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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을 준비하다
장소가 옮겨진다.
옮겨진 장소에서 택근의 얼굴이 시큰둥하다.
반대로 대우는 흥미를 보이며 강호의 훈련 방법에 관심을 가진다.
"아니, 선배님. 진짜 이런 게 도움이 되는 겁니까?"
택근은 강호의 요청을 받고 공을 던지면서도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강호와 함께 두 사람이 이동한 곳은 그라운드 위가 아닌 실내 연습장이었다.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한다면 타자의 타격연습을 위해 마련된 간이 타격장이다.
택근은 타격장의 가장 벽 쪽에 선 채로 연이어서 공을 던지고 있는 중이었다.
"효과도 없는 훈련을 왜 하겠어? 너도 나중에 하게 될 테니까 염려하지마라."
강호는 타석에 선 채로 택근의 말에 답한다.
물음에 답하고 있는 강호의 시선은 택근이 던지는 공을 쫓고 있었다.
택근이 공을 던질 때마다 투구 후부터 시작해서 타석 뒤편으로 공이 떨어질 때까지 노려보는 것이다.
떨어진 공에는 검은색으로 '7'이라는 숫자가 표기되어 있었다.
그 공만이 아니었다.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수십 개의 공에는 각자 고유의 숫자들이 기입되어 있었다.
"정말 이런 훈련이 선구안을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는 말입니까? 믿기지가 않습니다."
택근은 또 한 번 투덜거린다.
강호의 요청을 받고 훈련을 도와주고는 있었지만, 자신이 괜한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고 있다.
강호는 오늘 라인업에서 빠져 여유가 있겠지만, 택근은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어 있었다.
택근에게는 올해 시범경기 처음으로 선발 중견수 자리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이럴 시간에 타격 훈련을 몇 분 더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택근을 흔들고 있었다.
"아닙니다. 택근 선배님.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런 훈련을 한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한 편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대우가 입을 연다.
한 쪽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번호가 적힌 공을 살펴보던 그가 몸을 일으킨다.
"택근 선배님이 정 그러시면 제가 공을 던져도 되겠습니까?"
"뭐?"
대우의 제안에 강호는 물론 택근 역시 행동을 멈춘다.
안 될 일이었다.
대우가 아닌 중견수인 택근에게 공을 던져 달라고 한 이유는 분명했다.
공을 던지는 행동 자체가 투수의 어깨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야수는 가끔 가다가 공을 던지지만, 투수는 경기 시에 수십 개, 또 훈련 시에는 그 이상의 공을 던지게 된다.
투수의 어깨가 소모품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건 안 돼. 대우야. 오늘 너 불펜에 이름이 올라가 있잖아. 괜히 힘 뺄 생각 말고 컨디션 관리나 잘 해둬."
대우의 제안에 대한 강호의 대답이었다.
특이한 방법으로 선구안 훈련을 하는 것은 좋지만, 투수인 대우의 어깨를 소모시켜서는 안 될 일이다.
그렇기에 곧장 거절의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런데 대우가 물러나질 않는다.
"왼손으로 던지면 괜찮습니다."
대우는 번호가 적힌 공 하나를 집어 들며 택근의 자리로 향한다.
그리고는 택근의 옆에 선채로 투구 폼을 취했다.
그의 말대로 공은 왼손에 들려 있다.
오른손 언더핸드 투수인 그가 왼손으로 투구를 준비하는 것이다.
"너, 정말 괜찮겠냐? 혹시라도 밸런스가 깨져서 오늘 경기 망치면 어쩌려고?"
택근의 물음이었다.
그는 대우가 진정으로 걱정되는 것인지 수차례 물어본다.
그 태도에 대우가 살짝 웃음 지으며 답한다.
"정말 괜찮습니다. 몸도 좀 풀어둬야 하는데 잘 됐습니다. 가끔 밸런스가 깨지면 왼손으로 투구 훈련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 개념으로 생각하면 일석이조 아닙니까?"
그렇게 답한 대우는 얼떨결에 물러난 택근의 자리를 차지하고는 투구 동작을 취한다.
"어?"
"응?"
그런데 대우의 왼손 세트 포지션을 보게 된 강호와 택근이 놀라게 된다.
오른손 언더핸드인 그가 왼손으로는 제대로 된 오버핸드 정석 투구 폼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터엉!
경쾌한 소리가 훈련장을 채운다.
대우의 왼손에서 출발한 공이 타석을 지나 홈플레이트를 지나친 후 바닥에 떨어진다.
