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56화 (56/335)

0056 / 0335 ----------------------------------------------

시범경기의 히어로

5타석 4타수 4안타. 안타 2개, 2루타 2개, 볼넷 하나. 4타점에 3득점.

9회말이 될 때까지 오늘 경기에서 강호가 기록해낸 내용들이다.

그야말로 MVP급 활약을 한 셈이었다.

'15 대 10. 이대로 경기가 끝나더라도 팀이 크게 얻은 것은 없어. 오늘 경기는 양팀 투수들이 자멸하면서 난타전이 되어버렸다.'

경기 종료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강호는 이번 경기를 그렇게 풀이하고 있었다.

딱히 타자들이 잘 때린 것이 아니라 투수들이 제 몫을 못한 경기라는 판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템 사용을 최대한 아끼고 본인의 능력만으로만 타격을 한 강호였다.

'운이 좋았어. 오늘 경기만 놓고 본다면 10할의 타율이다. 아이템을 아낀 것치고는 최고의 활약을 한 셈이야.'

그렇게 자기 위안을 해보지만, 아쉬움이 남는 경기다.

경기가 난타전으로 진행되지 않았더라면 오늘 경기의 MVP는 단연 자신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서 강호의 활약이 조금은 묻힌 감이 있다.

아쉽지만 별 수 없다고 여기며 강호는 마지막 남은 수비에 정신을 집중한다.

'5점차 상황이라 마무리인 명학 선배가 올라오지는 않아. 투수가 투수이니만큼 정신을 집중해야만 해.'

강호는 마운드 위에서 연습투구를 하고 있는 투수를 바라본다.

그는 상동에서 함께 올라온 불펜투수, 가진성이었다.

이미 몇 차례의 시범경기에서 이닝을 소화한 기록이 있었다.

가진성이 현재까지 기록한 방어율은 '0'. 단 하나의 실점도 기록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후우~무실점으로 막아내야 해. 오늘 경기까지만 잘 막아낸다면 1군 콜업도 가시권에 들어온다!'

마운드에 오른 가진성은 각오를 다져본다.

포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해 투수로 보직을 전환한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투수로 전향하면서 모든 것을 걸었던 진성 자신도 이렇게 빨리 기회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

진성이 프로 무대에 입성한지 6년 만에 찾아온 기회다.

쉽게 놓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손 감독님께 감사를 드려야 하나? 처음에 투수로 전향하라고 말씀하셨을 때는 장난을 치시는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내 야구인생의 전환점이 될 줄이야.'

진성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포수 시절 심심치 않게 도루하는 주자를 잡아내었던 강한 어깨. 그냥 좋은 정도로만 생각했던 그의 송구 능력은 투수로 전향하게 되자 엄청난 포텐셜을 터뜨리게 된다.

평균 구속이 무려 150km가 넘는 패스트볼을 던지게 된 것이다.

아직은 제구력 문제에 시달리고는 있었지만, 구위가 좋아 존안으로 꽂아 넣는 공을 웬만한 타자들은 정타로 만들지도 못했다.

그러다보니 시범경기 4경기에 출전해 무실점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경기까지만 무실점으로 막아낸다면, 그렇게 된다면.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헛된 기대는 아닐 거야.'

진성은 개막전 엔트리에 들겠다는 일념으로 연습 투구에 힘을 더한다.

퍼엉.

진성이 던진 공이 포수의 미트에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육중한 소리가 터져 나온다.

연습구를 받은 포수는 흠칫하게 된다.

9회에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은 주전 포수인 강민수가 아니라 2군에서 올라온 안민경이었다.

강민수의 체력 안배를 위해 한 감독이 포수 교체를 지시했던 것이다.

'진성 선배의 어깨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어. 연습 구부터 무겁게 느껴진다.'

포수인 민경은 진성의 심경 변화를 미트 끝에서부터 느끼고 있었다.

함께 2군에서 올라왔으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제구가 불안정한 진성의 제구가 더욱 흔들리고 있다.

