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246화 (246/325)

#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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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Mama”의 첫 주 오프닝 스코어는 250만.

그리고 다음 주에는 줄어드는 “쓰나미”의 스크린을 잡아먹고 총 600만의 관객 수를 기록하였다.

사실 전형적인 신파 영화인 “Mama”가 이런 스코어를 기록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주연 배우가 윤숙임에도 이런 기록이라니.

사실 안방극장에서 오랫동안 조연으로 연기해 온 윤숙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만약 윤숙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녀의 얼굴을 보면 분명 “아 그 사람”이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런 윤숙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를 볼 거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까?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으니 아마 별로 기대되지도 않을 거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영화를 보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칸에서 여우 주연상을 타게 되면서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도대체 어떻게 연기했길래 그런 큰상을 받았을까?

사람들은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극장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전형적인 신파라도 묵직한 울림을 주는 영화였으니 평가는 좋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관심이 유지되는 시간은 대략 2주.

그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이슈가 방송가를 지배할 테고 서서히 관객 수도 줄어들면서 그렇게 잊혀 갈 것이다.

하지만 제작비용이 50억인 영화가 벌써 600만의 관객을 기록한 것으로 이미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손익 분기점은 100만 정도에 불과했고 그 정도 자본만 투자해 놓고 1000만이 넘는 관객을 바라는 것은 도둑놈 심보일 뿐이었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얼마의 관객이 더 늘어날지는 알 수 없었지만, 투자자, 배우, 감독까지 모두 만족하고 있었다.

영화 “Mama”는 개봉 전부터 일본과 중국으로 수출 계약이 완료된 상태였다.

윤 대표도 사실 별 기대 없이 그들이 원한다고 하니 그럼 가져가 보라는 태도를 보였다.

한창 인기 있는 민수를 등에 업은 수출이었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민수의 연기도 훌륭했기 때문에 손해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가파르게 발전하며 각박해지는 중국의 사회적 분위기에 맞물려 칸에서 입상한 영화라는 트로피까지 가진 “Mama”는 생각보다 중국에서 괜찮은 흥행을 기록하고 있었다.

다만 일본에서는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는데 민수의 팬들이 영화보다는 차라리 DVD로 간직하기를 원해서였다.

특히 어디선가 차후 팬 미팅 대상 선정 시 판매된 DVD 시리얼 넘버로 1차 대상을 선택할 거라는 소문까지 일면서 DVD 예약 판매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도대체 출처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실제로 “용의 울음”은 그런 과정을 거쳐 팬 미팅을 개최했기 때문에 사람들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민수도 그 소식을 듣고 어쩔 수 없이 다음 팬 미팅은 그렇게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나중에 그 말이 거짓임이 밝혀져 사람들이 실망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말대로 팬 미팅을 개최하는 편이 더 나았다.

어차피 팬 미팅은 팬 서비스고 이왕에 하는 서비스라면 상대가 믿고 있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하리라.

그리고 민수는 1주일간의 영화 시사회 및 홍보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계속 늘어가는 흥행 기록을 살펴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괜찮은 흥행 성적에 민수의 기분도 가뿐한 상황.

하지만 민수가 마냥 쉬고 있을 수만은 없었는데 태준이 또 다른 폭탄은 던져주고 갔기 때문이었다.

“귀의” 제작진 측에서 민수가 참여하길 원하는 타이밍은 극의 가장 중요한 마지막 수술장면이었다.

예전에 제임스의 말을 듣고 큰 깨달음을 얻은 태평은 그 후에 자신의 기본부터 다시 갈고 닦으며 최고의 외과의가 되었지만 모든 수술에 통달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번 수술 대상은 지금까지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뒷받침해 주신 은사님이니만큼 반드시 수술에서 성공해야 했다.

하지만 수술의 난이도가 너무 높았고 수술 부위도 한 부위가 아닌 만큼 태평과 손을 맞출 외과의를 섭외해야 했는데 그 대상이 제임스 리라는 설정이었다.

그리고 성공적인 수술을 마치고 수술 실력과 수술에 임하는 자세가 바뀐 태평을 보며 제임스가 진심으로 인정하게 되는데.

“와, 이거 너무하네. 도대체….”

민수는 대본을 살펴보고 웃음만 나왔다.

대중들의 요구에 민감한 것이 드라마라지만 카메오를 이렇게까지 이용하다니.

