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293화 (293/325)

#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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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도우 시리즈 2편 “Shadow returnS”에는 총 3번의 중요한 전투 씬이 계획되어 있었다.

처음 치안청이 이종족 혼혈을 공격하는 대규모 전투 씬, 완전체 라이칸스로우프가 된 쿤과 쉐도우의 격투 씬,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종 악역으로 변한 지미와 쉐도우 일행들의 전투가 그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3번의 전투를 마치면 이 영화의 중요한 장면들은 다 촬영했다고 할 수 있었으니 오늘 있을 대규모 전투 씬이 영화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특히 오늘은 배우뿐만 아니라 스턴트맨들도 모두 투입되는 날이라 촬영 스태프들도 바짝 긴장하고 준비에 부족함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정직 처분을 받고 치안청의 행사에서 완전히 멀어진 쿤은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생각에 시아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어두운 골목을 지나 시아를 찾아가던 중 생각지도 못한 인물을 만나게 된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오버히트해 분출한 후 겨우 탈출할 수 있었으나 결국 길가에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하던 릭은 쿤이 근처를 지나가자 안간힘을 쥐어짜 쿤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으…윽…! 쿤!”

어두운 거리를 빠르게 지나가던 쿤은 저쪽 한구석에서 새어 나오는 신음에서 자신의 이름이 들려오자 의아한 눈으로 다가오다가 그 인물이 자신이 알고 있던 릭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고는 빠르게 달려와 릭을 부축했다.

“뭐야? 릭. 이게 무슨 일이지?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야?”

“하..하… 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빨리… 빨리 사람들에게 알려야 해요.”

“진정해. 대체 무슨 일인데 그러는 거야?”

릭은 자신이 확인한 치안청의 계획을 쿤에게 설명했다.

릭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쿤의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한탄이 흘러나왔고 설명이 끝났을 때는 치안청과 인간에 대한 실망감으로 쉽게 말을 잇지 못하였다.

“하… 그랬던 거였나.”

“쿤. 이럴 때가 아니에요.

어서 본부에 알려서 그런 미친 짓을 못 하게 막아야 한다고요.”

“글쎄. 본부도 모르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아마 본부에서도 묵인한 일인 거 같은데.”

자신의 요청이 계속 묵살되고 자중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

그리고 퍼니셔의 직위에서 해직된 일까지.

쿤은 외골수적인 인물이었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었다.

일의 흐름만 봐도 본청이 자신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으며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미란 자가 꾸미고 있는 이 미친 계획을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이런 큰일을 겨우 치안청 보안관에 불과한 지미가 총괄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어쩌면 본청에서 주도하여 일을 벌이는 것일 수도 있었다.

누가 주도하고 있던지 이 일이 정의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

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좋아 릭.

자네는 우선 쉬고 있는 게 좋겠군.

대책은 내가 생각해 보겠다.”

“쿤….”

말을 마친 쿤은 서둘러 시아의 금호당 쪽으로 몸을 날렸다.

만약 상대가 공격을 시작한다면 그 첫 번째 대상은 금호당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시각 금호당에서는 시아와 샌디가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래서 쉐도우는 아직 살아 있다는 거야?”

“아마. 그의 미래가 조금씩 엿보이는 걸 보니 목숨은 부지하고 있는 모양이야.

다만 그게 어딘지를 알 수 없는 게 문제지.

예지란 게 그렇게 원하는 걸 볼 수 있는 능력은 아니니까.”

“미치겠군.

그래서 서큐버스 일족은 어쩔 셈이지?

지금 우리 사이를 생각하는 것보다 일족의 안위를 염려해야 하는 순간인 거 같은데.”

“우선 이곳으로 불러들였어.

그나마 방어하기에는 여기가 좋으니까.”

“그래. 알았어.

이번 한 번만 서큐버스 일족을 받아들이지.

그러니 너도 협력해 주길 바라.”

“좋아. 지휘는 너에게 맡기겠어.

서로 잘하는 걸 하자고.

우선 무조건 살아남아야 하니까.”

평소에는 앙숙 같은 둘이었지만 거대한 위기 앞에서는 과거의 은원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한 노력만이 있을 뿐.

“위원회는 뭐래?”

“그 엉덩이 무거운 작자들이야 자기들 안위를 따지기에 여념 없지.

아마 우리가 전부 몰살당하면 그때야 엉덩이에 불붙은 망아지처럼 날뛰기 시작할걸.

그나마 우리가 미리 알려서 그 정도고.

그것마저 없었으면 이유도 모르고 멍하니 있다가 각개격파 당했을지도?”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야? 하….”

