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302화 (302/325)

#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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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갑작스럽게 벌어지고 상황이 급하게 변해가자 윤 대표와 민 여사도 이 일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허허. 이거야 원. 이게 이런 식으로 흘러가나?

김현성이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시기가 너무 좋지 않았어”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요?”

민 여사의 물음에 윤 대표는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글쎄. 이게 얼마나 크게 그리고 오래 부각되느냐가 문제긴 한데.

지금 상황을 봤을 때 작게 대충 넘어갈 거 같지는 않아서 말이야.

정부는 어떻게든 이 기회에 사람들 눈을 완전히 돌려놓으려고 기를 쓸 테고.

쉽지 않군그래.”

“그래도 배우도 아니고 감독이 문제가 된 건데 영화에 큰 지장이 있을까요?

사람들이 호기심 때문에 더 볼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그리고 대마초 정도야 어느 정도 자숙기간을 거치고 반성하기만 하면 그냥 가볍게 넘어가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만큼 사람들도 깊게 생각하지 않는단 거고요.”

민 여사의 지적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실제로 연예인들 중 예전에 그런 사건에 휘말렸다가도 건재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아마 김현성 감독도 적당히 죗값을 치른 후에는 다시 감독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개봉할 영화는 좀 다른 문제였다.

“글쎄. 진짜 어려운 문제네.

그 영화가 어떤 식으로 될지는….

우선 그 영화가 정상적으로 스크린에 걸릴 수 있을지부터가 문제 아니겠나?

다른 대안이 전혀 없다면 몰라도 돈이 걸린 문제인데 불확실한 영화를 상영관에서 올려 줄 이유가 없으니 말이야.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까 여론의 동향을 보고 판단하겠지.

가만있자….. 어쩌면 상영관 쪽에서 차라리 우리 영화 2편을 같이 개봉하자고 할지도 모르겠군.”

쉐도우 시리즈 2편은 첫 편을 개봉하고 한 달 후 같은 스크린에서 2편을 개봉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1편의 흥행 상황에 따라 오픈 스크린 수는 조금 달라지겠지만 잠정적인 계획은 그렇다는 거였다.

하지만 일이 정말 안 좋게 흘러 “에이전트 K”를 못 올리게 된다면 어쩌면 쉐도우 시리즈 2편을 동시에 올리게 될 수도 있었다.

결국 쉐도우 시리즈 2편인 “Shadow returnS”가 “에이전트 K”의 대안이 되어버리는 거였다.

“좀 기다렸다가 여론이 잠잠해진 후에 개봉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찍어 놓은 영화가 어디 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아…. 생각해 보니 그건 안 되겠네요.

지금 진룡의 자금 사정이 몇 달을 기다릴 수 있을 정도로 좋진 않으니까요.

그야말로 손가락만 빨고 있을 거면 몰라도 빨리 투자금을 회수해서 다른 작품에 투자하거나 드라마를 제작해야 할 테니.”

“어쨌든 진룡이나 드림 픽처스나 둘 다 난감한 상황이긴 마찬가지군.

드림 픽처스도 쏟아부은 노력이 적지 않았으니 말이야.

허허. 만약 내가 저 영화에 투자자로 들어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간담이 서늘해지는군 그래.

얼마나 속 끓이고 있었겠어?

어? 그만 있자….. 이거 민수 이놈 설마…. 에이 아니겠지?”

민 여사는 윤 대표가 머릿속으로 혼자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는 모습에 작게 웃음 지으며 엉뚱한 생각 하지 말라고 타박했다.

“그게 무슨 엉뚱한 소리예요?

그걸 미리 알고 그렇게 행동한 거면 진짜 FBI 뺨치는 정보 수집능력인데요.

기사 보니까 자신의 개인 편집실에서만 혼자 피웠다는데 그걸 어떻게 알았겠어요?”

“그래. 그렇지?

하긴 그건 말도 안 되지.

하여간 민수 이놈도 참 알 수 없는 녀석이라니까.”

민 여사의 타박에 윤 대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을 어떻게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그냥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겠지.

윤 대표는 그렇게 생각하며 앞으로의 자신들이 할 일들을 정리했다.

“우선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보자고.

어쨌든 우리가 손해 볼 일이 아니니까.

아, 그리고 보니 한국이 문제가 아니라 저 영화의 중국 수출이 완전….”

윤 대표가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은 더 즉각적이었다.

