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301화 (301/325)

#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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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일 외에는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특히 강환이 변신(?)한 거대 사족 보행 도마뱀이라든지 태준이 변신한 거대 괴물은 그야말로 놀라운 퀄리티였다.

또한 마지막 전투에서 수천 명이 싸우고 도시가 허물어지는 장면은 그야말로 웅장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바로 2편의 엔딩이었다.

1편에서 시체로 연기했던 수연이 마지막에 닥터C의 새로운 병기로 잠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이 장면은 처음부터 수연을 노린 닥터C의 계략이었고 쉐도우의 진정한 원수가 닥터C임을 설명함과 동시에 아직 그의 복수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는데 아마 첫날 시체 연기를 하기 전에 몰래 먼저 찍었던 모양이었다.

준수가 다음 편까지 스토리를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와 이수연. 진짜. 먼저 와서 저런 걸 찍고 갔단 말이야?

우리한테 말도 없이?”

“후후. 원래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지.

이걸로 다음 편의 주인공은 바로 나?”

수연이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하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잠깐 신나 하던 수연도 다시 우울한 표정을 짓더니 무엇이 아까운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하. 그래도 아X라니. 저걸 내가 할 수도 있었다는 거잖아?!”

아무래도 탐나는 건 소희의 배역이었나 보다.

소희는 수연이 동동거리자 그냥 풋 하고 웃음을 지을 뿐이었는데 설아는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는지 수연에게 턱도 없는 소리라고 핀잔을 주었다.

“언니. 아무리 그래도 언니한테 여우가 어울리기나 해요?

언니는 색기가 부족하다고요. 색기가.”

“어! 설아. 이러기야? 내가 왜? 나도 나올 곳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갔단 말이야.

내가 소희보다 키는 좀 작지만 어! 그래도 나 정도면 충분하지.”

수연이 항변했지만 설아는 가차 없었다.

“몸매가 문제가 아니라 얼굴이요.

언니는 여우가 아니라 음…. 뭐가 좋을까?

아. 그래. 토끼. 토끼가 딱 이에요.”

“풋. 야, 토끼가 전투를 어떻게 해?

근데 수연이는 토끼가 어울리긴 하네. 큭큭”

태준이 옆에서 웃음 지었지만, 수연은 왠지 더 솔깃한 얼굴이었다.

토끼가 마음에 든다는 것일까?

“오…. 그레이트 바니? 이런 건가?

은근히 괜찮은걸? 후후. 필살 뒷발 후리기 이런 게 나가면 나름 멋있긴 하겠군.”

“바니 라기엔…. 솔직히 바스트가.”

태준이 작게 중얼거렸지만, 수연이 옆구리를 응징하자 즉시 입을 닫았다.

이렇게 웃고 떠들고 있지만 민수는 걱정을 떨치기가 좀 힘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해서였다.

아무래도 이미 다 찍어 놓은 영화를 크게 수정하기는 힘드니 결국 상대의 요구 조건을 다 들어줘야 할 텐데 생각보다 과한 요구를 할까 봐 걱정되었으니까.

그런 민수의 표정을 읽은 건지 수연이 민수를 안심시켰다.

“너무 걱정 마. 그렇게 생각 없는 회사는 아니니까.

뭐 적당히 사용료 정도를 요구하겠지.

거기도 이미지를 나름 따지는 곳이거든.”

민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온 문제에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째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으니까.

그로부터 며칠 후.

일은 민수의 생각보다 더 쉽게, 더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났다.

게임사 측에서 흔쾌히 사용을 허락함과 동시에 윤 엔터에서 보내준 영상이 마음에 들었는지 영화의 흥행 여부에 따라 시아의 모습을 본뜬 캐릭터의 이벤트 스킨을 중국에서 발매하고 싶다는 역제안을 걸어온 것이었다.

윤 엔터 측에서도 거리낄만한 제안은 아니라 좋은 마음으로 허락했다.

이 거래가 두 군데 모두가 만족할 만한 거래가 될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 보면 알 수 있으리라.

“이게 이렇게 되네.

역제안이라니. 이건 생각지도 못했어.”

“글쎄. 그쪽도 나름 알아보고 제안한 거겠지?

