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46화 (46/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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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감독의 방문

하루가 흘렀다.

강호는 여전히 벤치를 지키고 있었다.

곁에서 문표가 쉴 새 없이 농담을 던지지만, 강호는 어제 일을 고민하느라 관심이 없다.

손 감독과 어제 맥도날드에서 나눈 대화를 떠올려 본다.

"시범경기 동안 팬들을 납득시키라는 말입니까?"

손 감독이 건넨 말에 강호는 반문하게 된다.

시범경기 동안 활약해서 팬들을 납득시키라는 손 감독의 말, 솔직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래. 29일전까지는 너를 시범경기 엔트리에 넣어둘 거다. 그 때까지 너를 내야수 자리에서 플래툰으로 활용하기로 한 감독과 이야기가 끝이 났다. 그 기간 동안 팬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손 감독은 설명이 부족했다고 여긴 것인지 추가적으로 설명을 잇는다.

"더 정확하게는 야구장 밖의 전문가들을 납득시켜야 할 거다."

"야구장 밖 전문가?"

"그래.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자들 말이다."

"조금 더 설명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강호는 공손한 어조로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설명이 이어질수록 의문은 커져간다.

포지션 경쟁 중인 자신이 왜 팬들과 해설위원들을 납득시켜야 한다는 말인가.

손 감독이 가진 큰 그림이 궁금해진다.

그의 말을 다 듣지 않고서는 자신의 연륜으로는 납득하기가 여려 울 것 같았다.

"여론을 조장해볼 생각이다. 자이언츠의 변화를 위해서 말이야."

손 감독의 말이 이어진다.

그는 한 감독과의 거래를 했다고 한다.

금전이 오고가는 불법적인 거래가 아니라 선수단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한 거래였다.

한 감독과 만난 자리에서 손 감독은 컨디션이 좋지 못한 1군 선수들을 2군으로 내릴 것을 권한다.

그 대상은 2루수 최훈과 복합 염좌 판정을 받은 사준식, 그리고 3경기 연속으로 대량 실점한 선발투수 지터였다.

여기에 강호 역시 포함되어 있다.

"대신 5선발 급 선발 자원인 성수제를 2군에서 올리기로 했다. 녀석이라면 당분간은 지터의 빈자리를 메워줄 거다. 그리고 임정과 오진만, 인태로 훈이의 빈자리를 채우고, 불펜 자원으로는 가진성을 사용할 것을 권했다. 그렇게 되면 최훈과 사준식, 지터의 빈자리가 모두 채워질 거다."

이야기를 길게 뱉어낸 손 감독은 커피를 한 모금 삼킨 후 다시 입을 연다.

"내일 날짜로 휴고가 올라가면 네 자리가 공중에 뜨게 되는 셈이다. 너의 타격 능력을 높이 산 한 감독이니까 이런저런 포지션에 너를 기용하려 했을 거다. 나는 그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손 감독의 말에 강호는 생각했다.

어떤 포지션이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이제 외야 포지션에도 조금은 익숙해져 있었고, 수비 능력과 송구 능력이 상승하여 웬만한 타구는 실책 없이 처리할 자신도 있다.

단지 자신을 걱정하는 것이라면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려 했다.

그런데 이어진 손 감독의 말에 강호는 결국 입을 굳게 다문다.

"너는 2군으로 내려와서 2루수 자리에 서게 될 거다. 내가 한 감독과 했던 마지막 거래는 바로 그것이니까."

손 감독은 말했었다.

한 감독과 대면한 자리에서 강호에게 2루수 훈련을 시킬 것을 제안한 것이다.

원래부터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강호이니, 2군에서 몇 주만 실전배치 된다면 오래지 않아 2루수 포지션에 안찰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최훈이 빠지게 되면 하위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던 한 감독은 강호의 2루수 배치를 받아들이게 된다.

