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249화 (249/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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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우선제가 여기서 사는 건 사실 제 소득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설아 씨 혹시 소속사 한 바퀴 돌고 오신 건가요?”

“아뇨. 이제부터 가야죠.

지금은 특급 게스트를 모시러 온 거고요.”

민수는 자신이 특급 게스트라고 소개하는 설아의 말이 조금 쑥스러웠다.

“그렇군요.

여러분들도 이따가 소속사를 소개받으면 아시겠지만, 여기가 생각보다 살기 좋거든요.

제가 다른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닌데 먹여주고 재워주는 곳을 굳이 제 발로 나갈 필요는 없잖아요?”

-으악. 소시민 마인드.

-돈도 많다면서 왜 그렇게 살아요?

민수형 남자가 돈 많이 벌면 차도 딱 사고 집도 딱 사고 번쩍번쩍하게 꾸며놓고 살고 싶지 않아요?

-대체 왜 저러고 사는 거야?

채팅창은 민수의 말에 격렬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민수는 사람들의 반응에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건데 취향은 존중해 주시죠.

전 그냥 편하게 사는 게 최고라는 주의라서…..”

처음에는 어이없어하던 팬들도 민수가 취향을 존중해 달라고 하자 점점 수긍하는 분위기로 넘어갔다.

“우리 민수 오빠가 이렇게 소탈합니다. 여러분.

어차피 이렇게 게스트로 모신 거 혹시 평소에 민수 오빠에게 궁금한 점 있으면 이때라 생각하고 질문해 보시겠어요?

저분이 예능이나 이런데 잘 나가시는 분이 아닌 거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테니까요.”

설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러 가지 질문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평소에 민수에 대하여 궁금했던 걸 모두 해결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그래. 말이 나온 김에 대체 예능에는 왜 안 나오는 거야?

찾는 곳도 많을 텐데 한두 군데 정도는 나올 만하지 않아요?

심지어 영화 개봉하는데도 예능에 안 나오는 건 대체…”

“음… 예능이요?

예능 좋죠.

그런데 “무모한 도전”에 제가 나온 걸 보신 분들을 아시겠지만, 제가 예능감이 괴멸 수준이라서요.

나갈 때마다 제대로 못 하고 오니 더 못 나가겠더라고요.”

-하긴 그때 좀 심하긴 했지.

-아니 개인 영상 촬영할 때는 멀쩡히 말도 잘하고 그러더니 왜 예능에만 나가면 그 모양이야?

“그러게요. 좀 그렇네요. 제가.”

-그런데 윤 엔터 배우들은 대체 왜 활동을 안 해요?

너무 뜸한 거 아니에요?

어떤 팬이 활동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민수도 이 부분은 좀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맨날 게시판을 찾아와서 일 좀 하라고 보채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저도 좀 짚고 넘어가고 싶었어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원래 배우들이 한 해에 2 작품에 출연하면 정말 활동 많이 한 거거든요.

사실 한 작품 하고 몇 년씩 쉬시는 분들도 많잖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작년하고 올해 저희 배우들이 한두 작품씩은 꼭 했던 거 같아요.

저도 올해에만 두 편의 영화를 개봉했죠.

이 정도면 정말 활동 많이 하는 거라니까요.

여러분들이 그렇게 느끼시는 건 아마 저희가 연기 외 활동을 뜸하게 하기 때문일 거예요.”

-듣고 보니 그건 그렇네.

꼬박꼬박 일 년에 한 작품 이상씩 찍는 배우한테 활동 좀 하라는 건 좀 억지긴 하다.

-그런데 왜 활동을 거의 안 하는 거 같지?

-우리한테 익숙한 게 예능인데 예능에 안 나오니까 그렇지.

-그런데 지금까지 민수 형을 밖에서 봤다는 사람이 없던데.

형은 대체 뭐하면서 살아요?

목격담이 없으니까 사람들이 더 그러는 거 아니에요?

-맞네. 어디 어디 나타났다고 인별그렘에 뜨기도 하고 사진도 좀 찍히고 기사도 좀 나고 그래야지.

이건 항상 깜깜무소식이야.

-정답 찾았네. 예능도 예능이지만 어디에도 민수형 소식을 알 수가 없어서 그런 거였어.

“아….. 그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제가 사는 곳이 여기고 여기서 나가질 않으니 특별히 그런 게 없긴 할거에요.

스케줄이 아니면 별로 나갈 일이 없거든요.”

-세상에.

소속사에서 사는 것도 어이없는데 밖에 나가지도 않아.

-집돌이의 끝판왕이네.

-그래. 밖에서 도박이나 음주운전 같은 거로 사고 치는 거보단 그게 차라리 낫다.

