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250화 (250/325)

# 250

5

설아와 함께한 소속사 탐방은 생각보다 즐겁게 이어졌다.

민수도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었는데 팬들에게 소속사의 이모저모를 소개할 때마다 감탄하는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꽤 재미있었다.

“우선 이곳이 식당입니다.

소속사에서 자신하는 부분 중 하나죠.

음식이 정말 괜찮거든요.”

“맞아요. 요즘에는 점심뿐만 아니라 저녁까지 드시고 가시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저기 보이시죠?

저 주방장 어르신이 바로 우리 소속사 마스코트인 혜민이의 할머님이세요.”

김 여사는 주방으로 설아와 민수가 들어서자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

“뭐 하는 거여?

식당에 왔으면 어여 밥부터 들어.

민수 총각 어서 앉아요.

설아도 어서 오렴.

오늘은 네가 가장 좋아하는 떡갈비니까 사양하지 말고.”

촬영을 위해 들어왔던 설아는 메뉴가 떡갈비라는 이야기에 두 눈을 빛내더니 바로 식판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김 여사의 강권에 결국 민수까지 식판을 들고 나서자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허. 느닷없이 먹방 시작?

-저 떡갈비 비주얼 봐.

흔한 연예기획사의 점심 메뉴 미친 떡갈비 이거 실화냐?

-진짜 맛있겠네.

“보셨죠? 우리 식당이 이 정도 라고요.

어른이 권하는 걸 거절하는 건 또 예의가 아니죠.

빠르게 식사부터 처리하고 가겠습니다.

설아의 즉흥적인 진행으로 팬들은 느닷없는 먹방을 시청해야 했다.

그리고 야무지게 떡갈비를 처치하는 설아의 모습에 감탄을 연발하고 있었다.

-와 진짜 잘 먹네. 설아는 먹는 CF를 찍었어야 했어.

-대단한 속도야. 꼭꼭 씹어 먹으면서도 빠른 속도로 음식이 줄고 있어.

그 와중에도 젓가락이 쉬지를 않네.

-원래 설아가 젤 좋아하는 게 떡갈비라더라고.

그러니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가 있나.

그래도 방송 중임을 인식하고 빠르게 식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만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떡갈비의 놀라운 비주얼 때문에 놀란 사람들의 뇌리에는 윤 엔터 식당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기억은 꽤 오래 남을 것이 분명했다.

“자. 즐거운 식사였습니다.

여러분들도 점심 식사는 마치셨나요?

전 아주 배가 부르네요.”

-와. 설아 이러기냐?

혼자 맛있는 거 먹고?

야. 우리 프페 팬 미팅할 때 소속사 초대 안 되냐?

나도 아까 그 떡갈비 좀 먹고 싶은데.

-오오! 오오!

-오오!

인원이 늘어나며 채팅창은 여러 갈래로 나누어졌다.

하지만 그중 가장 강세는 처음부터 있었던 설아의 팬층 일명 “프페”가 모인 채팅방이었다.

이 사람들은 역시 처음에 민수가 느꼈던 거처럼 거침없고 재미있는 사람들이었다.

설아는 팬들이 소속사 식당에서 팬 미팅을 요구하자 어처구니가 없었다.

“프페 50분만 오시겠다면 초청 가능합니다.

그 이상은 사실 무리죠.

우리 주방장 어르신한테 그 이상 요구하면 혼나요.”

-오케. 숫자는 우리가 알아서 추린다.

나중에 말 바꾸기 없기?

옆에서 일본 팬들에게 따로 식당이나 지금 상황을 일본어로 설명하고 있던 민수는 설아의 팬들이 진짜 오겠다는 반응이자 헛웃음만 새어 나왔다.

진짜 조만간 저들이 소속사에 견학(?)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자.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요.

다음은 가장 중요한 연습실입니다.”

설아는 윤 엔터의 자랑인 연습실에 대한 소개를 거창하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설아의 소개가 시작되자 어느 정도 이쪽 바닥의 흐름을 아는 사람들의 첨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배우 기획사에 저 정도 공간을 연습실에 할애하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사람들도 많이 놀라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역시 가장 놀라운 것은 카메라와 자료실이었다.

-저 방송용 카메라 세트는 적어도 수천만 원은 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저걸 연습실에 비치해 놓았다는 건….

-저게 저렇게 비싼 거였어?

-저건 엄청 고급제품이라.

민수도 이 부분은 자랑하고 싶었다.

