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13화 (1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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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야 경쟁

하루의 시간이 흘렀다.

경기에 앞서 새롭게 재편된 포지션을 확인한 강호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택근이 녀석의 말이 사실이었어.'

변경된 포지션이 택근의 말에 무게를 더한다.

주전 유격수로 기용될 것 같았던 강호가 3루 백업으로 밀려나고, 임정이 유격수 자리로 이동했다.

강호가 빠지고 임정이 유격수 자리에 들어간 충격적인 선발 명단에 얼어붙고 만다.

"응? 강호 너 3루수 자리로 돌아갔더라. 잘 된 일이지. 그렇게 활약을 해주니까 원래의 보직에서 기용해주시잖아. 그야말로 윈윈 아니냐?"

때 마침 지나가던 김진관 3군 타격코치가 다가온다.

강호는 분개한 표정으로 천천히 시선을 돌린다.

자신이 밀고 있는 임정이 선발로 올라간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은 김 코치는 강호의 분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정이가 유격수로 가고, 정혁이와 네가 3루에서 경쟁하게 되겠구나. 얼마나 좋으냐? 예전에는 정혁이와 정이 그리고 너까지 세 사람이 경쟁하는 자리를 이제 둘이서 하게 되었으니. 그럼, 조금 있다가 경기장에서 보자."

강호의 울분을 눈치채지 못한 채 김 코치는 자기 할 말만 다하고는 강호를 스쳐 지난다.

'김 코치 이 새끼가!'

강호는 주먹을 꽉 쥐었다.

하마터면 김 코치의 뒤통수를 후려칠 뻔한 마음을 간신히 진정시킨다.

'침착하자. 코치에게 위해를 가하면 경쟁이고 나발이고, 곧장 방출이다. 화를 낸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두 눈을 감은 채 분노를 가라앉힌다.

'상황을 먼저 살필 필요가 있어. 지금의 상황이 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말이야.'

마음을 가라앉힌 강호는 변경된 포지션에 주목한다.

'결정권자인 손 감독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손 감독의 의중을 해석해 본다.

지난 두 경기 모두 짜릿한 역전승을 일구어냈고, 강호는 두 경기 동안 도합 6타점을 쓸어 담았다.

타격에서만 활약을 한 것이 아니라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는 경기의 분위기를 가져오는 호수비로 5회를 지워버렸다.

'손 감독님은 현명한 사람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활약한 선수를 벤치에 놀려둘 사람이 아니야.'

먼저 손 감독의 성정을 떠올려본 뒤, 하나의 연결 고리를 가정해 본다.

'설마 김 코치가 힘을 쓴 것일까?'

김진관 코치의 경우를 생각해 본다.

이미 택근에게 들은 이야기도 있었다.

갑작스런 포지션 변경은 어떻게 보면 임정을 유격수에 올리기 위한 수작 같아 보이기도 했다.

'임정을 주전으로 기용하기 위해서 김 코치가 로비를 했다는 건가?'

그렇게 가정을 하자, 표정이 더욱 어두워진다.

만약 김 코치가 임정을 기용하기 위해 로비를 한 것이라면 보통일이 아니었다.

'아냐, 아니야. 손 감독님이 로비 따위에 흔들릴 분이 아니야. 김진관 코치와의 연결고리는 오해가 분명해.'

고개를 흔들었다.

최악의 경우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정한 성격의 손 감독이 로비를 받아 선수기용을 할 리 없다.

'손 감독님은 야수의 수비력을 중요시 한다. 그 다음이 타격이지. 그런 분이 이런 식의 내야 이동을 단행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가진 것일까.'

아직은 알 수 없다.

코칭스탭들과는 다르게 강호는 모든 선수들의 아마추어 시절 포지션과 전력을 알 수 없다.

그러니 오진만을 2루로 이동시킨 이유도 알 수 없었고, 임정을 선발 유격수로 기용한 것도 의문이다.

'임정이 내야 유틸리티라는 말은 들었다. 나와의 유격수 경쟁을 심화하겠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2루로 이동된 오진만은 유격수 경쟁에서 멀어진 셈이야.'

강호는 유격수 자리를 놓고 다투던 경쟁자, 오진만을 경쟁에서 제외해 보았다.

그러자 명확한 답이 나온다.

'결국 두 가지다. 유격수 자리를 놓고 임정과 경쟁하는 것, 그리고 3루수 자리를 놓고 추정혁과 경쟁하는 것. 지금의 포지션 이동이 의미하는 것은 그 두 가지야.'

