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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입지전생전-2화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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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입지전생전

02

나는 카르마. 마을에서 막 나온 참인 모험자희망자다.

산을 내려가 들판을 넘고 계곡을 넘어, 황야를 일주야 계속 걸었다.

게다가 초원에서 당나귀를 한 마리 붙잡아서 얻어 타고 3일.

겨우 밭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 오~, 오래간만에 민가를 봤네.

간판을 보자 트레이디아는 여기서부터 마차로 3일 더인가.

근처의 마을까지 편도 1주일…… 내가 태어난 고향은 얼마나 시골인 건지.

뭐, 그건 제쳐두고 고향을 뒤로한 지 1주일.

드디어 상도 트레이디아에 도착했다.

자, 느닷없긴 하지만 잔 지식이다.

이 세계에서 일반인의 이주나 여행은 대폭 제한되어있다.

어째서일까? 답은 간단, 영주나 귀족의 태반이 흔히 말하는 악덕대관 상태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사가 간단하다면, 얼마 없는 제대로 된 정치를 하고 있는 곳에 사람이 몰려들겠지.

뭐 그래도 목숨 걸고 탈출하는 녀석들도 많은지라

……트레이디아는 그 얼마 없는 “제대로 된” 마을 이기도 해서

나처럼 일을 시작하려 하는 녀석들이나, 생계가 막힌 녀석들이 계속해서 찾아온다던가.

뭐, 행상인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뭐가 됐던, 그런 녀석들이 모이는 탓에 경기는 좋지만 범죄가 그 이상으로 늘어나는 건 역시 문제였나 보다.

어느새인가 마을은 높은 석벽으로 둘러싸여, 생계가 없는 녀석들을 그 밖으로 내쫓도록 되었다.

……다만, 그걸로 끝나지 않았던 것이 이 마을의 대단한 점.

그런 녀석들로부터 쓸만한 인재를 퍼 올리기 위해 “모험자” 라는 제도를 만든 것이다.

어떤것이냐면 내가 원래 있던 세계의 기준으로 생각했던 것과 크게 차이가 없다.

의뢰자로부터 일을 모집해, 주점 등에 있는 알선소에서 그 일을 맡을 인재를 찾는다.

모험자는 일을 처리해 돈을 벌고, 일의 성과에 따라 다음 일이 들어온다 라는 거다.

지금은 전세계에 지부가 있다고 하니까 놀랄 따름이지.

신용이 없으면 좋은 일은 오지 않는다.

신용을 얻기 위해서는 착실하게, 그리고 “예의 바르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

간단하게 일손을 얻을 수 있고, 치안도 좋아진다 라는 거다.

얼핏 보면 누구에게나 좋은 이야기로 보이겠지?

다만, 이 이야기에는 상당한 뒷이야기가 있다.

이것도 행상인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처음에는 벌이도 적고 힘든 일 밖에 주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말하자면 출신도 분명하지 않은 떠돌이는, 어지간히 다루기가 쉽고 유능하지 않으면 쓰지않는다구 라는 거겠지.

그걸 눈치채지 못하면, 평생 출세를 못한다니 심하지 않아?

실제로, 내가 걷고 있는 가도를 따라서 폐목을 이용한 움막이 몇 집이나 늘어서있다.

……슬럼가 라는 거다.

이렇게 죽은 것도 아닌 산 것도 아닌 매일이 계속된다, 라는 건 정말 사양하겠어.

그런고로 나는 지금까지 그 마을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았던 거다.

그럼 지금이라면 좋은가 라고 말하면…… 좋은 거다 이게 또.

아, 문지기아저씨. 수고하십니다.

과소마을 촌장(대리)입니다. 영주인 본=쿠라 남작 각하께 전해주세요, 네.

…….

아아 남작 각하, 오늘도 수염이 참 멋지기 그지 없으십니다. 오늘은 촌장의 대리로 이번 달 분의 세금을 청산해 드리러……

에? 이번 달은 꽤나 고분고분하군 이라니…… 아니, 실은 대부분 나의, 아니 저의 사비로 지불해 드리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그런 일이 있어도, 아하하하하, 아뇨아뇨 영주님이 계셔야 존재하는 과소마을이니까요.

아-, 그?래?서?말?인?데?요. 실은 부탁드릴 건이.

……아아, 그렇게 노려보지 말아주세요, 단지 제가 이 마을에 이주하는 허가가 필요할 뿐이니까.

우왓!? 허리에 찬 검은 거두어주세요! 저만, 저만이니까요,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마을에 있을 테니까!