미국에서 한창 스티븐이 홍보 활동에 주력하고 있으니까.

적어도 마음만 먹으면 어떤 영화인지 주연이 어떤 배우인지 알 수 있을 거고.

우리 영화가 그래도 중국에서는 유망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하긴. 중국에서라면 나름 의미가 있긴 하겠네.

특히 시아의 기본 복장이 붉은색 차파오인 것도 한몫할 테고.

만약 영화가 잘되면 제법 팔리긴 하겠어.”

“근데 그쪽 제안이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

그 뭣이냐. 쉐도우랑 쿤 도 스킨으로 쓰고 싶다고 했나 봐.

그 게임에 보면 웬 늑대 인간 같은 놈이랑 날아다니는 시커먼 놈이 있는데 그놈들을 영화 속 캐릭터랑 비슷하게 만들어서 세트로 팔고 싶다고 말이야.

그것도 허락했다는데 결국 그렇게 되니까 거기서 우리 쪽에 오히려 소정의 로열티 같은 걸 지급한다네.

뭐 얼마 되지는 않겠지만 나쁜 제안은 아니지.”

“다 상관없지.

영화만 문제없이 상영하면 되는 거니까.

어쨌든 잘 해결된 거니 마음은 편하네.”

민수는 이 일이 그냥 웃고 넘길 해프닝이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게 돈이 되나 싶어 의아하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자신의 영화가 별 탈 없이 개봉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지나는 동안 “Shadow Awaken” 과 “에이전트 K”모두 국내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다.

물론 양측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결론적으로 따지면 “에이전트 K” 쪽이 더 이득을 봤다고 볼 수 있었다.

무려 1000억이 넘게 투자되었다는 민수의 영화와 동급이라는 인식을 대중들에게 심어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진룡과 드림 픽처스의 홍보전략 때문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두 대상을 비교하고 저울질하려는 사람들의 성향 때문이기도 했다.

원래 사람이란 무언가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예능에 나가서 홍보할 때조차 경쟁작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둥의 이야기가 슬쩍슬쩍 계속 나왔던 것도 그런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양상의 뒷면에는 갑작스러운 라이벌의 출연으로 진룡이 추가로 홍보비를 투자한 것도 한몫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모로 부족한 체급을 각종 포털사이트나 여러 지면에 광고로 도배하면서 겨우 균형을 잡아가게 된 것이었다.

확실히 진룡도 이 영화의 흥행 여부가 자신들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윤 대표는 각종 광고 지면에 “에이전트 K”의 광고가 실리는 것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영화에 워낙 거금을 투자했기 때문에 지금보다 홍보비용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프닝 스크린도 큰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확보할 수 있었다.

“Shadow Awaken”이 2000개의 스크린을 확보한 것이 비해 “에이전트 K”가 1700개의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었으니 진룡 입장에서는 충분히 좋은 결과라고 생각할 만했다.

확실히 막판에 광고비로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이 빛을 봤다고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렇게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도 잠시.

갑작스럽게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연예계에 다시 몰아치기 시작한 마약 파동.

예술적 영감이 마약 흡입의 면죄부가 될 수 있는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기사들.

민수는 기사를 바라보며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들은 대부분 예전의 기억대로 흘러갔으니 말이다.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다행히 이건 역시나 였다.

외국 유학파 감독 김현성.

젊고 능력 있는 이 감독은 한가지 안 좋은 습관이 있었다.

감독으로서의 감각을 최대한 끌어 올려야 하는 마무리 편집 단계에서 집중력을 올리기 위해 마리화나, 즉 대마초를 흡입한다는 것이었다.

아마 외국에서 지낼 때는 마리화나가 합법인 곳에서 영화를 배워서 큰 문제는 없었나 본데 불행히도 한국은 마리화나가 불법인 국가였다.

김현성이 지금까지 특별히 큰 문제 없이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건 마리화나를 상습적으로 흡입하는 게 아니라 혼자서 편집할 때만 조용히 피운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기껏해야 일이 년에 한두 차례 정도 그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편집실에서만 흡입했으니 걸리는 것도 이상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 운이 없었다.

김현성에게 최근에 마리화나를 공급한 연결책이 우연히 경찰에 검거되고 그 녀석의 장부에서 김현성의 이름과 연락처 등이 버젓이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장부에 있는 이름은 김현성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저렇게 대서특필하게 된 것이고.

