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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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중국이나 일본에서 정민수의 인기가 상상 이상인가 봐.
그리고 생각해봐.
저렇게 호리호리하고 섬세한 미남이 가슴속에 그런 흉포한 야성을 숨기고 있다니 저건 그냥 일본 여심 저격수라니까.
쟤는 일본에서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어.
그걸 사람들이 잘 몰랐던 건 정민수가 해외 활동을 안 해서 표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 거로 따로 언플 하지 않는 윤 엔터 때문이기도 하지.
아마 윤 엔터에서는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을걸.
요청이 엄청나게 들어왔을 테니 말이야.”
“윤 엔터도 그렇고 정민수도 그렇고 대단하긴 하네요.
돈이 마구 굴러들어오는데도 그냥 내버려 둔 거잖아요?
그러고 보니 다른 배우들도 작품 활동 외에는….”
“에휴. 정말 거지 같은 놈들이야.
아마 일본 활동은 정민수가 안 한다고 했을 거야.
그 놈 귀찮아서 CF도 잘 안 찍는 놈이잖아?
별종 중의 별종이지.
지금 진소희가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걸 보면 소속사 쪽에서 막은 건 아닐 거고.
결국 지가 거절했다는 뜻이겠지.”
“휴~ 어쨌든 그럼 기사는 이렇게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따로 소식 들어오는 데로 추가 기사 내보내고요.
방법이 따로 없네요.”
“그래. 그렇게 해.
그리고 진짜 윤 엔터 쪽에 끈 좀 만들어봐. 어?
맨날 이렇게 뒷북만 치지 말고 우리도 한방 터트리자고.”
“네네. 노력은 해볼게요.”
행사 하나하나를 마무리할 때마다 민수는 자신이 일본에서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지를 실감하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였고 팬들은 모두 해맑은 웃음과 비명, 환호성을 지르며 자신을 반겨주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어머니 또래의 여성 팬이 자신의 사인을 받고 소녀처럼 비명을 지르는 일이었다.
자신의 팬클럽의 어르신들도 사실 자신보다 윤 대표나 진성의 사인을 먼저 찾았는데 이곳 팬들은 오로지 자신만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짜릿하기도 했다.
게다가 팬들도 거의 여성 일변도였다.
한국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은 남녀 비율이 비슷한 편이었고 온라인상에서는 남성들은 자신을 응원하는 편이지만 여성들은 자신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발언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엄청난 수의 여성 팬이 있을 뿐이었다.
정말 자신이 일본 여성들에게 통하는 스타일의 남성이긴 한가 보다.
“와, 배우님 진짜 장난 아닌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저번에 대표님이 일본에 가볼 생각이 없냐고 물으셨을 때 한번 와볼 걸 그랬어요.”
동원도 말로만 들었던 이야기를 눈앞에 직접 목도하고는 엄청나게 놀라고 있었다.
특히 팬 미팅이나 악수회에 몰려온 팬들의 수는 놀라울 정도였다.
한국에서 큰 규모의 팬 미팅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더욱 그랬다.
“거참…. 놀랍긴 하네요, 진짜.
인기가 있다고 했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이건 참….
이제 남은 건 토크 쇼 하나뿐이죠?”
“네. 이게 제일 중요하긴 하지만요.
켄타 상말로는 조금 짓궂을 수는 있지만 민감한 이야기는 없을 거라고 하니 걱정하지는 마세요.”
“그래야죠.
애당초 그렇게 약속하고 온 것이니까요.”
민수도 그 부분에서는 별로 걱정이 없었다.
서로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 봤자 좋을 게 없다는 것을 방송관계자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민수의 성격을 미루어 봤을 때 일본에서라고 입에 발린 소리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민수가 다시는 일본에 올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시차쿠 측에서 모를 리가 없었고 민수를 확실한 케쉬카우라고 생각하고 있을 시차쿠가 그런 일을 좌시하지는 가능성은 더더욱 없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건 일을 완전히 망치려는 우익 세력의 모략일 텐데 지금 일본 정부의 태도도 한국이나 중국에게 손을 내밀려고 하는 상황이었고 이번에 출연하는 도쿄 TV는 그런 정부의 선봉장 같은 곳이었으니 분명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수정아, 우리 팬들은 요즘 어쩌고 있냐?
일본 팬들을 보니까 문득 우리 팬들이 생각나네.”
“아이고, 배우 오빠 이제서야 생각나셨어요? 참 빠르시네요.”
“끙. 미안.”
옆에서 민수의 옷을 고르고 있던 수정은 민수가 팬클럽의 상황을 물어보자 조금 짜게 식은 눈으로 민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팬 미팅 하자고 조를 때는 들은 척도 안 하더니 참 이 오빠도 애정이 식었다.
