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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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기자들은 여기나 저기나 마찬가지네.
원래 그런 족속이라 그런가?”
민수가 기사를 읽으며 혀를 차는 모습이 이상했던 스티븐은 통역에게 기사의 내용과 사람들의 반응을 전해 듣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참 한결같지.
모든 기자가 그런 건 아니지만, 가끔 보면 기가 찰 때가 있다니까.”
민수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올려놓고 내용으로는 자신의 대답한 말을 정확히 올려놓은 기사를 보며 차라리 이 기사는 양반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내용을 끝까지 읽어보는 사람은 요점을 정확히 파악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저 기자 자신의 안위를 보호받기 위해 그런 거뿐이니 딱히 고맙진 않았다.
그리고 더는 논란을 키우고 싶지 않아 줄인 대답이 논란의 불을 더 지핀 꼴이었으니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도대체 뭐야?
왜 싸우고 있는 거야? 불매운동은 또 뭐고?”
스티븐은 통역에서 따로 부탁했는지 민수의 상황을 대충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는 몰랐는지, 아니면 들었지만 이해를 못 하는 건지 민수에게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음….
글쎄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까.
그냥 쉽게 말하자면 내 안티 팬이라고 할 수 있겠지.
원래 스타들도 어느 정도 안티 팬은 있잖아?”
민수도 사실 그들의 심리를 잘 몰랐기에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냥 민수를 미워하는 꼴이었으니 민수의 설명이 틀리진 않았다.
“이상하네. 너에게 안티 팬이라니.
네가 남에게 원한을 살만한 스타일은 아니잖아?
게다가 그게 여자라니 신기하긴 하네.
너 설마 동양에서는 여성들에게 안 먹히는 외모라든지 그런 거 아냐?”
스티븐의 지적에 민수는 실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한국 여자들한테만 그런가 보지.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그래도 인기가 많고 안티가 거의 없었거든.”
민수의 말에 스티븐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에서 민수와 함께 다니며 민수의 인기를 가장 실감하고 있는 사람이 스티븐과 리 얀일 것이다.
정말 열성적인 중국 팬들의 반응만 생각해 봐도 민수가 동양에서 안 통하는 외모라는 자기 생각은 말도 안 됐다.
그런데 모국에서는 이런 이상한 안티가 있다니.
스티븐은 그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뭐, 안티는 안티고.
어쨌든 영화 흥행에는 별 상관없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어서 빨리 움직이자고.”
에릭의 재촉에 스티븐은 한숨을 쉬었다.
오늘도 한국 대도시들을 돌며 시사회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작은 나라라 도시와 도시 사이에 거리가 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민수와 에릭 등 영화 관계자들이 전국 각지를 돌며 시사회를 가지는 중에도 영화는 중국, 일본, 한국에서 뜨거운 흥행을 기록하고 있었다.
특히 중국은 개봉 첫 주에 7억 위안(약 1120억)을 넘는 매출액 기록하며 계속 뜨거운 반응을 이어가고 있었고, 일본 역시 일본답지 않게 많은 관객을 기록 중이었다.
그리고 한국 관객은 첫 주에 무려 600만이었는데 “용의 울음” 때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넉넉잡고 천만 관객은 충분히 넘을 기세였다.
정말 평론가들의 악평과 한쪽에서 기치를 올린 불매 운동이 무색하질 정도의 흥행이었다.
그렇게 민수가 영화 관련 스케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때 설아는 다른 곳에서 자신만의 전쟁에 임하고 있었다.
“아… 이거 약한데.
신중한 거야? 약이 덜 오른 거야?”
설아가 올린 글은 당연히 민수를 욕하던 많은 사람에게 큰 빈축을 샀다.
그러니 설아의 SNS에 좋지 못한 말들이 올라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설아의 우월한 외모는 일부 여성들의 열등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으니 그녀들이 가만히 있는 게 더 이상할 지경이었다.
설아를 외모로 남자에게 기생하는 족속이라는 등의 비난이 계속되었지만 이건 설아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남성들의 칭찬과 격려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면 자신의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충분했다.
