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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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가 시작되고 가장 먼저 떠오른 주제는 민수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중에서도 민수의 수려한 외모가 화두의 중심이었다.
특히 팬 사인회 때 보여준 민수의 벗은 몸을 찍은 사진이 나오자 남자 패널들이 흥분한 듯 입을 놀려대기 시작했다.
“저게 뭐야?
무슨 합성이야? 말도 안 되잖아.
저 얼굴에 이런 몸이라고? 어이, 타무라 상 지금 우리 데리고 장난하자는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민수 사마는 이 시대의 진정한 짐승 남이거든요.
괜히 비스트라고 열광하는 게 아니라는 말씀.
뭐, 물론 타케시 상은 상상 속에서도 불가능한 일이겠지만요.”
민수는 자신을 데려다 놓고 자기들까지 핏대를 올리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실소가 새어 나왔다.
한국 예능과는 분위기가 완전 달랐지만 이런 방식도 이것대로의 매력이 있었다.
“하. 좋아. 그럼 저게 진짜라는 건데 한번 보여줘 봐.
상의 탈의는 말이 안 되지만 그래도 복근 정도는 보여줄 수 있잖아?
내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야겠어.”
“뭐라고요? 그걸 말이라고 해요?
저건 촬영 직후고 완전히 관리된 몸이라고요.
지금 배우가 평소에도 저런 몸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그게 격투기 선수한테 평소에도 시합 체중을 유지하고 있으란 것과 뭐가 달라요?
정말 너무 무식하시네요.”
티무라는 촬영 전에 이 주제에 대하여 미리 양해를 구했다.
민수는 조금 무례할 수도 있는 부탁을 조심스럽게 건네는 티무라에게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저 여성 패널의 말을 들어보니 제작진 쪽도 민수의 몸이 예전 같지는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상태가 안 좋은 경우에는 많은 사람의 실망을 줄 수도 있었으니 사전 설명을 통해 민수의 이미지를 보호해 주려는 목적인 거 같았다.
“그래서? 히나코 상은 안 궁금해?
보여주면 안 볼 거야?”
“……저도 당연히 궁금하고 보고 싶긴 하죠.”
“보…보고 싶어요!!”
두 패널이 이야기하는 중에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민수만을 바라보던 나나세가 끼어들어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얼굴을 살짝 붉히고 흥분하는 모습이 정말 진지하게 보고 싶어 하는 기색이라 다른 패널들도 나나세의 행동에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하하. 나나세짱 진짜 솔직하네.
어때요. 민수 상. 패널들이 궁금해하는데 살짝 보여줄 수 있을까요?”
타무라의 요청에 민수는 흔쾌히 허락의 뜻을 내보이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상의 셔츠를 밀어 올렸다.
셔츠가 반 정도 올라가고 그 아래 숨어있던 역동적인 그것이 그 찬란한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짐승(?)의 몸을 가진 민수답게 그의 몸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와. 저게 뭐야!”
“꺄!”
정말 놀라는 남자 패널, 그리고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진짜 눈앞에 드러나자 황홀함이 섞인 비명을 지르는 여자 패널도 많이 놀라고 있었지만 정작 진심으로 놀란 건 민수에게 요청했던 타무라였다.
자신이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을 봤을 때 민수가 몸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건 기대 이상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히나코에게 미리 밑밥을 좀 뿌리라는 자신의 배려가 전혀 무색할 지경이었다.
“와…. 이건 진짜 대단하네요.
평소에도 이렇게 몸을 유지하고 계셨나 보네요.
정말 대단한 자기 관리예요.
무슨 비결이라도 있나요?”
“운동은 평소에도 계속하는 편이죠.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면 정신이 맑아지기도 하니까요.”
감탄하는 타무라에게 민수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대꾸했다.
자신이 설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이제 민수도 조금은 뻔뻔해져 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감탄하는 사이에도 나나세는 민수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몽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쇼는 계속 진행 되었고 이제는 민수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민수의 인생이 바뀌기 시작한 사고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 하지만 그 중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온 부분은 민수가 혜민이를 도와 준 이야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보다 감동적이었고 민수를 추켜세우기에도 가장 좋은 일화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혜민이 이제 아역으로 데뷔하여 연예인이 되었으니 이야기 하기도 훨씬 수월했다.