게다가 시기도 별로 좋지 않았다.

아직도 지겹게 이어지고 있는 비리와 뇌물의 지루한 공방에서 대중들의 눈을 한 번에 돌릴 수 있는 사건이었으니 검찰과 경찰, 그리고 언론이 이런 사건을 가만히 둘 리가 없었으니까.

정부가 더 나사서 이 사건을 크게 부각 하키고 있는데 이 사건이 가볍게 넘어갈 리가 있겠는가?

민수는 조용히 전생의 기억들을 떠올려 보았다.

전생에서도 이 사건이 발생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크게 주목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때는 사람들의 눈을 돌려야 할 만한 그런 악재가 있지는 않았으니까.

게다가 다른 연예인들도 같이 연루된 사건이다 보니 김현성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일도 거의 없었다.

전생의 “에이전트 K” 는 이 정도의 자금이 투자된 영화는 아니었다.

대충 150억 정도였던가?

물론 투자자도 진룡이 아니었고 말이다.

그 말은 단순히 국내를 노리고 만든 영화였다는 뜻이었다.

그 당시 사건이 터지자 드림 픽처스는 발 빠르게 언론을 움직였다.

그리고 이어진 현란한 언론 플레이.

드림 픽처스는 김현성 감독의 마라화나 흡입을 젊은 예술가의 고뇌 정도로 감쪽같이 잘 포장했다.

그래도 안 좋게 보는 시선은 당연히 존재했다.

하지만 감독이 마약을 흡입한 것과 영화는 별개가 아니냐는 의견부터 마약에 의지하면서까지 만든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다는 반응까지 나오며 오히려 이 사건이 흥행에는 유리하게 작용하였다.

민수는 이때 정말 잘 갖다 붙인다고 감탄했었다.

그때는 물론 그 제작사가 드림 픽처스라는 사실과 그 회사가 정확히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물론 그 시기에 다른 대작 영화가 없었다는 것도 한몫하긴 했을 것이다.

다른 영화는 별로 볼 게 없었다는 의미였으니까.

그래서 결국 “에이전트 K”는 800만 정도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개봉 직전 큰 악재가 생긴 영화치고는 정말 놀라운 성적이었다.

“글쎄. 과연 이번에도 드림 픽처스가 그런 마술을 부릴 수가 있을까?

경쟁작이 우리 영화인데?”

민수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설령 적당히 잘 둘러대고 영화를 개봉해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둔다고 해도 그때 그 영화와 지금 이 영화는 덩치부터가 틀렸다.

150억짜리 영화와 쏟아부은 홍보비까지 350억이 들어간 영화는 완전히 다르니까.

아니 그전에 전생에서는 대안이 전혀 없어 그냥 “에이전트 K”를 스크린에 올릴 수밖에 없던 상영관 측이 쉐도우 시리즈가 있는 지금 과연 그대로 그 영화를 올릴 거로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민수가 굳이 무리하면서까지 2편짜리 영화를 동시에 찍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처음 민수가 진룡의 일을 생각할 때 가장 크게 걱정한 것은 진룡이 영화를 중국에 가져가는 것이었다.

자체 상영관을 가진 진룡이 영화를 가져가면 그 영화는 무조건 이득을 볼 수밖에 없었으니까.

중국 본사는 적어도 200억 이상 들어간 영화는 별다른 제지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유적 탐색자” 와 “쓰나미” 모두 그런 절차를 밟았었다.

그러니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중국에 들고 가지 못하게 하는 것.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마약이었다.

중국은 역사적인 사건 때문인지 마약에 대하여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몰래 마약을 흡입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아주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는 거였다.

그런데 자국민도 아니고 외국에서 만든 영화의 감독이 마약을 흡입하고 있는 것이 발각되었다면 그 영화를 수입을 광전총국(중국에서 문화 콘텐츠를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에서 허가할 리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진룡의 그 많은 스크린은 갑자기 상영할 영화를 잃고 어떤 태도를 보일까?

그리고 진룡 미디어 코리아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게 될까?

어쨌든 다행히 민수의 예상대로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일이 벌어진 이상 진룡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일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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