물론 그냥은 아닙니다! 거의 없는 재산으로 손에 넣은 당나귀를 한 마리 진상해드릴 테니!

……아뇨 아뇨 대관, 아니 영주님도 참 사람이 나쁘십니다.

그렇죠, 애송이 하나 없어진 정도로 진심으로 화내실 정도로 마음이 좁은 분이 아니시죠.

아~, 그래서 허가는?

이게 허가증입니까. 그럼, 도장을 꾹 하고.

감사합니다!

절대로 두드러진 인물이 되어 보이겠습니다!

그때에는 반드시 인사 드리러 올 일도 있을지 모르니, 그럼 이만.

…….

앗싸아아아아아!

제1단계 클리어!

해냈다! 이걸로 이겼어!

……뭐 하나 거짓말은 하지 않았지?

유일한 마을사람=촌장……정식으로는 촌장이 되지 않았으니까 대리.

가진 것 없는 재산으로 손에 넣은 당나귀……재산 같은 건 거의 없음 & 야생의 당나귀를 붙잡아서 “손에 넣은” 거고.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마을에……계셨습니다. (과거형)

뭐, 어찌됐던 이걸로 나는 이 상업도시 트레이디아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물론 막 이사해온 타인에게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사람은 남아돌 터.

하지만 모험자로서는 “벽의 안쪽” 의 인간은 1랭크 우대받는다 들었다.

OK! 우선 최저랭크의 생활에서는 탈출했다 라는 거겠지!

이제 썩은 감자를 물에 삶았을 뿐인 음식은 지긋지긋 하다고!

이제부터는 썩지 않은 감자를 삶아서, 소금으로 맛을 낸 정도는 먹을 수 있겠지?

그렇겠지!?

핫, 이래서는 단지 수상한 녀석이 아닌가.

……비슷하게 수상한 움직임으로 히죽거리는 녀석들이 주위에 있는 탓인가 묘하게 냉정하게 돼버리는군.

보고 있자니 주위에서 일제히 Thumb's up.

실로 좋은 얼굴이다. 아무래도 비슷한 경우 같다.

훗, 동지여. 서로 힘내자고. 라며 나도 Thumb's up.

실은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좋다. 서로 붕 떠있는 거 같으니까.

…….

자, 그 날 밤…… 나는 모험자가 모이는 대포집 겸 여관 『햇볓에 목매다는 인형정』에 있다.

정말이지, 불길하기 그지없는 이름이지만 신경 쓰면 안돼, 라고 선배가 말했다.

인형이 목을 매달면, 내일은 맑은 날이 된다던가. ……거참,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뭐, 그건 제쳐두고 나는 선배모험자이자 같은 마을 출신자이자,

또한 안전한 탈출방법을 가르쳐준 은인이기도 한 라이오넬 형님에게 모험자의 마음가짐을 듣고 있다.

특히 반드시 방해해댈 테니까 촌장이 뒈지기 전에는 움직이지 마라,

라는 가르침은 실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으로서 어떤가 생각하긴 하지만.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그래서 카르마, 지금까지 이야기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지? 」

「뭐, 실패할거 같은 의뢰는 받지 않는다, 그리고 준비를 확실히 해라 부분일까」

「정답. 다시 말해 무리는 하지 마라 라는 거다. 날 지킬 수 있는 건 나뿐이라구?」

「웃스, 기억해 두겠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도 있다!」

처음부터 말해줬으면 하는 기분도 들지만, 뭐 좋아. 가르침을 받도록 할까.

「조합……길드의 등록과 정기적인 랭크갱신이다」

「그거라면 내일 갈 예정」

그렇다, 이 세계에는 모험자길드 라는 녀석이 있는 거다.

여기에 가입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쫄따구인채. 랄까 일 자체가 들어오질 않는다 한다.

의뢰비에서 공제되는 액수는 꽤 큰 모양이지만 불평할 주제는 아니지.

위가 어떤 녀석들이건 우선 밥줄이 선결이다.

「알고 있다면 그걸로 됐다. 그리고」

「여관에 돈을 쓰지 마라. 다만 재산이 없는 동안만……이었지」

「그래, 다행히 이 가게는 하루 종일 열려있다. 밥이라도 주문하고 테이블에서 자면 싸게 먹힌다구. ……도둑질에는 주의하고」

「좀 봐줘 라이오넬, 이상한 거 가르치지마. 내 벌이도 생각해 달라고」

아~. 주점의 마스터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한동안은 참아줘요.

