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홈런왕 백강호-5화 (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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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 경기

"돌아온 건가?"

마른침을 삼키며 주변을 살핀다.

장소는 어느새 대만 스프링 캠프장의 숙소로 돌아와 있었다.

어두운 숙소는 여전했고, 들고 있던 스마트폰도 그대로였다.

"시간도 그대로다."

스마트폰을 활성화해 확인해보니 시간도 변함이 없었다.

프리마켓에 다녀온 긴 시간동안 현실의 시간은 단 1초도 흐르지 않은 것이다.

"정신질환이나 꿈같은 것은 아니겠지?"

조금 전의 기억이 조작된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곧장 확인을 해야 마음이 편하리라.

"상태창."

혼잣말하듯 읊조린다.

그러자 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시야에 혼자만 볼 수 있는 글자들이 떠올랐다.

백강호(24)

포지션:3B

컨  택:71(+1)

파  워:47.9

선구안:54

주  력:72

수  비:68

송  구:49

멘  탈:75

아이템 효과: 정교한 타격

보유 스킬:

[패시브]칠 때 친다-레벨1

:주자 득점권 상황에서 컨택+5, 파워+3이 되고, 안타를 칠 확률이 5% 증가합니다.

차례로 떠오르는 메시지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스프링캠프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망상을 한 줄 알았다.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니 마음이 놓인다.

몇 차례에 걸쳐서 상태창을 닫고 여는 행동을 반복하던 강호는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꿈은 아니라는 말이지?"

확신을 가진다.

이제 자신에게 찾아온 기연을 100%로 믿기로 한다.

타악.

스위치로 다가가 꺼져 있는 숙소의 불을 켰다.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몸이 좀 커진 것 같다."

0.1의 컨택을 올렸을 때도 신체의 변화가 있었다.

프리마켓에서 나오기 직전, 보유하고 있던 모든 exp를 분배하여 컨택과 파워를 올렸다.

그로 인한 신체의 변화는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체중이 2킬로 정도 늘었을 것 같은데?"

거울을 통해 빈약했던 가슴 근육과 이두, 삼두근이 늘어나고, 어깨도 조금 넓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침대 맡에 놓아두었던 체중계를 꺼내 체중을 측정해 본다.

"74킬로. 3킬로가 늘었다."

43이었던 파워를 47.9로 상향하게 되자 몸무게가 3킬로 늘어났다.

프리마켓에서의 exp투자는 단순히 스탯의 상승만이 아니라, 신체를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양용민 코치에게 자랑할 만한 일이 생겼구나."

미소 띈 얼굴로 상상해 본다.

3킬로그램의 체중 변화는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변화는 아니다.

스스로가 체중 변화를 말하지 않는다면 주변인들이 쉽게 알아차리지는 못할 것이다.

양 코치가 물어보았을 때 체중이 증가한 사실을 말한다면, 그는 자신이 조언한 것을 수행한 강호를 대견하게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양 코치가 나를 손 감독에게 추천할 근거가 생기는 것이지."

체중 증가를 1군 도약의 기회로 삼을 생각이었다.

야구가 멘탈 스포츠라고 많이들 말을 하지만, 신인 선수의 체격 조건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모든 코칭스태프의 공통점이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이 정도의 변화로도 코칭스태프에게 어필할 최소한의 자격은 될 것 같았다.

"남은 캠프 기간 동안 1킬로만 더 늘리면 양 코치가 말한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다."

단기 목표를 정한다.

체중계를 집어넣으며 몸을 폈다.

다시 한 번 상태창을 열어 상태를 확인한다.

강호가 보고 있는 부분은 스킬창이었다.

"튜토리얼 보상으로 스킬 구매권을 줄 줄이야."

8차 튜토리얼에서 보상으로 스킬 무상 구매권을 받게 되었다.

9차 튜토리얼은 스킬을 구입하는 것이었고, 강호는 오랜 숙고 끝에 '칠 때 친다'스킬을 구입했다.

