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278화 (278/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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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네가 진룡이나 드림 픽처스에 유감이 있어서 저격 영화를 찍겠다면 나도 말릴 생각은 없다.

하고 싶으면 해야지.

네가 무슨 폭행이나 다른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말리겠느냐?

하지만 문제가 없진 않아.

영화계 관계자들이야 네가 불쾌해서 저격영화를 찍었다고 해도 그냥 성깔 있는 배우라고 웃으면서 넘어갈 가능성이 커.

왜냐하면 그들도 드림 픽처스가 얼마나 사람 성질 긁으면서 일을 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항상 흥행을 무기로 상대를 쥐고 흔드는 김 사장이 실패하면 좋아할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어.

진룡은 그보다 더할 테니 말할 필요도 없고.

하지만 일반인들은 좀 다르지 않겠니?

이 영화를 찍을 것처럼 기사까지 났는데 갑자기 같은 시기에 다른 영화를 찍는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올 거야.

그리고 당연히 김 사장은 그걸 이용할 거고.

마치 자신들이 너 말고 주성훈을 선택한 양 홍보해서 주성훈을 너랑 동급인 것처럼 띄우는 건 기본일 테고 심지어 캐스팅에서 밀려난 억하심정으로 경쟁작에 들어갔다는 식으로 너를 속 좁은 놈 만드는 것도 불사할 텐데 괜찮을지 모르겠구나.”

민수는 윤 대표의 긴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럴만한 인물이긴 했다.

게다가 자신들이 발을 빼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진룡이랑 작업을 해야 할 판이었으니 어쩌면 앙심을 품을 수도 있었다.

“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혹시 또 다른 문제점이 있나요?”

“그래. 그리고 이게 가장 큰 문제인데.

우리 영화가 그쪽 영화보다 압도적으로 훌륭한 영화라고 해도 그쪽에서 별로 손해가 없어.

아니, 기분이야 좀 나쁠 수 있겠지만 그게 직접적인 손해로 이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거지.

아마 반대로 우리 영화랑 라이벌인 것처럼 띄우면 우리 영화가 더 잘 만들어질수록 그쪽도 이익이 될 가능성이 더 크겠구나.

그걸 설아랑 태준이가 잘 보여주지 않았니.

영화는 경쟁작으로 만나도 한쪽이 꺼꾸러지는 게 아니라는 걸 말이다.

그럼 결국 네가 생각하는 복수는 전혀 할 수 없게 되는 거지.”

민수는 윤 대표의 말에 그냥 웃음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웃던 민수는 윤 대표에게 너스레를 떨면서 입을 열었다.

“에이. 대표님도.

누가 들으면 제가 진룡한테 복수하고 싶어서 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하겠어요.

제가 설마 그러겠어요?

하지만 확실히 대표님 말씀대로 그런 점은 있네요.

음…. 이거 어쩌나.

그래도 영화는 만들죠.

우선 드림 픽처스가 아무리 언론 플레이를 해도 사람들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릴 만한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긴 해요.

그러니 제 이미지가 많이 안 좋아지는 건 신경 안 쓰셔도 될 거 같아요.

그리고 상대 영화가 흥행하는 건….. 그건 뭐 어쩔 수 없죠.

그 원래 영화 흥행은 며느리도 모른다는 농담도 있잖아요.

저희 영화가 잘 나와서 상대가 반대급부를 누린다고 해도 뭐 그건 그쪽이 운이 좋은 거고요.

그냥 저희는 저희 영화만 잘 만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럼 이 영화 만들어도 될까요?”

윤 대표는 민수가 그렇게까지 이야기하자 허락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민수가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일을 말리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민수가 말하는 비장의 무기가 무엇인지 궁금하긴 했다.

“하. 뭐 좋다.

어차피 영화를 찍기로 했고, 그게 액션 영화면 아무래도 좋겠지.

준수가 쓴 시나리오가 나쁠 리도 없고.

그 영화에 은우까지 같이 넣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긴 해.

그럼 이쯤에서 네가 말한 여론을 잠재울 비장의 한 수가 무엇인지 만 말해 다오.

그래야 나도 계획을 세울 테니 말이다.”

궁금해하는 윤 대표에게 민수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 사실요. 이 영화 제 단독 주연이 아니라서요.

스티비랑 같이 찍을 생각이거든요.

스티비한테는 이미 말해놨고 에릭 존스 감독님의 허락까지 받아 놓은 상태에요.

아마 이제 곧 스티비가 비밀리에 한국으로 입국할 겁니다.”

