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7화 (7/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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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 경기

대우가 다음 타자를 향해 초구를 던지기 전, 1아웃을 잡아내며 자신의 수비 위치로 되돌아온 강호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무언가가 달라진 느낌이다. 뭐가 다를까?'

의문의 답을 낼 수가 없었다.

이상함은 송구 동작에서 느꼈다.

주로 보던 3루 수비에서와 같은 송구 동작으로 2루에 공을 집어 던졌었다.

그런데 평소에 비해 공이 빠르게 느껴졌다.

크지 않은 차이였지만, 당사자인 강호는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분명 무언가가 다르다. 확인해 보자.'

강호는 속으로 상태창을 불러 들였다.

백강호(24)

포지션:SS

컨  택:71(+1)

파  워:47.9

선구안:54

주  력:72

수  비:62

송  구:55

멘  탈:75

강호 본인만 인식할 수 있는 정보들이 떠오른다.

상태창의 변화를 인식한 강호가 이채를 띈다.

'달라졌다. 포지션이 유격수로 변하면서 수비력과 송구 능력이 변했어!'

변화한 부분을 알아차린다.

강호의 포지션이 3루수인 3B일 때는 수비와 송구 스탯이 각각 68과 49였다.

그런데 포지션이 유격수인 SS로 변하면서 수비와 송구가 각각 62와 55로 보정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자리였기에 수비력은 낮아지고, 1루에 가까운 관계로 송구 능력이 올라간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상했던 거구나. 송구 능력이 55가 되면서 송구 스피드가 빨라졌다!'

이제야 상황을 알게 된 강호는 피식 웃음 짓는다.

마침 그 때가 투수인 대우와 눈이 마주친 상태였다.

"나이스 캐칩니다!"

포지션과 시스템의 연동 관계를 알게 되어 미소 지은 것인데 본의 아니게 대우를 향해 미소 지은 셈이 되었다.

강호는 이참에 글러브를 들어 올려 투수를 응원해준 뒤 자리를 잡았다.

'공은 운 좋게 잡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해. 68이었던 수비가 62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3루 위치에서는 잡아낼 수 있었던 타구를 놓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마음을 다 잡는다.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고, 라인드라이브 성 타구를 잡아낼 수 있었던 것은 운이 크게 작용을 했다고 여겼다.

'다음번에 내 쪽으로 공이 오면 '호수비' 아이템을 한 번 사용해 보자. 실제로 아이템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도 알아야 되고 말이야.'

다음 수비 기회 때는 아이템을 사용해 보기로 한다.

프리마켓에서 사용했었던 '정확한 타격'이 지금 경기에서 적용이 되고 있었다.

일회용 아이템은 4개까지 중복 사용이 가능했기에 '호수비' 아이템을 더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었다.

"이야앗!"

강호가 결정을 내리는 사이 대우의 투구는 이어졌고, 예상했던 아이템 사용 기회는 빠르게 찾아왔다.

-타구가 유격수 방면으로 향합니다. 아이템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메시지와 함께 주변이 느려진다.

강호가 본 대우의 초구는 코스가 나쁘지 않아 보였는데 또 다시 정타를 허용하게 된 모양이다.

'좋아. 호수비 아이템을 사용하겠어.'

-아이템 호수비(일회용)를 사용합니다.

호수비 아이템이 사용되었다.

호수비는 한 게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의 수비 기회동안만 유효한 것이었다.

만약 지금의 타구가 안타 성 타구라 해도 사용자인 강호가 그것을 아웃카운트로 연결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따악!

공을 때리는 소리와 함께 강호의 몸이 움직였다.

'몸이 가볍다.'

아이템을 사용한 순간 달라진 움직임에 스스로가 감탄하게 된다.

타구는 상당히 빨랐다.

유격수와 3루 공간을 완전히 갈라버릴 듯이 총알같이 튕겨졌다.

"저런!"

이번 타구만큼은 유격수가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여긴 손 감독이 탄식한다.

