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303화 (303/325)

#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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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을 거듭하던 민 여사는 생각을 정리한 후 전화기를 들고 민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사태를 가장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선 민수의 동의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질질 끌면서 시선을 더 모으는 것보다는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였다.

영화 개봉도 눈앞이니 괜한 이야기로 부정적인 여론이 모이는 것은 사양이었으니 말이다.

“그래. 민수야.

기사 봤니? ….그래.

그래도 되겠니?

그래.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하자.

그럼 쉬어라. 이따 보자꾸나.”

전화를 끊은 민 여사는 풋 하고 웃음 짓더니 바로 홍보팀장 이미영을 찾았다.

“미영아.”

“네? 네!”

민 여사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미영은 평소라면 이 팀장이라고 부를 민 여사가 자연스럽게 웃으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지금 그녀가 상당히 즐거워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후후. 예전에 내가 전해 줬던 자료 있지? 그거 바로 공개해.

홈페이지랑 우리 쪽에 가장 협조적인 언론사를 통해서 말이야.

민수가 그냥 공개하고 가도 괜찮다고 하니 빨리 공개하자고.”

“네. 여사님.”

민 여사는 서둘러 자리를 떠나는 미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살포시 웃음 지었다.

항상 성가신 짓만 하던 진룡이 이번에는 제대로 긁어 주고 있었다.

만약 이런 일이 없었다면 민수가 저렇게 쉽게 허락할 리가 없었으니까.

이상한 곳에서 막힌 데가 있는 민수였으니 말이다.

“아마 시선 돌리기를 하려고 이렇게 찔렀나 본데.

이게 어떻게 되려나 모르겠네.

사람들의 관심이 민수 쪽으로 쏠릴 테니 어쩌면 진룡이 한고비 넘길 수도?

그게 진룡에게 좋은 일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말이야.”

민 여사는 섣불리 시선을 돌리려고 찔러본 진룡의 판단이 오히려 더 최악의 결과를 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제법 쏠쏠한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각 민수의 방.

“에휴. 하긴 뭐라도 물어뜯을게 없나 눈이 발개져 있을 진룡이니 빌미를 주는 건 사양해야겠지.”

“엄마예요? 어떻게 하기로 하셨어요?”

민수가 민 여사와의 통화를 마치고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자 아침부터 민수의 방에 찾아왔던 설아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반짝이며 캐묻고 있었다.

설아는 아침에 민수의 이상한 기사를 발견하고 바로 민수의 방으로 직행했다.

자신의 기사를 찾아보지 않는 민수가 아직 모르고 있을 거라는 예상에서였는데 역시 민수는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그냥 편하게 쉬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갑자기 설아가 찾아와 어안이 벙벙한 민수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있는 중 민 여사에게 전화가 온 것이었다.

그러니 민 여사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궁금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뭐….

솔직히 내가 뭐 잘못한 것도 아니니 그냥 당당하게 나가야겠지.

어쨌든 절세가 된 건 맞으니까.

웬만하면 그냥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는데.

원래 이런 일이 있으면 유난 떤다고 사람들이 싫어하잖아?”

“글쎄요. 그건 워낙 나대서 그런 거고요.

예전에 혜민이 때도 그랬지만 참 오빠도 어지간한 거 같아요.”

씁쓸해하는 민수의 반응에 설아는 안 시름 덜었다는 듯 안심하며 샐쭉한 어투로 핀잔을 주었다.

애당초 처음부터 많은 사람에게 알렸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참 어지간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였다.

어쩌면 이 남자에게 자신도 모르는 주인공 본능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

설아가 무슨 생각하는지는 짐작도 못 한 민수는 그저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별로 큰일은 아니었지만, 자신에게 쪼르르 달려와 사실을 알려준 설아에게 고마움을 느껴서였다.

“그래. 내가 좀 그렇긴 해.

그냥 내가 좋아서 마음 편해지자고 그런 거였는데 이상한 시선으로 볼까 봐 그런 거야.

하지만 나 때문에 영화에 안 좋은 영향이 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민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 일이 진룡의 자승자박으로 이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일이 흘러갈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에게 좋은 일로 작용할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민수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며 마음이 푸근해진 설아는 이제 앞으로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자못 궁금해졌다.

민수의 도덕성을 운운하던 기자들이나 거기에 동조한 사람들이 느낄 당혹스러움이 눈에 선했으니 밀이다.

그리고 그날 오후.

윤 엔터 공식 홈페이지에 민수의 절세 목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올라왔다.

어떠한 해명이나 사족도 전혀 없이 그저 자료만 올라온 것.