"최훈이 빠져나간 2루 자리에서 경쟁하게 될 진만이와 임정은 아직 정교한 타격능력이 부족하다. 특히 임정은 2루 수비 자체가 빈약해. 결국 2루 자리에 황인태를 올려야 하지만 녀석의 타격은 진만이보다 약해. 2군에서는 3할 근처를 오고가는 타격이지만, 1군에서 그 타율이 유지되지는 못할게야. 녀석들이 빈타에 허덕이게 되면 팬들은 2루수 자리를 대체할 2군 자원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너도 알겠지만, 지금 2군에는 진만이와 임정, 황인태를 대체할 내야 자원이 없다."

손 감독의 설명이 복잡해진다.

강호는 그의 사고를 따라가기 위해 치열하게 머리를 굴린다.

"2루수에 대한 성토가 쏟아질 무렵, 팬들은 2군에서 대체자를 찾게 될 것이다. 나는 적격자로 너를 생각해 두었다."

손 감독의 말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야구계의 원로인 손 감독은 각 방송사의 해설위원들과도 면식이 있다.

시범경기에서 활약했던 강호가 2군 무대로 내려가 2루수 적응훈련을 시작하면 손 감독과 교감이 있는 해설위원들이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강호의 이름을 한 번씩 거론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팬들의 시선은 강호에게로 향할 것이고, 곧 자이언츠 홈 페이지는 강호를 1군으로 올리라는 성토가 쏟아지게 될 것이다.

인터넷과 sns문화가 발달하게 된 현대에는 구단이 팬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과거와 같이 일방적인 선수기용은 팬들의 원성을 살 수가 있었다.

손 감독이 이용하려는 것은 바로 그 점이었다.

여론을 조장하여 팬들의 팬심을 움직여보려는 것이다.

'어려운 시도다. 손 감독님의 인맥이 대단하고, 또 보인이 능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팬들 전체를 움직이기는 힘든 일이야. 감독님은 지금 모험을 하시려는 거야.'

강호는 생각했다.

손 감독의 생각은 위험요소가 심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만약 그의 뜻대로 이루어졌을 때는 자신의 1군 자리가 보장되는 것은 물론이고, 손 감독의 다음 행보도 뜻하는 대로 이루어지게 될 것 같았다.

"지금은 다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강호 너는 영리한 녀석이니 곧 내 의도를 알게 될게야.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도 나를 믿고 따라와 줬으면 한다."

어제의 기억은 손 감독의 당부로 끝맺음이 난다.

손 감독은 자신을 믿어달라고 부탁했었다.

강호는 그를 믿고, 2군 행을 따를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응? 강호 후배. 대타를 낼 모양인데? 저것 봐. 정호종 타격코치님이 이쪽으로 오신다."

그 때, 상념을 깨는 문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강호는 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는 대기 선수들을 향해 걸어오는 정 코치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여는 정호종 코치였다.

"백강호. 대타로 나갈 준비를 해라."

정호종 타격코치의 말이었다.

그는 강호에게 대타로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나를 대타로 낸다고?'

속으로는 놀랐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는다.

어제 경기에서는 득점권 찬스에서도 대타에 나설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5회 말, 4대 6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대타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자신에 대한 한 감독의 생각이 바뀌었음을 깨닫게 된다.

'손 감독님의 입김은 대단한 것이구나. 고작 한 경기 만에 한 감독의 고집을 돌려놓으시다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생각을 정리한 강호는 몸을 일으켰다.

고민은 여기까지만 해야 했다.

코칭스태프 중 누군가를 믿어야 한다면, 단 한 사람을 믿고 따라야 한다면. 강호는 당연히 손 감독을 따를 것이다.

고민해봐야 답도 없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래. 결과로 보여주면 되는 거야. 팬이 되었든, 해설위원에게든, 한 감독에게든. 내게는 아이템을 이용해 장타를 때려낼 능력이 있어. 이번 기회에 내가 어디까지 쳐낼 수 있는 지를 보여주겠어.'