어두웠던 시야가 밝아짐을 느낀다.

손 감독의 의중을 파악해낸 강호의 표정이 환해진다.

'나를 시험하겠다는 의미이구나. 유격수 자리에 놓고 쓸 것인지, 아니면 원래 포지션인 3루수로 쓸 것인지를.'

강호는 손 감독의 의중을 정확히 꿰뚫었다.

추정혁과 임정, 오진만과 황인태, 그리고 자신까지.

다섯 명의 포지션을 놓고 배치를 달리한 손 감독의 결정은 결국 한 사람을 시험하기 위함이었다.

'오진만이나 임정을 이동시킨 것은 다른 코치들이나 선수들을 납득시키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중심이 되는 것은 나였어.'

두 개의 가정을 통해 결론을 내린다.

남들이 들으면 고개를 흔들 결론일 수도 있었지만, 강호는 확신하고 있었다.

'오진만은 밀려난 셈이다. 결국 추정혁과 임정, 그리고 나. 이 세 사람의 경쟁인 셈이야.'

강호는 감탄한다.

겨우 세 사람으로 두 개의 포지션을 경쟁시키는 손 감독의 선수 운용에 놀라고, 계륵이 된 오진만으로 기존 2루수인 황인태를 긴장하게 만드는 방법에도 놀란다.

무엇보다 뒤바뀐 포지션이 코칭스탭과 선수들에게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포지션 변화라는 것에도 놀라게 된다.

'말로만 들었는데. 손성조 감독.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이런 사람이 고작 2군 감독이라니. 프로의 세계라는 것이 이토록 치열한 전쟁터구나.'

놀라움의 연속이다.

손 감독 정도 되는 사람이 2군 감독으로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고, 그의 선수 기용 방법은 강호의 야구 시야를 넓혀주는 면모가 있었다.

'오늘 경기. 여러 가지가 결정되는 중요한 경기다. 절대 방심해서는 안 돼.'

생각을 모두 정리한 강호는 걸음을 옮긴다.

아직 선수들이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야구장으로 나설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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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두 사람은 꽤나 가까워져 있었다.

능구렁이 같은 34살의 베테랑 야수 최문표, 그리고 항상 심각한 표정으로 말이 없는 25살의 중고 신인 백강호.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은 이제는 한 시도 떨어지면 안 될 것 같이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물론 두 사람이 함께 앉은 것은 강호의 의견이라기보다는 문표의 독단적인 결정에 가까웠다.

"오~ 오늘 경기는 완전 쫄깃쫄깃한데? 박빙이야. 보는 사람 애간장이 완전 녹아내리겠어."

문표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경기를 평가한다.

무릎 통증이 완화된 그는 오늘 선수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선발은 아니었지만, 언제든지 대타자로 기용될 가능성이 있었다.

"저것 봐라. 트윈스의 꼬맹이가 포크볼을 던지네. 감히 우리 자이언츠의 타자들 앞에 포크볼이라니. 가당키나 한 노릇이냐?"

문표는 연신 강호에게 말을 걸며 경기를 해설하기 바빴다.

그런 그의 해설이 재미가 있는 것인지 주변에는 한참 어린 육성 선수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최문표 선배님. 상대 팀 투수가 우리 팀에 포크볼을 던지면 안 좋은 겁니까?"

근처에 모여든 선수들은 모두가 야수들이었다.

투수가 아니었기에 문표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강호만큼은 문표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조종훈 재활코치를 말하려는 건가? 하긴, 문표 선배도 자이언츠에서의 생활이 오래 되었으니 자이언츠 투수들의 기풍을 잘 알고 있겠지.'

포크볼이라는 단어와 자연스레 연결이 되는 한 사람을 떠올린다.

그의 이름은 바로 조종훈.

몇 해 전까지도 현역 선수로 활동하다 얼마 전부터 구단의 재활코치로 임명된 인물이었다.

'조종훈 코치의 포크볼은 여전히 회자가 되고 있지. 괜히 조 핑거라는 별명이 생긴 게 아냐.'

올해 자이언츠 2군에 합류한 강호가 조 코치를 알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포크볼이 너무나도 유명하기 때문이었다.

포크볼을 던질 때 취하는 특유의 그립 동작으로 인해 조 핑거라는 별명까지 얻은 조종훈 코치다.