윤 대표가 이런 자리를 만든 것은 소속사의 이미지를 더 개선하기 위해서 일 테니 자신도 그 부분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사실 특별히 과장할 필요 없이 있는 사실 그대로를 설명하면 충분했다.

“음. 이게 다 대표님의 용단이죠.

각 연습실마다 카메라가 비치되어 있고, 자신의 연기가 카메라에 어떤 식으로 잡히는 지 바로 확인을 할 수가 있어요.

정말 좋은 환경입니다.”

-맨날 일 안 한다고 투덜거렸는데 그게 아니네.

사실 돈 많이 쓰는 게 왕이지. 다른 게 뭐 있나.

-저 정도로 투자하고 있을 줄이야.

민수는 분위기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자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연습실로 들어가려는데 연습실 내부에서 연습하고 있는 은우를 발견하고는 연습실 밖에서 안쪽을 촬영하라고 손짓을 보냈다.

“저기 지은우 선배님이 연기 연습을 하고 계시네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지금 지은우 선배가 드라마에 새로 들어가거든요.

선배가 출연하는 주말 가족 드라마 “김가네 세 아들” 도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ㅋㅋ 깨알 홍보 보소.

-이거 이래도 되는 건가? 민수형 자제 좀.

“원래 다 서로 돕고 사는 사회라고 하잖아요.

다 좋은 게 좋은 거죠.”

민수가 은우를 비추고 그 틈에 드라마를 선전하자 설아도 옆에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작게나마 서로에게 도움을 주려는 민수의 마음이 어여쁘게 느껴져서였다.

“자. 이제 다음 장소로 가볼게요.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이번에 설아가 안내한 곳은 바로 7층의 헬스장과 녹음실이었다.

사람들은 7층의 헬스장에 접근하자 익숙한 곳인지 아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예전에 설아가 운동 영상을 찍어 올린 곳인 데다 그 영상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아는 분들이 많네요.

맞아요. 여기가 저희 소속사 헬스장이에요.

그렇게 넓진 않지만 그래도 필요한 장비들은 다 구비해 놓고 있어요.

제가 항상 저녁마다 운동하는 곳이고요.”

오늘 무슨 날인지 한창 바쁘게 촬영하던 소희가 혼자 운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설아에게 처음 배울 때는 어색했던 소희도 이제는 어느 정도 태가 나오고 있었다.

-누구지? 엄청 예쁜데.

-모르냐? 진소희잖아.

그 용의 울음에서 기생으로 나왔던 여배우인데.

-아아. 그때 그 부채춤? 맞네. 들으니 확실히 기억나네.

-한국에서는 별로 안 알려졌지만, 중국에서는 저번 드라마에서 완전히 떴어.

지금은 한국에서 독립영화 찍고 있을걸.

윤 엔터 소식에 가면 다 올라와 있다.

“네, 저 언니가 소희 언니에요.

중국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은 라이징 스타죠.

어떤 분이 말씀하신 대로 지금은 독립영화를 찍고 계시고요.

저 언니도 날개를 접은 봉황이거든요.

언제 날아오를 지 모른다는 거죠.”

“네 설아 씨말대로 소희 씨도 대단한 재능의 배우예요.

저희가 다 인정하는 배우거든요.”

설아에 이어 민수까지 그렇게 인정하자 팬들도 소희가 다시 보였는지 기대감 어린 말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올린 말 중에 “믿고 보는 윤 엔터 배우니까 언젠가 브라운관에 제대로 나오기만을 기대하겠다.”는 말이 가장 기분 좋았다.

소속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이 바로 그런 방향이었기 때문이었다.

윤 엔터 배우들은 다 믿을 만하다는 브랜드 파워.

아마 윤 대표도 그런 영향력과 신뢰를 얻고 싶었을 것이다.

“어? 선배님? 설아?”

운동에 열중하던 소희도 설아와 민수를 발견했는지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카메라도 자연스럽게 소희 쪽으로 옮겨갔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지만 아직 어리고 뽀송뽀송한 소희가 운동으로 발그레하게 피어 있어서 그런지 어여쁘기 그지없었다.

-와… 미친, 개 예뻐.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장난 아니네.

다른 팬들도 소희가 예쁘다고 난리였다.

그리고 그 모습에 설아가 웃으면서 으스댔다.

“자. 저희 윤 엔터 여배우가 이 정도랍니다.

어때요? 저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언니도 상당하죠?”

-워워. 설아야 그러지 마.

네가 예쁜 건 맞지만 사람은 겸손해야 해.

-맞아 설아야.

넌 네가 예쁜 걸 아는 게 제일 문제야.

