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1 / 0335 ----------------------------------------------
다시 열리다
한참을 고민하던 강호는 이번에는 여러 스탯에 고루 분배하기로 결정을 내린다.
가장 먼저 눈이 간 것은 역시나 파워 스탯이었다.
그러나 한 달 전처럼 거의 모든 수치를 파워에 쏟아 붓지는 않았다.
55.1인 파워 스탯을 60으로 만들만큼만 투자한 것이다.
여기에 들어간 exp는 4,900포인트.
여전히 3,200의 포인트가 남아있다.
"이걸로 확실해졌구나. 파워 스탯에 포인트 투자를 하면 체구가 커진다는 사실이. 이 정도면 외야수 훈련으로 줄어든 몸무게가 회복되었을 거야."
달라진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확인해 본다.
79kg까지 떨어졌던 몸무게가 다시 3,4kg정도가 불어난 것 같이 보인다.
늘어난 몸무게의 대부분은 단백질로 이루어진 근육일 것이다.
그렇기에 강호의 체구는 여전히 날렵한 선을 유지하고 있다.
"배트스피드가 얼마나 빨려졌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파워를 60으로 올림으로 인한 효과들이.
이제는 본인이 가진 순수 근력만으로도 홈런을 때려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든다.
"내 힘만으로 홈런을 때려낼 수 있을까?"
홀로 묻게 된다.
강호는 홈런에 대한 강한 염원이 있었다.
홈런은 모든 타자들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강호는 특히 그 욕구가 강했다.
선천적으로는 좋은 기골을 타고 났으면서도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항상 근력과 지구력 부족 문제에 시달려왔다.
25살이 될 때까지 올랐던 2군 무대에서 고작 3개의 홈런이 그가 기록한 홈런의 전부였다.
시스템이 적용된 후로 '홈런'아이템으로 홈런 하나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본인의 힘으로는 홈런을 때려내지 못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주먹을 강하게 쥐어본다.
이전에는 없었던 강한 악력이 손끝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앙상하게 말랐었던 팔뚝에서는 굵은 힘줄과 함께 근육이 불거진다.
올 시즌 전까지만 해도 뼈에 가죽만 입힌 것처럼 보였던 이두와 삼두 쪽에도 이제는 꽤나 남자다운 근육들이 불거져 나온다.
"풀 스윙으로 노려본다면 충분히 자력으로 홈런을 때려낼 수도 있을 거야."
기대를 가져본다.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지만, 강호는 홈런 타자가 되고 싶었다.
현실은 2군에서도 2할 5푼밖에 때려내지 못하는 똑딱이 타자였지만, 마음속으로는 항상 바람을 가져왔었다.
'꿈이라도 꿔야하지 않겠는가? 현실이 시궁창이니 꿈이라도 가장 화려한 꿈을 꿔야지 버틸 수 있어.'
강호가 품고 있는 솔직한 마음이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알지만, 마음속으로는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홈런을 때려내는 모습을 바라왔다.
그런데 이제 그것이 단지 꿈만이 아니게 되었다.
"할 수 있어! 60대의 파워와 수정한 타격 폼이라면 충분히 홈런을 만들어 낼 수가 있어."
의욕을 다지는 강호의 표정이 변화한다.
그동안 독기와 투지로만 버텨오던 강호.
그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자신감이라는 감정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나라고 못 할 건 없어! 나도 홈런을 칠 수 있는 거야. 타석에 오르는 모든 타자들은 잠재적으로 홈런을 칠 수 있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체중을 늘리고, 근력훈련에 전념한다면 못 칠 것이 없어."
강호는 혼자만이 자리한 프리마켓에서 큰 소리로 외친다.
나는 할 수 있다고.
스스로의 힘으로도 충분히 홈런을 때려낼 수가 있다고.
그의 목소리는 특정한 누군가에게 하는 외침이 아니라 스스로의 한계를 깨부수기 위한 선전포고였다.
"체중을 더욱 늘린다. 85kg정도만 늘리게 되면 파워가 65이상으로 올라가게 될 거야. 여기에 경기 보상으로 받는 포인트와 업적 보상으로 받는 포인트를 사용하게 되면 파워 스탯을 70까지 올리는 것도 문제는 아니야."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에서도 강호의 두뇌회전은 여전히 빨랐다.
앞으로 한 달 동안 5kg정도의 체중 증가를 이루어 낸다면 다음 마켓이 열렸을 때는 70이 넘는 파워를 얻게 될 수 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호의 가슴이 벅차오른다.
