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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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액션 연기 호흡에 익숙해질 때쯤.
드림 픽처스는 영화 “에이전트 K”의 주연 배우와 투자 규모를 발표했다.
11월 개봉 예정인 이 영화의 투자 규모는 약 300억.
사람들은 많은 돈이 투자되는 영화의 스케일에 흥분했지만 주연 배우가 민수가 아닌 주성훈이라는 사실에는 조금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분명 처음에는 민수가 주연으로 유력하다는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사람들도 드림 픽처스가 김윤성 감독이 주성훈을 더 원했고 배역에 주성훈이 더 어울려서 주성훈 배우와 같이하기로 했다고 이어서 발표하자 대부분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서 주성훈의 연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과연 주성훈이 예전에 민수가 보여주었던 그런 폭발력 있는 액션 연기를 보여 줄 수 있을 것인가?
사람들은 그 부분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민수와 드림 픽처스가 사전에 계약 조건을 조율하는 단계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뒤쪽으로 퍼져 나가자 색안경을 낀 사람들이 그 원인에 대해서 자신들끼리 이러니저러니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조건 조율이면 백퍼 돈이지. 그거 말고 따로 조율할 게 있나?
-글쎄 민수 형이랑 돈이라. 왠지 전혀 어울리는 느낌이 아닌걸.
-그것도 예전이지. 이제 민수 형 위치가 있는데 액션 영화에 들어가면 스페셜 급 대우를 받는 게 당연하지.
-그래도 배우가 조건 때문에 저런 영화에 안 들어갔다는 건 마음에 안 드네.
배우는 돈보다 작품을 더 봐야 하는 게 아닐까?
-정민수가 돈 때문에 작품 깐 게 팩트다.
그리고 나중에 영화가 흥행하면서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겠지.
저 영화가 2천만 가고. 정민수가 땅을 치고 후회한다는 것에 내 두 쪽을 건다.
그리고 이 글은 성지가 되리라.
-별…. 쓰잘데기 없는 네놈 두 쪽을 대체 어따 쓰냐?
제발 안타는 쓰레기는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려줄래?
이런 데다가 함부로 버리지 말고.
-ㅋㅋㅋ 미친놈아 성지는 예루살렘에나 가서 찾으라고.
-요즘도 저런 거 하는 질 떨어지는 놈이 있었네.
-그래도 실망은 실망이지. 저런 영화에 정민수가 나와야 했는데.
만약 진짜 출연료 때문에 영화 깐 거면 정민수한테 엄청 실망할 듯.
사람들은 민수가 저 영화에 출연하지 않는 이유가 출연료 때문인지 궁금해했다.
특히 윤 엔터에서 묵묵부답하고 있으니 더욱 그랬다.
“어떻게 할까요? 여사님.”
대응 방향을 묻는 홍보팀에 민 여사는 그냥 내버려 두라고 지시했다.
“아직 한쪽으로 완전히 쏠린 것도 아니니 그냥 내버려 두세요.
주먹도 그냥 뻗는 것 보다 움츠렸다 뻗는 게 더 강하게 나가는 법이에요.
이번에는 차라리 여론을 좀 이용해 봐야겠어요.
반박할 수 있는 팩트가 한두 가지도 아니고.
나중에 크게 터트리려면 지금은 좀 참는 게 좋아요.”
사람들의 반응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에 관련된 사항들은 모두 민 여사에게 일임하고 있는 민수에게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전달되었다.
“오~ 오빠. 이번 영화에 빵야 쌤이 혹시 합류해도 되냐고 묻는데요?
자기도 할리우드에 들어가는 영화를 한번 만져보고 싶다고요.
어떻게 할까요?”
크리스 건이 이번 영화에 음악 감독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설아를 통해 전달한 것이었다.
“어? 크리스 씨가?
아니 할리우드에서 찾는 곳도 많을 텐데…..아….”
민수는 의아함을 느끼다가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리고는 탄성을 터트렸다.
아무리 빌보드에 곡을 올린 대단한 작곡가라고 해도 지금의 크리스는 음악감독으로의 경력이 일천했다.
한국에서 작은 영화를 맡아 봤을 뿐인 음악 감독을 할리우드에서 알아줄 리도 없고 그를 써 줄 이유는 더욱더 없었다.
자신이야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직 아니니까 말이다.
“와… 진짜 잘 되려니까 이런 식으로 되나.
당장 오시라고 해.
아니 우선 시나리오부터 보내드리고.
이번 OST도 네가 부른다고 말씀드렸어?”
“네. 그랬더니 더 흥미를 느끼시더라고요.
