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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 백강호-1화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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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주 백강호

하나의 사건이 간신이 연명해가던 야구 인생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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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일종의 반칙인 셈이다.

하지만 반칙으로 주어진 기회라 할지라도 절대로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

기회를 외면하기에는 지난 삶이 너무도 처절했기에. 그래서 행운의 여신이 내민 손을 맞잡으려 한다.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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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강호, 그는 야구선수다.

소속 구단에서 방출된 후 현역으로 군에 다녀왔다.

이 정도만으로도 그의 야구 인생이 얼마나 바닥을 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이를 악물었는지도 모른다.

"저 친구 폼이 좋은데? 100번이면 임정인가?"

"100번요? 아닙니다. 임정이 아니라 백강호입니다. 올해 들어온 육성선수입니다."

"백강호? 내야 전 포지션 가능하다고 해서 계륵인줄 알았는데 수비가 괜찮아."

"그러게 말입니다. 육성선수 중에서 뚜렷한 수비 포지션 없는 놈들이 얼마나 허당인가를 생각하면 제법 수비가 괜찮은 편입니다."

양용민 코치는 손성조 감독의 물음에 손에 든 명부를 뒤적이며 대답했다.

양 코치는 67년생으로 올해로 53살의 육성군 총괄 코치다.

적지 않은 나이의 그가 공손하게 답하고 있는 이는 자이언츠의 2군 감독인 손성조 감독이었다.

54년생인 손 감독이 13살이나 많았으니 베테랑 코치의 공손한 태도도 이해가 되었다.

"가만있어보자. 백강호면 베어스에서 방출되고 군대 다녀온 그 친구 말하는 거지?"

손 감독은 여전히 시선을 강호에게로 둔 채 묻고 있었다.

양 코치는 들고 있던 인원명부를 확인하며 답했다.

"네, 맞습니다. 상무나 경찰청이 아니라 현역으로 다녀왔네요."

양 코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손 감독이 혀를 찬다.

"그것 참."

손 감독은 마침 곁을 지나가고 있던 서학수 코치에게 손짓했다.

"네, 감독님."

부름을 받은 서 코치가 다가온다.

서학수 코치는 2군의 수비코치였다.

74년생인 그는 올해로 46살이 되었지만, 원로나 다름없는 손 감독의 부름에 뜀박질로 달려온다.

"서 코치. 저기 등번 100번 좀 봐."

"네."

서학수 코치는 손 감독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곧장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수비 훈련에 매진하고 있던 강호의 모습이 들어온다.

'응? 백강호잖아. 수비하는 걸 보라는 이야기겠지? 그나저나 강호는 살을 좀 찌워야겠다. 너무 말랐어.'

서 코치는 강호의 수비와 포구 자세 등을 확인하며 다시 고개를 돌린다.

"어때?"

손 감독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물어온다.

강호의 수비는 여러 번에 걸쳐서 확인한 서 코치였다.

보직이 2군 수비코치이지 않던가.

스프링캠프에 참여하는 모든 야수들의 수비를 체크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대답을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괜찮은 편입니다. 포구도 안정적이고, 어깨도 좋아서 3루수로 써도 됩니다. 당장 1군 무대에 올려놓아도 백업 멤버로 쓸 수 있는 수비력입니다.

"그렇지?"

서 코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손 감독, 이번에는 대기하고 있던 양용민 3군 총괄에게 묻는다.

"강호 놈 타격은 어때?"

손 감독의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해보던 양 코치가 입을 연다.

"공을 맞추는 능력은 제법입니다. 선구안도 그럭저럭 쓸 만하고요."

일단은 칭찬의 말을 건넨 양 코치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어진 그의 말은 전의 내용을 뒤엎는 것이었다.

"하지만 파워가 없어서 장타력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힘이 약해서 그런지 배트 스피드도 느리고요. 출루율은 기대해 봐도 좋지만, 타율은 의문입니다."

"그래? 2할 5푼 정도 할 것 같나?"

"글쎄요...2군이라면 그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2군이 아니고, 1군에 올리면 어느 정도일 것 같아?"

손 감독의 물음에 다시금 생각에 잠긴다.

그의 성미를 알고 있는 양 코치였기에 지금 감독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가끔 육성군 선수 중에서 괜찮아 보이는 이가 있으면 이런 식으로 물어보곤 했다.

"2할도 못할 겁니다. 육성 선수를 1군 붙박이로 두지는 못할 테니까요. 대타나 대수비로 나가게 되면 2할을 치기도 힘들 겁니다."

"2할을 밑돈다, 그 말이지."

"네."

양 코치의 말을 곱씹어보던 손 감독은 이내 입을 연다.

그 방향은 양 코치가 아니라 2군 수비코치인 서학수였다.

"서 코치. 타율이 2할이 안된다고 봤을 때, 어때? 강호 녀석을 1군에 올릴 정도의 수비력인가 말이야."

이제야 손 감독의 명확한 의사를 알게 된 서 코치는 고개를 젓는다.

"2할이 안되면 1군에 올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대수비로만 쓰기에는 눈에 띄는 수비 실력은 아니니까요. 내야에는 이어산이나 손호섭이 있습니다. 백업으로 쓴다면 강호보다는 어산이나 호섭이가 낫습니다."

"걔네는 면밀히 따지면 1군으로 보는 것이 옳지. 혹시라도 내야 자리에 구멍이 나면 쓸 만한가 말이야."