“우리 팬들이야 알아서 잘 지내죠.
팬 카페에서는 배우 오빠 이야기 반, 각자 자기 사는 이야기 반.
그런데 은근히 팬들 사이에 사이는 좋아요.
분위기가 좋아서 힐링 된다는 팬들도 많고요.
아. 그리고 어르신 들은 그때 모임 이후로 한두 달에 한 번씩은 모임을 하신다네요.
그때 그 일이 계기가 되긴 했나 봐요.”
“하긴 그때도 나 빼고 알아서들 재미있게 잘 지내셨지?
어르신들도 뵈러 가긴 해야 하는데…..
내가 좀 무심하긴 했어.
내가 확실히 자리를 잡은 게 아니라 신경 쓸 게 많아서 그랬는데, 올해는 이제 나도 다른 작품을 할 생각이 없거든.
따로 할 일이 있어서 그런 건데 어쨌든 그럼 영화들 개봉하고 이번 일정 다 마치면 팬 미팅이나 한번 크게 해봐야겠다.
어르신들도 뵙고.”
“오, 그 말 정말이에요?
오피셜로 남겨도 되는 거죠?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에요?”
“그래 녀석아.
우리 팬클럽에 대충 몇 명이나 되지?
내가 쏠 테니까 오실 수 있는 분들 다 오라고 해.”
“오! 정민수가 쏜다? 괜찮네요.
보자 보자. 지금 민수네가 4500명 정도네요.
아마 골수팬들만 있으니 오라면 거의 다 오실 건데 괜찮아요?”
“그래? 그렇게 많진 않네.
아무래도 난 한국보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더 먹히는 건가?
그 정도면 뭐 여유롭지.
아직 영화 출연료도 안 받았으니 충분하지 않을까?”
“올….
멋진데요. 배우 오빠.
팬 수가 적은 건 어쩔 수 없어요.
팬 카페가 그 모양이라 진짜 애착 있는 사람 아니면 남아 있을 수가 없거든요.
대신 진짜 소수 정예라고는 자부할 수 있습니다.
“Mama” 때도 밥차니 뭐니 바리바리 지원하겠다는 걸 억지로 뜯어말렸어요.
오빠 상태가 안 좋아서요.
심지어 영화 제작비 투자하겠다는 분도 계셨는데 그건 진짜….
게다가 그 단위가 자그마치….. 였거든요.”
“하, 제작비? 그건 좀 심했네.
그래, 소수 정예란 말, 내가 믿을 게.
믿음이 확 오네. 그냥.”
“그런데 농담이 아니라 진짜 무슨 파이낸셜에 계신다는 분이 제발 다음에 영화 찍으면 투자 좀 하게 연결 좀 해달래요.
뭐라더라? 배우 오빠가 완전 노다지라나?
일본이랑 중국 생각하면 오빠가 똥을 싸도 흥행할 거라는데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금융 쪽 정보니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겠죠?
그분이 우리 민수네가 민수한테 투자해서 대박 한번 쳐보자고 선동하는데 다들 호응하는 분위기였어요.
무슨 민수 코인이라면서….”
민수는 수정의 말에 어이가 없어 한숨만 나왔다.
자신의 팬클럽 분위기가 얼마나 엉뚱한지 알만했다.
하지만 민수가 그냥 농담이라고 치부한 이 일이 그냥 단순한 농담은 아니었다.
“좋아. 내가 쏠 테니 한번 날 잡아봐.
내 스케줄 보고 적당히 네가 하자는 날에 그냥 할 테니까.
회장이니 그 정도 권한은 있어야지.”
“오예!!”
민수는 팬 미팅 소식에 좋아하는 수정을 보며 자신이 왜 진작에 좀더 신경 쓰지 못했나 조금 후회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입지가 정확하지 않았고 연기적으로도 불안한 부분도 많았던 한 해였으니 자신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그래도 할 말은 있는 게 저번에 “용의 울음”을 마치고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작게 한번 하긴 했으니 최소한의 도리는 한 셈이었다.
다만 원래 수정이 요구한 건 대규모 팬 미팅이었으니 “My Uncle Joe”의 촬영을 마치고 여유가 있을 때 팬 미팅을 하지 못한 건 자신의 실책이 맞았다.
“자. 시간 됐네요. 배우님 가시죠.”
그렇게 팬 미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이제 방송에 출연할 시간이 되었다.
민수가 가장 질색을 하는 토크쇼였지만 오늘은 꾹 참기로 했다.
뭐 어차피 선택의 여지도 없었으니 민수에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민수가 출현하기로 한 프로그램은 일본의 유명 개그맨이자 MC인 타무라 신야가 진행하는 토크쇼였다.