“민수 상이 데뷔 하기 전 배우 지망생 시절에 어려운 아이를 도와준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야기야.
바로 이 아이지.
지금 한국에서 아역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지.”
남자 패널들은 화면에 비친 혜민의 모습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더니 민수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엄청 귀여운 미소녀야.
당신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었군.
저런 아이를 돕다니.”
“미소녀는 일류의 보배라고. 모두 보호해 줘야 하는 소중한 존재지.”
“왠지 바보 같은 말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저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정말 귀여운 아이예요.”
민수도 같이 화면에 올라온 혜민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화면 속에 혜민은 화사하고 귀엽게 웃고 있었는데 언제 찍은 사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정말 사진작가의 혼이 실린 작품이었다.
그때 그렇게 힘들어하던 아이가 지금은 저렇게 밝게 자라고 있었다.
아마 혜민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자신과 함께일 것이다.
민수도 감동으로 조금 코끝이 찡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때 민수 상이 지급한 혜민 양의 치료비가 대략 2200만 엔.
그 당시 연기자 지망생인 민수 상이 가진 전 재산이었다고 하는군.”
“뭐!? 2200만 엔 인 것도 놀라운데 전 재산이라고?
당신 대체 뭐야?
혼자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어!”
“민수 사마가 팬들에게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죠.
정말 따듯한 마음을 지닌 자상한 남자니까요.”
한 남성 패널은 콧대가 높아진 여성 패널의 모습에 절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제길. 저건 나도 뭐라고 할 수 없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전 재산이라니.
무슨 어디의 보살님이야? 아니면 간디 님?”
혼자서 중얼거리며 절망하는 남성 패널을 보며 옆에 있던 다른 패널이 딴죽을 걸었다.
“간디 님이 왜?
그분은 옥수수로 다이아몬드를 강탈해 가시는 분이잖아?”
“야 이, 무식한 놈아!
그게 여기서 왜 나와!”
“뭐? 무식하다고? 그러는 네놈은 똑똑한 줄 알아?
내가 바보면 네놈은 상바보다!”
민수 포함 다른 출연자들은 두 패널이 자기네들까지 북 치고 장구 치고 티격태격 다투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제작진은 민수가 지금까지 출연했던 모든 프로그램을 조사했는지 “런런런” “무모한 도전” 심지어는 일본에는 알려지지도 않은 “남자의 생존”까지 자료로 이용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뭐야. 애당초 사람이 아니잖아.
진짜 배우가 아니라 무슨 비밀병기 같은 존재 아니야?”
“이건 팬인 저도 몰랐던 건데 정말 대단하네요.
민수 사마가 지금보다 더 좋아지는 거 같아요.”
타무라는 감탄하는 패널들을 보며 같이 웃다가 잠시 후 조금 진지한 태도로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항상 그렇게 평탄하기만 한 건 아니었어.
여러 가지 시련이 그를 뒤따랐으니까.
역시 가장 큰 일이라고 한다면 데뷔 초기에 떠돌았던 수많은 루머들과 성추행 사건으로 고소당한 일이었지.”
“성추행이라고?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이 이야기를 여자들이 알아야 하는데 이제야 실체가 드러나는 군. 민수 상.
얌전히 사람들의 심판을 받아라!”
타무라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의기양양한 두 남성 패널이 민수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건…. 무고였다고요.
누군가 민수 사마를 음해한 것이었어요.
민수 사마가 성추행 같은 걸 할 리가 없잖아요?”
나나세의 발언에 남성 패널 중 가장 힘 있는 타케시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민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뭐? 무고라고? 무고란 게…. 그러니까 있지도 않은 일을 거짓으로 신고했다는 말이지?
뭐야? 그거 범죄잖아!
민수 상, 이 말이 정말이야?”
“네, 나중에 알고 보니 어떤 사람에게 돈을 받고 그런 일을 벌였다고 하더군요.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그때는 좀 심각하긴 했죠.
정말 연기 인생이 끝날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게다가 경찰서에서 직접 수사를 받기도 했고요.”
“하지만 저는 이해가 안 가요.
지금도 그 일로 민수 사마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고요.
피해자가 신고했다고 욕을 하다니 말도 안 되잖아요?”
