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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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윤설아, 23세) 새로운 음원 강자 등극.]
“윤설아는 재작년 마스크 싱어에서 자신의 노래 실력을 뽐낸 후 작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가수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그 이후 활발한 음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여름 발매한 싱글 앨범 “사랑”, 영화 Cafe Jude의 OST 그리고 이번에 발매한 정규 1집 “Fantastic Memory”의 전 수록곡을 음원 차트 상단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으며 특히 이번 정규 1집의 타이틀곡 “아름다운 기억”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음원이 쏟아져 나오는 음원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3일째 각종 차트의 1위를 수성하고 있다.
독보적인 감성과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보이스 컬러를 가진 이 솔로 디바가 아이돌 일색으로 경색되어가는 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이렇다는 데 어떻게 생각해?”
“으아. 아무리 저라도 그렇게 바로 앞에서 그걸 읽으면 부끄럽다고요.”
설아는 민수가 자신에 대한 기사 하나를 소리 내어 읽자 부끄럽다는 듯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민수는 그런 설아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의 눈빛 안에는 대견함과 뿌듯함이 녹아들어 있었다.
기사에 난 대로 설아가 발매한 앨범은 압도적인 스트리밍 횟수를 자랑하며 며칠째 음원 차트를 점령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민수의 예상대로였다.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만 노래 불렀던 설아가 몇 달이나 최고의 프로듀서인 크리스 건에게 정식으로 노래를 배웠으니 실력이 급성장하는 건 필연적이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설아의 노래를 반기기만 한 건 아니었다.
-노래 잘하는 건 알았는데 이 정도라는 건 믿기 힘드네.
싱글 앨범 발매할 때보다도 실력이 확 늘었는데 이게 논리적으로 가능한 일이냐?
-OST도 그렇고 아마 기계로 좀 만지거나 한 거겠지.
어차피 윤설아가 라이브 같은 건 안 하지 않나?
저번에도 음원만 발매하고 음악 방송에도 안 나왔었잖아?
-하긴 어차피 라이브 안 할 거면 저렇게 튜닝해도 상관없었겠지.
특히 설아의 실력이 급성장한 것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너무 급격하게 실력이 늘어난 것에 대한 부작용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설아가 진짜 음악 방송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자 태세를 완전히 전환할 수밖에 없었는데.
-죄송합니다. 제가 무지했습니다.
-와… 압살.
세라 다음으로 노래 부른 그룹이 누구였지?
진짜 개 불쌍했다.
-노래 끝나고 방청석 반응 봤냐?
지네 오빠들 응원하러 왔다가 얘들 집단 맨붕.
야유 보내다가 완전히 합죽이 된 거 보소.
오빠들 노래가 제대로 들리기나 했으려나 모르겠다.
-설아야. 이제 우린 팬 미팅 같은 건 필요 없다. 우리 그냥 콘서트로 가즈아!
-콘서트 가즈아!
연기하듯 감성을 완전히 실어 버리는 설아의 특성상 음원 보다 실제로 라이브를 듣는 게 더 압도적이었을 테니 아마 아무 생각 없이 처음 들은 사람들은 제법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몇 군데의 음악 방송에서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 이후, 설아의 인기는 실시간으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음…. 제 앨범이야 그렇다 치고요.
오빠 영화는 어떻게 돼 가는 거예요?”
잠시 부끄러워하던 설아는 화제를 돌려 민수의 영화에 관하여 물어 보았다.
며칠 전부터 영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더니 그 뒤로 별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이상한 기사까지 올라왔는데 설아가 이해하기 힘든 기사였다.
“아. 대표님이 조율 중이신데 그쪽이 생각보다 욕심이 많네.
대표님이 어느 정도 투자를 해준다고 해도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이걸 참 예상대로라고 해야 할지.
너무 생각대로 흘러가서 좀 의아할 정도라고 해야 할까?
묘한 기분이긴 하네.
어쨌든 이따가 대표님하고 이야기해본 다음에 최종 결정을 내려야겠지.”
“오. 오빠를 가지고 배짱을 튕긴다니 그건 그거대로 대단하긴 하네요.
그나저나 투자라…..
그쪽에서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하나 본데 솔직히 좀 이해가 가긴 하네요.
웬만하면 우리 쪽이 최고 투자자가 되길 원하는 거겠죠?
하긴 저라도 그러길 원할 거 같으니까요.”
상대가 너무 과하다는 민수에 비해 설아는 조금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다.
민수는 이해가 간다는 설아의 말에 호기심을 느끼고 설아를 바라봤다.
“그래?”
“네. 아무래도 엉뚱한 놈이 투자자로 들어와서 영화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거보다는 아빠처럼 간섭 안 하는 투자자가 좋긴 할 거예요.
저번에 쓰나미도 좀 피곤했다는 말이 있거든요.
