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241화 (24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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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을 전해 들은 민수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놀람과 신기함, 그리고 약간의 흥분이었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세계적인 영화제에 경쟁작으로 초청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 상황이 자신에게 어떤 이득을 줄 수 있는지 가늠해볼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영화 홍보 쪽에서는 제법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제에 초청되어 입상을 경쟁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충분히 끌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흥행에 절대적인 영향을 줄 거 같지는 않았다.

지금껏 우리나라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작품이 칸 영화제에 초청되었고 어떤 작품은 작품상이나 감독상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영화가 다 흥행에 성공했냐고 묻는다면 그건 그렇지 않았다.

그러니 결국 이건 초반에 홍보하기 좋은 적당한 무기 하나를 얻은 것에 불과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분명 도움이 되긴 할 것이다.

그럼 자신에게는 어떨까?

자신에게는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도 같이 칸 영화제에 참석하게 될 것이고, 액션 배우라는 강한 이미지가 어느 정도 희석될 가능성이 컸다.

영화가 개봉되면 더더욱 그렇게 될 것이다.

단순한 액션 배우가 아니라 정극 연기로 인정받을 수 있는 토대를 확실히 마련한 셈이었다.

영화제에 참가해 다른 거장들을 만나볼 기회를 얻게 되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게다가 그곳에서 상영하는 영화들도 자신이 모르는 영화들이 많을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전생에 많은 영화를 시청했다고 해도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다른 곳곳의 영화들을 다 찾아 시청하지는 못했으니까.

“영화제에 참가하는 시간 동안 홍보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게 조금 걸리긴 하지만, 영화제에 참가하는 거 자체가 홍보니 그건 상관없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면 바쁘게 이곳저곳 다니는 것보다 영화제에서 영화도 보고 거장이라는 감독님들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

어차피 입상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민수는 이 일을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이대로 있다가 영화제에 참석하고, 영화제가 마치면 처음의 계획대로 시사회를 가지면 된다고 생각해서였는데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았다.

민수는 대표실에서 윤 대표에게 생각지도 못한 소리를 듣고 있었다.

영화제 초청이 생각보다 민수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었다.

대표실에는 윤 대표와 민 여사, 그리고 민수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하여 조율하고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민수가 따로 인터뷰나 기자들과의 면담(?) 등의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는 조언을 듣게 된 것이었다.

“예? 요즘에는 매해 한두 작품 정도는 칸에 초청되고 있잖아요?

심지어 입상하는 작품들도 있고요.

저희 영화가 초청된 게 그렇게 큰일은 아닐 텐데요.”

“그거야 그렇긴 한데.

그 대상이 너라서 상황이 조금 다르구나.

한 해에 블록버스터와 정극에서 모두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거라…”

윤 대표의 말에 민수는 그게 무슨 문제인가 싶어 자연스럽게 고개가 기울어졌다.

그런 민수의 모습에 윤 대표는 작게 한숨을 쉬며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뭐… 그래. 그 치들의 말은 그냥 구실에 불과하고, 사실 진짜 문제는 네가 너무 활동하지 않는 거란다.

네 녀석이 최근에 인터뷰 같은 걸 언제 했는지 혹시 기억하느냐?”

“인터뷰요? 음……”

윤 대표의 질문에 자신의 기억을 곱씹어 보던 민수는 자신이 인터뷰한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영화 관련 활동을 마치고 입국 당시 잠시 가졌던 기자회견.

그리고 더 뒤로 돌아가면…..

영화 촬영을 마치고 돌아올 때 가졌던 기자회견.

그거뿐이었다.

“없지? 아마 없을 거다. 안 했으니까.

우리 배우들이 원래 그렇긴 한데….

솔직히 넌 너무 심해.

기자들을 굳이 가까이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말리 할 수도 없는 거란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기자들과 인터뷰도 좀 하고 홍보 겸 해서 스케줄도 몇 개 뛰도록 해라.”

계속 이슈를 만들어 내는 민수가 언론과 친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사실 데뷔 때부터 안 좋은 일이 있었고 따지고 보면 그전에 사고를 당했을 때도 언론과 마찰이 있었던 민수는 알게 모르게 언론에 노출되는 걸 꺼려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꺼린다기보다는 굳이 언론을 신경을 쓰지 않은 것뿐이지만 인터뷰를 죄다 거절했으니 결국 꺼린 것과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민수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했다.