마음 같아서는 '살아있는 전설'스킬을 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무상 구매권으로 살 수 있는 스킬은 2만 mp짜리 스킬로 한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패시브]칠 때 친다-레벨1

:주자 득점권 상황에서 컨택+5, 파워+3이 되고, 안타를 칠 확률이 5% 증가합니다.

스킬은 주자 득점권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실행이 되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그런 관계로 지금과 같은 휴식 시간에는 스탯 증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

"손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주려면 득점권 상황에서 타점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무리 타율이 높아도 클러치 능력이 없으면 인정받기 힘들어."

스킬창을 확인하며 생각하게 된다.

양 코치가 요구한 5킬로그램의 체중 증가, 여기에 득점권 상황에서의 타점 생산 능력만 더해진다면 가능성이 생긴다.

1군 주전선수들의 부상이나 슬럼프 등의 상황에서 1군 선수들을 대체할 자원으로 올라갈 수 있어진다.

"필요한 아이템은 모두 구입했다. 이제 기회가 오는 것을 기다리면 된다."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보유하고 있던 mp로 프리마켓의 아이템들을 구입해둔 상태였다.

"당장 1군으로 올라간다는 보장은 없어. 타 구단 2군과의 스프링캠프 경기와 시범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지. 구입한 아이템들을 잘 분배하는 것도 중요하다."

방을 서성이며 계획을 세워본다.

각종 아이템을 구입하고, 스킬을 장착한 지금 타이밍에 1군으로 올라간다면 꽤나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태껏 보여준 것이 없는 강호이기에 곧장 1군행 티켓을 끊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단계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지금부터 움직이자."

대략적인 계획을 세운 강호가 행동에 나선다.

벌컥.

"응? 선배님 어디 가십니까?"

마침 숙소 방으로 들어오려던 룸메이트, 한택근이 문고리를 잡으려는 어정쩡한 자세로 묻는다.

그가 문을 열려던 타이밍에 강호가 나선 것이다.

"쉬고 있어라. 가볼 때가 있다."

"아, 양 코치님이 육성군 선수들은 숙소 밖으로 나가지 말라던데 말입니다."

택동이 코칭스텝에게 주의 사항을 새로 전달받은 것인지 강호에게 전파해 주었다.

강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안 나갈 거다. 늦지 않게 올 테니까 혹시라도 코치들이 확인하러 오면 화장실 갔다고 해라."

"네? 네, 알겠습니다."

택동은 강호의 말에 얼떨결에 답했다.

가끔이지만 외국에서 진행되는 스프링캠프의 숙소에서 탈출해 시내 구경을 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아직 어린 2군 선수들이 혈기를 다스리지 못하고 탈주하는 것을 우려해 코칭스태프들이 늦은 시간에 순찰을 도는 경우가 있다.

그것을 대비해서 택동에게 말을 남기고는 방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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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이 되었다.

간밤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강호는 숙면을 취한 후 경기장으로 나섰다.

"오늘은 완전 털리네. 이러다가 10점 차로 지겠는데."

근처에 앉아있는 루키들의 속닥거리는 소리가 자조적이다.

2군 스프링캠프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루키들이겠지만, 그들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조금 더 어려보였다.

올해로 갓 20살이 된 진짜배기 루키 선수들인 까닭이었다.

강호는 그들과는 약간의 거리를 둔 채로 벤치에 앉아 있었다.

'저놈들의 말대로다. 이대로 흐름을 내줘버린다면 10점 차로 지게 된다.'

백업 멤버로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강호의 솔직한 경기 평가였다.

며칠 전부터 자체 청백전은 종료하고 대만에 스프링캠프 훈련을 온 다른 구단의 2군들과 스프링캠프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시즌처럼 경기가 매일 치러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틀이나 3일 간격으로 벌어지는 나름 타이트한 일정이다.

"와이번스의 진승규가 오늘 날아다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신인 선수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루키들의 이목을 받으며 너스레를 떠는 인물. 그는 만년 2군 유망주 최문표였다.

올해로 서른네 살이 넘었으니 유망주라는 타이틀은 어울리지 않는 선수다.

"오늘 같은 경기에는 안 나가서 다행이야. 어차피 나가도 범타로 물러날거고, 와이번스의 승리에 들러리밖에 안되잖아."