영화의 중국 배급을 책임지는 티어즈 시네마에서 진룡 쪽 스크린에 “Shadow Awaken”을 배급하겠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한국 쪽 문제와는 상관없이 중국으로 수출은 물거품이 된 것이 확실했으니 진룡 본사에서 빠르게 움직인 것이었다.

“이거….

진짜 진룡에서는 똥줄이 끓겠군.

유치하지만 이럴 때 쌤통이라고 한다지?”

티어즈 시네마 쪽과 연락을 마친 윤 대표가 민 여사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하자 민 여사도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완전 쌤통이죠.”

이렇게 강 건너 불구경하듯 흥미롭게 지켜보는 윤 엔터 측과 달리 직접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진룡 미디어는 초상집 같은 분위기였다.

“하…. 이게 무슨….”

“수사 기관의 태도를 봤을 때 무조건 실형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이 이슈가 빨리 사그라드는 걸 텐데요.

하지만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상영관 측에서도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당장은 힘들지 않겠냐는 반응입니다.”

“중국 본사 측에는 이미 수입 불가 판정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지금 광전총국에서 그렇게 명령했다고….”

“언론사 측에서 난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른 큰 이슈가 없으면 이걸 다루지 않을 수 없다고요.

뒤쪽에서 압박이 들어온답니다.”

갑작스럽게 터진 후 수많은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자 진룡 미디어는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한 상황이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완전히 막히게 된 것이었다.

그러면 이제 남은 것은 한국에서의 흥행이었고 최소한 본전이라도 건지려면 한국에서 선전해 줘야 하는데 지금 상영관 측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 여론의 분위기.

만약 한국 여론의 분위기라도 괜찮았으면 상영관에서도 저렇게 몸을 빼지는 않을 텐데 언론의 태다가 계속 강경 일변도이자 사람들도 점점 더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정부에서 뒤쪽으로 압박을 넣고 있다니 다른 언론 플레이를 하기도 어려웠다.

혹시 다른 큰 이슈가 터진다면 몰라도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답이 없어 보였다.

“젠장. 망할 화재 사건 때문에…..

아니 홍보라도 그런 식으로 안 했으면….”

생각해 보면 정부에서 이 일로 물타기를 하려고 하는 것도 결국 그 화재 사건에서 비롯된 무수한 비리 사건들이 아직도 사람들 입에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서슬 푸른 대중들의 눈 때문에 섣불리 물타기를 시도하지 못했던 정부 인사들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이런 이슈를 그냥 보고 넘길 리가 없었다.

연예인 한둘이 연루된 사건이 아니라 정부가 일부러 뿌린 사건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덩치가 큰 사건이었으니 말이다.

그 많은 연예인을 내버려 두고 김현성이 선두에서 포화를 맞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진룡과 드림 픽처스의 홍보 전략 때문이었다.

드림 픽처스는 주연 배우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젊고 능력 있는 김현성 감독을 앞세워 많은 홍보 자료를 뿌렸고 결국 지금 연루된 수많은 연예인들보다 이제 영화 개봉을 코앞에 둔 김현성이 가장 핫한 인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만약 그냥 평범한 상황에서 이 사건이 터졌으면 영화감독인 김현성이 다른 연예인들보다 더 주목을 받을 이유도 없었고 그러면 당연히 지금처럼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도 않았을 것이니 진룡 입장에서는 더욱 환장할 수밖에.

[황 사장님. 지금은 무조건 다른 일이 터져야 합니다.

사람들의 눈을 조금만 돌리면 돼요.

혹시 진룡 쪽에서 가지고 있는 재미있는 정보 없습니까?

전 우선 이번 일을 젊은 예술가의 고뇌와 예술혼 정도로 잘 꾸며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죠.

황 사장님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합니다.]

“그래…. 시선을 어떻게든 돌려야 한단 말이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황 사장은 사건이 터지자마자 득달같이 연락한 드림 픽처스의 김 사장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으며 장고에 들어갔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데 이렇게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으니 말이다.

“저…. 전에 조사했던 내용인데요. 혹시 이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조금 주저하면 다가와 이야기하는 한 임원의 이야기에 황 사장은 이거다라고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오…. 그런 일이 있었다고? 그런데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이야기라 그랬습니다.

확인하기도 힘든 이야기고요.”

“아냐. 시선만 돌리면 되는 데 사실 여부가 뭐가 중요하겠어?

그리고 그놈도 사람인데 그럴 수도 있지.

아니지. 원래 법대로 하는 놈이 병신이라는 미개한 곳이잖아? 여기가.

그럼 진짜 그랬을 수도 있겠군.

큭큭. 죽으란 법은 없구만.

