반감은 곧 납득으로 바뀌게 된다.

따악!

위즈의 선두타자가 박진웅의 2구째를 받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때려낸 것이다.

이어서 2번 타자 역시 정타를 때려내어 상황은 3대 1. 무사 주자 1루의 상황이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불펜에 심규민하고, 김유설을 준비시키고 있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교체하겠습니다."

여 코치는 위즈의 2번 타자가 안타를 때리는 순간, 불펜에 전화를 걸어 두 명의 계투를 준비시켰다.

그의 보고를 들은 한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왠지 불안한 예감이 든다.

'오늘 경기, 심상치 않은 느낌인데? 왠지 오늘도 양 팀 점수가 많이 날 수도 있겠어. 기분이 좋질 않아.'

한 감독의 예감은 현실이 된다.

선발투수인 박진웅이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을 동안 위즈가 3득점을 얻어낸 것이다.

진웅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심규민이 1점을 더 내어주며 이닝을 종료할 수 있었지만, 이미 위즈에게 역전을 허용하고 난 상태였다.

이어지는 2회 초 자이언츠의 공격.

선두 타자로 나선 추정혁이 루킹 삼진으로 물러나고, 9번 타자인 김중호가 내야 안타로 출루하며 반격의 기회를 맞이한다.

타순은 돌아 다시 1번 타자인 휴고가 타석에 오른다.

딱.

휴고가 때린 공이 빗맞은 타구가 되고 만다.

높지 않은 뜬 공이 되어 2루수와 우익수, 중견수가 동시에 타구를 향해 달리고 있다.

'공이 애매하다!'

1루 주자였던 중호는 타구가 향하는 방향과 위즈 수비수들의 움직임을 확인하고는 1루와 2루 중간에 선 채로 타구를 지켜본다.

그리고 타구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2루를 향해 내달렸다.

"이런!"

위즈 2루수의 아쉬운 탄성이 들려온다.

아슬아슬하게 공을 놓친 위즈의 2루수가 얼른 바닥에서 공을 주워 2루에 위치한 유격수에게 던진다.

"세이프!"

2루심의 콜에 타구를 쫓았던 3명의 야수들이 인상을 찡그린다.

휴고가 친 행운의 안타로 1사 주자 1, 2루의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어서 타석에 선 2번 타자 전준오.

'1회에 안타를 때려내긴 했지만, 몸 상태가 좋지는 않아. 어깨에 담이 온 것 같아.'

준오는 어깨를 두어 차례 돌려 보이며 타격 폼을 취한다.

1회에 깔끔한 안타를 때려내며 득점을 올린 준오는 최근 며칠 사이에 어깨에 담이 올라온 상태다.

선구안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찬스를 연결하기 위해 상대 투수의 공을 끝까지 보기로 결정한다.

안타를 포기하고, 볼넷으로라도 걸어서 출루하려는 계산이었다.

"볼 원."

투수의 초구에 주심이 볼을 선언한다.

휴고가 때린 어이없는 텍사스 안타에 멘탈이 흔들리는 것인지 투수의 제구력이 나빠져 있다.

'강호가 1회에 때린 홈런도 있고, 연속 안타를 맞은 후유증도 있어서 상대 투수의 릴리스 포인트가 흔들리고 있어. 비슷하게 들어오는 공만 커트하면서 공을 지켜보면 볼넷을 얻어낼 수 있을 거야.'

준오는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며 최선을 다해 눈으로 공을 쫓는다.

틱.

한 번씩 존안으로 들어오는 공은 파울라인 밖으로 걷어내며 만들어낸 카운트는 3볼 2스트라이크. 풀 카운트 상황이 만들어졌다.

'강호가 요즘 타격감이 좋으니까. 강호까지만 연결하면 돼. 만약 강호가 타점을 기록하지 못해도 뒤에는 제인이가 있어. 제인이의 클러치 능력이라면 2아웃 상황에서도 충분히 타점을 기록해줄 거야.'

준오는 중심타선을 믿고, 볼을 골라내기로 한다.

제발 볼이 되라고 속으로 기도를 하며 투수의 다음 공을 기다린다.

"볼 넷. 베이스 온 볼."

주심의 볼넷 선언에 준오는 배트를 자이언츠 덕 아웃 근처로 던지며 빠르게 1루로 진루한다.

자신의 뜻대로 출루를 만들어낸 준오는 기분 좋게 1루 베이스를 밟았다.

덕분에 주자들이 한 베이스를 진루했고, 2회 초, 1사에 만루 상황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한 이닝을 돌았을 뿐인데 또 다시 절호의 기회가 왔구나.'

대기 타석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강호가 타석에 오른다.

강호는 만루를 만들어준 준오에게 감사하며 배트를 들어 올렸다.

-득점권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아이템을 사용하시겠습니까?

한 회 만에 다시 보는 시스템의 메시지에 강호는 미소를 짓는다.

'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을까? 지금은 만루 상황이야. 내 이름을 불러주는 팬들에게 멋진 팬 서비스를 선사해 줘야지.'

강호는 이번 역시 아이템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2회 초, 역전의 기회를 맞은 강호가 투수의 투구에 맞춰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두른다.

그 직후, 원정 팬들의 함성이 수원 위즈 파크를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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