부정적으로 보는 서 코치의 말에 손 감독이 반박한다.

그 모습에 주춤거리게 된다.

'오늘따라 감독님이 왜 이러시는 거지? 보통은 이 정도만 말씀드려도 납득을 하셨는데...'

서 코치는 손 감독이 원하는 답변이 무엇인가 고민해야만 했다.

잠시 고민해 보던 그는 확신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연다.

"한, 두 번 정도 올려보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내야 대타가 아니라 대 수비로 쓴다는 전제조건으로 말입니다."

"한, 두 번이란 말이지."

손 감독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을 한다.

"양 코치, 체크해둬. 강호 놈은 대타보다는 대 수비용으로 쓸 생각이야."

"네, 알겠습니다. 감독님."

양 코치가 인원명부에 체크하는 것을 확인한 손 감독이 서 코치에게 다시 손짓을 한다.

이번의 손짓은 오라는 것이 아니라 가라는 손짓이었다.

"네, 가보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지나가는 서 코치에게 시선을 뗀 손 감독의 눈이 다시 강호에게로 향한다.

'타격도 안 되고, 파워도 안 되는 타자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그래도 발도 빠르고 선구안은 좋으니 대주자로 쓸 수는 있겠어.'

이미 확인해 본 백강호의 주력은 괜찮은 편이었다.

'몸이 말라서 그런지 다리는 빠르니까. 대주자로 기용할 수 있으면 쓰도록 해야겠어.'

손 감독이 보기에는 강호의 주력과 선구안은 괜찮은 편이었다.

어린 선수답지 않게 풍파가 많아서인지 멘탈도 또래에 비해서는 월등하게 느껴졌다.

의지도 보통이 아니어서 몇 번 정도는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양 코치."

"네, 감독님."

"대 주자로 쓸 수 있다고 체크해 둬. 백강호는 내야 대 수비, 대 주자 용도로 쓸 거야."

"그러겠습니다. 감독님."

양 코치는 손 감독의 요구대로 글자를 써나갔다.

강호에 대한 판단을 끝낸 손 감독의 시선은 다시 선수들이 춘계 훈련 중인 훈련장으로 향했다.

스프링캠프는 길지 않았고, 점검해야할 선수들은 많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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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는 러닝을 하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미치도록 힘들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바닥에 누워 쉬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다.

신인 급 선수를 평가하는 스프링 캠프에서 체력적인 문제를 내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항상 문제로구나.'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며 한탄하게 된다.

프로선수가 체력이 약하다는 것, 그리고 근력이 떨어지는 것. 이것은 큰 문제임에 분명하다.

스스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개선하기가 힘이 든다.

'군대에서 살을 찌워서 나왔어야 했는데.'

후회를 해봐도 항상 늦은 것이었다.

군에 입대하여 고질적인 체력 문제와 체격을 개선하려 했지만, 욕심이 과했다.

구단에서 방출되었다는 충격과 다시 야구를 하고 싶은 욕심으로 인해 스스로 너무 혹사를 해버리고 말았다.

힘든 군 생활과 당직 근무, 거기에 스스로가 짠 훈련 계획까지 병행하다보니 살이 찔 틈이 없었다.

'입대 전보다 더 빠져 버렸다.'

후회가 된다.

학창 시절부터 제대로 먹지 못해 키에 비해 몸무게가 가벼운 편이었다.

키는 185센티로 작지 않은 키였지만, 몸무게가 70킬로를 간신히 넘고 있었다.

없는 형편에 홀로 살림을 꾸려 나가던 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모든 상황이 최악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형이 아니었더라면 야구도 못하고 있었을 거다. 불평이나 불만은 내게 사치야.'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형은 장학금을 받으면서 다니고 있던 대학을 포기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강호보다 다섯 살이 많은 강수는 3남매가 의지할 수 있는 가장이자, 집안의 기둥이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희생해 가면서 동생들을 키워냈다.

"강호야. 포기하지마라. 풍족하지는 않겠지만 네가 야구를 할 수 있게 형이 최대한 애써볼게. 우리 하는 대까지 해보자."

그렇게 말하며 형이 공사 현장에 뛰어든 나이가 스물한 살 때였다.

이제는 형의 나이도 서른이 되어 도배나 장판 시공을 하는 수장시공 기사가 되었지만, 형의 이십 대는 강호의 지금보다도 힘겨웠을 것이다.

'체격이 문제면 살을 찌우면 된다. 체력이 문제면 운동으로 극복하면 돼. 형을 생각해서라도 절대로 나약한 마음을 먹어서는 안 돼!'

강호는 지금도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을 형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어?"

갑작스레 스퍼트를 올린 강호로 인해 주변의 선수들이 놀란다.

이미 스타트를 끊은 지 40분이 지난 상태였기에 속도를 높이는 강호의 모습에 이채를 띈다.

'체력이 약한 것이 아니었나?'

몇몇 선수들이 강호를 의식하며 함께 속도를 높인다.

강호는 그들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자신의 페이스로 달려 나간다.

그의 눈동자는 뜨거웠다.

'이건 마지막 기회야. 형이 내게 준 마지막 기회. 절대로 포기할 수 없어. 절대로!'

강호는 의지를 다지며 지쳐버린 몸을 움직인다.

양용민 코치가 기입한 그의 역할은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는 강호는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기 위해 모든 것을 불사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즐겁게 써보겠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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