진룡은 전형적인 말 많은 투자자잖아요.”
“아. 그래? 음… 그럼 차라리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려나.
상대가 덥석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는 거네.”
민수는 설아의 설명에 진룡이 피곤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이랑 진룡을 또 저울질해 더 쉽게 가려는 드림 픽처스가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솔직히 오빠가 들어가는 영화라면 상대가 투자를 종용하는 게 나쁜 일만은 아니긴 해요.
오빠도 알다시피 투자란 게 원래 그렇잖아요.
도박하고 좀 비슷한 면도 있지만, 결과가 확실한 투자는 그냥 노다지인 거죠.
어차피 오빠가 나오는 영화가 손익 분기점도 못 찍는 건 상상하기도 힘드니까요.
한국 흥행에서 망한다고 해도 적어도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무조건 사갈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좀 아니지.”
[배우 정민수 차기작은 액션 대작 “에이전트 K” ?]
민수는 오늘 나온 기사를 가리키며 고개를 저었다.
윤 대표의 예상대로 협상이 마음먹은 흘러가지 않자 드림 픽처스가 언론 플레이를 시작한 것이었다.
민수도 자신이 액션 영화를 찍는다고 하면 많은 투자자가 몰릴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투자자 중에 윤 엔터가 메인 투자자이길 원하는 드림 픽처스의 마음도 이해가 되긴 했다.
아무래도 여러 놈이 중구난방으로 이상한 요구를 하는 것보다는 윤 엔터처럼 점잖은(?) 투자자가 버티고 있는 게 편하길 할 테니까.
하지만 또다시 외부인이 자신을 이용하는 건 기분이 나빠서 사양하고 싶었다.
자신이 기분 좋게 접어주는 건 소속사 식구들과 정말 친한 사람들뿐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그래서 자신이 앞으로 할 행동이 지탄받을 만한 일이라는 자각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얼마든지 욕을 먹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민수에게 쌓인 울분이 생각보다 작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긴 그건 그렇네요.
저건 좀 아니죠.
게다가 진룡하고 또 저울질 시작했다는 것도 엄청 기분 나쁘고요.
예전에도 그러지 않았나요?”
민수의 말에 설아도 기사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고 생각하는 부류는 설아가 별로 좋아하는 부류는 아니었다.
특히 저런 거로 민수의 행동을 제약하려 하다니.
“그런데 어쨌든 저런 기사 때문에 나중에 오빠가 저 영화를 안 찍는다고 하면 뒷말이 나오긴 하겠어요.”
하지만 이미 나간 기사를 막을 순 없었고 기사의 내용 자체도 틀린 건 아니라 항의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니 설아가 조금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글쎄. 아마 며칠 있으면 저런 기사 같은 건 사람들 머릿속에 남아 있지도 않을걸.”
하지만 민수는 별로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음…. 무슨 복안이 있어 보이네요.
어쨌든 잘 해 보세요.
전 기다리고만 있으면 되는 거겠죠?
오빠가 건네줄 대본만 기다리고 있겠어요.”
설아가 기대감이 깃든 초롱초롱한 눈으로 눈빛 공격을 시전하자 민수는 그냥 웃으며 설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 어쨌든 오늘 결정이 날 거니까.”
그리고 잠시 후.
민수는 윤 대표와 민 여사가 기다리는 대표실로 발길을 옮겼다.
오늘 영화 출연에 대한 정확한 결정을 내리기로 했기 때문에 논의는 필수적이었다.
민수가 들어서자 윤 대표는 조금 짜증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상대의 태도나 말이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는 걸 윤 대표의 얼굴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나 원 참.
이 사람 진짜……”
“최종적으로 그쪽이 요구하는 게 어느 정도인가요?”
기가 막혀 하는 윤 대표 대신 민 여사가 민수의 말에 대답하여 주었다.
“추정 예산 300억 영화에 대표님이 100억까지는 투자할 수 있다고 했거든.
그런데 진룡 쪽에서 200억 투자에 액션 배우 “주성훈”을 주연으로 밀고 있다네.”
“오호…. 저번하고 같은 상황인가요? 아니 이번엔 좀 반대인가?”
민수는 상대의 배짱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하긴 주성훈 정도면 그래도 충분히 영화를 찍을 만한 배우였으니 이런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것이려나.
민수가 기억하기론 전생에서도 이 영화를 주성훈이 주연으로 출연했던 거 같았다.
확실히 민수만큼은 아니었지만, 주성훈이면 충분히 좋은 액션 배우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드림 픽처스도 이번에는 민수를 확실한 타깃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마치 “쓰나미”에서 장진영을 타깃으로 민수에게 작업을 넣은 것처럼 말이다.
그쪽의 메시지는 이런 것이었다.
