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8화 (8/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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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 경기

5회 말 공격은 자이언츠의 공격이고, 대 수비로 들어간 강호는 9번 타순이었다.

4회까지의 공격을 모두 3자 범퇴로 물러난 이유로 5회 말은 4번 타순부터 시작된다.

강호의 타석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가지고 있는 호수비 아이템 중에 하나를 사용했다. 앞으로 한 달간 프리마켓을 이용할 수 없으니 이제 한 달 동안 한 번의 호수비 기회만 남았다.'

강호가 프리마켓에서 구입한 호수비 아이템은 두 개였다.

평소 수비에 자신이 있던 강호였기에 만약을 대비해 두 개만을 샀을 뿐이다.

'호수비라는 아이템이 이렇게 다이내믹한 임팩트를 줄 수가 있다니. 다음 마켓이 열리면 몇 개 더 구매해야겠어.'

한 달 후 마켓이 열리면 호수비 아이템을 조금 더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호수비 아이템은 비교적 저렴한 200mp로 살 수가 있다.

일회용 아이템이긴 하지만, 그 효과를 직접 확인한 후였기에 가성비가 좋다고 판단이 되었다.

"오올, 강호. 5회의 히어로. 수비 아주 좋았어."

팀이 공격을 준비하는 지금도 주변에 앉은 선배들이 강호를 칭찬할 정도로 인상 깊은 수비였다.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은 선배들만이 아닐 것이다.

'손 감독도 강한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그가 내게 한 말이 그 증거인 셈이지.'

손 감독은 덕 아웃으로 들어서는 강호에게 양손으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플레이를 칭찬했었다.

타석에서도 잘 할 수 있냐는 물음, 삼진을 당해도 좋으니 자기 스윙을 하라는 주문이 바로 그 증거였다.

'이렇게 된 김에 확실한 인상을 주는 것도 좋아. 다음 타석 기회에서 아이템을 사용할 필요도 있다.'

타석 기회에서 아이템 사용을 고려해 본다.

정식 경기가 아닌 2군 스프링캠프 경기 한 경기에 많은 아이템을 쏟아 붓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한 임팩트를 보여줄 필요를 느낀다.

'어차피 어제 구입한 아이템들은 정식 경기 이전에 사용하기 위해 산 것들이다. 아까워하지 말자.'

2군 무대에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1군에 올라갈 수도 없다.

1군에서 쓰기 위해 아이템을 아끼다보면 정작 1군 무대에는 오르지도 못하고, 2군에서 마저 방출당할 위험이 있었다.

이미 방출 경험이 있는 강호였기에 2군에서의 방출 상황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없다.

'타석에서 쓸 수 있는 일회용 아이템의 숫자는 총 열 가지. 무엇을 쓰는 것이 좋을까?'

총 열 가지 중 여섯 가지는 튜토리얼을 통해 받은 아이템이다.

장착 시 한 경기에 한하여 스탯 1을 올려주는 아이템들이었다.

강호가 프리마켓에서 구입한 것들은 한 타석에 한해 적용되는 아이템들, 그야말로 일회용인 것이다.

'타석에서 사용할 아이템을 지금 정할 필요는 없다. 아웃카운트나 주자 상황 등을 고려해서 쓰는 것이 좋아.'

아이템 사용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 자이언츠의 공격은 시작되었다.

강호의 호수비로 인해 분위기가 바뀐 탓일까, 자이언츠의 선두타자인 이인호가 2루타를 치고 진루를 성공시켰다.

"오오, 이제야 활로가 뚫리네."

"역시 4번 타자야!"

주변의 함성을 들은 강호가 고개를 든다.

타석에는 5번 타자인 유동근이 들어서 있었다.

4회까지 자이언츠 타선을 연속해서 삼자범퇴로 막아내던 와이번스의 투수가 2루타를 얹어 맞은 직후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볼 투."

주심이 노 스트라이크 투 볼을 선언한다.

강호는 연달아 날아든 두 개의 볼을 보며 입술을 만진다.

'볼이 된 두 개의 공 모두가 말도 안 되는 코스로 들어왔다. 포수가 요구한 코스도 아니었어. 진승규의 제구가 흔들린다.'