지금까지 언론과 연관되어서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문제는 언론사의 입장이었다.

영화에 대한 이슈, 그리고 이번에 드라마에 카메오로 들어간 이야기, 일본과 중국에서의 인기.

그리고 사적으로는 악플에 대한 이야기까지.

민수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거운데 이번에는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거기에 또 다른 이슈가 추가되었다.

하지만 가만히 두면 민수는 당연히 언론과 소통 없이 소속사에서 혼자 놀다가(?) 바로 칸으로 날아갈 것이 뻔했으니 윤 대표로서는 민수에게 억지로라도 스케줄을 안겨 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지금도 자신들을 계속 피하는 모습 때문에 민수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은데 이번에도 언론을 무시하면 정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언론을 피하는 것은 배우 마음이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그 단계를 넘어서면 결국 언론과 완전히 척을 지고 피곤한 싸움을 해야 할 수도 있었으니 그전에 차라리 적당한 먹이를 던져주는 것이 나았다.

“하….”

“억울해하지 말아라.

어차피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어.

네가 아무리 큰 배우가 된다 해도 언론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단다.

그러니 이 기회에 언론이랑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생각해 보아라.

네가 연기를 계속한다면 그런 것도 필요할 테니까 말이야.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라 딱 태준이나 수연이 정도만.

사실 그것도 다른 배우들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

윤 대표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자 민수도 마음을 고쳐먹고 스케줄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윤 대표가 건네준 스케줄 표에는 언론사별로 빼곡하게 인터뷰 일정이 잡혀 있었다.

이왕 마음먹은 김에 개별 인터뷰로 인심이라도 쓰라는 것이었다.

거기다 언론사별로 인터뷰 주제까지 정해져 있었다.

주제가 겹쳐 비슷한 기사가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마치 노다지 같이 끝없이 이슈를 만들어낸 민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 좋은 시절 다 갔군.”

스케줄 표대로라면 칸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끊임없이 인터뷰를 해야 했다.

그나마 예능이 잡혀 있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민수는 지금까지 놀아도 너무 놀았으니까.

물론 민수도 나름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냥 논 것이었다.

요즘도 윤 엔터 홈페이지에 민수나 윤 엔터 보고 일 좀 하라고 보채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 것만 봐도 사람들의 인식은 확실히 그랬다.

터덜터덜 대표실을 나서는 민수는 오랜만에 소희를 만날 수 있었다.

소희는 중국 활동을 마치고 지금은 한국에서 독립영화를 찍는 중이었다.

돈은 이제 적당히 벌었으니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는데 처음 소희가 윤 엔터에 들어왔을 때를 생각하면 생각 자체가 많이 변해 있었다.

금전적인 문제로 여러 가지 아픔을 겪었던 소희는 그때 큰돈을 버는 것이 목표였고 연기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먼 타지인 중국에서 활동하면서도 아무런 불만이 없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중국이 가장 되는 곳이었으니까.

그리고 중국 활동을 통해 이미 많은 돈을 벌었다.

솔직히 소희가 중국에서 벌어온 돈이 태준이나 수연이 한국에서 번 돈보다 월등히 많을 정도였으니 소희가 얼마나 열심히 활동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사실 소속사 입장에서는 소희 같은 배우가 진정한 효자였다.

부지런히 움직이며 많은 돈을 벌어다 주기 때문이었다.

“선배님.”

“아. 소희 씨. 요즘 영화는 잘 되어 가나요?”

“네. 재미있어요. 중국에서 연기할 때랑은 또 다르더라고요.

환경이 좀 열악하긴 한데, 그것도 그거 나름의 재미가 있고요.”

소희는 확실히 많이 밝아졌다.

하긴 자신이 밝아진 것을 생각하면 그것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연기 자체에도 재미를 느끼고 있었으니 그것도 보기 좋았다.

재미를 느끼다 보니 연기 실력도 아마 빠르게 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전생보다 이른 시간에 재능을 만개하게 될지도….

“그래요? 다행이네요. 대표님 보러 오신 거죠? 어서 들어가 보세요.”

“네. 선배님. 칸에 초청된 거 축하드려요.

소속사 배우 중에는 1호네요.”

“젊은 배우 중에는 그렇네요.

