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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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는 피디와 인사를 나눈 후 MC 군단을 하나하나 찾아가 인사를 건넸다.
이미 안면이 있던 석재와 동훈은 민수와 설아를 웃으며 반겨 주었고 초면인 다른 MC들도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대체로 반겨주는 분위기였다.
특히 게스트에게 막말을 하기로 유명한 박수명이 점잖게 인사를 받는 모습은 조금 이색적이었다.
저렇게 점잖은 사람이 방송에서는 그렇게 막말을 한다니 참 신기하기까지 했다.
“자, 오늘은 참 어려운 분을 모셨어요.
이분을 찾는 사람들은 많은데, 이분을 모시기가 그렇게 어려워요.”
“왔구나~”
“자. 한국 영화계를 평정하고 이제는 할리우드에 도전하는 액션의 대가! 명품 액션 배우! 정민수!”
“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이분을 진작에 모시려고 했는데 말이죠.”
“사람이 말이야. 어른이 부르면 재깍재깍 달려왔어야지. 어!”
“아니 도대체 모시기 힘든 분 모셔놓고 이게 무슨 망발입니까?”
“뭐~ 정민수가 별거야? 여기 무모한 도전이라고!”
“저래 놓고 나중에 또 연락처 달라고 조를 거면서 저 형도 참 한결같다니까.”
“안 그래! 안 그런다고!”
민수가 나와서 인사를 한마디 했을 뿐인데 자기네들끼리 이미 난장판이라 민수도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바탕 난리가 진정된 후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민수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중국에서 찍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았지만 요즘 인기리에 방영을 하고 있는 “로열”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민수 씨는 대체 언제 나옵니까?”
이번 주 방영분인 5화 6화가 끝났는데도 민수가 나오지 않자 사람들은 민수가 언제 나오나 궁금해하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하던 민수도 이 질문에는 살짝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제작진 측에서 민수가 출연한다고 과정 광고를 한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음. 이제 곧 나옵니다.
상당히 의미 있는 배역이니 기대하셔도 좋을 거 같네요.
드라마 “로열”도 많이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
“와, 이 사람 MBS에 와서 SBC 드라마를 홍보하고 있네. 배짱 보소.”
“원래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니까요.”
대화를 통해 조금 마음이 편해진 민수도 상대의 말을 순순히 잘 받아넘기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근황 토크가 이어지고 신나게 떠든 다음에야 본격적인 도전이 시작되었다.
오늘 멤버들이 도전할 대상은 민수 그 자체였다.
그리고 멤버들과 민수가 있는 곳과 조금 떨어진 곳에 따로 차려진 데스크에서 개그맨 한 명과 설아가 따로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물론 그곳에서 하는 소리가 멤버들에게 충분히 들리는 것은 당연했다.
“자, 이곳은 오늘 경기를 중계할 데스크입니다.
전 진행을 맡은 개그맨 이병준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옆에는 해설을 도와주실 “정민수 전문가” 윤설아 씨를 모셨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윤설아입니다.”
병준은 대본을 읽어 보더니 풋 하고 웃으면서 설아에게 물었다.
“아니, “정민수 전문가”라고요? 이건 대체 뭐 하는 건가요?”
“네, 이름 그대로 정민수 씨의 생태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죠.
아마 오늘 제가 나설 일이 아주 많을 겁니다.
정민수 씨는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생명체니까요.”
설아는 대본에서 지시하는 대로 뻔뻔하게 병준을 상대했다.
그렇게 둘이 대화를 하는 동안 첫 번째 종목이 밝혀졌는데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달리기였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승부가 전혀 되지 않을 것이 자명했으니 민수에게 여러 가지 페널티가 있었다.
“첫 번째 종목은 달리기네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달리기라. 같은 조건이면 정민수 씨가 질 리가 없죠.
어떤 조건에서 달리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 거 같군요.”
“아, 규칙이 공개됩니다.
무한 멤버들은 각각 멤버가 50M씩 300M를 달리고요.
그러니까 릴레이가 되는 거죠.
정민수 씨는 혼자서 400M를 달리는군요.
이런 조건이면 어떻습니까?”
“제작진이 나름 머리를 쓴 거 같지만 이건 답이 없어 보이네요.”
“아니, 왜죠?”
“얼핏 보기에는 도전 멤버들이 100M를 적게 달리기 때문에 유리해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저 멤버들은 여섯 명이 나누어 달려야 하거든요.
결국 바통도 넘겨야 하고 출발해서 가속도를 충분히 받을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거죠.
반면 정민수 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달리기 때문에 가속을 얻은 상태로 끝까지 달릴 수 있어요.”
“오호, 그런가요? 하지만 멤버들은 50M밖에 달리지 않기 때문에 온 힘을 기울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상대가 400M를 전력 질주할 수 없는 경우에나 그런 거죠.
정민수 씨는 괴물이거든요.
제가 알기로도 400M 정도는 충분히 전력 질주에 가깝게 달릴 수가 있어요.”
민수는 몸을 풀다가 설아가 괴물이라는 말을 하자 기가 막혀 웃음을 터트렸다.
하긴 자신과 운동을 했던 설아였기 때문에 자신의 체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말 자세히 알고 계시는군요.”
“네, 제가 괜히 정민수 전문가가 아니에요.
전 자신만만하게 도전했다가 울면서 떠나는 멤버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실망하지 말아야 할 텐데 말이죠.
실망하지 말아요.
멤버들 원래 사람은 괴물을 못 이기는 법이니까요.”