강호는 배트를 들고 타석으로 걸음을 옮긴다.

전광판을 확인하니 2아웃, 주자는 1,3루 상황.

타격코치인 정호종은 볼넷 출루라도 좋으니 기회를 이어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볼넷이라고? 볼넷으로 지금의 상황이 해결되지는 않아.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 백강호라는 타자가 어디까지 쳐낼 수 있는 지를요.'

강호는 눈빛을 빛내며 상대 투수를 노려본다.

자이언츠는 상대팀의 바뀐 투수에게 애를 먹고 있었다.

선발 투수에게 점수를 뽑아내고 무사 1,2루 상황을 만들어 내었지만, 뒤이어 오른 투수에게 2아웃을 잡혀버린 것이다.

2루 주자가 3루로 한 베이스 진루했지만, 2아웃이 된 상황에서 크게 의미는 없어 보인다.

-득점권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아이템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어김없이 시스템의 메시지가 시야에 뜨고 있다.

강호는 속으로 짧게 대답한다.

겨우 이틀 만에 프리마켓에서의 계획을 수정하게 될지는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확실한 한방을 보여줘야 할 때다.

한 감독과 손 감독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강호 본인은 손 감독의 손을 잡기로 했으니 그의 뜻에 따라 팬들과 야구장 밖의 전문가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자이언츠 벤치에서 대타를 냈어요."

"아아, 백강호 선수를 대타로 내는군요. 어제는 벤치에서 휴식을 취했었거든요."

해설위원석의 캐스터와 해설자가 강호의 대타 등장을 알린다.

캐스터와 해설자는 어제와 같은 전용제와 이효범이다.

그 중 강호의 플레이에 관심이 많은 이효범 위원이 입을 연다.

"지금은 나쁘지 않은 판단이에요. 백강호 선수가 득점권에서 상당히 강한 편이거든요. 득점권 타율이 4할 5푼이 넘습니다. 출루율도 5할 대여서 안타를 때려내지 못하더라도 찬스를 이어나갈 수는 있을 거예요."

이효범 위원은 그렇게 평하고 있었다.

그는 투수를 노려보는 강호의 눈빛에서 자신의 말과는 다르게 강호가 해결을 해주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초구가 중요합니다. 백강호 선수의 초구 타격 확률이 무척 높거든요. 이글스 배터리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존안으로 밀어 넣는 공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이효범 위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글스의 투수가 투구에 들어간다.

투수의 초구는 이효범 위원이 피해야한다고 말했었던 스트라이크 성 패스트볼이었고, 이번 타석의 타격을 결정한 강호는 망설임 없이 배트를 휘두른다.

따악!!

강렬한 타격 음이 사직구장에 울려 퍼진다.

투수의 공은 존 아래를 아슬아슬하게 걸치고 들어가는 싱킹패스트볼이어서 코스가 좋은 공이었다.

그런데 이미 대비하고 있던 강호의 배트가 공을 정확하게 강타하며 지나간 것이다.

그 타격에 대한 해설위원석의 반응은 간단했다.

"어?!"

전용제 캐스터의 탄성 이후에 이효범 위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건 넘어갔어요. 홈런입니다."

이효범 위원의 말에 정신을 차린 캐스터가 뒤늦게 목소리를 높인다.

"넘어가느냐?! 넘어가느냐! 넘어가느냐!? 넘어~갔습니다! 백강호 선수! 좌측 담장을 완벽하게 넘겨버리는 홈런입니다! 쓰리런!"

"아, 이 홈런은 큰데요?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꾸는 홈런이에요. 이전까지 이글스에게 끌려가던 자이언츠거든요. 그런데 지금 7대 6으로 역전이 됐습니다. 백강호 선수가 중요할 때 한 방을 해결해 줍니다. 자이언츠 벤치의 대타 작전이 성공했어요."

캐스터의 흥분된 목소리에 이은 해설위원의 침착한 해설이 뒤따른다.

