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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훈련
하루가 지나 강호는 타격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어제의 경기는 강호의 활약에 힘입어 자이언츠가 10대 3 완승으로 끝을 낼 수 있었다.
손 감독은 오늘부터의 훈련 일정에 강호에게는 특별한 훈련 방침을 지시했다.
"오늘부터는 강호 너의 타격은 김진관 코치가 아닌 프랑코 코치가 전담을 할 거야. 그렇게 알고 프랑코의 지도를 잘 따르도록 해."
손 감독의 말은 의외의 것이다.
육성 군인 강호가 육성군 타격코치가 아닌 2군 타격코치의 지도를 받으라니.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가볍지 않게 느껴진다.
'김진관 코치도 타격에 있어서는 나쁜 지도자는 아니야. 하지만 메이저리그 통산 2,586안타, 173홈런. 0.298의 타율을 기록한 프랑코 코치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 클래스가 다르니까.'
강호는 프랑코 코치에 대해 떠올려 본다.
메이저리그에서 2천 안타 이상을 기록한 프랑코 코치가 한국 무대에 섰을 때는 놀라는 이가 많았다.
아무리 대단한 메이저 기록을 가진 프랑코이지만, 2000년도에 라이온즈 구단 했을 때의 나이가 43살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출생 신고가 늦어 2살이 많다고 하니 한국 나이로 45살의 나이에 한국 무대에 데뷔한 것이다.
'프랑코 코치는 그 많은 나이에도 3할 2푼 7리라는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홈런도 22개에 타점은 110타점이나 기록했었지. 내야수인 그를 외야수로 세운 대다가 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대단한 기록이야.'
강호가 떠올리는 대로 1시즌에 불과했던 프랑코의 한국 무대 데뷔는 상당한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2001년이 되자 메이저리그로 돌아가 43세의 나이에 메이저 리그 역대 최고령 만루 홈런을 기록하고, 2007년에는 메이저 리그 역대 최고령 홈런을 치게 된다.
이 때 기록된 프랑코의 나이는 50살. 생물학적 나이로는 52살이 되는 해였다.
'그야말로 메이저리그의 살아있는 레전드야. 2014년에 미국의 독립리그에서 선수 겸 코치로 복귀하기도 했으니 신체 관리의 귀재라고 불러도 무방해.'
프랑코 코치가 자이언츠 팀의 타격 코치로 온다고 했을 때 얼마나 놀랬던가.
강호 자신이 자이언츠 소속이 아닌 것을 한탄하던 때도 있었다.
'프랑코 코치는 신체 나이로 60살이 다 된 나이에도 선수 겸 코치로 활약한 분이야. 이런 분에게 며칠만이라도 야구를 배울 수 있다면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해나가는 데에 있어서 엄청난 성장 동력이 될 거야.'
그런 생각이 있었기에 일주일 전쯤에도 프랑코의 지도를 요청하기도 했었다.
단 며칠 동안이기는 했지만, 그 때의 경험은 강호에게 있어서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술과 담배, 탄산음료를 멀리하라고 했었지. 과연 신체 관리의 귀재답게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입에도 대지 말라고 했어.'
일주일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강호는 피식 웃음을 짓는다.
그러자 함께 자리하고 있던 5인 중에 한 명이 헛기침을 토한다.
"흠흠, 저기...백강호 선수. 웃지 말고 훈련에 집중하시랍니다."
강호가 기분나빠 할까봐 조심스레 말하고 있는 인물의 이름은 박항호였다.
그는 자이언츠 구단에서 지정한 프랑코 코치의 전담 통역사였다.
스페인어를 전공하고, 베네수엘라에 살기까지 했다니 프랑코 코치의 억양 강한 스페인어를 통역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성격이 지나치게 조심스럽다는 점이다.
"네?"
"제...제가 한 말이 아닙니다. 프랑코 코치님께서 강호 선수에게 한 말을 통역한 겁니다. "
"아. 네. 알겠다고. 다시 집중하겠다고 통역해 주세요."
강호는 통역을 해주면서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항호의 태도에 어이없어 하면서도 프랑코 코치에게 예의를 차리는 것은 잊지 않았다.
모든 코치들의 공통점이겠지만, 특히나 프랑코 코치는 재능 있고, 성실한 선수를 좋아한다.
괜히 눈 밖에 나서 손 감독이 마련해준 기회를 날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헤이, 마스터 프랑코. 웬 우쥬 라잌투 잇 삼계탕?"