-소속사에서 관리하게 엄청 편하겠네.

-제 지인이 이쪽 관계자인데 이미 소문이 파다합니다.

윤 엔터 배우들이 성격도 좋고 사고도 안 쳐서 매니저가 완전 꿀이라고요.

연예인들 중 알게 모르게 예민한 사람들 많잖아요.

-하긴 작품 활동할 때만 움직이고 다른 스케줄도 거의 안 하는 데다가 남은 시간은 집에만 있으면 매니저가 할 게 없네.

따로 작품 따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릴 수준도 아니잖아?

어김없이 등장하는 관계자 썰.

도대체 어디서 그런 말들을 들었는지 신기하기까지 했다.

“여기서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우리 민수 오빠가 소속사에 들어오고 나서 사적인 외출을 나간 것이 단 세 번뿐이라는 사실.

놀랍지 않으신가요?”

-아니 설아야. 네가 왜 자랑스러워하고 있냐?

-놀랍긴 한데 이게 자랑할 일이야?

설아가 끼어들어 으스대며 이야기하자 팬들이 어이없어하고 있었다.

저 말을 하는 설아의 표정이 의기양양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팬들도 이어지는 설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자. 잘 생각해 보세요.

우리 민수 오빠가 우선 돈 잘 벌죠?

잘생겼죠? 게다가 가정적이죠? 심지어 밖에 나가서 사고도 안 치고 돈도 안 써요.

정말 완벽한 남자 아닌가요?

그러니 제가 자랑스러울 수밖에요.”

-그게 그렇게 되나?

-하긴 원래 나가면 돈 쓴다는 말이 맞긴 한데…

-그런데 듣고 보니 진짜 그렇긴 하네.

민수형이 진짜 스팩쩌는 신랑감이구나.

-응 그런데 네 남자도 아닌데 왜 자랑스러워해? 그러지 마. 설아야.

“흠, 그건 또 그렇네요. 하지만 대단한 건 대단한 거죠.”

민수가 찔릴만한 예리한 지적이 날아왔지만 설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 넘겼다.

만약 민수가 저런 말을 하다가 정곡을 찔렸다면 저렇게 쉽게 넘기진 못했을 것이다.

-설아야 젤 중요한걸 빼먹었잖아.

우리 민수형은 몸도 쩔어. 이거 중요한 거 아니냐?

-ㅋㅋㅋㅋ

“에헴. 이보세요. 제가 그래도 여배우거든요.

어떻게 여배우가 그런 걸 꼭 집어 말할 수가 있겠어요?

그런 건 이야기 안 해도 다 들어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여배우 윤설아 씨.

정민수를 생각할 때 그 몸이 차지하는 비중은?

“끙… 그…. 글쎄요?

사실…. 한 30?”

-와 세상에 여배우가…..

-설아 본심 나오네. 그래 남자는 몸이지.

돈이야 설아가 벌면 되잖아.

-하긴 설아 정도 되면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지.

암암. 그렇고말고.

하지만 이야기가 또 엉뚱한 곳으로 세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몸 좋은 남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민수는 대놓고 자신에게 금칠을 시작한 팬들의 말에 얼굴이 붉어질 지경이었다.

심지어 어떤 팬은 설아와 민수가 같이 있는 게 확실히 그림이 된다고 말하는 팬들도 있었다.

아이돌 팬덤과는 성향이 다른 배우의 팬들이라 이런 말도 나오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이… 혹시 여기 프페 있나요? 딱 말하는 스타일이 프페스타일인데….”

-여기 사람 중 1/3은 프페일걸?

민수형 팬클럽은 좀 특이하잖아. 이런 데 별로 안 오실 거 같은 분이 대부분이고.

방송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입소문 터질 시간도 아니니 시작 인원은 대부분 프페겠지.

우리가 수는 작아도 응집력은 또 알아주거든.

민수는 설아가 말하는 “프페”가 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자신의 전혀 모르는 설아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에 조금 생소한 느낌을 받았다.

“저 그런데 프페라니요? 뭔가요 그건.”

-아 민수 형은 모르시는구나.

“프로즌 페어리(Frozen Fairy)” 라고 설아네 팬클럽이에요.

우리도 우리 요정이 저렇게 털털할지는 몰랐지.

그래서 더 호감이긴 하지만….

-설아는 저게 매력이지.

솔직하잖아?

남자 몸 중요하지. 암 그렇고 말고.

“헤…. 설아 씨 팬 클럽명이 요정이었어요?

몰랐던 사실이네요.

왜 저한테 말하지 않으셨어요?”

“아무리 저라도 그걸 제 입으로 말하기가…..”

-와 윤설아. 우리가 창피해?

