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299화 (299/325)

#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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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여행에서 돌아오는 시기에 맞춰서 윤 엔터에서는 대대적으로 홍보자료를 돌렸다.

그리고 당연히 영화에 대한 소식이 대한민국 전체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역대 최고 1000억대 제작비. “Shadow Awaken” 11월 중순 개봉 예정.]

[드디어 한국에서도 네 자릿수 제작비의 영화가?]

[윤 엔터의 과감한 투자신화 어디까지 이어지나?]

[투자 비화. 정민수 팬클럽에서 150억 크라우드 펀딩.]

역시 가장 먼저 사람들의 시선을 끈 건 역시 제작비의 규모였다.

아직까지 이 정도의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 영화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 영화의 이슈는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정민수, 스티븐 로우 주연. “Shadow Awaken” 미국으로도 진출 예정?]

[윤태준, 윤설아, 지은우, 진소희. 눈 돌일 곳 없는 출연진.]

[세라. 이번에는 다시 OST 앨범으로 팬들에게 돌아온다.]

[윤설아 이번에는 다시 본업? “Shadow Awaken”에서 여주인공으로!]

한창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 스티븐 로우가 한국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

그리고 한국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인 태준이 조연으로 나온다는 것부터 OST를 부른다는 설아의 이야기까지.

정말 화제가 될 만한 이야기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게다가 제작 예정이라고 해도 놀랐을 텐데 이미 촬영이 마치고 이제 곧 개봉이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건 단순히 예상이나 계획 정도가 아니라 확정이라는 의미였으니 말이다.

-허. 그때 그게 저 영화 마치고 휴가 떠난 거였나 보네.

무슨 영화를 첩보처럼 찍나?

어떻게 영화를 다 찍을 때까지 아무도 모를 수가 있어?

-와. 진짜 윤 엔터 완전 미쳤네.

예전에 민수형이 영화 거절한 것도 이거 때문이었나 보네.

하긴 나라도 스티븐 로우랑 같이 영화 찍겠다.

-아니 지금 스티븐 로우면 미국에서도 엄청 인기 있는 배우 아닌가?

대체 왜 한국에서 영화를 찍었지?

돈을 겁나 많이 줬나?

-스티븐이 민수형이랑 아주 친하다고 함.

예전에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적도 있었다고 인터뷰했었고.

아마 예전 영화에서의 인연 때문이겠지.

할리우드 스타가 돈 준다고 한국에서 영화 찍겠음?

-천억이라니 후덜 거리네.

대체 무슨 영화길래 그 정도 돈이 들어간 거야?

-윤태준이 조연이라니! 윤태준이!!

배우 스쿼드 저래도 되는 거냐?

-윤태준도 윤태준이지만 지은우 진소희 윤설아. 진짜 비주얼 돋는다.

같은 화면 안에 있는 걸 보기만 해도 흐뭇하겠다.

-고추는 빼고. 요즘 진소희도 진짜 물올랐던데.

저번 드라마에서 졸라 예쁘지 않았냐?

-아쉽. 이수연이 빠졌네. 이수연까지 들어갔으면 환상의 트로이카였는데.

-미친 ㅋㅋㅋ 트로이카. 윤 엔터 삼두마차여?

-이수연은 아마 드라마 때문에 빠진 듯.

이수연 안습. 그 망한 드라마 들어가려고 저 영화에 못 들어가다니.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 듯.

-와. 맨날 일하라고 보챘더니 진짜 큰 거 한방 터트렸네.

윤 엔터 마음에 든다. 사랑해요 사장님.

-그런데 정민수 팬클럽 애들은 뭐 하는 애들인데 펀드로 150억을 모아서 투자했어?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야?

-정민수가 지금까지 투자하거나 출연한 영화 “용의 울음” “My Uncle Joe” “Mama” “Cafe Jude”

이 네 편인데 이 영화들의 관객이 몇 명이나 들었나 한번 계산해 봐라.

한두 편이면 몰라도 무려 4편이다.

나 같아도 쌈짓돈 있으면 다 투자했겠다.

그리고 기사 보니 윤 엔터에서 그쪽 돈을 제일 먼저 충당해 준다고 했으니 손해 볼 가능성도 없다고 봐야지.

-아니 중국에서만 손익 분기 찍을 거 같은데?

아아. 거긴 가져오는 돈이 적지?

-하긴 정민수랑 스티븐 로우인데 손해 볼 가능성은 없겠지.

그러니까 그 정도 규모로 제작할 수 있는 거고.

-그나저나 배우들 개런티만 해도 어마어마할 거 같은데.

제작비가 그쪽으로 다 새는 건 아니었나 모르겠다.

-지금까지 정민수가 고정 개런티 받고 영화 찍은 적이 없음.