제 1집을 듣고 저한테 주고 싶은 곡이 또 생겼다면서요.
그리고 주연이 스티븐이라니까 목소리가 달라지던데요.”
“하긴 그렇겠지.
할리우드 영화의 음악 감독이 되는 게 목표인 사람이니.
어쨌든 완전히 땡잡았네.”
자신의 1집이 크게 성공하자 설아는 크리스에게 따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누다 영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이다.
경력이 전혀 없다는 이유로 할리우드 영화감독들에게 여러 번 거절을 당한 크리스는 경력자만 찾는 현실에 울분을 느끼고 있었는데 설아의 이야기를 듣고 이 영화가 자신에게 큰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민수나 그쪽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 자신을 음악감독으로 써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크리스의 예상대로 민수는 자신을 거절하지 않았다.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잡은 크리스와 무조건 성공해야 하는 영화에서 최고의 음악 감독의 조력을 받게 된 민수.
정말 둘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좋은 거래였다.
크리스까지 제작팀에 합류하고 며칠 후.
드디어 배우들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영화를 제작할 시기가 되었다.
그리고 배우들과 스텝들, 윤 엔터 가족들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민 여사는 언론에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았다.
그녀는 모든 폭탄을 모아 한 번에 터트려 모든 것을 박살 낼 생각이었다.
중국의 대형 세트장 “천루 시티”에 도착한 민수는 그곳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나게 되었다.
이 영화에 합류하게 된 리온과 리 얀이었다.
리온은 전혀 액션을 연기하지 않는 배역이라 중국으로 직접 합류했고 천루 쪽의 요청으로 합류하게 된 리 얀은 액션에는 이골이 난 배우라 금방 손발을 맞출 수 있어서 한국으로 합류하지는 않았었다.
민수에게 감명받고 겸손함과 성실함을 되찾은 리 얀은 지금 티어즈 시네마의 전속 배우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지금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액션 배우 중 한 명이었다.
티어즈 시네마의 에드워드는 그 탁월한 감각으로 이 영화가 반드시 대박을 터트릴 거라고 판단해 세트장의 사용 권한 일체와 중국 내 수익 배분을 늘려주는 조건으로 리 얀을 영화에 꽂아 넣었다.
얼뜨기 배우였다면 윤 대표도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만 리 얀은 이미 민수와 같이 영화를 촬영한 경험도 있었고 지금 중국에서 알아주는 배우였기 때문에 에드워드의 제안을 이견 없이 수락하게 되었다.
사실 자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었던 윤 대표에게 조건 없이 세트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에드워드의 제안은 쉽게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다.
“이제 콘서트는 완전히 끝난 거야?
이거 재수 없으면 한발 늦게 합류할 뻔했잖아?”
“하하. 오랜만이에요 형님.
그러게요, 생각보다 영화 크랭크인이 빨랐네요.
하마터면 늦을 뻔했어요.”
“그래 녀석아. 콘서트는 잘했지?
아시아 쪽은 이카루스의 영향력이 장난 아니잖아?
이번에도 덕 좀 보자고.”
“아이 형님은, 덕은 제가 봐야죠.
솔직히 형님 아니었으면 제가 이런 영화에 출연하는 게 가당키나 했겠어요?
와 근데, 진짜 떨리네요.
마치 신인 때 첫 콘서트를 기다리는 마음 같아요.”
콘서트가 완전히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온 방필수, 리온은 종종 연락은 주고받았지만 서로 바빠서 거의 만나지 못했던 민수와의 재회를 반가워했다.
사실 리온으로서는 이런 영화에 한발 걸칠 수만 있어도 충분히 영광이라고 표현할 만했다.
그런데 민수가 오히려 자신의 덕을 좀 보자고 이야기하니 마음이 편해질 수 밖에.
게다가 자신의 맡을 배역의 캐릭터가 자신이 평소에 원했던 독특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다 보니 리온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민수 씨. 오랜만입니다.”
“와. 리 얀. 요즘 잘 나간다고 하던데요.”
“하하. 민수 씨만 하겠습니까?
이번에도 잘 부탁 하겠습니다.”
민수는 본의 아니게 자신과의 스케줄 후에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 리 안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심지어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달라지자 사람의 인상 자체가 달라 보였다.
예전에는 조금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운 인상이었다면 지금은 눈매가 서글서글하고 호방한 느낌이었다.
아마 예전보다 더 인기가 올라간 건 연기도 연기지만 표정의 변화에서 오는 느낌의 차이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세트장에 도착했지만 바로 촬영을 시작할 수는 없었다.