그 때 누군가의 음성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버린다.
자리에 함께 하고 있는 5인 중에 한 명인 최문표 선수였다.
그는 어디서 배운 것인지 어색한 영어로 프랑코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오오~삼계탕. 대츠 그레이트! 오브 콜스. 애니 타임. 애니웨~어. 라잇 나우?"
프랑코 코치는 삼계탕이라는 단어에 눈을 크게 뜨며 웃음 짓는다.
지금 당장이라도 삼계탕을 찾아 나갈 것 같은 그의 태도에 통역인 항호가 진땀을 흘린다.
"코, 코치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여기는 대만이에요. 삼계탕은 한국에 귀국하시는 대로 드시는 것이...."
항호는 유창한 스페인어를 더듬거리며 말하는 희한한 재주를 선보이며 프랑코 코치를 만류한다.
그런데 프랑코 코치의 삼계탕 사랑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자이언츠는 한국 구단인데 왜 삼계탕을 식사로 내지 않는 거요? 오늘 메뉴에 삼계탕을 추가하면 안 되는 거요?"
"그...그게 삼계탕은 엊그저께 점심 때 한 번 나오지 않았습니까?"
"한국인들은 웃기는군. 김치와 쌀은 매번 메뉴에 나오는데 삼계탕은 왜 매일 나오지 않는 거야? 미스터 박이 구단에 건의를 해줘요. 삼계탕이 자주 나오도록."
"네...네. 제가 한 번 더 코치님의 의사를 전달하겠습니다."
항호는 프랑코 코치의 말에 쩔쩔매며 어렵사리 답했다.
이미 여러 차례 프랑코 코치의 식단 요구를 구단 운영부에 전달한 상태였다.
또 다시 식단 건의를 한다면 구단 직원들의 매서운 시선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아, 나는 왜 이곳의 통역으로 왔는가?'
항호가 진땀을 흘리고 있는 와중에 다른 이들은 영문을 알지 못해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다.
5인 중에서 마지막 한 명인 좌익수 한택근이 입을 연다.
그는 강호와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다.
"문표 선배님. 아까 말씀 중에 삼계탕 어쩌고 하신 것 같은데. 프랑코 코치가 삼계탕을 좋아하는 겁니까? 코치님의 말씀 중에도 중간 중간 삼계탕이나 김치 같은 단어가 나오는데 말입니다."
택근의 물음에 문표는 휘두르고 있던 배트로 스트레칭을 하며 웃어 보인다.
"우리 택근 후배. 이 형님이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는 노하우가 궁금한 모양이구나. 내가 노하우 전수를 해주랴?"
"아니, 그게 아니라 프랑코 코치가 삼계탕을...."
"그러니까 내 말이 바로 그 말이야. 프랑코 코치에게 있어서 삼계탕이 바로 친해지는 키포인트라는 말이지."
또 다시 일장 연설을 시작하려는 문표의 행동에 강호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다.
함께 지도받을 선수를 세 명까지 정해보라는 손 감독의 권유가 있었다.
바쁜 프랑코 코치에게 1 대 1 전담 지도를 받게 하는 것은 특혜 논란이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최문표 선배와 택근이면 좋겠습니다."
눈속임으로 함께 지도를 받을 선수는 강호의 의사에 따라 두 사람으로 정해졌다.
두 사람은 그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자신들이 손 감독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착각을 하게 된다.
그로 인해 문표는 없던 의욕을 끌어올리며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본인의 입으로는 약간의 친분 쌓기라 주장하는 잡담은 쉬지 않은 채 말이다.
'상대와 친해지는 문표 선배의 스킬은 인정하지만, 지나치게 잡담이 많아.'
강호의 생각은 그러했다.
그는 문표의 잡담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
프랑코 코치에게서 얻은 시간이 귀하게 느껴졌던 까닭이다.
'프랑코 코치에게 매일 약속받은 시간은 1시간뿐이야. 그 아까운 시간을 잡담하는데 낭비할 수는 없지.'
강호는 조금이라도 더 배우기 위해서 프랑코 코치를 채근한다.
프랑코 코치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은 하루 1시간에 불과했다.
지도할 선수들은 많은데 프랑코 코치의 몸은 하나. 지금도 그의 지도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타자들이 많다.
"코치님께 여쭤주세요. 지금 자세가 맞는 것인지를요."
강호의 질문은 계속되고 있었다.
프랑코는 그런 강호의 의욕을 높게 산 것인지 물어보는 것에 상세하게 설명을 한다.