“응? 스티비라면 설마 “버닝 레이지”의 스티븐 로우 말하는 거냐?

예전에 너랑 같이 나왔던 그 스티븐?”

“네. 그 스티븐이요.”

“맙소사.”

민수가 스티븐이랑 같이 영화를 찍기로 했다는 말에 윤 대표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스티븐 로우를 대표작 1편뿐인 반짝스타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1편이 전 세계적으로 20억 불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으면 그건 말이 완전 달랐다.

게다가 지금은 영화가 내려간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이었고 그야말로 지금 당장은 가장 핫한 할리우드 스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만약 진짜 스티븐 로우가 한국인이 만드는 영화에 출연한다면 드림 픽처스가 어떤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해도 이 소식에 그냥 쓸려나갈 것이 분명했다.

“아, 이슈 거리로는 스티비 보다는 못하지만 이번에 필수, 아니 리온도 같이 출연하기로 했거든요.

어쨌든 이슈 메이킹 거리는 충분한 셈이죠.”

민수는 며칠 전 스티븐, 리온이랑 통화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창 물이 올라 더 연기하고 싶었던 스티븐은 이제 올해는 휴식을 취하라는 에릭 존스 감독의 이야기에 조금 시무룩해 있었다.

그리고 은근히 민수에게 저번에 영화를 찍을 때 재미있었는데 또 무슨 영화를 찍을 계획이 없냐고 물어왔는데 예전 같았으면 그냥 웃으며 넘길 일이었지만 한바탕 크게 일을 벌일 계획이었던 민수로서는 스티븐의 그 말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솔직히 자신이 먼저 연락해 상황 봐서 은근히 요청해볼 생각도 있었던 만큼 황금 같은 기회였으니까.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민수를 생명의 은인이자 좋은 연기 스승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스티븐은 민수와 다시 제대로 연기해보고 싶은 생각이 만만이었는지 두말하지 않고 바로 승낙하게 된 것이었다.

에릭 존스도 스티븐이 한국에서 민수와 영화를 찍는다고 하자 두말없이 허락했다.

예전 “용명”의 수준을 봤을 때 스티븐이 출연해도 충분히 괜찮을 만한 퀄리티의 영화가 만들어질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였다.

또 자신이 아닌 전혀 생소한 감독과 작업을 해 보는 것도 스티븐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계산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실험적인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보다 아예 다른 환경에서 촬영하는 영화가 더 유익하리라.

자신이 예전에 민수를 섭외하려고 했던 만큼 다시 민수와 스티븐이 찍는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다.

에릭 존스의 입장에서는 솔직히 자신도 따라가서 확인해 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리온.

리온은 배역의 비중과 상관없이 무조건 지금껏 보여주지 못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아무래도 연기와 공연을 병행하다 보니 연기를 할 때마다 제작진들이 비슷한 역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가장 잘 먹히는 연기라고 생각해서였는데 민수가 혹시 영화에 출연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을 때 리온은 그냥 그게 아니라는 것만 보여줄 수 있으면 족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리온에게는 이번 영화에서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그런 쇼킹한 배역을 배정해 줄 생각이었다.

“하…스티븐 로우에 이카루스의 리온이라….”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는데요.

대표님 나머지 일을 맡겨도 될까요?”

“에이. 이 녀석이 또 번거로운 일만….”

이제 겨우 배우 2명만 캐스팅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일을 떠맡기려는 민수의 태도에 윤 대표는 괜히 번거로운 일을 맡게 되었다는 듯 타박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조금 흥분하고 있었다.

스티븐 로우가 주연한 영화라면 미국에서도 개봉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민수가 찍은 “My Uncle Joe”가 에릭 존스 감독의 영향력으로 미국에서 개봉했던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저… 대신 이거 엄청 돈이 많이 들어가는 영화거든요.

게다가 1편이 아니라 2편이에요.

도대체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뭐…뭐? 두 편?”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던 윤 대표도 민수가 2편이라고 말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딱 봐도 CG가 엄청나게 들어갈 만한 히어로 영화였는데 2편이라니.

민수의 말대로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알 수 없었다.

“대본 보시면 아시겠지만, 스토리가 길어서 1편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가 없어서요.

제작비는 음… 그래. 민 여사님.

지금까지 제가 모아놓은 돈 있죠?

만약 제작비 모자라면 그 돈을 다 넣으셔도 좋아요.”

“하… 너 진짜. 사활을 걸었구나?”