구속도 나쁘지 않아서 힘껏 던진다면 못해도 130km이상은 나올 것 같았다.
"뭐야, 너? 학교 다닐 때 좌완으로 던진 적 있었어?"
택근이 놀란 눈을 치켜뜨며 묻는다.
그러자 대우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가끔 밸런스 틀어지면 왼손으로 투구하다보니 구속이 조금 올라온 겁니다. 경기에서 던질 수 있는 수준은 아니고요."
대우의 대답은 그러했다.
강호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한다.
'좌완 130km대 투수가 던져주는 공으로 선구안 훈련을 하는 것이 택근이 녀석이 던져주는 공을 보는 것 보다 훨씬 큰 도움이 될 거야. 선구안 능력도 기르면서 좌완 투수의 공을 익숙해질 정도로 본다는 장점이 있어.'
생각을 마친 강호는 대우에게 변화구 구종이 있으면 변화구로도 던져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자 대우는 어설프기는 하지만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 등을 구사하며 강호의 선구안 훈련을 도왔다.
'좌완의 백 도어 슬라이더가 느리게 움직일 때는 이런 식으로 들어오는구나. 공이 느려서인지 무브먼트가 심하기는 하지만, 덕분에 움직임이 더 잘 보인다.'
강호는 생각한다.
선구안 훈련으로 시작한 연습이 본의 아니게 좌완투수를 상대하는 비법을 연마하는 훈련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강호는 좌완 투수에게 꽤나 약한 편이었다.
그가 허점을 보이는 세 가지 투수유형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좌완투수였다.
'베어스 2군 시절부터 완급조절이 가능한 투수, 좌완투수, 그리고 150km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 그렇게 세 종류의 투수에게는 쥐약이었었지. '
강호는 갑자기 떠오르는 과거의 회상에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손아귀의 완력이 부족했던 까닭으로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의 공은 정타로 때려낸 기억이 없다.
게다가 좌완투수와 상대한 경험이 많지 않아 역시나 대처가 미흡했었다.
특히나 바깥쪽으로 빠질 듯 하다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는 백 도어 슬라이더에는 무방비였다.
'이건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르겠구나. 왼손으로 공을 던지는 것이 대우에게 큰 부담이 아니라면 선구안 훈련과 함께 좌완 투수를 상대하는 방법을 연마해 봐야겠어.'
강호는 새로운 스케줄 하나를 자신의 훈련 일정에 추가한다.
갑작스럽게 떠오른 선구안 훈련과 택근의 불평, 그로 인해 서포트를 약속한 대우.
우연이 겹쳐져 만들어진 새로운 스케줄이 강호에게 어떤 식으로 작용하게 될 지는 한 달 후, 프리마켓이 열리고 나서야 알게 될 일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19일, 화요일 시범경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라인업에서 제외된 강호는 2주 째 벤치를 지키고 있는 문표와 함께 벤치에 앉아 있다.
이미 경기 전 훈련에서 모든 힘을 쏟아 부은 강호는 경기가 시작된 후 오히려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강호 후배. 너무 우울해하지 말라고. 좋게 생각해. 근 2주 동안 익숙하지도 않은 우익수 선발로 신나게 출전했으니까 하루 정도는 쉰다고 보면 정신 건강에 좋을 거야."
문표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강호를 위로한다.
강호 본인은 우울하거나 아쉽지는 않았다.
어차피 우익수 자리로 이동하며 매일같이 경기에 선발로 나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곁에 앉은 문표가 강호의 라인업 제외에 분개하며 아쉬워하는 모습이다.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우익수 자리가 원래 제 자리도 아니었고요."
문표의 격려에 짧게 답하는 강호.
그것이 강호의 진심일 것이다.
그런데 문표는 강호의 대답이 자기위안적인 말이라고 받아들인 것인지 여전히 표정이 어둡다.
"이것 참. 내가 다 미안할 지경이네. 한 감독은 말이야. 괜히 사람 기대하게 해놓고는 강호 후배를 우익수 자리에서 빼버리네. 이게 1군 사령탑이 할 짓이야? 감독이 선수 멘탈을 흔들면 어쩌자는 거야?"
스스로 말을 하면서 분노가 차오르는지 문표의 낯빛이 붉어진다.
강호는 그런 문표를 오히려 위로한다.
"이런 일로 흔들릴 멘탈이었으면 우익수 자리에서 진즉에 무너졌을 겁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강호 본인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자 문표는 분개했던 가슴을 진정시킨다.