예쁜 애가 너무 예쁜척하면 여자애들이 별로 안 좋아해.

-그래, 그래야 많은 사람한테 더 사랑받지.

소희에게 상황을 설명하던 민수는 옆에서 으스대다가 “프페”에게 쓴소리를 듣고 뾰로통한 설아를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옆에서 상황을 파악한 소희도 피식 웃으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신인 배우 진소희입니다.

앞으로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그리고 우리 소속사 최고 미녀 설아와 민수 선배도 잘 부탁드려요.”

-캬. 저게 겸손이지. 설아야 우리 저런 건 좀 본받자.

“아니 이 사람들이….

자신의 팬들에게 공격당하는 설아를 즐겁게 바라보던 민수가 살펴보니 다른 쪽 채팅방에서도 소희에게 예쁘다고 난리였다.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소희가 더 얼굴을 알리게 된 셈이었는데 이 방송이 지금 네버측이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시청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괜찮은 수확이었다.

그렇게 헬스장과 소희까지 소개한 일행이 향한 곳은 마지막 녹음실이었다.

배우 기획사에 녹음실.

예상치 못한 조합이었지만 설아의 팬들은 이 장소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 유튜브 영상에서 익숙한 이 장소에 도달하자 설아에 대하여 자세히 모르던 사람들도 “어?” 하는 반응이었다.

“자. 아는 사람은 아는 저희 소속사 녹음실입니다.

제가 가끔 노래 연습을 하는 곳이죠.

아, 물론 “윤설아의 노래방”이 촬영되는 장소이기도 하고요.”

-캬. 여기네.

설아야. 온 김에 노래 한 곡 하자.

지금이 기회야. 지금 사람 엄청 모였잖아.

너의 실력을 확실하게 보여줘.”

“음… 노래요? 오늘은 부를 생각이 없었는데 말이죠.”

“왜요? 설아 씨.

이왕에 여기까지 왔으니 한 곡 뽑아 보는 것도 괜찮아 보이는데요.”

민수까지 옆에서 설득했지만, 왠지 설아는 썩 내키지 않아 하는 거 같았다.

하지만 민수는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지금 모인 사람들을 수를 보니 설아의 장점을 어필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특히 설아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 모였으니 금상첨화였다.

“저도 오랜만에 설아 씨 노래를 직접 들어보고 싶네요.

어때요? 해 줄 수 있죠?”

끌리지 않아 보이던 설아도 옆에서 민수가 계속 채근하자 작게 한숨을 쉬며 녹음실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민수는 자기 뜻을 따라준 설아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 후 설아에 대한 지식이 없는 자신의 해외 팬에게 설아의 노래에 대하여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게 또 무슨 홍보냐 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팬들도 민수가 너무나 진지한 모습으로 호평하고 심지어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목소리라고까지 이야기하자 점차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설아의 노래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설아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해외 팬들을 의식해서 인지 선곡은 가장 최근에 발표된 이카루스의 노래 “하루를 살아도” 였다.

떠나는 연인에게 내 남은 인생 전부보다 당신과 사랑했던 그 하루가 더 소중했다고 고백하는 이 노래는 일본과 중국 한국 모든 곳에서 큰 인기를 누렸고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유명했다.

설아만의 묘하고 짙은 감성, 그리고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살짝 긁히는 듯한 애절한 목소리.

그녀만의 장점도 완전 물이 올랐고 이제는 예전에 부족했던 기교까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황이었다.

아마 혼자 연습하면서도 꾸준히 발전을 거듭한 모양이었다.

민수도 오랜만에 듣는 설아의 라이브에 감탄과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저런 연기 경험이 쌓이면서 설아의 노래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민수도 설아의 실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도대체 얼마나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역시 민수가 신이 내린 재능이라고 생각할 만한 그런 성장이었다.

전생에 민수가 감동했던 그 노래조차 이제는 환경이 그녀의 성장을 방해했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민수는 채팅창에서 열광하며 대체 저 사람이 왜 가수가 아니냐고 어이없어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같이 웃음 지었다.

사실 민수도 같은 생각이었다.

“참 대단하죠? 이게 바로 배우 기획사에 녹음실이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할까요?”

사람들은 으스대는 민수의 모습에 대체 왜 네가 더 좋아하냐는 의문을 가졌지만 그래도 이곳에 녹음실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녹음실을 끝으로 윤 엔터에 대한 소개는 모두 끝났다.

그냥 간단한 인터넷 실시간 방송이었지만 방송을 지켜본 사람들의 수를 생각하면 그 여파는 작지 않아 보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