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233화 (233/325)

#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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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워. 우선 진정해.

왜 그렇게 화가 났어? 심호흡부터 하고.”

“….내가 개냐!? 후~후~”

설아는 양손을 앞으로 내밀고 자신을 진정시키려 하는 태준에게 다시 한번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자신이 과하게 흥분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는 바였기 때문에 깊게 숨을 쉬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동생 이제 진정이 좀 됐나?

그래. 왜 화가 난 거야?

요즘 드라마도 나쁘지 않잖아?

뜬금없이 나나세 미유는 또 뭐고?”

“후. 내가 화가 난 두 가지 이유.

하나, 내 예상대로 민수 오빠에게 꼬리를 치는 여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거.

둘, 지금 저기서 저렇게 분탕질 치고 있는 생각 없는 것들.”

“헤…. 아! 일본에서 무슨 일 있었구나.

그럼 나나세 미유가? 오~ 정 배우. 제법인데.”

설아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크게 웃는 태준의 모습에 설아는 다시 배알이 꼴리기 시작했다.

“왜? 부러우신가? 우리 오라버니는?”

“그거야 당….. 아니 아니, 그건 아니고. 나나세 미유도 보통은 아니지.

남자들이 정말 좋아할 스타일이니까.

그냥 정 배우도 이젠 진짜 톱스타구나 싶어서 그런 거지.

다른 뜻은 없어.”

“아하. 그러세요? 그럼 이 말 그대로 언니한테 전달해도 되겠네.

우리 언니는 큐티 섹시가 아니라 단아하고 정갈한 스타일이지 아마?

남자들이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어쩌면 좋아?

그 남자들에 윤태준까지 끼어 있는 걸 알면 언니가 참 좋아하겠네.”

자신의 말을 완전히 꼬아서 전달하겠다는 설아의 말에 태준의 낯빛이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건 뭐 말이 통하지 않고 기 승 전 협박이었다.

“야.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되냐?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는 제쳐두고 그래서 일이 어떻게 된 거야?

민수가 넘어가진 않았을 거 아냐?”

“훗. 그럴 리가.

호텔 방 번호랑 시간 적어서 민수 오빠한테 줬는데 민수 오빠가 그냥 버렸다네.

약했어. 민수 오빠가 그 정도에 넘어갈 리가 있나.

옷을 벗고 달려들어도 쉽지 않은 판에…..”

태준은 마음속으로 호텔 방 번호를 줄 정도면 옷을 벗고 달려들겠다는 뜻이 아닌가 싶었지만 어쨌든 민수의 거절을 생각하며 설아의 마음이 조금 풀어진 듯 보여 굳이 따지고 들지는 않았다.

“그래. 그렇게 잘 거절했으면 됐지.

뭐가 또 문제야?”

“솔직히…. 잘 모르겠어.

내가 왜 이러는지.

그런데 기분은 엄청 나빠.

게다가 저걸 보고 있으니 짜증이 확 올라오네.”

태준은 설아가 인터넷에 올라온 민수에 대한 비방을 가리키자 주억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태준 역시 저건 좀 답답하긴 했다.

“그러게. 저게 무슨 짓인가 싶은데.

문제는 대책이 없다는 거지.

뭐라고 대꾸해 봤자 말도 안 통하고 괜히 땔감이나 추가하는 꼴밖에 안 되니 원.

답답해도 저건 그냥 놔두는 편이 낫지 싶다.

민수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건 아니니 대꾸가 없으면 자기들끼리 떠들다가 정신 승리하고 결국에는 조용해질 거야.

게다가 쟤들이 불매 운동하는 바람에 영화를 보겠다는 사람이 더 늘어났으니 그건 나쁘지 않네.”

설아는 태준의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했지만, 전적으로 같은 생각인 것은 아니었다.

답이 없긴 하지만 적어도 눈앞에서 치울 방법 정도는 찾아봐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흥.

그렇게 손 놓고만 있으니까 쟤들이 더 기고만장인 거야.

어? 나나세 미유가 SNS를 완전히 닫았네.

아하. 알만하네.

하긴 쟤들이 그라비아 모델인 나나세를 가만히 뒀을 리가 없지.

하… 진짜 국가 망신이네.”

설아의 예상대로 민수에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던 나나세의 SNS는 일부 과격한 사람들의 욕설로 도배가 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닫을 수밖에 없었다.

민수에게 거절당한 것도 마음 아픈데 갑자기 늘어나는 한국 사람들의 욕설에 나나세는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태였다.

설아는 받혀있는 나나세의 SNS와 정민수 게시판의 난장판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설아는 자신의 SNS 그리고 윤설아 게시판, 정민수 게시판에 각각 한편의 글을 올렸다.