샌디의 한탄에 시아는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평화가 길어져서 다들 자기 생각만 하게 된 거겠지.

어쩌면 나부터가 그랬을지도.”

시아의 자조 섞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외부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시아와 샌디는 본격적으로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닫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뛰어나갔다.

“대당주. 그 미친놈들입니다.

수가 엄청 많아요!”

“미친….. 설마 저놈들도 치안청 녀석들의 소행이었어?”

금호당에 몰려온 수많은 괴인의 모습에 시아는 본신으로 변한 채 곧바로 적진으로 날아갔다.

“정신 차리고 요격해! 적은 이성이 없다.

완전히 숨통이 끊어지는 걸 확인해야 해!

전원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서로 엄호하라!”

적에게 완전히 포위당한 채로 금호당의 전사들과 서큐버스 일족 그리고 금호당으로 대피한 수많은 이종족 전사들이 용맹하게 적과 맞서 싸웠다.

특히 화려하게 마력탄을 날리는 시아와 적을 현혹해 자신의 수족으로 만들어 싸우는 샌디의 활약은 발군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전투가 일어나는 중 적의 뒤편에서 소요가 일어나더니 거대한 늑대인간이 적을 분쇄하며 금호당에 난입했다.

릭의 제보를 받고 이곳으로 바로 달려온 쿤이었다.

쿤의 합류는 천군만마와 같았다.

기본적으로 후방지원 전문인 요호족은 근접 전투에는 약한 면이 있었는데 그 단점을 쿤과 전 퍼니셔인 늑대 전사들이 보완해 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괜히 요호족과 황금 늑대 부족이 천생배필인 것이 아니었다.

치열한 전투가 끝나고 이종족 혼혈 연합군은 침입해 온 모든 적을 물리치고 살아 남을 수 있었다.

많은 수가 상처를 입었지만 다행히도 죽은 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나마 상대가 이성이 없는 괴인이었기 때문에 작은 피해로 적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하….하… 대충 다 물리치긴 했군.”

“이놈들은 대체 뭐죠? 이종족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고.”

“예전에 이런 비슷한 놈들을 본 적이 있어.

카야의 지하 기지에서.”

“아무래도 그때 그놈들은 이 녀석들을 만들기 위한 실험체였던 모양이야.

게다가 저 녀석들 딱 봐도 인간이잖아.”

“하…. 이종족을 몰아내겠다고 같은 인간을 이 지경으로 만든다고요?”

“흔히 말하는 대를 위한 소의 희생.

그저 남의 희생만 요구한다는 점은 어이없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런 논리겠지.”

그렇게 숨을 돌리기가 잠시.

갑자기 다시 소란스러워지면서 뒤에 숨어서 몰래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치안청의 군대가 금호당을 급습하게 시작했다.

한 번의 습격으로 기운이 빠진 이종족 전사들은 상대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하하하! 쓰레기들을 모두 정리해라!”

선두에는 거대한 방패를 든 지미가 있었다.

분노한 쿤이 달려들고 뒤에서 시아가 마력탄을 쏘아 댔지만 지미의 방패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크크. 네 녀석들의 마력 공격은 이제 소용없다.

모두 새로운 세상의 밑거름이 되어라! 공격! 공격!”

이종족 특유의 마력 공격이 무력화되자 전세는 걷잡을 수 없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미가 그 광경에 승리를 확신하며 광소를 내지를 때쯤.

하늘이 갑자기 일그러지면서 하나의 그림자가 튀어나와 모두의 시선을 뺏었다.

그것은 그림자의 성전을 모두 돌파하고 자신의 세계로 돌아온 쉐도우였다.

돌아오자마자 대규모 전투를 눈앞에 둔 쉐도우는 당황스러워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어서였다.

당황스럽기는 지미도 마찬가지.

분명 죽었다던 놈이 갑자기 하늘에서 튀어나왔으니 지미가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저놈도 적이다! 저놈도 공격해!”

쉐도우에 대한 울분이 쌓일 만큼 쌓여있던 지미는 이 기회에 저 암 덩어리도 제거하겠다는 생각에 바로 공격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그것은 지미의 실수였다.

적아가 전혀 구별되지 않은 상황에서 쉐도우에게 어느 쪽이 자신의 적인지 정확히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헤… 오자마자 환영 인사가 너무 지나친데.”

쉐도우는 빗발치는 총알을 유려하게 피해가며 그림자 창을 날려댔다.

하지만 쉐도우의 창이라도 상대의 방패에 무력화되는 건 마찬가지.

쉐도우가 창을 날려대자 당황하던 지미도 창이 방패에 무력화되자 자신감을 되찾고 계속 공격했다.