그리고 괜히 민망했던 것인지 헛기침을 하며 말을 잇는다.
"흠흠. 강호 후배는 모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선수기용은 한 감독 본인에게도 좋지 않아. 여론이라는 것이 있거든. 강호 후배가 직전 두 경기에서 타격감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일요일까지 3할 5푼 대의 고타율을 기록하던 타자야. 승리기여도도 놓았고. 그런 선수를 벤치에 앉아두는 감독을 팬들이 뭐라고 생각할 것 같아? 당장 오늘 라인업에서부터 여론이 들끓을 수도 있는 거야."
라인업에서 빠진 강호를 바라보는 문표의 주장이었다.
강호는 설마 고작 하루 만에 그런 반응이 있을까하는 표정이었지만, 실제로는 강호의 예상보다도 반응이 격했다.
장소는 사직구장의 해설위원석으로 옮겨진다.
"프로야구를 사랑하시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캐스터 전용제입니다. 오늘은 이효범 위원과 함께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효범입니다."
캐스터인 전용제와 이글스의 투수 출신이었던 이효범 해설위원이 경기시작과 함께 해설을 시작한다.
1회 초, 이글스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 화면에 나타난 양 팀 라인업을 읽기 시작한다.
이글스의 타순과 키 플레이어를 먼저 브리핑한 캐스터가 자이언츠의 수비 포지션을 이어서 읽어나간다.
"오늘 자이언츠의 외야에는 김중호, 한택근, 유성철 선수가. 내야에는 3루에 황제인, 유격수에 오진택, 2루에 오진만, 1루에는 김상훈. 배터리에는 포수 강민수 선수와 투수인 지터 선수가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자이언츠의 라인업을 모두 읽은 캐스터가 이내 변동 사항에 대해서 입을 연다.
"오늘 자이언츠의 라인업에는 변화가 상당합니다. 중견수 전준오와 우익수 백강호 선수가 빠지고 한택근, 유성철이 들어갔어요. 또 2루수 최훈이 빠지고 오진만 선수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변동 사항을 거론하다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넘기는 캐스터의 질문에 이효범 위원이 입을 열었다.
그는 팬들 사이에서도 꽤나 인정받고 있는 인기 해설위원이다.
"주전인 전준오 선수와 최훈 선수는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하루 휴식을 준 것 같아요. 그런데 2주 간 우익수 자리를 맡았던 백강호 선수가 빠진 게 조금 의문이 듭니다. 원래 유격수였던 백강호 선수를 실험적으로 우익수 자리에 기용했었던 한동현 감독이거든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모험이지 않을까하는 백강호 선수의 기용이었는데 그게 통했었습니다. 백강호 선수가 아홉 경기 동안 기록한 타율이 3할 5푼 1리에요. 출루율은 5할 7푼 4리에 ops는 11할 4푼이나 되거든요."
길게 말하던 이효범 해설위원은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말을 멈춘다.
그러자 음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용제 캐스터가 치고 들어온다.
"그렇게 들으니까 상당하네요. 출루율이 6할 대에 육박합니다."
"맞습니다. 백강호 선수가 최근 다섯 경기에서 타율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2할 7푼 3리거든요. 신인 선수치고는 나쁘지 않은 타율이었는데 백강호 선수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시켰어요."
강호의 최근 다섯 경기 타율을 말하는 이효범 해설위원의 말을 전용제 캐스터가 받는다.
그 역시 강호의 시범경기 기록을 가지고 있었기에 말을 연결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2할 7푼 3리면 백강호 선수의 타율이 떨어지기는 했네요. 처음 다섯 경기에서의 타율이 4할 2푼 9리입니다. 처음보다 페이스가 떨어졌다고 판단하는 게 한동현 감독의 생각이지 않을까요?"
데이터를 근거로 하여 해설위원의 말을 잘 받아친 전용제 캐스터.
이미 경기 전에 말을 맞춘 두 사람이었기에 강호에 대해 말하는 두 사람의 대화는 거침이 없다.
"글쎄요. 그래도 현재 타율이 3할 5푼 1리거든요. 타점 9개에 득점은 10개나 됩니다. 시범 경기에서 이런 선수를 발견했다는 게 자이언츠에서 보면 복이거든요. 저는 조금 더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우익수 수비도 점점 나아지고 있었는데 오늘 포지션 확인을 해보니까 내야 백업으로 이동시켰습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는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이효범 위원이 강호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캐스터인 전용제도 그의 말에 적당히 응수하며 공격이 시작된 이글스의 타격으로 시선을 돌린다.