하긴 처음부터 제임스라는 존재가 어이없긴 했다.

그렇게 온갖 멋은 다 부리고 주인공을 흔들어 놨는데 나중에 아무런 매듭 없이 마무리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 제임스가 인기가 있을 경우 이런 식으로 마무리할 계획도 미리 세워놓았던 것이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예전에 그런 식으로 드라마를 진행했을 리가 없었다.

“윤태준 이 왕 서방 같은 놈.”

자고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받는다고 했다.

이번에도 분명 태준이 드라마에서 얻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그게 스케줄 조율일 수도 있고 촬영 시간에 대한 편의일 수도 있었지만, 아무튼 무언가 받은 것은 분명했다.

예전에 얼핏 민수가 카메오로 와준 덕분에 촬영을 편하게 한다고 했으니 아마 촬영 시간에 대한 편의가 아닐까?

생각보다 이름값 높은 배우들이 여럿 출연하는 “귀의” 였으니 촬영 시간에 대한 신경전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태준이 더 집중해서 연기하기 위해 자신을 팔아 촬영시간에 편의를 보장받는 다라.

게다가 자신의 합류로 드라마 시청률로도 이익을 얻고.

객관적인 사실만 나열해 보면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또 당한다는 심리적인 불편함이었다.

“그래. 왕 서방. 이번에는 돈 많이 벌어놔라.

언젠가는 내가 다시 다 수금해 갈 테니까.”

민수의 기약 없는 다짐은 언제 빛을 볼 수 있을 것인가.

민수는 하루빨리 그런 날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의 반응이 한창 뜨거운 2주 차에 민수가 다시 “귀의”의 드라마 촬영장을 찾았다.

“귀의”의 마지막 회 방송이 바로 다음 주였기 때문에 일정이 그리 한가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민수가 직접 수술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예전처럼 하는 척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이미 봉합에 익숙해진 민수가 크게 힘든 일은 없었다.

대사도 대부분 태평이 제임스에게 설명하는 방식이라 민수가 외울 것이 많지 않았는데 저번에 수술에 대한 브리핑을 직접 했던 것에 비하면 정말 할 게 없는 셈이었다.

하긴 이번에는 시간도 촉박했으니 그런 걸 맞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시 찾은 촬영장에서 민수는 저번보다 더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

아마 민수가 출연한 부분부터 시청률이 가파르게 오른 것에 대한 감사의 표현일 것이다.

거기다가 이번에도 민수의 출연으로 시청률 상승이 기대되었으니 민수는 귀인 그 자체였다.

이번에는 민수도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민수에게 그런 폭탄 같은 대본을 안겨줬던 못된 작가.

민수의 상상 속에서는 흉악한 모습을 하고 있던 이 작가는 예상외로 작고 아담한 사이즈의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런 얼굴로 그런 흉악한 짓을 하다니 역시 사람을 얼굴로만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 인가보다.

예상대로 연기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진심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태평과 의료계의 거장인 최형원 이사장을 수술한다는 말에 두말없이 달려온 제임스.

제임스는 태평이 제시한 수술 계획에 전적으로 찬동하고 나섰다.

특별한 어려운 수술법 없이 가장 단순하고 위험부담이 없는 수술이었기 때문이다.

이 수술의 성공 여부는 두 집도의의 역량에 모든 것이 달려 있었다.

수술이 시작되고 두 집도의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쪽에서 심장과 폐를 동시에 수술하는 장면.

두 천재 외과의의 현란한 손놀림은 아름답다고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이 장면은 아마 이 드라마에서 가장 긴장되고 손에 땀을 쥐는 명장면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늘어져 있는 태평에게 제임스가 천천히 다가갔다.

언제나 날 세운 표정을 짓고 있던 제임스는 태평에게 부드럽게 웃음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태평은 의아한 눈으로 제임스의 손을 잡았다.

“닥터 김.

이제 진짜 외과의가 되었군요.

정말 훌륭했습니다.”

지금까지 제임스를 목표로 달려왔던 태평에게 제임스의 인정은 그가 가장 원하는 것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제는 제임스조차 뛰어넘는 최고의 외과의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민수가 마지막에 등장한 건 솔직히 태평이 제임스에게 인정받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였다.