내용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한껏 순화 하긴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너희의 피해망상이 너무 찌질해 보인다. 남한테 욕하면서 스트레스 푸는 건 너무 없어 보이지 않니? 그러니 너희 자신을 위해 좀 자제해주지 않을래?’ 였다.

태준은 설아가 글을 올리는 것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소속사 차원에서 상대하지 않기로 했는데 설아가 마음대로 글을 올려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설아의 상태를 보니 말리기도 좀 그랬다.

사실 말려서 들을 사람도 아니었다.

“야. 이거 괜히 불에 기름을 끼얹는 거 아니야?

차라리 그냥 수그러들게 놔두는 게 나을 텐데.”

“예전부터 기분 나빴어.

민수 오빠는 그냥 무던하게 넘겼지만, 난 그렇게 못하겠더라고.

어차피 선동하는 애들 몇 명 빼고는 그냥 분위기에 휩쓸린 애들일걸?

그러니 쟤들의 생각을 바꿀 순 없겠지만 적어도 눈앞에서라도 치워야지.”

태준은 설아의 생각이 무엇인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었지만, 그냥 가볍게 넘어갈 생각이 없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에휴. 내가 어떻게 널 말리겠냐?”

설아는 자신이 올린 글에 대한 반응을 기다리며 혼자 중얼거렸다.

“적어도 민수 오빠 정도 되는 남자 옆에 서려면 그렇게 도망쳐서야 곤란하지 않겠어? 나나세양”

설아는 자신만의 플랜을 세우며 민수에게 자신이 나나세 같은 여자보다 훨씬 나은 여성이라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My Uncle Joe” 팀의 한국행에는 민수가 생각지도 못했던 에릭 존스와 스티븐 로우가 동행했다.

그렇게 되다 보니 중국에서 홍보했을 때처럼 민수와 에릭 존스, 스티븐 로우, 리 얀, 그리고 린 샤오메이까지 중요한 출연진과 감독까지 다 같이 움직이게 된 것이다.

미국 일정에는 관심이 없다 보니 민수가 몰랐던 사실인데, 미국 개봉에는 따로 시사회나 장외 행사가 계획되지 않았다.

“미국으로 바로 넘어가시는 게 아니었나요?”

“아니, 어차피 내가 미국에 가봤자 무슨 의미가 있었어?

그런 행사로 이슈를 만들려면 적어도 주연 배우가 티켓파워가 있어야 하는데 우린 솔직히 그건 아니잖아?

그리고 주연 배우도 없는 시사회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지.

뭐 주연 배우가 있어도 쓸모가 없긴 하겠지만.”

“우와. 사실이긴 하지만 그건 너무 잔인한 말씀이잖아요?”

“후후. 우리 사이에 무슨…..”

에릭 존스는 미국 홍보를 외부 활동 대신 지면 광고나 인터넷 광고로 대체했다고 했는데 어차피 자신의 이름으로 영화를 보러 올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인터넷 광고와 홍보만으로 충분하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에릭 존스의 말이 맞았다.

그리고 그럴 바에는 민수와 함께 한국으로 가 한국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었다.

한국 시장이 중국이나 미국에 비해 작긴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1억 불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는 큰 시장이었다.

게다가 북미에서 예상되는 수익보다 한국에서 예상되는 수익이 더 크기도 했으니 어쩌면 에릭 존스가 한국으로 향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에릭 존스의 방한과 시사회 참석은 당연히 큰 이슈가 되었다.

지금까지 에릭 존스가 한국에 방문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러했다.

에릭 존스의 방한, 그리고 지난 3일간 중국과 일본에서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과 민수와 관련된 의도치 않은 노이즈 마케팅까지.

“My Uncle Joe”의 한국 시사회는 사람들의 엄청난 관심 속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민수도 안면이 없던 유명 감독들과 원로 배우들까지 VIP 시사회에 참석한 것을 보니 윤 대표가 적당히 초대한 모양이었다.

아니 어쩌면 에릭 존스 감독이 방한한다는 이야기에 그쪽에서 윤 대표에게 부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유 시간에 자신에게 다가와 에릭을 소개해 달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는 선배 배우들이랑 감독들을 보니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VIP 시사회에서 오랜만에 소속사 식구들을 다 만날 수 있었다.

한창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설아와 태준까지 참가해 자리를 빛내 주었다.

거기다 중국에서 활동하다 지금은 5월에 방영되는 드라마를 준비하는 소희와 한창 바쁜 시기를 지내고 이제 겨우 휴식을 허락받은 수연, 그리고 윤 엔터의 새 식구 은우까지, 민수는 자신에게 축하를 전하는 식구들의 모습에 든든함을 느꼈다.