“오! 있다.”
설아는 드디어 자신의 원하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 욕설을 보며 득의에 찬 미소를 내비쳤다.
아무래도 설아가 자신들의 욕설에 별 타격이 없어 보이고 남성들의 보호를 받는 듯 보이자 방향을 바꾼 모양인데 이게 바로 설아가 원하던 음담패설과 성적인 비하가 가득 담긴 욕설이었다.
게다가 욕설은 마치 자신이 남자인 양 행세하고 있었으니 정확히 설아가 원하는 그대로였다.
설아는 저 욕설을 남긴 상대가 여성이라는데 자신의 전 재산을 걸 수 있었다.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남자가 대놓고 여자 연예인에게 저 정도의 욕설을 남길 수 있겠는가?
만약 남자가 저런 욕설을 대놓고 남겼다가 신고당하면 아마 한국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생활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남성들이 자신을 응원하는 시기였으니 만약 그런 정신 나간 사람이 있더라도 지금은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설아는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에게 올라온 온갖 욕설들을 차근차근 캡처한 후 변호사와 고소장을 작성했다.
연예인에게 달린 심한 악플의 경우 신고를 하게 되면 거의 상대를 잡을 수 있는데 신고를 잘 하지 않는 건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신고를 해 봤자 그냥 선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였다.
결국 별 실익도 없고 귀찮기만 하다는 건데 설아에게는 큰 실익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상대가 저렇게 대놓고 최악을 욕설을 남겼다는 걸 생각해보면 IP 우회 같은 술수를 써 놓았을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그러면 시일이 끌리고 나중에는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와 당위성의 문제였다.
사이버 수사과에 올라오는 일들은 정말 많았고 그들은 너무나도 바빴으니까.
그래서 설아는 고소장을 들고 직접 움직였다.
어렵게 사이버 수사과를 찾은 설아는 그들 앞에서 정말 열연을 선보였다.
자신이 캡처해 놓은 수많은 욕설을 보여주며 지금 너무 괴로워서 밤에 잠이 안 온다며 눈물을 글썽거린 것이었다.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경찰들을 바라보는 설아의 모습은 펑펑 우는 것보다 더 슬퍼 보였다.
남자라면 가슴을 부여잡을 만큼 치명적인 설아의 연기력이었고 설아가 나오며 몰래 거액의 회식비까지 건네주자 그들의 전투력과 의지는 하늘을 찌를 지경이 되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연예인의 고소장을 받아 봤지만 설아처럼 예쁜 여자 연예인이 직접 찾아와 빠른 해결을 촉구한 적도 없었고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아 주며 절실히 부탁한 적도 없었다.
결국 일은 순식간에 해결되었다.
설아의 예상대로 그들은 자신의 IP로 글을 올린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이버 수사과가 진짜 마음먹고 파고들자 그런 건 작은 장애물에 불과했다.
온갖 일들로 경험이 풍부한 그들 앞에서 아마추어의 기술은 그냥 장난일 뿐이었으니 설아의 고소장이 접수된 후 성적 모욕을 남긴 상대방이 잡혀 들어와 조사가 시작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2주일을 넘지 않았다.
그것도 송달과정 때문에 발생한 시간이었지 IP 추적 자체는 그냥 그날 바로 해결되었으니 정말 신속하고 정확한 일 처리였다.
만약 어떤 사람이 연예인에게 악플을 달았다가 신고를 당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면 그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거의 모든 사람이 연예인에게 선처를 호소하고 고소 취하를 바라게 된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실형을 받게 되면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큰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연예인은 그런 바람을 거절하지 않았다.
잡혀 와서 설아와 마주하게 된 여성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당연히 설아도 그들의 호소를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고 조건이 있었다.
설아의 조건은 자신들이 상주하는 커뮤니티에 그들이 자신에게 한 욕설을 그대로 공개하고 이 욕설을 그들이 했다고 인정하는 글을 올리는 것이었다.