하지만 현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과 TV로 중계를 시청하는 자이언츠 팬들의 생각은 이어지고 있었다.
"뭐야? 왜 백강호를 빼? 시범경기에서 백강호보다 타율 좋은 타자가 어디 있다고 빼는 거야? 빼려면 2경기 동안 12실점을 한 지터를 빼야지!"
자이언츠 대 이글스의 경기를 TV로 시청하던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괄괄한 인상의 남자였다.
그의 이름은 황동철. 올해로 56살이 되는 자이언츠의 골수팬이다.
82년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했을 때부터 자이언츠를 응원한 진정한 자이언츠의 팬인 것이다.
"지터가 또 선발로 들어간 거야? 감독 놈이 오늘 경기는 지고 싶은 모양이네. 제일 잘 치는 타자를 백업으로 빼고 제일 못 던지는 투수를 선발로 내세웠네. 오늘 경기는 글러먹었어."
동철의 말을 친구인 김현승이 받는다.
두 사람은 대낮부터 시작되는 시범경기를 보면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여러 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동철은 꽤나 잘나가는 사장님이었다.
자신의 명의로 빌라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알부자인 것이다.
그렇기에 한창 일할 시간인 대낮에도 한량 친구와 소주잔을 기울이며 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말이야. 백강호가 원래는 유격수였다메? 왜 우익수로 집어넣은 거야? 그냥 유격수 자리에 넣으면 안 되는 거야?"
친구인 현승의 질문에 동철은 순간 인상을 팍 찡그린다.
성격이 급한 동철이었기에 답답한 소리를 하는 친구의 무지에 언성을 높인다.
"유격수에 지금 오진택이 있잖아! 오진택도 3할 가까이 치고 있는데 어떻게 갑자기 바꾸나?"
친구를 타박한 동철은 잠시 분노를 가라앉히고 말을 잇는다.
"백강호는 우익수 자리가 제격이야. 휴고가 2군으로 빠진 게 오히려 득이 된 거야. 백강호가 우익수 수비하는 거 보면 막 날아 다니잖아."
동철이 금세 웃음 지으며 말한다.
그는 강호의 우익수 수비가 마음에 들었다.
수시로 몸을 날리는 강호의 허슬 플레이가 그에게 큰 감명을 준 것이다.
사실은 수비범위가 좁고, 타구 판단이 늦어 실책을 할까봐 몸을 날렸던 강호이지만 동철이 보기에는 신인선수의 과감한 허슬 플레이로만 보였다.
"타석에서도 보통이 아니야. 눈빛이 아주 좋아! 그런 선수를 계속 기용해서 감각을 살려줘야지 한 감독은 뭐하는 놈인데 그런 선수를 빼버리는 거야? 지금 자이언츠 타선에 백강호 대신에 빠질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찬찬히 말을 이어나가던 동철이 또 다시 화를 낸다.
성격이 급한 것이 그의 최대 단점이기는 하지만, 그만큼이나 자이언츠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뜻도 되었다.
동철이 보기에 자이언츠의 시범경기 타선은 물 타선처럼 보인다.
3할 대 타자가 황제인과 백강호, 두 선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중 강호의 타율이 자이언츠의 모든 타자들 중에서 가장 높은 상태다.
"내가 어디 한 번 지켜볼 거야! 3할 5푼짜리 타자를 빼고 우익수 자리에 들어간 유성철이라는 놈이 얼마나 잘 하는 지를!"
이미 소주 한 병을 들이 킨 동철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는 백강호를 내야백업으로 돌려버린 한 감독의 기용을 욕하면서 유성철이 얼마나 잘 하는지를 지켜보겠다고 소리친다.
그런데 경기가 진행됨에 따라 동철의 얼굴은 점점 달아오르게 된다.
"저걸 지금 야구라고 하고 앉아 있는 거야?"
동철은 소리를 내지른다.
타자들의 연이은 삼진 행렬과 범타. 득점권 찬스에서 귀신같이 병살타를 치는 선수들을 보며 한 감독을 성토하게 된다.
"백강호를 대타로 내란 말이야!"
동철은 강호를 대타로 넣어야 된다고 소리친다.
거제시장에서 외치는 그의 말이 사직구장의 덕 아웃에 들릴 리는 만무했지만, 자이언츠의 다른 팬들도 동철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강호는 자이언츠 팬들의 머리속에 크게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응원해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에 더욱 더 집중을 하게 됩니다.
오늘도 점심 먹기 전에 한 편 투척하고 갑니다.^_^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