-윤설아 각성해라. 팬클럽을 존중해라!

“아니 그래서 클럽명 바꾸자고 했잖아요.

아니 아니, 이야기가 다른 데로 셌는데요.

우리 프페에 삼촌님들 제발 자제 좀 해 주세요.”

-팬 미팅 해주면 자제해 준다.

드라마도 끝났으니 팬 미팅 해줘야지?

노래해 주기로 했잖아?

-그래 팬 미팅 해라.

언제까지 미룰 거냐? 이래도 되는 거야?

-각성하라 각성하라!

“…. 해드릴 테니까 일 절만 하죠? 지금 방송 중이잖아요?”

설아가 이를 꽉 깨물고 웃으며 말하기 시작하자 채팅창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다.

-워워. 여기까지다. 동지들.

-그래 약속받았으니 됐어. 이제 방송에 집중하자.

설아의 팬클럽이라는 프로즌 페어리는 생각보다 유쾌한 사람들이 모인 곳 같았다.

민수는 설아가 팬클럽 회원들과 아웅다웅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그렇게 설아가 팬 미팅 약속을 잡은 거로 소란은 소강상태가 되었다.

참 재미있는 팬들이었다.

“말이 이상하게 가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이 소속사를 소개해 주려고 찍는 거 아닌가요?

한창 딴소리만 하고 있어서…..”

“아아. 오빠 걱정하지 마세요.

사실 소속사 소개보다 오빠를 더 궁금해할 테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반 정도는 오빠에게 할애하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제목도 “정민수와 윤 엔터가 궁금하다” 고요.”

“아….네…..”

민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예능으로 친다면 설아가 MC고 자신이 게스트인 셈이었는데 이래도 되나 싶어서였다.

-아 맞다.

이건 전부터 궁금한 거였는데 요즘은 뜸하지만, 예전에 민수형 욕하던 사람들이 있었잖아?

그거에 대해서 특별히 할 말 없어요?

-아 그러네. 좀 심하긴 했지.

정말 근거 없이 비방하는 거라 볼 때마다 불쾌하기도 했고.

민수도 이런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했었다.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었고 그 당시에는 한창 뜨거웠던 이슈였으니까.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기도 했으니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로 했다.

“음. 그러네요. 그럴 때가 있었죠.

저도 사람이니 당연히 기분이 좋진 않았어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누군가를 좋아할 자유가 있는 거처럼 누군가를 싫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하니까요.

물론 그걸 대놓고 표현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그렇다는 거죠.

전 모든 사람이 절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다만 예전에는 그걸 조금 신경 쓸 수밖에 없었던 게 그런 분위기 때문에 제 배역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 기분과는 상관없이 문제가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잖아요?

이제 그 정도로 제가 피해를 볼 위치는 아닌 거 같으니까요.”

-오. 자신감!

-하긴 이제 민수형이 그럴 위치는 아니지. 모셔가야 하는 배우가 됐으니.

“사실 전 다른 사람들이 저한테 뭐라고 하는 말에는 별로 신경 안 쓰는 편이에요.

배우이기 때문에 제 연기를 지적한다면 조금 신경을 쓸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은 전혀 그런 게 아니니까요.

솔직히 저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제 인간성이나 사생활을 논하는 걸 제가 신경 써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

다만 그게 제가 아니라 제 주변인이 된다면 조금 곤란하겠죠?

그러니 여러분. 욕할 일이 있으면 본인만 욕하고 가족이나 친지들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역시 민수형이네.

-민수형이 남자긴 하지. 그리고 솔직히 연예인 욕하면서 패드립 치는 건 대체 뭐 하는 인간들인지….

-이게 더 기분 나쁠 거 같아.

난 너희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잖아?

-오오. 그런 뜻이…..

-그런 애들 상종할 필요 없지. 난 민수형이 옳다고 본다.

그 후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리고 민수가 출연했다는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는지 시작 때 보다 많은 사람이 점점 모여들고 있었다.

-앜…. 외국에서도 들어오고 있어.

민수형 팬들이 분명해.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일본어 중국어로도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설아는 이제 본격적으로 소속사 소개로 넘어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민수는 미끼였고 사실 소속사 자체의 인지도를 올리는 게 진짜 목적이었으니 사람이 모이기를 기다린 것이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소속사 탐험을 시작해 볼까요?”

거의 한 시간을 떠들었지만 결국 본 게임은 시작도 하지 않은 셈.

민수는 즐겁게 콧노래를 부르는 설아를 뒤따라 방을 나섰다.

민수도 소속사 자체의 인지도가 안겨주는 이익을 잘 알고 있었으니 가능하면 장단을 맞춰 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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