민수의 열혈팬이라고 주장하는 나나세는 그 말이 그냥 빈말은 아니었는지 민수에 대하여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민수가 보기에도 진심으로 이해를 못 하는 모습이었다.
“그건 좀 이상한데.
애당초 돈을 받고 남을 음해한 사람이 잘못한 건데 왜 애꿎은 민수 상을 욕해?
법치 국가에서 그게 말이 되는 일이야?”
장난식으로 계속 민수를 비난하던 타케시도 이번 경우에는 진심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이었다.
민수는 이걸 설명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지만 최소한의 설명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최대한 순화해서 설명하였다.
그걸 있는 그대로 다른 나라 사람에게 설명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워서였다.
“여성들은 성범죄에 노출되기가 싶고, 성범죄에 노출된 여성들은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요.
만약 무고죄가 빈번하게 처벌받는다면 여성들이 성범죄에 대하여 신고하는 것을 더 꺼리게 될까 걱정하는 거예요.”
“아…. 그건…..”
여성인 나나세는 성범죄에 대한 신고가 쉽지 않다는 사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그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게 무고랑 무슨 상관이죠?
제가 한국 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원래 무고라는 건 일부러 허위신고를 해야 적용되는 범죄가 아닌가요?”
민수는 나나세의 이야기에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기를 원하지는 않았다.
나나세의 지적으로 더 이야기가 길어질 기미가 보이자 민수는 타무라에게 눈짓으로 이 이야기를 더 길게 끌고 가기 싫다는 신호를 보냈다.
다행히 타무라는 민수의 눈짓을 정확히 이해했다.
“하하. 세상 사람들은 다 그렇게 다양한 생각을 하니까.
그럼 이 이야기는 이만 넘어가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할게.
이건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에 있는 글인데.
어떤 네티즌이 분석하길 민수 상의 괴력은 그가 동정이기 때문이라는 거야.
그 네티즌의 글을 보면 민수 상이 다닌 학교는 남중, 남고 그리고 그 후에 바로 군대를 갔다 왔고, 그다음 해 바로 데뷔를 했다는데 그사이에 누구도 민수 상이 여자랑 같이 있는 걸 본 사람이 전혀 없데.
게다가 민수 상이랑 친한 관계였다고 주장하는 여자조차 하나도 없으니 민수 상이 동정이라는 주장이지.
그리고 많은 사람이 알고 있겠지만 남성이 25살까지 동정을 지키면 마법사가 될 수 있지!”
타무라의 장난스러운 말에 타케시를 비롯한 남자 패널들은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일리가 있어! 저 얼굴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 리가 없는데 누구도 본 적이 없다니!”
“뭐야! 민수 상. 진짜 마법이라도 쓰고 있는 거 아니야?”
“대체 그 얼굴로 뭘 하는 거야. 안 쓸 거면 나나 달라고.”
민수의 눈짓을 받은 타무라가 주위를 환기했는데 불행히도 그 주제가 민수로서는 뭐라고 대답하기 난감한 이야기였다.
평범한 사람에게 바보라고 하면 그냥 웃어넘기는 장난이 되지만 바보에게 바보라고 하면 진짜 화가 나는 것처럼 민수는 타무라에 이야기에 뜨끔하며 난처한 웃음을 보일 뿐이었다.
하필이면 환기한 주제가 이런 이야기라니.
하지만 패널들 누구도 이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우스갯소리로 넘기고 있었다.
민수의 난감해하는 표정이 그냥 짓궂은 장난을 당한 게스트가 당황하는 것처럼 보인 것은 민수에게는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그럴리가 없어요! 만약…. 그렇다면 더 좋겠지만….
어쨌든 아닐 거예요!”
나나세의 외침에 촬영장은 더 큰 웃음으로 떠들썩해졌다.
그리고 타무라는 민수에게 ‘나 잘했지?’하는 웃음을 지어 보이는데 민수는 그저 난감한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도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일본에는 민수의 팬이 많았지만 민수의 팬 중에도 민수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오늘 출연한 쇼는 그 사람들에게 민수에 대하여 더 정확하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단순히 민수의 외모가 마음에 들어서 팬이 되었던 사람들도 민수가 지금껏 해 온 일들을 보고 들으며 민수에게 더 큰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호감은 앞으로 상영된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