오늘은 이래저래 준비할 것도 많고 제법 장시간 이동하며 배우들에게 쌓인 피로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배우들이 쉬는 와중에도 윤 엔터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일 촬영을 시작으로 몇 달은 이곳에서 머물러야 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준비할 것이 많았다.
민수가 그런 움직임을 지나쳐 자신의 짐을 챙기고 있을 때 태준이 슬쩍 민수의 방을 찾아왔다.
“요. 주인공 기분이 어때?
이번 영화 자신은 있겠지?”
민수는 자신의 방에 찾아온 태준을 바라보며 자신감이 깃든 웃음을 짓고 있었다.
태준은 자신 있냐고 물었지만 민수는 이 상황에서 영화가 실패할 거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실패할 자신이 없다는 게 이런 감정이 아닐지 모르겠다.
“자신감과 내 연기에 대한 믿음은 이제 굳건하지.
그리고 이 정도 출연진으로 흥행에 실패하면 그건 그거대로 웃긴 일이잖아.”
“하하. 그건 또 그런가?
아~ 나도 원래 조연이라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하게 연기하려고 했는데 준수 녀석이 갑자기 배역을 바꿔버려서 조금 신경이 쓰이긴 하더라고.”
태준의 말대로 에스퍼 보안관 “지미”는 원래 단순한 부패 형사 중 한 명으로 중반까지 주인공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덤벼드는 평범한 악역에 불과했지만 태준이 이 배역을 맡으면서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탈바꿈했다.
이제 어쩌면 1~2편을 관통하는 최종 악역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가볍게 생각하던 태준의 마음가짐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원래 처음 구상이 그거였대.
그런데 좋은 배우를 구하기 힘들까 봐 일부러 가지치기 한 거였고.
네가 들어간다니 배역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거지.
솔직히 윤태준이 영화에 나와서 그런 배역만 연기하고 아웃 되는 건 좀 아니다 싶었는데 잘됐지 뭐.”
“그렇다면 할 말은 없지만.
아우, 좀 편하게 민수 버스에 탑승 좀 하려고 했더니 참 가만히 내버려 두지를 않는군.
역시 잘난 남자는 피곤한 법이야.”
민수는 말은 저렇게 하지만 배역이 변한 것을 가장 반기고 있다는 사람이 태준이라는걸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도우미를 자처하긴 했어도 배우가 지녀야 할 욕심이 완전히 사라질 리는 없었으니 말이다.
“수연 선배는 결국 카메오로 출연하기로 했다면서?
그 선배가 이런 집착을 보일 줄은 누가 알았겠어?
참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라니까.”
“응, 수연이가 1편에서 한 씬 2편에서 한 씬 이렇게 두 씬을 카메오로 나오기로 했어.
2편에서 나오는 씬을 보면 사람들이 소름이 돋을 거라는데.
무슨 씬인지는 말 안 해주더라고.
준수랑 둘이 아주 그냥 짝짜꿍이 돼서 무슨 짓을 꾸미는 건지 모르겠어.”
“이상하네. 1편에 등장하는 씬은 나도 이야기를 들었는데 2편에도 나온다고?
대본에는 특별히 그런 장면이 없었잖아?
그리고 1편에서 죽었는데 2편에서 어떻게 나와?
무슨 좀비야?”
민수는 태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연은 극 중에서 민수의 애인으로 시작과 동시에 사망하는 역할이었다.
그래서 민수가 범죄자와 이 도시를 증오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되어주는 인물.
단순히 단역을 쓰는 것보다는 카메오를 자처하는 수연이 연기하는 게 낫겠다 싶어 수연이 그 배역을 연기하기로 결정된 것이었다.
그런데 죽은 인물이 또 나온다니.
민수의 머릿속에는 순간 죽은 애인의 최종 흑막 설이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민수가 말을 마치고 태준을 바라보자 태준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두 눈을 크게 뜨고 민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에이. 그건 좀 너무 갔다.”
“그러게. 카메오로 나왔는데 어떻게 그런 식으로 가?
무슨 3편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그건 그렇다 치고 이제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는데 수연 선배의 의지가 대단하긴 하네.
굳이 여기까지 와서 카메오를 하겠다니.”
“그러게나 말이다. 참 못 말리는 여자야.”
태준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심 내일 촬영장을 방문해 카메오 촬영을 마치고 돌아갈 수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뒤에도 민수와 태준은 촬영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내 은우, 설아, 리온, 스티븐과 리 안까지 모든 배우가 모여들었다.
이 시간은 아직 서로가 생소한 배우들에게는 서로의 얼굴을 익혀 친분을 다지는 시간이, 민수에게는 다가오는 촬영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