초구부터 포수 머리를 넘기는 코스로 공이 날아온 것이다.

'진성 선배, 어깨에 힘을 빼도록 하세요. 이런 식으로 공을 던지다가는 볼만 남발하다가 교체되고 말 거라고요.'

민경은 생각하는 것을 바디랭기지로 표현한다.

어깨를 털어 보이며 힘을 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진성에 비해 3살이 어린 민경이지만, 지금은 안방마님의 위치이다.

투수의 긴장을 풀어 줘야하는 것이 자신의 몫인 것이다.

'진성이의 초구가 높다. 어깨도 경직되어 있고. 부담감을 느끼고 있구나.'

진성의 뒤편에서 연습구를 바라보던 강호는 이미 상황을 눈치 채고 있었다.

어깨가 경직되어 있고, 초구를 던질 때 릴리스 포인트가 높았다.

그렇다는 것은 진성이 공을 세게 던지기 위해서 힘을 준다는 의미였다.

'좋지 않아. 진성이의 장점은 특이한 킥 모션에 이어지는 투구 폼, 그리고 빠른 구속과 구위야. 그런데 제구가 되지 않아서 볼만 던지게 되면 모든 장점들이 소용 없어진다.'

강호는 진성의 장, 단점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함께 2군에서 지냈던 동료이면서 95년생으로 동갑내기 친구였던 것이다.

딱히 친한 것은 아니었지만, 종종 안부를 물으며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손 감독님이 투수의 구속이나 구위보다 제구력을 중시하는 이유를 진성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야. 제구가 되지 않으면 수많은 장점들이 발휘될 수 없어.'

강호는 손 감독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그는 항상 기본을 강조하고는 했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제구력과 멘탈이라 했고, 야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비력이라고 거듭 강조했었다.

강호는 그 의견에 동감하고 있었다.

'릴리스 포인트가 잡히지 않으면 계속해서 높은 공이 들어가게 될 거야. 겨우 스트라이크 존에 밀어 넣더라도 높은 코스에 형성되고 만다. 진성이의 공이 아무리 구위가 좋다고 해도 높게 제구 되는 공은 위험해.'

강호는 사태를 파악하고는 포수석을 바라본다.

만약 포수가 베테랑 포수인 강민수였더라면 흔들리고 있는 진성의 심리상태를 잡아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포수석에는 강민수가 아닌 안민경이 앉아 있었다.

아직 어린 민경에겐 진성을 바로잡아줄 연륜이 없다.

'9회도 쉽지는 않겠구나. 조금 더 집중하도록 하자.'

강호는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이미 진성의 연습구는 끝난 상태였고, 히어로즈의 선두 타자가 타석으로 들어서고 있다.

아웃 카운트는 세 개가 남아있고,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터엉!

진성의 초구가 큰 소리와 함께 민경의 미트 속으로 들어갔다.

무척이나 빠른 공이었지만, 코스가 지나치게 벗어나고 말았다.

강호는 진성의 강속구에 놀란 눈을 뜨며 전광판으로 고개를 돌린다.

154km. 진성의 포심이 더욱 빨라져 있었다.

'이 정도 구속에 구위라면 가운데로 밀어 넣어도 칠 수 있는 타자는 많지가 않아. 더군다나 9회야. 정식 경기도 아니고, 시범경기에서 9회에 집중하는 타자는 드물어. 진성이가 공을 존안으로 넣을 수만 있다면 경기를 쉽게 마무리할 수 있어.'

2구 째 투구에 들어가는 진성의 등을 보며 생각을 접는다.

초구에 이어 2구 역시 존을 완전히 벗어나는 볼이었다.

이제는 타자가 유리한 볼 카운트. 진성의 3구가 흔들리는 제구를 잡기 위한 정가운데 공이라면 타자가 타격할 확률이 높아진다.

'타격 가능성이 높아. 3구가 존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타격하게 될 거야. 준비하고 있자.'

상대 타자의 타격을 예측한 강호가 자세를 더욱 낮춘다.