다른 코치들도 마찬가지였다.

주자 1,2루수 상황이었기에 모든 수비수들이 수비 위치보다는 루에 가깝게 배치된 상태였다.

3루수는 당연히 잡을 수가 없었고, 유격수가 잡아야 하는데 강호의 위치가 타구 방향과는 많이 멀게 느껴졌다.

"어, 어엇!"

그런데 그 때 곁에 있던 서학수 수비코치가 놀란 목소리로 소리친다.

그 목소리에 안타를 예상했던 손 감독의 시선이 유격수인 강호에게로 향했다.

"잡았어!"

손 감독이 놀란 표정으로 탄성을 내지른다.

당연히 3류 간으로 빠지리라 생각했던 타구가 빠르게 달려 나간 강호의 글러브에 안착하고 있었다.

"아...그런데 너무 깊어. 잡은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강호가 타구를 잡기 전에 잡을 가능성을 타진해보던 서학수 수비 코치는 2루나 1루로 연결하기에는 타구를 잡은 강호의 자세가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3루로 향한 주자를 생각하지 않은 이유는 빠르게 스타트를 끊었던 2루 주자가 어느새 3루를 향해 슬라이딩을 하고 있었던 이유였다.

"어?!"

그런데 탄성과 함께 또 한 번 코치들의 예상은 깨어졌다.

'아, 젠장. 로케이션은 좋았는데 싱커가 너무 밋밋했다!'

초구를 던진 대우의 표정이 나빠졌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이유로 싱커를 쥔 그립에 힘이 100%실리지 못했던 것이다.

타자의 근처에서 바닥에 가라앉아야 하는 공이 속구의 형태로 그대로 뻗고 있었다.

구속도 느려서 정타를 허용한다면 좌중간을 깨끗하게 가르는 안타가 될 것 같았다.

따악!

타자의 타격 음에 대우는 황급히 내달렸다.

이번에도 포수 뒤쪽으로 가기 위함이었다.

'이번에는 강호 선배도 잡을 수 없어. 좌익수가 어깨가 좋은 편이니까 홈에서 잡을 수도 있을...'

홈으로 향하며 타구를 살피던 대우가 생각을 멈춘다.

타악.

어느새 3루 근처까지 이동한 강호가 불안정한 자세로 타구를 포구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어?!"

대우가 놀랄 틈도 없이 몸을 회전한 강호의 오른손이 휘둘러졌다.

불안정한 자세로 2루에 몸을 던진 강호는 그대로 자세가 무너졌지만, 시선만은 2루에서 떠나질 않았다.

"아웃!"

2루심이 이번에는 아웃을 힘껏 외친다.

간발의 차이이기는 했지만, 발이 느린 1루 주자가 2루에서 아웃된 것이다.

"오!"

대우는 자리에서 껑충 뛰며 기뻐했다.

그런데 상황은 끝이 아니었다.

"1루!"

역시나 불안정한 자세로 강호의 송구를 포구한 2루수 황인태가 바닥에 쓰러지면서도 1루로 공을 던진 것이다.

대우뿐만이 아니라 어느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코칭스태프들의 시선이 1루로 향했다.

"아웃!!"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 1루심이 쇼맨십을 발휘한다.

관중도 없는 스프링캠프 경기에서 큰 모션을 취하며 아웃을 선언했다.

그 모습에 자이언츠의 덕 아웃이 달아오른다.

"잡아냈어!"

"병살입니다!"

코치들이 환호한다.

강호의 호수비가 만들어낸 그림 같은 6,4,3병살타가 나온 것이다.

"잘했어."

손 감독도 만족한 미소를 짓는다.

아무리 스프링캠프 경기이지만, 대패하는 것을 즐길 감독은 없다.

강호의 호수비 두 개가 우울하기만 하던 경기의 분위기를 가져와 주고 있었다.

'단지 호수비 두 개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강호의 호수비 두개였지만, 경기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고 있었다.