하지만 자료는 매우 구체적이고 자세했다.

심지어 금액까지 정확히 기록되어 있는 자료는 누가 봐도 한눈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했다.

마치 너희들이 그런 말 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그렇게 말이다.

[정민수 절세 비결. 데뷔 후 지금까지 기부 금액만 70억 원 이상]

[정민수 덕분에 새 생명을 이어가게 된 어린 천사들은 무려 21명]

[윤 엔터 배우들 모두가 참여한 기부행위. 지금까지 결식아동 수백의 끼니를 책임지고 있었다]

민수의 절세 목록은 간단했다.

처음부터 민 여사에게 부탁했던 기부 행위로 인한 절세였으니까.

다만 능력 있는 세무사가 기부로 인해 챙길 수 있는 혜택을 꼼꼼하게 모두 챙겼을 뿐이었다.

그런데 자세한 자료도 없이 납세액만 확인했으니 탈세를 생각할 수밖에.

-와. 민수형한테 도덕심 어쩌고 지껄이던 기자 놈은 어디 갔니?

민수형이 도덕책 그 자체인데 도덕성은 개뿔.

-그래. 민수형이 도덕책이다. 우선 믿어라!

-연예인이 기부하는 건 자신의 이미지 때문이지.

정민수도 그냥 그런 걸 테고. 그걸로 절세도 받았으니 특별히 대단하다고 말하기는 힘들 듯.

-하하. 이미지 관리 오지네. 70억으로 이미지 관리했다고?

넌 뇌가 우동사리냐?

-허허. 기부액 70억.

돈을 많이 벌긴 했다지만 저 정도를 기부하고 있었다니.

-그래 세금으로 내서 엉뚱한데 쓰느니 차라리 직접 기부하는 게 낫지.

예전에 민수형이 어린아이 살리겠다고 전 재산 다 기부했던 거 생각나네.

-솔직히 이걸 이미지 관리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 삐딱한 거지.

그리고 생색만 낼 거면 그만큼이나 냈을 리가 있나.

-한두 번도 아니고 3년 동안이나 꾸준히 기부하고 있는 걸 이미지 관리라는 편협한 새끼들도 있네.

너 사회생활은 가능하냐? ㅋㅋㅋ

-그런데 왜 이걸 몰랐지? 한두 푼도 아닌데. 왜 연예인이 기부액을 숨겨?

-민수형이 기부액을 숨김. ㅋㅋㅋ

원래 민수형이 그런 남자지.

예전에 혜민이 일도 방송에서 까발려져서 알게 된 거였잖아?

-민수형 의심했던 거 반성한다.

그래서 지금 민수형한테 자필로 사과 편지 쓰고 있다.

-귀찮게 그런 거 쓰지 마.

민수형이 그렇게 할 일이 없는 사람인 줄 아냐?

-민수형 영화를 보면 영화비의 최소 5%는 자연스럽게 이동 복지 재단에 기부가 되는 셈이다.

재미있는 영화도 보고 자연스럽게 좋은 일도 하고. 참 좋은 일이지.

-오 그거 괜찮은데.

나도 동참한다.

-나도 동참2

-난 3.

-이거 다 영화 보러 가는 분위기냐? 왠지 끌리는데 나도 동참해야겠네.

“헤~ 사람들 진짜 태세 전환하고는….”

설아는 새로 올라온 기사에 사람들이 올린 반응 글들을 읽으며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민수는 이 정도면 충분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의도를 곡해하는 사람들보다 안 그런 사람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처음부터 자신을 욕하던 사람보다 사실을 좀 더 알아보자고 했던 사람들이 더 많았다.

예전에 자신의 루머가 돌 때 무조건 자신을 욕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었다.

물론 너무 자신을 띄워주면서 추켜세우는 것은 좀 민망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 만하지.

예전에는 우선 욕하고 보지 않았나?”

“에이. 그때랑은 완전히 다르죠.

지금은 오빠의 위치가 있는데요. 지금까지 행동해 온 것도 그렇고요.

이건 좀 오빠가 자랑스럽네요.”

설아가 자신이 다 뿌듯하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쭉 내밀었다.

하지만 그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두드러진 흉부에서 묘한 박력을 느낀 민수는 헛기침을 내뱉으며 슬쩍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어쨌든, 일은 잘 해결될 거 같으니 마음은 편하네.”

하지만 민수의 예상과는 달리 이 일이 끝이 아니었다.

뒤이어 또 다른 재미있는 기사가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이건 민수도 전혀 예상 못 한 일이었다.

[정민수 팬클럽 [민수네] 이번 영화에 크라우드 펀딩한 회원들이 순수익의 50%를 기부하기로 결정.