다 런닝 개런티였지.

아마 이번에도 그랬을걸?

그리고 민수형이 그랬으니 아마 같은 주연 배우인 스티븐도 그랬을 가능성이 크지.

-들리는 말에 의하면 윤 엔터에서는 영화 찍을 때 배우들이랑 런닝 개런티 계약 아니면 안 한답니다.

-ㅋㅋ 배우들 불쌍. 윤 엔터에서 만드는 영화에 출연하는 건 자기네 회사 배우들뿐인데 사장님이 하자고 하면 선택의 여지 없이 그냥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 영화 제작비 생각하면 순수익은 별로일 거 같은데 강제 페이 컷 오지네.

-글쎄.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

-갑자기 예전에 정민수가 페이 때문에 영화 안 들어갔다고 우기던 놈들 생각나네.

고정 출연료 계약을 해본 적도 없는 사람한테 페이타령이라니 그거야말로 세기의 개그였군.

설왕설래가 끝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한동안 방송가 이슈를 이 영화가 완전히 잡아먹었다는 거였다.

그리고 이런 사태는 같이 개봉하는 다른 영화에게는 분명 안 좋은 소식임은 분명했다

진룡 미디어의 수뇌부도 기사로 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들이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역시 당황이었다.

자신들과 같은 시기에 영화가 개봉한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당황했고 그 제작비가 천억이 넘어간다는 이야기에는 완전히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바로 대책 회의부터 시작했다.

“하. 황당하긴 하군.

윤 엔터가 돈이 많긴 많은 모양이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대체 왜 지금이야?

운 좋게 할리우드 대작이 없는 시기라 좋아했건만.

설마 우리랑 내놓고 한번 해보자는 건가?”

진룡의 수뇌부들은 자신들의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윤 엔터 같은 작은 회사가 자기네들을 저격해 같은 시기에 영화를 개봉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볼멘소리를 내뱉던 임원들은 사장이 회의실에 들어서자 일제히 입을 닫았다.

그리고 심기 불편해 보이는 사장의 손짓과 함께 본격적인 보고가 시작되었다.

“윤 엔터는 미국 쪽도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스티븐 로우가 있으니까요.

그게 악수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미국 쪽에서도 정민수가 완전히 생소한 배우는 아닙니다.

예전에 스티븐 로우랑 같이 찍은 영화가 미국에 개봉한 적이 있으니까요.

스티븐 로우가 이번에 완전 대스타가 되면서 예전에 찍었던 영화의 VOD나 DVD 등의 2차 영상 판매량이 상당했답니다.

그 영화를 본 사람들은 정민수에 대하여 알고 있다고 보면 될 겁니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은 이미 그들의 텃밭이나 마찬가지죠.

정민수뿐만 아니라 스티븐 로우 심지어 윤태준까지 “귀의”의 성공으로 상당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윤 엔터가 대규모의 자금을 투자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직원들의 분석을 다 들은 진룡 미디어의 사장 황궤이민은 짜증이 몰려왔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스리며 보고를 재촉했다.

자신들에게 중요한 건 그 영화의 성공이 아니라 자신들의 영화였으니까.

“저희 쪽도 어느 정도 손해가 있긴 하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판단입니다.

영화도 아주 잘 나왔고 원래 영화란 게 제작비대로 관객이 들어오는 건 아니니까요.”

“본국 쪽에서도 성적이 좋으면 투자 대비 효율은 저희 영화 쪽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영화가 걸리는 진룡 쪽 스크린에는 다른 외화를 받을 여유가 없을 테니까요.”

황 사장은 직원들의 예상이 자기 생각과 거의 일치하자 이제야 안심하고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재수가 없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후…. 그렇지?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가 클 거 같지는 않아.

어쩌면 2개의 경쟁작이 모두 흥행에 성공할 수도 있어.

사람들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져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우리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테니까.”

“게다가 본국 인민들이 가지는 한국영화에 대한 이미지도 예전보다 더 좋아져서 저희 영화도 충분히 선전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입니다.

정민수가 찍은 영화 2편이 중국에서 크게 흥행하면서 한국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많이 늘어났으니까요.”

민수의 영화가 큰 성광을 거두면서 민수만 이익을 본 것은 아니었다.

한국 영화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그 이후에 개봉한 한국 영화들도 어느 정도 수혜를 입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수혜를 가장 크게 본 영화는 사실 진룡이 투자했던 “쓰나미”였다.

“그래그래.

그놈들은 얄밉지만 이런 건 고맙게 받아들여야지.

하긴 재수 없게 드라마에서 맞대결하는 것보다 영화가 차라리 낫지.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투자 대비 수익률 아니겠어?”