타무라 신야는 기본적으로 젠틀한 태도로 게스트의 매력을 잘 꾸며주는 거로 인기가 높았지만 때때로 생각지도 못한 짓궂은 질문을 던지면서 게스트를 당황하게 하곤 했는데 그렇게 짓궂은 질문을 기분 나쁘지 않게, 유쾌한 분위기에서 던지는 것이 바로 타무라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확실히 타무라 신야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특집으로 민수를 모신 것만 해도 시차쿠 측이 민수에게 얼마나 신경 썼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게다가 타무라는 가장 대표적인 친 한류 연예인이기도 했으니 민수에게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할 가능성도 전혀 없었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 민수는 신기하다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반갑게 인사하는 타무라를 만날 수 있었다.
“와! 민수 상. 정말 반갑습니다.
진짜 만나고 싶었거든요.”
타무라는 민수에게 상당히 호감을 느끼고 있었는지 그의 입가에서는 시종일관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말도 얼마나 잘하는지 혀에 모터를 단 듯 현란하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민수가 만나 사람 중 석재를 제외하고는 타무라에 견줄만한 사람이 전혀 없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민수 상의 특집이니만큼 민수 상의 예전 행적이나 과거 이야기도 빠지지 않을 텐데.
혹시 꺼려지는 이야기가 있으면 미리 말씀해 주십시오.”
민수는 이제 자신의 이야기 중에 꺼려지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예전 데뷔 당시 정우철이 수작질을 부리면서 과거도 이미 다 공개된 지 오래였고 데뷔 이후에는 자신이 숨길 만큼 무슨 잘못을 저지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제는 과거의 사고까지 어느 정도 냉정을 유지하며 이야기할 정도가 되었으니 다른 일이야 오죽할까.
“아, 괜찮아요. 타무라 상.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만 아니라면 상관없어요.”
타무라는 민수의 말을 듣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늘 그런 일이 절대 없을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하하.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그러겠어요?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만약 어떤 미친 녀석이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 순간 바로 촬영장 밖으로 쫓겨날 테니까요.”
다시 한번 강조하는 타무라의 말을 들으니 민수도 확실히 안심이 되었다.
그렇게 대충 이야기를 마친 민수는 타무라에게 인사를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방송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자! 오늘 내 방송에 어떤 사람이 왔는지 알아?
아마 다들 엄청나게 놀랄걸? 나도 엄청 놀랐으니까.
특히 저쪽에 여자 패널들은 아마 다 자지러질 거야.”
“어이 타무라 상. 너무 혀가 길잖아? 대체 누구길래 그래?”
“그래그래. 잡설은 집어치우고 빨리 게스트나 모시자고.
지금 저기 나나세 짱이 침 삼키는 거 보이지?
아마 실망스러운 게스트가 나오면 오늘 타무라 상은 머리가 쥐여 뜯길 수도 있다고!”
“제..제가 언제 그랬어요?”
한 남성 패널의 말에 타깃으로 지적된 그라비아 모델 나나세 미유는 자신은 절대 그런 적이 없다고 양손을 크게 젓고 있었다.
“그래? 하긴 나나세 짱이 보면 넘어갈 사람이긴 하지.
나나세 짱이 예전에 자신의 이상형이고 했던 사람이거든.
좋아.
소개할게. 오늘 쇼의 메인 게스트.
한국에서 온 리얼 비스트!
조각 같은 외모와 짐승 같은 야성! 야누스적 옴므파탈! 영화배우 정민수!”
“꺄!!”
민수가 소개되자 바로 여성 패널 쪽에서 비명과 환호가 터져 나오고 그걸 남성 패널들이 못마땅해하는 모습이 코믹하게 연출 됨과 동시에 저쪽 입구에서부터 민수가 천천히 걸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맙소사. 진짜 민수 사마잖아!”
“진짜 비스트야!”
“민짱!”
여성 패널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얼마나 실감 나는 지 민수가 겸연쩍을 지경이었다.
분명 패널들은 자신이 오는 걸 미리 알고 있었을 텐데.
민수는 패널들이 저렇게 리얼하게 잘 환호 해주는 걸 보니 역시 프로라는 생각과 함께 자신은 역시 예능에는 부적합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저건 자신에게는 없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예전에 설아가 말했듯이 예능을 연기라고 생각하고 한번 임해볼 생각이었다.
여기는 드라마 촬영장이고 나는 오늘 톱스타 정민수다.
오늘 내가 할 일은 나 자신을 연기해 내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물론 민수는 오늘 패널로 모신 여성들이 민수의 팬이라고 자부하는 일본 연예인들이었고 그녀들이 민수가 게스트로 온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참석했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리얼한 방송을 위해 제작진이 민수의 열성 팬들로만 여성 패널을 꾸민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