예전의 쉐도우였으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당황하며 뒤로 빠졌겠지만, 그가 신전에서 쌓은 전투 경험은 그리 만만치가 않았다.

저 방패가 자신의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깨달은 쉐도우가 다른 공격방법을 선택한 것이었다.

“막는다고? 막을 수 있으면 막아봐!”

쉐도우의 외침과 함께 상대의 그림자에서 무수히 많은 칼날이 솟아나 그들의 몸통을 꿰뚫기 시작했다.

아무리 방패로 상대의 능력을 막을 수 있다지만 그것도 인지하고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지 갑자기 발밑에서 튀어나오는 칼날에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쉐도우는 사방에 사슬을 뿌리고 그 위에서 보안관들을 계속 공격했다.

보안관들은 방패로 어떻게든 쉐도우의 공격을 막아보려 했지만, 그림자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었고 어느 그림자에서 칼날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 공격을 막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야말로 쉐도우가 무쌍하고 있는 상황.

“크아!” “악!!” “큭!”

방패의 이점을 잃은 치안청의 보안관들이 대부분 치명상을 당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몇 분에 불과했다.

“크….”

지미는 사태가 안 좋게 흘러감을 깨닫고 서둘러 후퇴 명령을 내렸지만 이미 많은 수의 인원이 깊은 상처를 입은 후였다.

그 모습에 지미는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서둘러 도주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대의에 동참한 수많은 보안관의 안위를 내팽개치고 그렇게 말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적들이 물러나고 자신의 압도적인 무력에 짓눌려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앉자 쉐도우는 주위를 둘러보다 샌디를 발견하고 서둘러 그쪽으로 걸어갔다.

지친 샌디는 쉐도우의 품에 달려들었고 생각지도 못한 격한 반응에 당황한 쉐도우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안아 들고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자신도 오랜만에 만난 옛 동지인 샌디가 반갑긴 마찬가지였지만 자신들이 이런 사이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해 줄 사람 없어?”

쉐도우에 말에 상처를 추스르던 쿤이 나서서 그에게 지금까지의 일을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쉐도우는 쿤의 설명을 듣고 어이없어서 한마디를 말만 남기고 고개를 저었다.

“개판이구만.

근데 이제 싸움은 끝난 거 아니야?

쟤들 다 죽겠는데?”

쉐도우의 말에 시아는 한숨을 쉬며 쓰러져 있는 보안관들을 바라보았다.

저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시아는 우선 살아남은 건 좋았지만 뒤처리가 걱정돼 아무런 할 수 없었다.

“아이고. 이거 죽겠네. 윽.”

불과 몇 분의 완성된 영상을 위해서 몇 시간이나 와이어에 몸을 맡기고 온갖 동작을 선보인 민수는 쑤시는 삭신을 주무르며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보안관 역할을 맡았던 스턴트맨들이 칼에 찔려 넘어지는 연기를 리얼하게 소화해 줘서 이 정도로 끝낼 수 있었으니 정말 다행이었다.

“하…. 이제 앞으로 두 씬은 어쩐다.”

그래도 오늘은 마냥 공격하는 장면이었지만 다음에 찍을 쿤과의 격투 씬은 무려 자신이 두들겨 맞으며 시간을 끄는 연기였으니 오늘보다 더 힘들 것이 분명했다.

민수가 한숨을 쉬고 있자 같이 촬영한 설아가 부리나케 달려와 민수의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그런 설아의 행동이 기분이 좋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보는데 이래도 되나 싶은 민수는 설아를 조심스럽게 떼어내려 했지만 마음먹은 설아를 떼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헤헤. 괜찮아요. 오빠.

다 알만한 사람들이니까요.

자자. 여기랑 여기죠?”

여러 가지 운동에 정통한 설아는 마사지 솜씨조차 놀라운 수준이었다.

결리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이완시켜주는 설아의 솜씨에 주의를 주려던 민수도 이내 포기하고 설아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 말았다.

“아이고. 정 배우 수고가 많았어.

앞으로 좀 더 수고해 달라고.

다음 장면에서는 이제 두들겨 맞을 텐데 몸조심 잘하고.”

태준이 민수에게 다가와 장난스럽게 말하자 갑자기 기운이 쭉 빠진 민수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와이어는 많이 안 쓰니까 그걸로 만족해야지.

스티븐이 얼치기도 아니고 적당히 잘 해주겠지 뭐.”

“그래. 나만 믿으라고 친구.

내가 아주 멋있은 장면을 뽑아 줄 테니까 말이야.”

다가온 스티븐조차 왠지 의욕이 넘쳐 보여서 민수는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맞는 장면 한두 번 연기해 본 것도 아니고 필요하면 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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