하지만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오프닝 스크린은 어느 정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스티븐 로우와 정민수가 주연으로 출연한 이상, 솔직히 할리우드 영화 이상의 대접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확실히 오프닝 스크린에 대한 손해는 뼈아팠다.

큰 대작이 개봉하지 않는 시기라 많은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는데 커다란 암초를 만난 셈이었으니까.

“하. 그건 어쩔 수 없지.

좋아. 이제 문제는 홍보전이야.

우리 영화가 그 영화의 경쟁작이라는 걸 강조하면서 우리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리는 방향으로 진행해.

그 영화를 본 사람들이 궁금해서라도 우리 영화도 보도록 말이야.

그쪽이 대작이라고 건방을 떨고 있으니 라이벌리라도 이용해야지.”

진룡 미디어는 이번에 윤 엔터의 영화에 철저히 업혀 갈 생각이었다.

상대가 격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자신들의 격도 따라 올라가는 방법으로 말이다.

언론에서 서로 라이벌이라고 떠들면 떠들수록 그렇게 흘러갈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그렇게 흘러간다면 결코 자신들도 손해는 아니었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 할수록 자신들의 영화도 많이 보러 올 테니 말이다.

제법 긴 휴식으로 원기를 모두 회복한 윤 엔터의 배우들도 앞으로의 홍보 일정을 체크하고 있었다.

제작비가 제작비이다 보니 웬만한 관객 수로는 만족이 안 되었고 그런 만큼 홍보도 아주 중요한 일이 되었다.

특히 이번에는 한국과 일본, 중국 모두를 홍보대상으로 삼을 생각이었으니 배우들의 일정이 빡빡해질 수 밖에 없었다.

“하. 이거 진짜 장난 아니네.

진짜 바쁘겠어.”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 하니까.”

평소에는 홍보 활동을 조금 피곤하게 생각하던 민수가 오히려 더 열의에 차 있자 태준은 민수가 이번 영화를 꼭 성공시키고 싶어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미국으로 힘없이 돌아가던 스티븐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라 왠지 웃음이 났다.

“뭐야? 갑자기 왜 웃어?”

“아아. 스티븐이 생각나서.

난 그 친구가 그렇게 재미있는 친구인 줄은 몰랐거든.”

“스티븐이라.

큭큭. 하긴 좀 웃기긴 했지.”

이번 영화의 뒤풀이 격인 괌 여행에 스티븐도 슬쩍 합류했었다.

그리고 한국까지 따라와 홍보하겠다던 스티븐은 에릭 감독의 호통과 함께 힘없이 다시 할리우드로 돌아가고 말았다.

아무리 스티븐이라도 에릭 감독의 뜻을 어기고 마음대로 행동할 수는 없었으니까.

민수는 전에 농담처럼 한 이야기를 스티븐이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스티븐은 떠나면서도 미국 홍보 일정을 다 소화하고 무조건 한국이나 일본으로 홍보하러 올 거라는 자신의 태도를 고수했다.

하지만 미국 일정을 생각했을 때 그게 불가능할 거란 걸 그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건 그냥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태준이 이야기하고 있는 건 아마 스티븐이 떠날 때의 표정일 것이다.

정말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그렇게 축 늘어져서 끌려갔으니까.

솔직히 민수도 그 덩치 크고 건장한 스티븐이 축 늘어져서 떠나던 모습을 생각하면 웃음이 났다.

“그 녀석은 미국에서 홍보 잘해 줘야지.

솔직히 거기는 그 녀석 보러 오는 사람들뿐일 테니까.”

“미국 흥행이 어느 정도일 거로 생각해?”

“사실 짐작도 하기 힘들지.

사람들이 동양에서 만든 히어로물에 관심이나 가질까 싶으면서도 그래도 스티븐이 주연한 영화니 보러 오는 사람이 있을 거 같기도 하고.

참 어려운 문제네.

예전에 Joe가 나온 만큼만 나와 준다면 완전 땡큐 일 텐데.”

민수의 예상에 태준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가 손익 분기점을 충분히 넘길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일본이나 미국에서 어느 정도 흥행해 주지 못한다면 실속이 없을 수도 있었다.

중국에서의 상영은 기껏해야 25%의 수익만 가져올 수 있었으니 말이다.

적어도 35%를 가져올 수 있는 미국이나 일본과는 역시 좀 차이가 좀 있었다.

“뭐. 한국에서 손익 분기점을 찍으면 제일 좋지.”

“킥. 한국에서? 보자. 문제는 첫 편인가?

첫 편을 적어도 1600만은 찍어줘야 하네?

야. 이거야 원….”

물론 불가능은 아니었지만, 관객들의 마음은 갈대와 같으니 장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흥행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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