당연히 질 것이라 생각하던 선수단의 분위기에 활력이 돌고 있었고, 반대로 상대팀인 와이번스 벤치에 침묵이 감돈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백강호 놈의 수비는 진짜배기야.'

손 감독은 몸을 일으켜 덕 아웃으로 들어오는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특히나 강호에게는 양손으로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그의 등을 한차례 두들기기까지 한다.

"잘했다. 백강호."

감독의 칭찬에 강호는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감사의 말로 답하며 살짝 미소 짓는다.

아직 신인인 강호이기에 감사하다는 말 이상의 말을 하기는 힘들었지만, 이 정도 표현만으로도 손 감독은 충분히 기분이 좋았다.

"타석에서도 잘 할 수 있겠지? 삼진 당해도 좋으니까 마음껏 휘둘러 봐."

손 감독이 호쾌하게 말한다.

그의 말에서 한 가지 사실을 파악한 강호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적어도 내 타석에서 대타를 기용하지는 않겠다는 말이구나.'

수비뿐만이 아니라 타석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며 덕 아웃을 이동한다.

"좋았어, 백강호!"

"수비가 아주 좋아. 원래부터 유격수인줄 알았어!"

"이제부터 유격수를 봐도 되겠어."

걸음을 옮기는 강호에게 코치들이 연신 찬사를 보낸다.

그들의 찬사에 고개를 숙여 보이며 조금 전의 일을 상기해 본다.

"오!"

강호가 던진 송구가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아냈을 때 수비를 위해 홈으로 향하던 대우가 크게 기뻐하며 환호했다.

연이어 2루수 황인태의 공이 하나의 아웃을 더 잡아내자 그는 뛸 듯이 기뻐하며 웃음 지었다.

마운드 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투수의 입장에서는 고작 공 3개로 무사 1,2루의 위기를 막아낸 것이다.

당연히 호수비를 펼친 수비수들에게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백강호 선배님. 덕분에 막았습니다."

모든 내야수들과 글러브를 마주치며 감사를 표하던 대우가 자신을 지나치려던 강호에게 따라붙으며 감사를 표한다.

사근사근한 후배의 모습에 강호 역시 그냥 지나치지 않고 격려한다.

"네가 잘한 거다. 6회에도 조금 전처럼 씩씩하게 던져라."

강호의 대답이었다.

누가 보아도 강호의 호수비로 막아낸 5회이지만, 그는 굳이 공치사를 하지 않았다.

어떤 포지션보다도 멘탈이 중요한 투수에게 힘을 북돋아줄 필요를 느낀 것이다.

"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우는 강호의 말에 얼굴이 붉어지며 함께 덕 아웃으로 들어섰다.

"이여, 루키! 잘했어!"

"씩씩하게 잘 막았다!"

그런 대우에게 투수코치인 구동진과 선배들이 칭찬을 쏟아낸다.

'내가 잘 막은 거라고? 아니야. 이번 회는 강호 선배가 다 막은 거야. 나는 한 게 없어.'

영리한 대우는 선배들의 칭찬에 들뜨지 않았다.

칭찬이 계속될수록 강호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더할 뿐이다.

'정신을 차려야 해. 강호 선배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6회는 내 힘으로 막는다!'

대우는 마음을 다 잡았다.

덕 아웃으로 들어서려던 그의 발걸음이 다시 그라운드로 향한다.

스프링캠프 경기에서는 팀이 공격할 때는 투수가 몸을 풀지 않고, 덕 아웃에 앉아 쉬기도 했다.

대우 역시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공격 기회에서 쉴 생각이었지만, 불펜 포수에게 다가가 연습 투구를 자처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은 결국 자기 위로와 핑계일 뿐이야. 6회는 반드시 내 손으로 막는다.'

대우가 눈을 빛낸다.

단지 스무 살에 불과했던 유망주 투수 권대우.

팬들조차 찾지 않는 스프링캠프의 한 경기가 그를 대오각성 시키는 계기가 될 줄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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