"남은 포인트는 컨택과 수비, 송구에 나누어서 분배하겠어."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며 연이어 스탯 포인트를 사용한다.
남아있던 3,200의 exp를 컨택에 1,100. 수비에 900. 그리고 나머지 1,200은 송구 능력에 모두 쏟아 붓는다.
그 결과 강호의 스탯은 종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백강호(24)
포지션:RF
컨 택:74
파 워:60
선구안:56.1
주 력:75
수 비:61
송 구:46.1
멘 탈:80.2
달라진 스탯에 환호하게 된다.
"계산이 서는구나. 이제는 내게 맞는 아이템을 골라볼 시간이야."
강호는 벅차오르는 가슴을 억누르며 걸음을 옮긴다.
기쁜 마음을 절제하기가 힘들었지만, 할 일은 해야 했다.
만 4천이 넘는 mp 포인트를 이용해 정규 시즌 1군 무대에서 사용할 아이템들을 구매해야 한다.
강호는 2군은 염두하고 있지 않았다.
시범경기 기간 동안의 활약으로 정식 경기에서도 1군으로 콜 업 될 것이라 믿고 있다.
업적 보상으로 받은 아이템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여겨진다.
"일회용 아이템은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따로 살 필요는 없겠지."
강호는 일회용 아이템 코너를 지나치려고 했다.
그가 염두 해두고 있는 것은 스킬이나 기간 제 아이템.
일회용 아이템에 포인트를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불현듯 그의 발걸음이 멈춘다.
"잠깐만."
잠시 멈춰 선다.
강호가 발걸음을 멈춘 것은 역시나 홈런 진열대였다.
그는 판매가가 1,200mp라 표기된 홈런 진열대에서 잠시 서성거리게 된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mp가 만 4천 8백 정도이니 1,200포인트인 홈런을 12개 살 수 가 있다. 가지고 있는 5개의 홈런 아이템과 합하게 되면 17개가 된다."
이제야 포인트와 아이템 가격을 비교해본 강호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17개의 홈런 아이템.
이것만으로도 다른 아이템이 필요가 없을 지경이다.
만약 17개의 홈런 아이템을 4월 한 달 만에 모두 사용한다면 야구계가 발칵 뒤집히게 될 것이다.
언론은 새로운 거포의 출현에 기사를 쏟아낼 것이고, 거포를 사랑하는 자이언츠의 팬들은 강호의 이름을 연호하게 될 것이다.
단지 자이언츠 팬뿐만 아니라 10개 구단 야구팬들의 시선이 강호에게로 향할 것은 분명한 일이다.
"이대로 홈런을 쓸어 담을까?"
퍼뜩 드는 생각에 충동구매욕구가 마구 샘솟는다.
업적 보상으로 받은 아이템들이 많이 있는 상태여서 '홈런' 아이템 하나에 충동구매를 하더라도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인다.
"아니야. 아직 시간은 많아. 충분히 생각해본 다음에 결정을 하자."
강호는 충동구매욕구를 이겨내고 겨우 발걸음을 뗀다.
만약 자신의 포지션이 기존의 유격수였더라면 홈런아이템을 대량 구매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감독으로 인해 우익수로 옮겨졌다.
수비적인 부담이 있었기에 수비아이템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강호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금 걸음을 옮긴다.
"호수비 아이템은 200mp였구나. 기억해두도록 하자."
강호는 호수비 코너에서 가격을 확인한 후 다시 움직인다.
업적 보상으로 받은 '호수비' 아이템은 6개.
아직까지는 익숙하지 않은 우익수 수비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책을 기록하지 않으려면 부족한 숫자다.
그럼에도 당장 구매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모든 아이템들을 다시 확인하며 결정할 생각이다.
[타격 마스터(30일)-2,000mp]
:30일 동안 컨택 능력이 +5가 됩니다.
[극강의 파워(30일)-2,000mp]
:30일 동안 파워 능력이 +5가 됩니다.
강호가 걸음을 멈춘 곳은 기간 제 아이템이 있는 진열대였다.
그는 가격대 성능비 등을 따지며 천천히 기간 제 아이템을 둘러본다.
그러다 완전히 걸음을 멈춘 곳은 두 개의 상품 진열대 앞이었다.
[내가 심판이다(30일)-3,000mp
:30일 동안 타석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타석의 지배자(30일)-3,000mp
:30일 동안 타석에서 투수가 던진 공의 구종과 구속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처음 프리마켓에 들어왔을 때 눈여겨보던 기간 제 아이템이었다.