자신의 돈을 다 넣어도 좋다는 민수의 말에 민 여사도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오늘 이래저래 자신과 윤 대표를 놀라게 만드는 민수였다.

“지금까지 네가 벌어 놓은 돈이….. 용의 울음, My Uncle Joe, Mama, Cafe Jude…. 다 합치면 대충 계산해도 300억이 훌쩍 넘는데 그걸 다 투자하겠다고?”

“네. 이번에는 진짜 장난이 아니거든요.

저 영화 2편을 다 제작하려면 소속사 자본으로도 어림없을 거예요.

그래도 2편을 다 만들 수밖에 없는 게 스티븐이 지금 아니면 다음 영화에 대해서는 기약이 없잖아요.

사실 지금도 무리해서 나온 거고요.

시리즈 물 2편을 한꺼번에 제작하지 못하는 건 흥행에 대한 염려 때문인데 지금은 그런 리스크 정도는 감수해야겠죠.”

윤 대표도 민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례적인 일이긴 하지만 일리가 있어.

스티븐 로우를 쓸 기회가 지금 밖에 없을 테고, 2편의 영화를 만들면 그만큼 이슈가 되기도 할거야.

네 말대로 흥행에 대한 위험 때문에 그런 짓을 못 하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흥행에 실패하는 그림은 그려지지가 않는구나.”

“그러니 대표님, 나머지는 부탁드릴게요.”

주연 배우와 중요 조연 배우, 게다가 대규모의 투자금까지.

민수는 정말 할 만큼 했다고 할 수 있었다.

만약 이 이상 민수가 책임을 부담한다면 그건 자신에게 대표 자격이 없음을 의미하리라.

민수가 나가자 윤 대표는 빠르게 대본을 훑어보고는 민 여사에게 소속사의 자본 사정을 문의했다.

민수의 말대로 아무래도 그냥 1~200억으로 해결된 가벼운 영화가 아니었으니까.

“음…. 이른 시일 안에 현금으로 쓸 수 있는 돈은 대충 300억 정도예요.

나머지는 부동산 같은 거라 시일이 좀 필요하고요.

이것도 그나마 드림 픽처스랑 투자 논의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해서 넉넉하게 준비한 거고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음…. 어쩔 수 없이 민수 돈까지 투자에 넣어야 하려나.

웬만하면 소속사 힘으로 해결하고 싶었는데 말이야.”

윤 대표가 중얼거리자 민 여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넣고 자신이 벌어가겠다는데 왜 그런 걸 걱정하세요.

당신도 이 영화가 망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잖아요?”

“하? 망한다고? 걱정은 거지 같은 진룡이랑 너구리 같은 김 사장이 해야지.

그래, 차라리 잘됐어.

이 기회에 아주 본때를 보여주자고.”

아까 민수에게는 흥행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기 힘들 거라고 말했던 윤 대표가 태도를 완전히 달리하자 민 여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까 민수에게 한 말이랑 다른데요.

영화는 한 영화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상대 영화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기는 힘들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렇긴 하지.

그나마 같은 장르라서 영향을 조금 미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래.

하지만 이슈를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 이야기가 좀 다르지.”

“호… 그러니까 스티븐이 들어오면서 그럴 가능성도 생겼다는 거군요?”

“그럴지도. 상대가 영화를 얼마나 잘 만드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네.

아무리 우리가 잘 만들어도 상대도 같이 잘 만들면 결국은 서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테니 말이야.

그게 윈-윈인데 난 왠지 그쪽이랑은 별로 윈-윈하고 싶진 않아.”

그렇게 대답한 윤 대표는 앞으로 어떻게 일정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 이 정도면 한국 세트장에서는 무리야.

세트장은 아무래도 천루에 신세를 져야겠어.

영화의 중국 내 배급권을 넘기면 그 정도는 가능하겠지?

민수랑 스티븐이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말이야.

감독은…..”

민 여사는 그런 윤 대표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 짓고 있었다.

자신의 남자가 영화를 성공시킬 생각에 신이 나 있는 모습은 생각보다 보기 좋았다.

그렇게 잠시 윤 대표를 바라보던 민 여사는 아까 민수가 나간 그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민 여사는 민수와 대화하며 민수에게 무슨 숨기는 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분명 자신들에게 손해가 날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그냥 모른 척했지만 지금 민수에게 또 다른 속내가 있음은 분명했다.

과연 무엇일까?

자신이 사랑하는 윤 대표와 성향이 비슷한, 주변인에게는 호구 같은 모습만 보여주던 민수가 어떤 독심을 품었을까?

민 여사는 민수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리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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