물론 통역은 항호를 거쳐서 였다.
"아, 저. 그. 그러니까 배트를 몸에 붙일 때 어깨가 내려간다고 합니다. 어깨의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하고요. 또....허벅지의 근력을 더 키워야 한답니다. 지금 강호 선수의 하체가 약해서 배트 스피드를 올려도 하체가 무너지는 자세가....아. 또 왼쪽 어깨가 빨리 열린다고 하네요. 조금 더 잡아끄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박항호 통역의 더듬거리는 설명을 들으며 강호는 빠르게 자세를 고쳐 나간다.
유창한 스페인어로 설명을 이어가나는 프랑코 코치. 그의 말을 통역해 주는 항호.
문표와 택근은 훈련과 잡담을 병행하고 있었고, 강호는 누구보다 열심히 타격 폼 수정에 매진하고 있다.
다섯 사람의 동반 훈련은 그 후로도 50분 동안 이어졌다.
한 편, 같은 시간. 손 감독은 갑작스레 걸려온 전화에 미간을 찡그리게 된다.
"1군에서 왜?"
그는 의문 섞인 목소리로 자문하며 전화를 받았다.
"네, 손성조 입니다."
손 감독은 자신에게 전화를 건 상대의 신분을 생각해서 나름 예의를 갖춰 응대했지만, 목소리가 편치는 않았다.
-네, 손 감독님. 오랜만입니다. 저 한동현 입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한동현 자이언츠 감독이었다.
대만으로 훈련을 온 2군과는 다르게 한동현 감독이 이끄는 1군은 미국의 애리조나로 전지훈련을 떠나 있었다.
1,2차로 전지 훈련지를 나누는 1군 스프링캠프의 특성상 조만간 일본으로 이동하게 되겠지만, 아직은 애리조나에 머물고 있는 1군 팀이었다.
"목소리를 들으니 반갑습니다. 제가 먼저 전화를 드렸어야 했는데 지도해야할 선수들이 많아서 늦어버렸습니다."
손 감독은 먼저 전화를 건 한 감독에게 반가움을 표시하고 있었지만, 속내는 달랐다.
작년 초에 자이언츠 1군과 깜짝 계약한 한동현 감독은 프로리그 지도자 경험이 거의 없는 초보 감독이다.
작년 시즌에서 2군에서 올린 선수들이 활약을 해주는 바람에 팀이 5위로 가을 야구에 입성. 올해도 자이언츠 감독으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
초보 감독인 관계로 실수가 많았지만, 선수들이 활약해준 덕분이었다.
'한 감독의 좋지 않은 선수기용 덕분에 최문표나 김한민 같은 장기 부상자가 속출했었지. 특히 한민의 경우에는 혹사가 심해서 어깨를 수술해야만 했다. 복귀를 위해서는 2년을 기다려야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경우야.'
손 감독은 2년 간 공을 던질 수 없게 된 한민과 작년 1군 무대에서 부상을 얻게 된 문표를 떠올린다.
참으로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팀을 위해 좋은 선수들을 올렸더니 죄다 갈아서 시즌 아웃을 시켜버리는 선수 기용이라니.
다행히도 베테랑 최문표는 스스로 몸을 수습해 2군 스프링캠프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한민은 내년 시즌이 끝날 때까지도 공을 던지지 못할 것이다.
'한 감독이 일부러 그랬겠는가? 처음 감독 자리에 올라 실수를 한 게지. 그런데 구단은 어쩌자고 초보 사령탑을 올린 것인가? 이해할 수 없구나.'
한 감독의 상황을 이해해보려 했지만, 선수들을 아끼는 손 감독의 입장에서는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아닙니다. 손 감독님이나 저나 바쁜 것은 매한가지 아닙니까? 모두 이해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2군 캠프장에서 눈에 띄는 선수가 있나 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한 감독의 물음에 손 감독의 눈썹이 씰룩거린다.
한 감독은 올해로 66년생이었고, 손 감독은 54년생이니 손 감독의 나이가 12살이나 많다.
공손하게 말을 하고 있는 한동현 감독의 말은 예의를 다하고 있지만, 그가 말한 내용이 마음에 걸렸다.
'인원 공백이 생긴 모양이구나. 아직 스프링캠프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인원 공백이라니. 부상 선수가 발생했다는 기사는 보지 못했는데...'
직감적으로 알아차린다.
하지만 의문도 든다.