'내가 심판이다'는 한 달의 기간 동안 투수가 던지는 공이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는지, 빠지는 볼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만드는 아이템이다.
자신에게만 보이는 가상의 스트라이크 존이 생겨 스트라이크, 볼의 판별을 도와주는 것이다.
볼의 판별은 투수의 공이 타석에 도착했을 때가 아니라 투수가 공을 던진 후의 타이밍이어서 컨택 능력을 끌어올리는데 있어서는 최고의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기간 제 아이템 중에서는 이게 최고다."
아이템의 효과와 기능을 홀로그램으로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공이 들어오는 위치를 확인할 수가 있는데 다른 아이템과 같을 수는 없다.
'내가 심판이다'와 맞먹는 효능을 가진 것은 '타석의 지배자'정도만이라고 생각된다.
"투수가 던지는 공이 패스트볼인지, 변화구인지만 짐작할 수 있어도 안타를 때려내기가 쉬워진다. 그런데 이 아이템은 구종과 구속을 함께 알 수가 있어. 그야말로 사기 템인 거야."
강호가 시선을 돌린 곳에는 아이템 '타석의 지배자'가 전시되어 있었다.
투수가 던지는 구종은 많은 종류가 있다.
패스트볼 계열만 해도 포심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 싱킹 패스트볼이 있다.
여기에 슬라이더, 슬러브, 커브, 포크볼, 체인지업, 스크루볼, 너클볼, 팜볼 등 다양한 변화구들이 존재한다.
3번의 타석 중에 하나의 안타만 기록해도 좋은 타자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구속까지 알 수가 있다는 것이 상당한 메리트다. 투수가 완급조절 능력이 있는 베테랑 투수라 할지라도 투구 내용을 간파할 수가 있어."
강호는 생각에 잠긴다.
간혹 패스트볼이나 커브의 구속을 5km 정도 조절하여 타자에게 혼란을 주는 투수들이 존재했다.
신인급 투수들에게는 없는 능력이지만, 베테랑 투수나 완급조절 능력을 타고난 투수들에게서 가끔 볼 수 있다.
강호가 약한 모습을 보이는 유형의 투수들이 바로 완급조절 능력이 있는 투수들이다.
"타석의 지배자를 장착하게 되면 더 이상 그런 투수들에게 삼진으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거야.”
구미가 당겼다.
둘 중 하나의 아이템만 구매할 수 있다면, 강호는 타석의 지배자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에게는 두 아이템 모두를 구입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내가 심판이다'와 '타석의 지배자' 모두를 구입하려면 6천 mp가 있어야 했다.
강호가 보유하고 있는 mp는 14,855.
사기 급 아이템 두개 모두를 구입하고도 8천 이상의 mp가 남는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망설여진다.
12개의 홈런을 구매하여 팬들과 코칭스태프의 주목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더 솔직히 말한다면 평생 동안 그려오던 모습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 개의 기간 제 아이템을 구입하게 되면 굳이 일회용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아도 3할 이상의 타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스트라이크 존과 투수의 구질을 알 수 있으니 어쩌면 4할 이상의 타율도 가능할 것 같았다.
"흐음."
강호는 팔짱을 낀 채 고민에 잠긴다.
다음 섹터에는 스킬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최소 구매 단위가 2만 mp부터 시작해서 '살아있는 전설'처럼 5만 mp짜리 아이템도 있었다.
지금 아이템을 구입하지 않고, 앞으로 한두 달만 포인트를 더 모으게 된다면 스킬 구입도 가능해진다.
"홈런을 대량구매 하느냐, 사기 급 아이템 두 개를 사느냐, 아니면 다음번 기회에 스킬을 구입하느냐 인데."
계산을 해본다.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생존 경쟁을 딛고, 1군 무대에 안착하는 데 도움이 될까를 가정해 본다.
그것을 넘어 1군 무대의 확고한 주전이 되어 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번에는 업적 보상으로 많은 아이템을 받았지만, 미션 레벨이 올라갈수록 업적 보상을 받기가 점점 힘들어 질 거야. 지금 보유한 포인트를 탕진해 버린다면 5월이나 6월에 힘들어질 우려가 있어."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 본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반대급부가 존재했고, 그로 인한 대가는 강호 본인의 몫이다.
그렇기에 선택에 신중을 기한다.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
오랜 고민 끝에 하나의 가정에 도달한 강호.
이미 선택지를 결정한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독자님들의 성원과 응원에 힘을 냅니다.
오늘도 점심 먹기 전에 한편 투척하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빕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