자신들이 응원하는 정민수의 아름다운 기부 의지 따르기로]

바로 이번 영화에 투자한 민수의 팬클럽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수익금의 절반을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점입가경.

이 기사까지 나오자 이번 영화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관심은 영화 흥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했다.

“허.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이 사람들이 정말.

이러면 내가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데.”

민수는 팬클럽 회원들의 예상치 못한 지원 사격에 깊은 감사를 느꼈다.

물론 말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서로 좋은 일을 하자는 것이니 말릴 이유도 없었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나누는 것은 좋은 일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나중에 팬 미팅에서 거하게 대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뿐.

다만 문제는 100억을 투자한 큰손들이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이 사람들까지 동참하고 있는 거 같았다.

이분들하고는 정말 나중에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이렇게 모두가 놀라워하는 가운데 난감한 상황에 부닥친 곳이 있었으니 그건 당연히 처음에 논란을 제기했던 진룡 미디어였다.

상대를 흠집 내려고 던진 불씨가 자신들의 초가삼간을 다 태우기 직전이었으니 진룡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특히 이 일을 주도했던 황 사장의 분노와 절망은 상상 이상이었다.

“미친! 대체 그 자식은 뭐 하는 자식이야?!

연예인이 70억을 기부했으면서 지금까지 일언반구가 없었다고?

제가 무슨 성인이라도 돼?”

연예인이 기부행위 일체를 숨기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진룡 미디어의 황 사장은 일이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자 자신의 사무실에서 집기를 부수며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황 사장으로서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단순히 절세를 위해 기부한 것이라기 엔 너무나도 큰 금액이었고 자신의 이미지를 챙기기 위한 기부였으면 당연히 크게 알렸을 것인데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 그냥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그 큰 금액을 기부하고 있었다는 걸 어떻게 황 사장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한참을 그렇게 씩씩대며 화를 터트렸던 황 사장은 그래도 이 일로 자신들이 얻을 것을 계산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어쨌든 자신들의 가장 큰 목적이었던 마약 사건에 몰린 시선을 돌리는 데에는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반대급부가 윤 엔터의 위상과 민수의 이미지가 급상승 한 것이지만 급한 불은 끈 것이었다.

“그래. 영화만 올리자고.

우선 내가 살아야지.”

황 사장은 상대가 어떻건 간에 자신부터 사는 것이 급하다는 생각에 겨우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사실 이번 영화의 중국 수출이 무산되면서 본사 쪽에서 보내오는 시선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특히 그 영화의 감독이 마약을 한 것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나 후계자들을 지켜보고만 있는 진룡 미디어의 회장은 예전에 자신의 큰 형을 마약으로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고 마약을 특히 더 혐오하는 인물이었다.

진룡의 후계자 3명 중 가장 망나니라는 둘째도 자신의 아버지가 두려워 마약은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으니 그 분위기를 대충 알만했다.

만약 사태가 더 안 좋아지면 지켜만 보고 있던 거인이 직접 움직일 수도 있었다.

민수는 그저 진룡의 영화가 중국으로 도망가는 것을 막고자 했을 뿐인데 이 일이 생각보다 더 황 사장을 궁지로 몰고 있었다.

황 사장은 이를 바득 갈며 어떻게든 이 위기를 넘기고 나중에 꼭 복수하리라 다짐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최소한 원금은 보전해야 했다.

그것도 가능하면 빨리 말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이 마약 사건에서 민수의 기부행위로 옮겨지자 각 영화 상영관들도 무작정 “에이전트 K”를 내릴 수는 없었다.

특히 드림 픽처스가 때맞추어 김현성 감독의 자필 사과문과 상습적인 흡입이 아니라 잠시의 영감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피력하자 민수의 기부 행위로 마음이 조금 너그러워진 대중들도 김현성 감독을 동정하게 된 것이었다.

창작의 고통과 예술적 고뇌를 극복하기 위한 젊은 천재의 짧은 일탈 행위라는 드림 픽처스의 이미지 세탁이 깔끔하게 먹혀들어 간 셈이었다.

하지만 종전의 1700개의 스크린을 모두 지킬 수는 없었다.

민수의 이미지가 워낙 급격하게 좋아져서 이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에이전트 K”는 1200개의 스크린을, “Shadow Awaken”은 2500개의 스크린을 가지고 영화를 개봉하게 되었다.

이는 재작년에 역대급 오픈 스크린 수를 기록한 “용의 울음” 보다도 100개나 많은 것이었다.

그렇게 우선 사태가 진정되며 윤 엔터의 배우들도 떨리는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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