스프링캠프 기간에도 구단의 소식을 전하는 뉴스 기사들을 꼼꼼히 확인하는 손 감독이다.
그가 모르는 1군의 인원 공백이란 무엇일까.
조금 더 정확한 정보가 필요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할 말이 너무 많군요."
-하하하. 그렇습니까? 사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조금 애로사항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감독의 너스레에 손 감독은 곧장 묻는다.
"부상입니까?"
-아, 아닙니다. 부상은 아닙니다. 그게....외야 자원이 조금 말썽입니다. 컨디션이 너무 늦게 올라오는 것 같아서요.
외야수가 문제라는 한 감독의 말에 혀를 차게 된다.
'1군에는 독보적인 중견수인 전준오와 좌익수 자리에 김중호가 있어. 우익수 자리에는
외국인 야수인 휴고를 들여왔다. 백업 멤버로 김민아와 김재호도 수비가 견고한 편.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야?'
손 감독이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아직 스프링캠프 기간은 많이 남아 있었고, 올라오지 않은 컨디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한 감독이 지나치게 성급한 마음을 먹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외야수 자리라면 쓸 만한 녀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준오나 중호의 타격만큼은 따라가지 못할 겁니다. 정확히 어느 선수가 문제인 겁니까?"
손 감독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2군의 외야에는 좌익수 한택근, 중견수 유성철, 우익수 박철이 있다.
여기에 몇몇 육성군 선수들이 있긴 하지만 1군에 올릴 실력은 아니었다.
'택근이나 성철, 박철은 1군의 한 자리를 지킬 정도는 된다. 하지만 자이언츠의 1군 외야수들은 모두 3할 대의 타격을 자랑한다. 세 녀석으로 대처될 수는 없어.'
손 감독은 생각을 정리하며 한 감독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어진 한 감독의 말은 손 감독의 인상을 찡그리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그게 말입니다....우익수인 휴고가 몸 상태가....아니, 정확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대했던 기량이 아닙니다. 어쩌면 개막전에 휴고가 아닌 다른 우익수를 올려야할 것 같습니다.
한 감독의 말에 손 감독은 한 숨을 내쉰다.
계약한 외인 타자가 기량이 부족한 것 같으면 스프링 캠프 전에 교체하면 되었다.
그런데 한 감독은 그러지 못할 것이다.
'휴고라는 타자는 한 감독이 직접 고른 타자야. 스프링캠프 기간에 교체한다면 한 감독의 입장이 난처해지는 것이겠지.'
써보지도 않고 퇴출을 한다면 한 감독의 입장이 좋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막전 이후의 성적이 부진하다면 팬들은 한 감독에게 집중포화를 날릴 것이 뻔했다.
-민아는 우익수 수비가 약하고, 재호는 타격이 못 미칩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2군에서 우익수 자원을 추천해 주셨으면 합니다.
우익수가 없다는 한 감독의 말에 손 감독은 고개를 내젓는다.
'어쩌다 우리 자이언츠가 우익수 자리를 걱정하게 되었을까?'
몇 년 전만 생각해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고민이었다.
자이언츠에는 독보적인 주전 우익수인 손하석 선수가 존재했다.
2017년 시즌이 끝나고 구단은 막대한 돈으로 그를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겨두려 했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한국 무대에 뜻이 없었다.
기대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받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것이었다.
'하석이만 있었으면 외인 타자를 우익수로 들여올 필요도 없었을 거야. 참으로 아쉽구나.'
손 감독은 우익수가 필요하다는 한 감독의 말에 개막전까지 준비시키겠다고 답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 수많은 외야 자원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택근이 녀석은 우익수를 맡아본 적이 없어서 힘들 거야. 성철이나 박철 정도가 우익수 자원으로 봐야지. 잠깐, 강호 녀석이 외야 포지션도 가능하다고 했었는데...'
몇 명의 선수들이 머리를 스쳐가는 가운데 잠시 잠깐 강호의 얼굴이 떠오른다.
종전 경기까지 수비와 타격 모두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강호.
그에게 우익수 자리는 어떨 것인가.
"아니야. 아냐. 강호 녀석은 유격수나 3루수가 제격이야. 갑작스레 우익수로 뺄 수는 없는 거야. 그래서는 안 돼."
혼잣말을 하며 강호를 머릿속에서 지우려 한다.
그러자 마땅한 해답이 나오질 않아 팔짱을 낀 채로 자꾸만 자리를 맴돌게 된다.
"누가 좋을까?"
한동안 손 감독의 고민은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