여하튼, 여기저기의 테이블에서 자고 있는 녀석들이 있으니까 누구에게 배우지 않았어도 금방 눈치챌 일이고.

뭐 한동안은 테이블에서 잠자는 나날이 계속되겠지.

그래도 언젠가 재산을 마련해서, 내방 하나쯤은 가지고 싶기는 하지만.

그리고 그 때문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착실하게 일을 처리한다!

문제는 일으키지 않는다!

범죄는 저지르지 않는다!

낭비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수가 좋은 일을 찾는 것이다.

무섭게도 이 세계에서도 처음 한발자국이 중요한 것이다.

이전의 세계와는 다르게 학력은 거의 의미가 없다.

이 세계에 있어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은 터무니없는 부자든가 권력자의 자제뿐이다.

그런 위치에서 스타트하는 인간이 모험자 따위를 하는 것은 십중팔구 취미의 영역.

화려하고 멋진 일을 좋아하는 탓에, 내가 하려 하는 일과 겹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 모험자로서의 “격”은 길드가 정하는 규정에 의해서 정해진다.

그리고, 하위에게는 수수하고 보수가 적은 대신 안전한 일을,

상위에게는 위험한 대신에 보수가 좋은 일이 들어온다.

응? 방금 말한 취미로 하는 녀석들?

그런 녀석들은 길드에서 랭크를 사니까 처음부터 고랭크라나 뭐라나.

애초에 길드의 랭크라는 건 “이 녀석에게 일을 맡길 수 있나?” 의 기준이다.

실력만의 기준이 아니라는 거지 이게.

만일 실패해도 의뢰자를 돈과 권력으로 입막음 하는 녀석들이라면 다소는 눈을 감아준다더라.

좋~겠~다~, 정말로.

자, 그럼 내 경우는 어떤가?

돈으로 길드의 랭크를 살 수 있는 입장이라면, 처음부터 모험자가 되려고는 안 해.

그렇다고 해서 최하급의 일로는 먹고 사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고로 밑에서 A부터 위로 E까지 있는 랭크 중, 밑에서 2번째를 노리려고 생각한다.

……목표 낮구만 이라던가 나도 알아.

단지, 한심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게 내 최선이라는 거지.

현실의 시험이나 면접과 같은 거야. 제대로 정보수집 한 상태에서 거기까지라면 할 수 있다고 본거지.

길드에 의한 평가는 주로 3개의 요소로 정해진다.

전투능력,

특수기능,

그리고 신용과 실적이다.

각각 5단계의 평가를 받아, 그 평균치로 랭크가 정해진다 라는 거다.

전투능력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이 세계에는 마물이 있다.

도적 같은 것도 많고, 모험자가 용병 비스무리한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지.

특수기능은 뭐 이것저것. 피킹이나 먼눈이 밝은가? 던가,

그리고……나는 본적 없지만 흔히 말하는 마법이라던가.

요컨대 전투능력 이외로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지식을 평가한다.

피킹이나 눈이 좋은 게 무슨 일에 도움이 되냐고? 그건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고 봐.

이야, 깨끗한 일로만 해먹고 살 수는 없다니 싫지?

그래서 최후에 신용실적. 이건 말 그대로 구만.

의뢰를 성실하게 했나? 트러블을 일으킨 적이 없나? 같은 거.

돈이 있는 녀석은 이 부분을 사지.

커다란 뒤가 붙어있다는 건, 흔한 신용실적보다 크다는 거지.

반대로 말하면 평범한 녀석은 최초에 이게 최저평가부터 시작한다.

이제 알겠지?

나는 신용실적이 최저라인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수기능? 가짜 사냥꾼의 멀리보기 정도로는 기능으로 인정될지 말지 미묘.

그 외에 딱히 이거다 할만한 건 없는데다 그쪽의 평가도 위험하다.

시험내용을 알아보니 아무래도 전투능력 쪽에서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정도.

이야, 시골생활이 이런 때는 고맙구만.

고기가 먹고 싶으면 멧돼지 기타 등등이랑 싸우지 않으면 안됐으니까 말이야. (먼 눈)

날마다 한 밭일도 우습게 볼 수 없는 거고.

…….

자 그럼, 밤도 깊어졌고 생각을 정리하는 건 이 정도로 해둘까.

내일은 내 일생을 좌우하는 시험이 있는 날이다.

느긋하게 쉬고 내일을 준비하자.

……테이블로는 만족스러운 느긋하게는 안되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느긋하게 쉬다 가라구?

무리라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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