전성기 때 조종훈 코치의 포크볼은 알고도 치지 못하는 마구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이어지는 문표의 말에서 강호의 예상이 맞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팀에는 조 핑거가 있으니까. 우리팀 투수들이 가장 잘 던지는 변화구가 뭐라고 생각하냐?"

문표의 물음에 루키들이 입을 다문다.

자체 청백전을 통해 경험하기는 했지만, 2군 투수들은 아직 포크볼을 장착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들을 대신해서 강호가 무심한 듯 입을 연다.

"포크볼이죠."

강호의 고저없는 목소리에 문표가 씨익하고 웃어 보인다.

"그래, 맞아. 포크볼이지. 그게 다 조 핑거 형님 덕분이야. 우리 팀 투수들은 포크볼에 특화가 되어 있다. 다른 팀 투수들에 비해 포크볼 구사 투수가 많은 이유도 모두 조 핑거 덕분이란 말씀이야."

문표는 조 코치의 별명을 거론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 때, 루키 한 명이 미간을 좁히며 무언가를 생각해 보더니 이내 밝은 표정으로 말한다.

"조 핑거라면 조종훈 투수를 말하는 게 아닙니까?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루키 한 명의 말에 나머지 선수들도 아~하는 감탄사를 낸다.

그들 역시 조종훈의 포크볼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포크볼의 마술사라 불린 조종훈, 자이언츠 내에서 그를 모르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상대 투수들이 던지는 포크볼과 조종훈 코치님이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루키 하나가 조심스레 묻는다.

여전히 감을 잡지 못하는 후배들을 향해 문표는 일장 연설을 시작한다.

"잘 들어라. 아가들아. 우리 팀에서 1년 이상 있었던 투수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포크볼을 배운다. 타자들도 그런 투수들의 포크볼을 자주 보다보니 타 팀에 비해서 포크볼 대처가 좋을 수밖에 없어. 포크볼에 한정한 자이언츠 타자들의 타율이 얼마인지 알아?"

"...."

루키들이 대답이 없자 문표는 씨익하고 웃어 보인다.

그 때 고저 없는 목소리가 끼어든다.

"4할 3푼 2리."

목소리의 주인공은 강호였다.

그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경기 내용에 집중하면서도 귀를 열어 문표의 말을 듣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 4할이 넘는다 말이야. 그런 우리 타자들에게 포크볼을 던지기 시작했으니 상대투수가 무너지는 것도 금방이야."

문표가 팔짱을 끼며 설명을 마친다.

그 때,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자이언츠 타선에 불이 붙는다.

따악.

상대 투수의 포크볼을 노리고 친 한택근의 타구가 좌중간을 완전히 갈라버린 것이다.

그 모습을 목격한 루키들이 문표를 향해 '오오~'라고 탄성을 내뱉었고, 문표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포크볼이라는 구종이 포심과 같은 코스로 오다 사라지는 공이긴 하지만 회전수가 좋지 못해. 정타로 맞히면 장타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은 구종이다. 그렇다고 포크볼을 버리자니 구질이 들통난 상대 선발이 선택할 수 있는 공은 몇 개 안 돼. 그나마 제구가 되고 있는 포심 정도지. 알겠냐?"

"네!"

문표와 루키들이 뒷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사이 4회 말 자이언츠의 공격에서 대거 4득점을 얻어냈다.

트윈스의 포크볼 투수는 강판되었지만, 불이 붙은 자이언츠의 타선은 새로 올라온 투수에게도 2타점을 뽑아내고는 4회 말 공격을 끝냈다.

경기가 5회로 이어지고, 한창 포크볼 이야기에 열을 올리던 이들의 관심이 마운드에 오른 권대우에게로 향했다.

권대우는 구위를 인정받아 오늘 경기의 선발로 출장한 상태였다.

"그럼 대우도 포크볼을 배우는 겁니까? 대우도 자이언츠 투수이지 않습니까?"

한 루키의 질문에 문표의 표정이 뜨악하게 바뀐다.

"그게 무슨 소리냐? 언더핸드 투수가 무슨 포크볼이야. 팔꿈치 말아먹을 일 있어?"

비상식적인 후배의 질문에 문표가 말을 빨리한다.

한참 선배의 질책에 후배는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제가 야구를 중3 때부터 시작해서 말입니다. 모르는 게 많은 편입니다."