우리는 200억 넣은 메인 투자자 윤 엔터와 액션 배우 정민수랑 같이 영화를 찍고 싶다.
너희도 괜히 다른 사람들이 투자해서 시끄러운 것보다는 메인 투자자가 돼서 이익도 얻고 좋은 영화도 찍고 서로 좋은 거 아니냐.
너희 회사에 그 정도 여력은 되는 거 다 아니까 자꾸 빼지 말고 그냥 따라와라.
하지만 100억이나 투자하겠다는 윤 대표와 계속 밀당을, 그것도 다른 배우나 진룡을 이용해서 밀당을 하는 건 불쾌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저번에도 자신의 자존심을 완전히 무시하더니 이번에는 주성훈의 자존심을 뭉갤 생각인 모양이었다.
아마 자신들의 영화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 이런 짓도 할 수 있는 걸 테지.
하지만 이번에는 번지수를 좀 잘못 잡았다.
“음…. 솔직히 200억 투자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우리 회사에 지금 그 정도 여력은 충분하니까.
자, 어떻게 하겠니?
만약 진짜 네가 하고 싶으면 그깟 투자는 충분히 할 수 있단다.”
윤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민수의 의사를 물었다.
그의 얼굴에서 민수가 정말 원한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해 줄 수 있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민수는 그런 윤 대표에게 그냥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 저분들이 진짜 너무 자신들 생각만 하네요.
배우 기획사에 투자까지 하라니요.
세상에 어느 기획사가 배우가 들어가는 영화에 그만큼 투자를 하나요?
정말 뻔뻔하기도 하지.
자기들이 투자자 관리하기 번거로우니 그거까지 저희한테 전가하는 거잖아요?
거기다가 투자의 위험성까지 감수하라고 하면서요.
세상에……
그리고 또 저번처럼 다른 배우 자존심을 뭉개면서 영화를 찍으려고 하다니.
게다가 사람 엿 먹이는 언론플레이라.
생각보다 더 저질이에요.
그냥 결과만 좋으면 다 좋다고 생각하나 본데.
사람 기분이란 게 어디 그런가요?
음… 그냥 차라리 다른 영화를 찍는 게 낫겠어요.
그 영화는 진룡의 투자나 받아서 알아서 찍으라고 하면 되겠네요.
아마 제가 주연에서 빠지면 당장은 선뜻 투자하려는 사람이 없을 테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려나요?”
민수가 좀 과장되게 이야기하자 윤 대표는 황망한 표정을 지었고 민 여사는 민수가 말을 시작할 때 이미 웃음이 터진 지 오래였다.
민 여사는 윤 엔터가 배우들의 영화에 계속 투자금을 넣어 왔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아는 민수가 의뭉을 떨면서 뻔뻔하게 이야기하는 게 너무 웃겼다.
“너….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게냐?”
“후훗. 재미있네.
우리 민수가 이번엔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저럴까?
이거 기대해도 되려나?”
황당해하는 윤 대표에게 민수가 웃으면서 다가가 대본한 권을 내밀었다.
윤 대표의 눈이 자연스럽게 민수가 내미는 대본으로 넘어갔다.
“Shadow, Awaken. 시나리오 : 이준수”
“이건….”
“하하. 생각해 봤는데요.
어차피 액션 영화를 찍는다면 그냥 식구들이랑 제대로 만들어 보는 게 더 낫겠더라고요.
설아도 그렇고, 지금 은우 선배도 드라마 마치고 휴식 중이죠?
은우 선배가 아직 영화는 데뷔 전이니 이번 영화로 데뷔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
그 선배 액션도 제법 하잖아요?
태권도에 합기도가 몇 단이라고 했었죠?
음…. “에이전트 K” 가 11월 수능쯤을 겨냥하고 만드는 영화니까 저희도 그때 같이 개봉하면 되겠네요.”
“허… 너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느냐?”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드림 픽처스와 자신의 숙적인 진룡을 한군데로 모아 저격 영화를 만들자는 민수의 말에 윤 대표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어쩐지 급하게 움직이더니 이런 앙큼한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물론 민수가 드림 픽처스의 스타일은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저번 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건 아니었고 (사실 드림 픽처스가 자신에게 한 짓은 별로 관심도 없었음) 그냥 진룡을 타깃으로 하다 보니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었지만 윤 대표가 보기에는 둘을 모아 저격을 한 것처럼 보였다.
윤 대표는 일의 성사 여부를 떠나 자신에게 말도 안 하고 뒤에서 일을 꾸민 것이 황당하기만 했다.
게다가 이미 시나리오까지 들고 온 걸 보니 그냥 오늘 하루만의 생각해 결정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아마 처음 “에이전트 K”의 시나리오를 들고 올 때부터 이럴 생각이었던 게 분명했다.
하지만 민수의 생각에는 큰 맹점이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