만약에 사실이면 대박인 거고 사실이 아니라도 대처하고 반론하는 시간 동안에는 사람들이 이 일에 정신이 팔려 있겠지?

원래 사람들이란 게 나쁜 놈이 나쁜 짓 하는 것보다 착한 놈이 나쁜 짓 하는 거에 훨씬 예민한 법이니까.

서로 흠집이 나면 상영관 쪽에서 우리 영화만 일방적으로 뺀다고 말하진 못하겠고.

우선 스크린에 올리기만 하면 어쨌든 궁금한 사람들이 와서 보게 돼 있지.

영화는 잘 나왔으니 어쩌면 김 사장의 말대로 천재의 일탈 정도로 좋게 마무리될 수도 있겠어.

상습적으로 빠는 것도 아니고 편집할 때만 잠깐 빠는 거니까.”

황 사장은 빠르게 움직였다.

자신들과 관련 있는 모든 언론사에 연락해 자신들이 쥐고 있던 불확실한 소스를 푼 것이다.

자신이 계획한 대로 사람들의 시선이 분산되고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배우 정민수 탈세 의혹?

알려진 수익보다 너무 적은 납세액의 실체는?]

[공인이라는 연예인들의 도덕심이 이래도 되는 건가?

마약, 탈세. 점점 얼룩 저가는 연예계]

다음날 바로 여러 언론사에서 민수에게 탈세 의혹이 있다는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알려진 민수의 수익이 수백억이 넘는데 그에 비해 납세액은 20억 남짓에 불과하다는 것을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민수가 탈세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만약 정말 납세액이 이 정도에 불과하다면 어떤 방법으로든지 납세액을 줄이기 위한 불법행위가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 민수형이 탈세라고? 무슨 개 같은 소리야?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솔직히 알 수 없는 거지.

-애당초 법대로 납세하는 게 병신인 세상 아니야?

연예인 페이 같은 경우 현금으로 오가게 되면 전혀 알 수 없는 거고.

-요즘 누가 페이를 현금으로 주냐? 넌 혼자 20세기 살고 있냐?

-알 수 없는 일이지.

그런데 연예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탈세하기도 해.

사실 탈세랑 절세가 한 끗 차이인데 세무사가 하자는 데로 과하게 절세하다 보면 어쩌다 탈세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더라.

원래 거기가 불법과 합법을 넘나드는 동네라서.

-팩트만 봐도 그 정도 수익이면 저런 납세액이 나올 수가 없긴 하지.

무슨 문제가 있는 건 분명하네.

-그래도 믿을 수 없다.

옥탑방에서 사는 민수형이 탈세라니.

-그건 상관없는 거지.

솔까 그때도 정민수가 자기가 돈이 없어서 거기 사는 건 아니라고 했으니까.

-아직 공식 입장은 발표되지 않았는데 뭐라고 설레발 치는 건 웃기지만 난 아니길 바란다.

정의구현의 민수형이 탈세했다면 난 정말 실망할 거 같아.

지금까지는 민수가 해온 행동 때문인지 예전처럼 무작정 민수를 폄하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다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을 뿐.

어쨌든 지금 당장은 마약에 대한 이야기보다 민수의 탈세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진룡이 진짜 급하긴 급했구나.

확인도 하지 않고 기사부터 던지다니.

아니 원래 날조가 전문인 곳이었으니 그런 건 상관없었으려나.

하…. 근데 진짜 언론 새끼들은 상종 못 할 놈들이라니까.”

“주로 기사가 올라오는 곳은 대부분 진룡하고 긴밀한 관계에 있는 곳들입니다.

당연히 그곳은 저희랑은 사이가 안 좋은 곳이고요.

몇 군데는 중립적인 곳인데 그건 그냥 뭐라도 하나 건져 보려고 우라까이(신문에서 기사 마감에 임박해 다른 신문사의 기사(특종 포함) 일부를 대충 바꾸거나 조합해 새로운 자기 기사처럼 내는 행위) 하는 거고요.”

“사실 이 새끼들이 더 나쁜 놈들이죠.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요.

진룡이 우리보다 더 많은 걸 줬나 봐요.

하여간 기사 올라오는 곳을 철저히 기록해 놓으세요.

이런 애들한테까지 먹이를 줄 수는 없잖아요.”

민 여사는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사와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작게 한숨 쉬며 자신과 척을 진 언론사들을 모두 기록해 놓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이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능력 좋은 자신의 세무사가 상당히 많은 돈을 절세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진룡은 지금 대단히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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