전용제 캐스터는 기록을 뒤져보며 재차 입을 연다.

"지금 홈런이 백강호 선수의 시범경기 첫 홈런이에요! 첫 홈런을 쓰리런으로 장식하는 백강호!"

캐스터의 소란스러운 중계 이후에 강호의 홈런 장면이 다시 한 번 슬로우 모션으로 중계된다.

갑작스런 강호의 초구 홈런에 홈런 장면을 놓쳤었던 팬들의 시선이 TV화면으로 향하게 된다.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TV중계를 보고 있던 김진명 역시 슬로우 모션으로 재생되는 중계 화면에 시선을 사로잡힌다.

"와아~ 저걸 넘기네! 대단하다. 완전 노리고 쳤네!"

강호의 홈런 장면을 보게 된 김진명의 말이었다.

한 편, 또 다시 친구들과 낮술을 마시던 황동철 역시도 TV 중계에 정신을 집중한다.

"저건 제대로 노리고 쳤어! 그러지 않았으면 저런 변종 속구에 배트가 맞지를 않는단 말이야. 끽 해봐야 땅볼로 깔리기만 하지. 저건 노리고 친 거야!"

강호가 대타로 나올 때부터 쾌재를 부르던 동철의 평가였다.

그는 강호가 대타로 나와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막상 대타로 나온 강호가 초구 홈런을 때려내자 술판을 엎을 듯이 환호를 내지른다.

곁에 앉아 있던 친구 최갑식 역시 감탄하며 말한다.

"저 친구 몸이 날씬해서 홈런을 못 칠거 같이 생겼는데 의외로 장타력이 있나보네. 지금 홈런도 관중석 상단에 떨어진 거잖아. 저 정도 때려내려면 파워가 있어야 하는 거 아냐?"

갑식의 물음에 동철이 잠시 생각해 본다.

자신이 본 강호는 파워가 있는 타자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의 홈런을 보니 그런 인식이 깨어짐을 느낀다.

언젠가 자이언츠 팀의 중계를 보며 주워들었던 강호의 기록 하나를 입에 담으며 목소리를 높인다.

"당연히 파워가 있지. 백강호 ops가 10할이 넘어. 장타율이 5할이 넘는다고! 안타 두 개 중에 하나는 장타란 뜻이라고!"

강호의 홈런을 수식하기 위해 동철이 소리친다.

그가 말한 강호의 기록은 어느 정도는 맞았으나 장타율의 뜻을 말한 내용은 틀린 것이었다.

장타율은 동철이 말한 것처럼 단순한 계산으로 나오는 기록이 아니었지만, 그의 말을 듣고 있는 친구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저 '아, 백강호가 원래부터 홈런을 치는 타자구나'라고 여기며 술잔을 기울일 뿐.

"백강호, 저거 완전 물건이네! 개막전 들어가면 일 한 번 내겠는데? 자자, 우리 자이언츠의 가을 야구를 위해 축배를 들자고!

강호의 홈런에 잠시 취기가 가셨던 동철은 다시금 술잔을 높이 든다.

우연의 일치인지 tv중계 화면에는 홈런을 때리고 오른손을 높이 치켜드는 강호의 모습이 재차 그려지고 있었다.

그가 시범경기에서 기록한 첫 홈런 장면이었다.

============================ 작품 후기 ============================

장타율, 출루율, ops의 산출 공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장타율={(안타개수*1)+(2루타개수*2)+(3루타개수*3)+(홈런개수*4)}/타수

*출루율=(안타+2루타+3루타+홈런+볼넷+몸에 맞는 공)/(타수+볼넷+몸에 맞는 공+희생 플라이)

*OPS=출루율+장타율

On base percentage Plus Slugging percentage의 약자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강호의 기록을 엑셀로 수식 계산해서 산출하고 있습니다.

기록 산출은 작가에게 맡기시고, 독자님들은 편하게 글을 보시면 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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