태평이 제임스의 수술을 보고 새로운 마음을 다잡아 먹었으니 그 부분을 해소해 주고 넘어가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덤으로 마지막 수술에 태평 혼자가 아니라 제임스까지 가세하면서 더 멋진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그야말로 민수를 불러 제대로 부려먹은 셈이었다.

“오. 역시 정 배우.

오늘도 완벽했어.

이거 진짜 제대로 나오겠는데.”

태준도 민수와 맞춘 호흡에 만족하고 있었다.

아무리 가짜로 하는 수술이었지만 카메라가 돌고 있었고 두 배우가 손이라도 부딪친다면 그야말로 대참사였는데 민수의 운동능력 덕분에 쉽게 해결되었다.

이 장면을 민수가 아니면 소화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던 태준의 예상이 그대로 적중한 것이다.

사전 회의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바로 그거였다.

진짜 의사들도 한 수술실에서 두 가지 수술을 병행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텐데 배우가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이게 불가능하다면 그냥 제임스는 참관하는 방향으로 극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태준은 “용의 울음”에서 민수의 운동능력이 어떠했는지 잘 기억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의 목검도 수월하게 피하는 민수였기에 매스도 피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민수와 태준은 피디의 상상보다 더 화려하게 수술 씬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래그래. 마음에 들었다니 됐다.

좋은 게 좋은 거지. 수고했어 윤 배우.”

민수가 맥 빠진 반응을 보이자 태준은 역시 믿고 쓰는 정민수라며 너스레를 떨었고 촬영은 즐거운 분위기로 마무리되었다.

민수 빼고는 모두가 즐거운 촬영이었다.

한 주가 더 지나고 “Mama”는 최종 관객 870만으로 상영관을 떠나게 되었다.

영화 촬영 당시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대성공이었다.

그리고 태준의 “귀의” 마지막 회는 태평과 제임스의 합동 수술 장면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최종 시청률 34.7%로 마무리되었다.

드라마 초반에는 “로열”과 “귀의”가 대등한 시청률을 기록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는데 막상 극이 끝나고 보니 “귀의”가 단독으로 치고 올라온 것이다.

민수는 이 부분을 마음속 깊이 애석해했다.

연말에 팝콘 뜯을 일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3월에 “My Uncle Joe” 그리고 드라마에서 카메오 2번.

5월에 칸에 초청된 “Mama”

그리고 “귀의”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명장면까지.

기간은 3개월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 민수의 위상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빠르게 뛰어 올랐다.

예전에는 액션은 훌륭하지만, 연기력에는 물음표가 붙은 인기 있는 신인 배우가 민수의 위치였다면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역대급 액션 능력에 안정된 연기력과 어마어마한 해외 티켓파워를 지닌 대형 배우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지금이 정민수의 주가가 최고로 오른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히 이 시기에 가장 바쁘게 움직일 거라고 짐작했다.

실제로 지금 민수에게 엄청난 수의 섭외가 들어오고 있었다.

CF, 영화, 드라마, 종류와 장르에 상관없이 끝없이 밀려 들어왔다.

하지만 사람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민수가 선택한 것은 당연히 휴식이었다.

만약 태준 때문에 “귀의”에 다시 출연해야 하지 않았다면 이미 쉬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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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의 휴식 선언 이후 드라마를 미친 태준과 설아, 그리고 지금도 쉬고 있는 수연까지 덩달아 휴식을 선언했다.

민수를 시작으로 배우들이 휴식을 선언하자 스케줄 관리팀에서는 당연히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고 했는데 이놈의 배우들이 또 수문부터 열었기 때문이었다.

스케줄 팀 오 팀장은 그냥 포기하면 편하다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판단에 가장 놀란 것은 역시 대중들.

그리고 광고 업계 관계자와 영화, 드라마 제작사들이었다.

한창 인기를 끌기 시작한 배우들이 일제히 휴식이라니 윤 대표가 능력이 없는 건지 아니면 그냥 생각이 없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당연히 배우들을 원하는 대중들은 윤 엔터 홈페이지에 매일 같이 찾아와서 일 좀 하라고 보채고 있었다.

욕먹는 게 대표의 일이라고 말했던 윤 대표의 생각대로 당분간 윤 대표가 할 일은 대중들의 울분을 달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으니 분명 다른 수를 내야 할 것이다.

배우들이 쉬는 동안 윤 대표와 홍보팀, 그리고 배우 관리팀이 다 모여 배우들이 대중들에게 잊히지 않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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