강호의 판단대로 진승규는 흔들리고 있었다.

세 번째 던진 공마저 볼이 되고 만 것이다.

"볼 쓰리."

주심이 볼을 선언하자 타석에 서 있던 유동근이 배트를 느슨하게 고쳐 쥔다.

'괜히 헛힘 쓸 필요 없겠는데? 포볼로 걸어 나가자.'

멘탈 스포츠인 야구 판에는 여러 가지 불문율이 있었는데, 지금 상황 역시 그러했다.

타석에서 노 스트라이크 쓰리 볼을 얻어냈을 때 배팅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불문율이다.

상대팀 투수의 제구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공을 하나 더 지켜본다는 의미와 팀 승리를 위해 볼넷을 얻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강타자들에게는 예외가 있긴 하지만, 2군 타자가 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트라이크!"

하지만 다음 공은 한 가운데로 들어간 스트라이크였다.

구속과 로케이션을 포기한 채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한 공이었다.

스윙을 했다면 장타가 나왔겠지만, 불문율로 인해 스윙을 하지 않은 유동근이다.

'쓰읍. 휘둘렀으면 넘어가는 공인데. 그나저나 스트라이크를 잡는 것을 보니 승부를 하겠다는 뜻이잖아. 한 번 노려볼까? 이번에도 정 가운데로 몰린 공을 던지면 나에게는 기회잖아.'

마음을 먹은 유동근은 배트를 힘껏 쥐었다.

그 모습을 덕 아웃에서 지켜 본 강호는 미간을 좁힌다.

'동근 선배가 작정을 한 모양이구나. 하지만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인다. 장타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 여기에서도 보이는데 투수나 포수가 놓칠 까닭이 없어. 지금은 장타를 노리기보다는 진루에 초점을 맞춰야 해. 한, 두 점 얻는다고 되는 게임이 아니니 진루가 우선이다.'

강호는 상황을 읽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의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리기에 급급한 그였다.

그런데 프리마켓에 다녀온 이후로 야구를 보는 시야가 확연히 넓어져 있었다.

심적인 여유가 생긴 것이다.

"동근아, 진루가 우선이다. 어깨에 힘 풀고 공을 보는데 집중해."

누군가가 강호의 생각과도 같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낸다.

고개를 돌려보니 2군 수비코치인 서학수 코치가 긴장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지켜보고 있었다.

'코칭스태프도 같은 생각이구나. 왜 이제야 이런 것들이 보이는 것일까?'

강호 역시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리며 자문해 본다.

갑작스레 야구를 보는 시야가 확 넓어졌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스스로의 답답한 타격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었다.

팀 배팅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프리마켓에 다녀온 어제를 기점으로 코칭스태프와 같은 시선으로 야구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프리마켓은 여러모로 내게 기회를 주는구나. exp로 스탯을 늘리고, 아이템을 사용해 찬스를 살리는 것만이 다가 아니었어. 타격감이 좋지 않아도 아이템을 쓰면 된다는 안도감이 야구를 보는 시야를 넓혀 주고 있어.'

강호는 이번 기회를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고작 하루 만에 야구를 보는 눈이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야구 센스가 분명하다.

이전에는 답답한 타격에 초점을 맞추느라 스스로의 야구 센스와 시야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야. 야구장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팀 배팅이 답이다. 동근 선배는 타격을 하는 것보다 볼넷을 얻어나가는 것이 옳아.'

그런 생각을 가지며 타석에 선 유동근을 살핀다.

"쳇."

강호의 바람을 느낀 것은 아니었지만, 유동근은 볼넷을 얻어 진루했다.

볼넷을 얻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투수가 던진 공이 바깥쪽으로 지나치게 빠져 버려서 타격을 하기에는 멀었던 것이다.

그렇게 상황은 무사 1,2루 찬스가 주어지고 있었다.

"알겠지, 인태야? 작전이 걸릴 거다. 작전코치가 사인을 주는 대로 타격을 하도록 해라. 배트는 짧게 쥐고."