예전에 진성 선생님이 한번 갔다 오신 적이 있거든요.

그럼 나중에 봐요. 소희 씨.”

민수는 대표실로 들어가는 소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오랜만에 반가운 소희를 만나서 좋았던 기분이 스케줄 생각에 다시 암울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 어차피 하는 거.

대표님 말 들어보니 지금이 아니었어도 나중에 터졌겠지?

설아 씨랑 같이 한가하게 지낼 때 터지는 것보다는 낫지.”

민수는 이왕 할 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 마음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신 건강에는 이게 좋긴 했다.

소희랑 면담을 마친 윤 대표는 민 여사와 조용히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소희는 당분간 독립 영화를 몇 편 더 찍고 싶다고 윤 대표에게 이야기했다.

물론 윤 대표도 그 의견에 반대하지 않았다.

차라리 너무 돈에 쫓겨 다니던 소희의 마음가짐이 변한 것이 기껍기까지 했다.

“소희가 많이 밝아졌네요.

보기 좋아요.

요즘도 형우 씨가 그렇게 각별하게 챙긴다네요.

형우 씨 때문에 소희가 밝아졌으니 확실히 당신의 의도가 맞아떨어졌어요.

예상한 일인가요?”

“흠흠. 그럼 당연하지.

소희같이 상처가 많은 아이는 형우처럼 붙임성 좋은 매니저가 아니면 감당하기 쉽지 않아.

솔직히 우리 직원들이 다 그리 살가운 성격은 아니잖아.”

사실 한때 설아를 스토킹(?)하는 형우가 못마땅해 설아에게서 떨어뜨려 놓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민 여사는 헛기침하며 뻔뻔하게 이야기하는 윤 대표의 모습이 재미있으면서 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다 커도 애라고 하더니 아마 자신에게 센 척을 하고 싶어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리라.

“그나저나 소속사에 큰 수익원이 소희랑 민수였는데 소희가 이제 활동 방향을 바꾸었으니 금전적으로는 손해가 좀 있네요.”

“솔직히 지금까지 너무 많이 벌었지.

민수 저 녀석은 뭐 하는 일도 없는데 돈은 어떻게 이렇게 많이 벌어오는 거야?

영화 한 편에 이 정도나 벌어 올 수 있다니 참 대륙은 대륙이군.

아직 일본 쪽 수익은 결산 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라니….”

“우리 아들이랑 딸이 너무 게을러서 돈을 안 벌어오니 민수라도 많이 벌어와야죠.”

“그 녀석들이야 뭐, 돈 벌 생각은 눈곱 만큼도 없어 보이는데….

사실 민수도 돈 벌 생각은 별로 없어.

그냥 영화가 계속 터지는데 러닝개런티로 다 때려 박아서 돈이 따라오는 거지.

덕분에 회사 운영하기가 편하긴 하지만.”

“풋.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게 윤 엔터 사장이라던데요.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배우들이 알아서 돈 벌어 온다고요.

게시판에 일 좀 하라는 말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오잖아요?”

민 여사는 항상 게시판을 찾아와 일 좀 하라고 보채는 팬들의 성화가 생각나 작게 웃음 지으며 윤 대표를 놀려댔다.

배우들이 작품 활동 외에는 움직이지 않으니 외부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보일 만도 했다.

그나마 활동하던 이수연까지 잠적한 지 오래였으니 팬들이 그런 오해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만약 홈페이지의 개인 게시판과 개인 영상이라도 없었으면 정말 치명적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 개인 영상 때문에 배우들이 마음 놓고 태업(?)을 하는 것이었지만.

결국 윤 대표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

윤 대표는 그저 강요하지 않을 뿐이었으니까.

“끙. 하는 게 왜 없나.

이렇게 대신 욕먹어 주는 것만 해도 내 몫은 다하는 거 같은데.

사실 그게 제일 어려운 거야.”

게으른 배우들 때문에 욕먹고 있는 대표였지만 윤 대표는 지금의 상황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배우들이 다 연기로 제 몫을 하고 있었고 게다가 이번에는 자신의 배우가 칸에 초청받기까지 했으니 얼마나 기쁜가.

윤 대표에게 돈은 그냥 부수적인 것에 불과했다.

솔직히 “용의 울음”에서 번 돈만으로도 앞으로 소속사를 몇 년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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