“오~ 정 배우. 오랜만인데 신수가 훤하구먼.

일본에서 재미 좀 봤다지? 하하.”

“재미라…..

많이 반겨 주시긴 하더라고.

솔직히 좀 놀랐어.

그나저나 한창 바쁠 텐데, 용케 시간을 냈네.

난 작년에 촬영 때문에 윤 배우 시사회에 오지도 못했는데.”

“외국에서 촬영한 거니 어쩌겠어?

다음 영화 찍을 땐 꼭 와서 자리를 빛내 달라고.”

오랜만에 만난 설아는 정말 우아해 보였다.

오늘 정말 제대로 멋을 부리고 왔는데 그래서 그런지 요즘 드라마에서 보이는 모습과는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오랜만이에요 오빠.”

“네. 설아 씨. 보름이 좀 넘었네요.”

설아의 따듯한 미소에 민수의 같이 미소로 화답했다.

사실 민수는 자신의 단독 주연 영화가 한국에서 상영된다는 것에 알게 모르게 긴장감이 쌓여 살짝 표정이 굳은 상태였다.

그런데 식구들과 설아의 모습을 보니 집에 돌아온 거 같은 푸근함이 느껴졌다.

마음이 따듯해지니 당연히 표정까지 더 자연스러워졌다.

할 말은 많았지만, 시간 관계상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하였다.

이제 영화를 상영할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각종 평론가와 기자들, 연예계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영화가 상영되었다.

에릭 존스가 심혈을 기울인 할리우드 스타일의 액션 영화.

그리고 민수의 거칠고 압도적인 액션 연기에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관객들의 침음성과 탄성이 배어 나왔다.

민수도 묘한 감흥을 느꼈다.

에릭 존스의 편집과 각종 CG가 추가되어 더 화려하고 스팩터클해진 자신의 연기.

중국 시사회 때 이미 영화를 확인했지만 이렇게 한국 관객들 앞에서 제대로 선보이니 또 다른 느낌이 있었다.

영화를 마치고 따로 마련된 자리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질의응답을 받았다.

영화에 대한 질문, 그리고 민수 개인에 대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저번 영화에서 모든 질문이 강철과 진성에게 쏠렸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 질문 중에는 당연히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제가 딱히 할 말이 없군요.

제 발언과 행동이 특별히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모든 사람이 저를 좋아해 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 문제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민수는 이 한마디를 남기고 그 문제에 대하여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민수의 태도가 조금 못마땅했지만 다른 질문거리도 워낙 많았기 때문에 더 물고 늘어지지는 못했다.

민수 다음으로 많은 질문은 받은 건 당연히 에릭 존스 감독이었다.

한국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 가능성이라든지, 한국 영화의 수준 등등 솔직히 이번 영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질문들이었지만 에릭 존스는 웃으면 적당히 잘 대답해 주었다.

남의 영화 시사회에 와서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의 모습에 민수가 부끄러움을 느낄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들에게는 영화에 대한 기사 한 줄보다 에릭 존스가 한국 영화계나 배우들에 대하여 인정하는 구절 하나를 따는 것이 더 이익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VIP 시사회 자체는 별문제 없이 마무리되었다.

[정민수, 난 잘못 없고 그들과 상종할 생각 없어.]

민수가 대답을 줄였으니 어쩌면 저런 기사가 올라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몰랐다.

기본적으로 자극적인 요소를 뽑아내는 데는 천부적인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리고 당연히 저 기사 아래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핏대를 높여 상대를 비난하고 있었다.

사실 시사회를 마치고 올라온 전문가들의 평가는 별로 좋지 않았다.

액션 자체는 화려하고 멋지지만, 너무 액션에 치중되어 있다든지, 너무 자극적인 액션이 계속 이어져서 영화의 주제를 탐미할 수 없게 한다는 등의 부정적인 의견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아마 영화를 마치고 가진 기자들과의 시간에서 그들이 영화 외적인 요소에 더 관심을 보인 것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었다.

영화 자체가 크게 흥행할 거 같지 않으니 다른 소스를 뽑아보자는 그런 생각 말이다.

하지만 관객 평은 조금 달랐는데 관객들은 그래도 화끈한 액션에 속이 시원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민수형이 그 주먹으로 저 XX들에게 분노의 철권을 날려줬으면 좋겠다.’는 둥의 이상한 의견도 다수 있었지만 그건 그냥 웃어넘겼다.

어쨌든 흥행 여부는 관객의 생각에 달린 것이었고, 기자들이나 전문가들의 예상외에 선전한 작품들도 아주 많았으니 뚜껑은 열어봐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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