타석으로 향하는 황인태에게 3루 코치를 보고 있는 작전코치를 대신해 배터리코치가 주문을 하고 있었다.

원래는 작전코치나 배터리코치가 아닌 타격코치가 타자에게 주문을 하는 것이 옳았지만, 자이언츠의 2군 타격코치는 프랑코 코치였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인 그는 한국말이 서툴렀다.

"알겠습니다. 배트는 짧게. 맡겨 주십시오."

인태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타석으로 걸어 나간다.

직전 수비 상황에서 강호와 함께 그림 같은 더블플레이를 완성시켰던 2루수 황인태.

장타력은 떨어지지만 타격에 소질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그였다.

지금 그는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인지하고 있었기에 잔뜩 긴장한 채로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는 지켜보라고 했었지. 번트를 댈 것처럼 모션을 취하고 초구는 지켜본다.'

인태는 덕 아웃에서 들고 나온 작전대로 번트 자세를 취했다.

벤치에서 나온 작전을 수행하는 인태는 초구가 어디로 오든 앞으로 내민 배트를 회수할 생각이었다.

휘잉.

투수의 공이 손을 떠나는 순간 인태는 얼른 배트를 회수하고 포수의 미트를 살폈다.

"볼."

꽤나 높은 코스로 향한 공이다.

주심은 당연히 볼을 선언했다.

인태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3루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번트 자세를 취하고 공 하나를 더 지켜보라고? 좋아, 어려울 것도 없네.'

인태는 3루 코치의 사인을 확인한 후 다시금 타격 자세를 취한다.

타격을 해서 안타를 하라는 것도 아니고, 번트 자세를 취하다가 공을 지켜보라는 주문은 어려울 것이 없는 내용이었다.

"볼 투."

주문대로 하자 볼 카운트가 하나 더 늘어났다.

'이제는 작전이 걸리겠지?'

덕 아웃에서 지켜보고 있는 강호는 다음 상황이 예측되었다.

그의 생각대로 손 감독 옆에 있던 서학수 수비코치가 3루 쪽에 서있던 김대주 코치에게 부지런히 사인을 보낸다.

그것을 확인한 김대주 코치 역시 타석에 분주하게 사인을 보냈다.

'나올 수 있는 작전은 런 앤 번트와 런 앤 히트. 지금처럼 점수 차가 큰 상황에서 아웃카운트를 버리는 번트 작전보다는 런 앤 히트가 나올 확률이 높아.'

강호는 그렇게 예측한다.

만약 자신의 예측대로 런 앤 히트 작전이 나오고, 황인태가 적시타를 뽑아낸다면 그 다음 상황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내게 중요한 찬스가 주어질 거야. 황인태의 안타는 곧 내게 기회다.'

강호는 지금을 기회로 보고 있었다.

타점을 올리고 코칭스태프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좋은 기회.

그렇기 때문에 작전을 확인한 황인태가 안타를 쳐주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의 시선이 이제 막 세트포지션에 들어간 투수에게로 향한다.

따악!

호쾌한 타격 음이 경기장을 가른다.

투구에 이어진 타격.

주자가 이미 스타트를 끊은 상황에서 주자를 잡기 위해 2루수와 3루수가 각자의 루로 귀루한 상황.

인태의 타구는 귀루를 위해 움직인 2루수의 이전 위치로 빠르게 날아갔다.

"이크!"

이미 2루 쪽으로 인접한 2루수는 타구를 잡을 수가 없었고, 공은 우익수 방면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돌아, 돌아!"

2루 주자는 3루 코치의 신호를 받고 홈으로 향했다.

짧은 안타이지만 미리 스타트를 끊은 상태였기에 1루 주자가 3루에 안착할 수 있었다.

1점을 만회하는 황인태의 적시타.

상황 역시 5회 말 무사 1,3루였기에 찬스를 이어나갈 수 있는 상황.

'기회가 왔다.'

강호는 눈을 빛내며 벤치에서 일어섰다.

무사 1,3루 상황에서 7번 타자인 추정혁이 타석에 들어서고 있었다.

추정혁이나 8번 타자인 안민경이 병살타만 치지 않는다면 득점권 상황에서의 찬스가 강호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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