그가 긴장하는 이유는 9회에 오른 선두 타자가 왼손 타자이기 때문이다.

잘 맞은 타구가 1루 쪽이나 2루 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았다.

강호의 예상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3구 째 타자가 배트를 휘둘렀다.

그리고 강호의 시야에 시스템의 메시지가 표시된다.

-타구가 2루수 방면으로 향합니다. 아이템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시스템의 메시지에 강호는 즉시 상황 파악에 나선다.

진성이 던진 3구는 높은 쪽에 형성되는 포심이었다.

존을 아슬아슬하게 걸치고 늘어가는 높은 공에 타자가 본능적으로 당겨 치는 타격을 하게 된다.

'진성이의 공이 높게 들어가니까 타자가 다운스윙으로 스윙 자세를 내렸어. 좌타자의 다운스윙이라면 1,2루 사이를 빠져나가는 빠른 타구가 될 거야. 지금 내 수비 능력으로도 잡을 수 없는 타구가 나올 확률이 높아.’

강호의 예측은 그러했다.

진성이 던진 공의 구종과 높이, 그리고 타자의 타격자세와 타격 폼을 가정한다면 1루 쪽에 치우치는 우전 안타가 나올 것이 확실해 보였다.

코스가 좋다면 2루타로 연결될 수도 있는 코스였다.

'이건 2루수보다는 1루수가 잡는 것이 오히려 확률적으로 승산이 높아. 그런데 호수비 아이템으로 이런 타구를 잡아낼 수가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시스템 메시지는 2루수 방면 쪽으로 타구가 향한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1루수 쪽에 더 가까운 타구이다.

강호는 망설임 없이 아이템 사용을 결정한다.

따악!

호쾌한 타격음이 그라운드를 채운다.

"아, 이런!"

"안타네요. 장타코스 인데요?"

타격음과 함께 코스를 예측한 자이언츠의 코칭스태프들이 머리를 감싸쥔다.

또 다시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되면 벌써 몇 번째 접전 상황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늘의 경기는 힘든 경기였다.

그런데 그동안 좋은 활약을 보여줬었던 가진성이 특유의 제구 불안 문제를 내보이면서 안타를 얻어맞고 만 것이다.

투수 코치인 여민석은 곧장 투수교체를 떠올릴 정도였다.

"어!?"

"뭐야?"

그런데 곁에서 들려온 감탄사에 일단은 결정을 유보해야했다.

어느새 1루 베이스 뒤편까지 이동한 강호가 타구를 향해 다이빙 캐치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잡을 수 없는 타구야. 전진 수비로는 답이 없으니 1루 쪽을 향해 달리면서 마지막에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야 해!'

강호는 이를 악물며 몸을 날리고 있었다.

이미 호수비 아이템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타구의 코스가 워낙 좋지 못했던 까닭으로 빠져나갈 확률이 높아보였다.

호수비 아이템 사용을 한 상태에서도 수비를 해내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 시점이었다.

터억!

타구가 글러브에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몸을 날린 강호의 몸이 그라운드로 떨어진다.

퍼억.

땅에 떨어질 때 좋지 못한 부위로 떨어진 것인지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강호는 시스템의 보호를 받고 있는 몸.

부상은커녕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쓰러진 자세 그대로 글러브에 든 공을 1루수, 김상훈에게 토스한다.

그러자 자이언츠 덕 아웃뿐 아니라 모든 이들의 시선이 1루심에게 향한다.

"아웃!!"

1루심은 모두의 시선 속에 평소보다 더 화려한 시그널로 아웃을 선언한다.

그가 격동적인 목소리로 판정을 할 정도로 강호의 호수비는 인상적이었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허슬 플레이인 것이다.

심판의 아웃 콜과 동시에 함성 소리와 탄식 소리가 동시에 쏟아진다.

"아, 뭐야? 저 선수는 뭔데 저걸 잡는 거야?"

"여기가 무슨 메이저리그냐? 저런 수비 할 거면 메이저리그로 가라 그래."