그 외에 설아가 그들에게 바라는 건 없었고 그렇지 않으면 절대 고소 취하를 할 생각이 없었다.
설아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동안 전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화도 내지 않았고, 그들의 반성을 촉구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그런건 아무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설아는 저들이 전혀 변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으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야 당장 위기에 처했으니 저러겠지만 저게 얼마나 갈까 싶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설아가 이런 일을 벌인 것은 저런 사람들을 바꾸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정상적인 여성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인터넷의 익명성으로 얼마나 웃긴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 그리고 여성을 위한다는 자들이 다른 여성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
그래서 처음의 욕설로 충분히 신고할 수 있음에도 계속 지켜봤다.
성적인 비하나 음담패설 같은 자극적인 것이 아니었으면 다른 여성들에게 큰 충격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고소를 당한 후 당분간은 행동을 자제하며 민수에게 욕설을 달지 못할 테니 일거양득이었다.
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설아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화도 내지 않고 무덤덤한 설아의 태도는 차라리 그들에게 모멸감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글들이 하나둘씩 인터넷에 올라오고 사람들은 크게 들썩이고 있었다.
남성인 척 여성에게 성적인 비하와 음담패설을 남긴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리고 그 여성들이 자신들을 진정한 여성을 위한 투사라고 떠들고 다녔다는 것에서 정상적인 여성들은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람들은 점점 이 문제가 여성 대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부 여성이 선동질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민수 게시판에 올라오는 욕설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허…. 이게 이렇게 되네.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그 음담패설의 주인공이 여자라는 걸?”
일이 흘러가는 걸 지켜보던 태준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설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설아는 오히려 태준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오라버니, 바보야?
어떤 남자가 바보같이 거기가 대고 대놓고 그런 성적 비하를 하겠어?
설령 음담패설을 하고 싶어도 자기들끼리 모여있는 남초 사이트에서나 하겠지.
그리고 거기 분위기가 나한테 남자들이 음담패설 할 분위기야?
그리고 옛날부터 나한테 욕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여자였어.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 뭐.”
“끙….”
태준은 설아의 말에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설아가 자신이 말한 대로 민수를 대놓고 욕하던 여자들을 치워버린 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남자들은 절대 하지 못할 일이었다.
남자가 어떤 말을 하든지 그들은 성 대결로 몰고 갔을 테니 말이다.
“정말 대단하네.
솔직히 진짜 쉽지 않았을 텐데…..”
태준은 드라마를 찍고 있는 설아가 그런 판단을 하고 행동에 옮기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드라마 제작진들도 은근히 설아에게 그냥 사과문을 올리고 한발 물러서기를 종용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설아는 강경하게 나갔다.
자신은 잘못이 없고 만약 제작진이 원하면 드라마에서 하차해 주겠다고 말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일이 나중에 드라마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제작진을 달랬다.
지금 설아의 생각이 맞아떨어지면서 드라마도 수해를 입고 있었다.
한창 뜨거운 민수의 출연, 그리고 설아의 태도에 열광하는 남성들.
남자들이 드라마에 쪽에서 여성들보다 구매력이 낮다고 평가되지만 일이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랐다.
극단적인 여성들은 주춤해진 분위기였고 남성들은 설아에 대한 찬양 일색.
그리고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여성들도 할 말은 하는 설아에게서 걸크러쉬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어쨌든 설아의 행동으로 사회에 자리 잡은 남성 혐오와 여성 혐오가 해소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이러한 감정이 특정 사람들의 선동에 의해서 생겨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훗날 사회적으로 만연하게 될 극도의 남성 혐오가 조금은 완화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국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중, 민수는 다시 중국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중국에서 시작해서 한국을 들르고 다시 중국으로, 민수는 한국의 상황에 전혀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중국 개봉 2주 차 11억 위안 (약 1760억)
한국 개봉 10일, 800만 관객.
북미 개봉 10일, 3천만 불 (약 360억)
지금까지 “My Uncle Joe” 가 기록하고 있는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