후배의 몰상식을 탓하려던 문표는 후배의 말에 호오 하는 입모양으로 그를 살핀다.

"중3 때부터 야구를 했는데 프로 팀에 입단했단 말이야? 너 대단한 놈이었구나! 그럼 모를 수도 있는 일이지. 잘 들어라. 포크볼은 이 두 손가락으로만 던지는 공이라서 팔꿈치 부상 확률이 높다. 특히나 언더핸더는 종이 아닌 횡으로 투구를 하기 때문에 이런 포크볼 그립으로는 부상 확률이 엄청나게 올라간다. 포크볼을 배우는 과정에서 부상이 오고 말거야."

"아...잘 알겠습니다."

문표의 포크볼 강의가 이어지는 동안 경기도 이어지고 있었다.

5회에 오른 선발투수 권대우는 4회까지는 완벽한 투구를 이어나가다 5회에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시발점은 1루수의 실책에 이은 2루수 황인태의 포구 실책까지 겹치면서였다.

따악!

안타가 나왔다.

상대팀 5번 타자의 안타는 주자를 일소하는 2타점 2루타였다.

여기에 다음 타자마저 볼넷을 내주고만 권대우는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제길. 그 놈의 실책 때문에!'

내야수들을 탓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올해 20살이 된 대우가 누구를 탓하겠는가. 괜히 마운드를 스파이크로 파내며 화풀이를 할 뿐이다.

"감독님. 불펜은 준비 됐습니다. 대우를 내릴까요?"

"음...."

구동진 투수코치의 질문에 손 감독은 깊은 탄식을 삼킨다.

"대우가 잘못한 것이 아니야."

그것이 손 감독의 생각이었다.

또한 모든 코치들의 생각이기도 했다.

"맞습니다. 그래도 실책이 이어지면서 대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4회까지는 괜찮았으니 다음 투수를 올려서 대우의 멘탈을 보호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구동진 코치의 생각이었다.

오늘 경기는 정규전이 아니다.

승리에 목메는 것보다는 신인 투수가 이 경기로 트라우마가 남는 것을 방지해주는 것이 옳아 보였다.

간혹 같은 팀 야수들의 실책이 트라우마가 되어 실책 상황마다 무너지는 투수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음."

손 감독은 다시 침음을 흘린다.

솔직히 말한다면 대우의 상황 대처 능력을 키워주고 싶었다.

그런데 결과가 좋지 못하면 구동진 투수의 말처럼 투라우마로 남아서 한동안이 힘겨울 가능성이 높았다.

'이게 다 내야수 놈들의 실책 때문이야. 한동안 잘 한다 했더니 오늘도 실책으로 경기를 망치려 드는구나.'

손 감독은 불편한 심사를 감추지 않았다.

고개를 흔들며 생각을 해보던 그의 시선이 문득 벤치 구석 쪽에 자리 잡은 강호에게로 향한다.

'그렇지. 대우 녀석이 강호와 궁합이 잘 맞았지.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르겠어.'

강호에게 시선을 두던 손 감독의 입 꼬리가 올라간다.

그가 자신의 말을 기다리는 구 코치에게 지시를 내린다.

"투수는 대우로 간다. 대신 야수를 교체해야겠어.'

"네, 알겠습니다."

야수를 교체한다는 말에 구 코치가 한 걸음 물러선다.

실책 상황에서 야수를 교체하는 것은 질책성 교체이다.

이로 인해 투수에게 마음 놓고 던지라는 벤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누구를 교체합니까? 인호를 바꿉니까? 아니면 인태를 바꾸실 겁니까?"

구동진 코치를 대신해서 수비코치인 서학수 코치가 물어온다.

손 감독이 즉시 답한다.

"2루수 황인태를 교체 해. 진만이를 2루수 자리에 시험해 보겠어."

"알겠습니다."

서 코치가 즉시 답하며 몸을 돌린다.

2루수를 교체한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던 서 코치.

그런데 손 감독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3루수도 바꾼다. 강호를 준비시켜."

"네?"

서 코치는 뜬금없는 3루수 교체 지시에 다시 몸을 돌린다.

그의 시선에 깊은 미소를 짓고 있는 손 감독의 얼굴이 비쳐진다.

"강호를 3루수로 내라는 말이야."

손 감독의 목소리에는 힘이 담겨 있었다.

루키 투수의 위기 상황에서의 야수 교체.

치열한 내야 경쟁을 알리는 손 감독의 한 수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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