최문표의 말에 루키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말대로 오늘처럼 크게 뒤지고 있는 경기에는 대타나 대수비로도 나가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실력을 평가받는 스프링캠프 경기라도 지는 경기가 좋을 리 없다.

이런 날 출전하면 괜히 기록을 깎아먹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군. 기록에도 남지 않는 스프링 경기에서 스탯 관리라니. 개가 웃을 소리다.'

강호의 생각은 다른 이들과는 달랐다.

한정된 출전 기회 속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는 한 타석과 한 번의 수비도 더해야 하는 것이 자신과 같은 육성선수들의 처지였다.

이것저것 가릴 형편이 아닌 것이다.

"저, 정신머리 없는 놈. 으이그. 진만이가 오늘 무너지네. 벌써 3실책이지?"

"네, 넵. 3실책 맞습니다."

"대 수비로 교체하겠네. 손 감독님은 3실책한 선수는 얄 짤 없어. 바로 교체야."

무릎 통증이 있어 오늘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최문표는 루키들 근처에 편하게 앉아 경기를 관람한다.

사람 편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최문표에게 갓 20살이 된 루키들이 다가선다.

한참 선배인 최문표에게 현장 야구를 배우기 위함이다.

"선배님, 3실책하면 바로 교체입니까?"

"그래. 너희들도 잘 알아둬. 손 감독님은 수비 못하는 선수를 정말 싫어하시거든. 반대로 수비 잘 하는 선수는 타격이 안 되도 일단은 눈여겨본다."

"아~~"

최문표가 호언장담하자 루키들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3군 수비 코치인 신기문이 다가와 소리친다.

"백강호, 유격수 대 수비다. 글러브 챙겨서 바로 오진만하고 교대 해!"

"네."

신 코치의 말에 강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글러브를 챙겨서 일어선다.

스프링캠프 경기에서는 2군의 수비코치인 서학수 코치가 와서 교체를 알려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후배인 신기문 3군 수비 코치가 온 것 같았다.

"아이고, 강호가 피 보게 생겼네. 9대 빵으로 지고 있는 경기에 대 수비라니. 그래도 기운 내라. 불펜투수로 올라가는 애들도 있는데 말이야."

신기문 코치가 사라지자 벤치에 앉아있던 최문표가 넉살스러운 목소리로 위로 아닌 위로를 한다.

"네."

강호는 문표의 말에 크게 동조하지 않고 짧게 답한다.

만년 2군 선수인 문표와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다.

최문표는 수비가 취약해 담당 포지션인 1루수 경쟁에서 밀린 상태다. 1루수보다는 지명타자가 어울리는 타자이지만, 지명타자로 사용하기에는 타율이 낮다.

강력한 한방은 있지만, 노력하지 않는 최문표의 한방은 뻥포라는 평가였다.

'나는 당신같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강호는 최문표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그라운드를 향해 달려 나간다.

그의 시선에 풀죽은 표정으로 걸어들어 오는 오진만의 얼굴이 보인다.

'너같이 되지도 않을 거다. 내가 만약 너 같은 기량이 있었다면 진즉에 1군 무대에 올랐을 거다.'

오진만을 지나쳐 달려가는 강호의 생각이었다.

교차하며 지나가고 있는 두 선수. 한 명은 현재 자이언츠 2군의 주전 유격수였고, 나머지 한 명은 이제 막 육성군에 포함된 이름 없는 선수에 불과했다.

이어산과 손호섭이 2군 스프링캠프가 아닌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면서 두 선수가 유격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였다.

'너는 내 경쟁자 중에 한 명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생각을 정리하며 오진만을 완전히 지나친다.

강호는 단지 유격수 자리만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내야 전 포지션과 외야수까지, 강호의 경쟁 포지션은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모든 자리였다.

'이번 경기, 내가 흐름을 바꾼다.'

유격수 자리에 올라간 강호는 눈빛을 빛냈다.

5회 초, 팀이 9대 0으로 지고 있는 무사 주자 1,2루 수비상황.

2군 스프링캠프에서마저 백업 멤버로 밀려난 강호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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