"아~ 진짜 아깝다. 2루타 코스였는데."

1루 쪽에 앉은 히어로즈 팬들은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탄식하고 있었다.

반대로 3루 쪽에 자리한 자이언츠 팬들은 양손을 높이 들어 올린 채 강호의 호수비에 대한 찬사를 보낸다.

"와아~~!"

"뭔데? 저걸 2루수가 잡은 거야? 대박이다!"

"와~~백강호 진짜 장난 아니네. 우익수 수비 보던 건 완전 장난이었네. 2루 자리에서는 날아다니는데?"

"완전 멋있어. 쩐다!"

질펀한 난타전으로 지쳐있던 팬들은 강호의 호수비 하나에 열광하고 있었다.

강호는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몸을 일으킨다.

"야, 강호야. 너 괜찮냐? 아까 퍽 소리 났던 거 같던데. 어디 안 다쳤어?"

몸을 일으키는 사이 다가온 1루수 김상훈이 걱정스러운 듯이 물어온다.

강호는 몸을 일으킨 후 손, 발을 털어 보이며 괜찮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괜찮습니다. 소리만 요란했지 아픈데도 없어요."

"허헐, 소리는 완전 뼈 부러지는 소리였는데...그나저나 조금 전에 수비는 진짜 좋았다. 그래도 몸조심하도록 해. 시범경기에서 부상 입으면 안 되잖아."

"네, 선배님. 조심하겠습니다."

강호는 대화와 함께 상훈이 내민 글러브와 하이파이브를 나눈 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한편으로는 후배를 걱정하는 선배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

'1군에 있는 선배들이라고 후배들을 경쟁자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었구나. 상훈 선배의 걱정은 진심이었어.'

강호는 마음이 훈훈해짐을 느낀다.

조금 전, 상훈의 표정은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의 것이었다.

그리고 마운드에서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가진성의 눈빛 역시 진심이었다.

"백강호! 나이스 캐치! 최고다!"

진성은 2루 쪽으로 돌아가는 강호에게 소리치며 엄지손가락을 척하니 올려 보인다.

강호가 타구를 잡은 위치는 2루 베이스보다 1루 쪽에 조금 더 가까운 위치였기에 당연히 안타가 될 것이라 여기던 진성이었다.

2루타성 타구를 강호가 호수비로 막아내고 아웃 카운트까지 잡아내자 고마운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강호는 그의 찬사에 대한 대답을 행동으로 대신했다.

탁, 탁.

들고 있던 글러브로 자신의 가슴을 치며 웃어 보이는 강호.

그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는 진성 역시 강호를 마주보며 웃어 보인다.

'믿으라고? 그래, 믿고 던지도록 할게. 조금 전, 강호 너의 수비력이라면 야수들을 믿고 마음 편히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잔뜩 긴장했었던 진성은 강호의 미소에 부담감이 해소되는 것을 느낀다.

그 후, 2개의 아웃카운트는 삭제되듯이 순식간에 올라가게 된다.

강호의 호수비에 정신을 차린 진성이 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 지은 것이다.

"강호야. 고맙다. 덕분에 쉽게 끝냈어."

연달아 삼진을 잡아낸 진성은 강호에게 다가서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강호는 그런 진성과 글러브를 마주친다.

토요일, 자이언츠와 히어로즈의 뜨거웠던 경기는 그렇게 끝맺음을 짓게 된다.

============================ 작품 후기 ============================

55편에 실수가 많았습니다.

2번 타순인 강호 다음에 4번 타순인 황제인이 들어간 것으로 써놓은 것을-> 3번 김중호가 들어가서 몸에 맞는 공으로 진루하고, 주자 1,2루 상황에서 들어선 황제인이 쓰리런 홈런을 치는 것으로 수정을 하였습니다.

문승욱이 체인지업을 던진다는 부분은 슬라이더를 던진것으로 수정하였습니다.

다음 번에 출고를 할 때는 더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_^;;

독자님들와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리며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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