설아도 입이 풀렸는지 자연스럽게 떠들기 시작했고 멤버들은 설아가 옆에서 초를 치고 있었지만 승리할 생각에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설아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게다가 저 멤버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스파이가 둘이나 있어요.
저 식신님이랑 뚱보님은 사실 멤버들의 편이 아니거든요.
저건 그냥 정민수 씨 팀이라고 해도 무방해요.
없는 게 낫다는 뜻이죠.”
“야! 우리도 잘 뛰거든.”
“야. 너무한 거 아니야?”
지적받은 두 사람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설아는 전혀 굴하지 않았다.
“아마 피디님은 첫 번째 대결이 끝나고 자기 생각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너무 싱겁고 재미없는 대결이 될 거거든요.”
첫 번째 대결이 시작되었다.
민수는 400M를 달리기 때문에 트랙을 한 바퀴 더 돌아야 했다.
하지만 시작하자마자 벌어지기 시작한 차이는 멤버들이 한 명씩 교대할 때마다 엄청나게 벌어지기 시작했고, 마지막 멤버가 출발하기도 전에 이미 민수가 결승선을 통과하게 되었다.
“미친…. 왜 저렇게 빨라? 저거 배우 맞아?”
“무슨 배우가 연기는 안 하고 밥 먹고 운동만 했어?”
민수의 경악할 속도에 피디도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엄청나게 놀라고 있었다.
무슨 육상선수 같지 않은가.
게다가 이렇게 박진감 없는 대결이라니,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망하기 딱 좋았다.
아니 아무리 신체 능력에 차이가 있어도 같은 성인이고 차이가 무려 100M면 민수가 헐레벌떡 따라오는 그림이 나와야 맞는 게 아닌가?
솔직히 웬만한 운동선수를 데려다 놓고 해도 저거보다 차이가 크게 날 거 같지 않았다.
아니 설마 노린 건가? 일부러 망치려고 저렇게 압도적으로 이겨버렸나?
혹시 불만을 이렇게 표출하는 건가?
그래서 사람들이 정민수보고 또라이라는 건가?
아니 분명 인사할 때는 정상인이었는데.
피디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저 정도의 신체 능력이면 적당히 아슬아슬하게 이겨서 프로그램을 살릴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수는 그냥 열심히 하라고 해서 열심히 달린 것뿐인데 왠지 피디의 오해가 조금 더 쌓인 느낌이었다.
이 상황을 예상하였던 설아는 민수의 속력에 놀라고 있는 병준을 대신해 온 힘을 다해 달리고도 패배한 후 널브러진 멤버들을 비웃어 주고 있었다.
“전혀 놀랄 일이 아니군요.
이 정도는 저희 소속사의 귀염둥이 혜민이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죠.
참고로 혜민이는 이제 9살 되는 여자아이고요.
그런데 멤버들도 참 대단하군요.
제가 뛰어도 저거보다는 빠르겠어요.
저런 실력으로 정민수 씨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양심이란 게 있다면 저러진 않을 텐데 말이죠.”
옆에서 진행하던 병준도 설아의 빈정거림에 웃음을 터트렸고, 민수에게 밀려서 맥없이 패배한 멤버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야! 그래도 여자보다 느릴까?
너 나와봐! 진짜 한번 붙어보자!”
“정말 만용이에요.
저러다가 여자한테까지 무너지면 더는 뒤가 없을 텐데 말이죠.
하지만 정말 원한다면 물론 상대해줄 의사는 있습니다.”
분통을 터트리는 멤버들 덕분에 예상치도 못한 번외 경기가 열리고 말았다.
멤버들은 옆에서 빈정거리는 설아에게 손가락질하면서 나오라고 외쳤고 설아가 흔쾌히 콜을 외쳤기 때문이다.
순간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피디는 바로 방향을 수정했다.
이렇게라도 살리지 못하면 이번 방송은 진짜 망하리라.
느닷없는 번외 경기 때문에 설아가 옷을 갈아입으러 간 사이에 민수는 자연스럽게 설아가 앉아 있던 중계석으로 이동했다.
“네, 이번 경기의 해설을 도울 “윤설아 전문가” 정민수라고 합니다.”
“허, 이번에는 또 다른 전문가가 오셨군요.
이번 경기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룰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약 같은 거리를 달린다고 생각하면 윤설아 씨가 압도적으로 승리할 거로 생각합니다.”
“그런가요? 남성대 여성의 대결인데요.”
“이건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평소에 얼마나 운동을 하고 있느냐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제가 경기해 본 결과 저 도전 멤버 여섯 명 중에 세 명은 전혀 운동하지 않는 분이시더군요.
그나마 석재 선배 같은 경우는 “런런런”에서도 추격전을 제법 하고 있으니 설아 씨랑 비슷하게 달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만, 특히 저 두 분은 정말 답이 없어 보입니다.”
“그럼 정민수 씨도 윤설아 씨가 이길 거라고 예상하시는 거군요?”
“장담은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상대는 50M만 달리는 것이고 여성인 설아 씨는 300M를 달리는 거니까요.
하지만 설아 씨가 이길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되는 군요.
지금 보면 저 세 분은 다시 달렸을 때 아까 같은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아 말씀하시는 가운데 윤설아 씨가 나오고 있군요.
그런데 와….”
민수는 감탄하는 병준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눈을 돌려 설아를 바라보았다.
설마 이 여자가 또?
하지만 민수가 걱정한 것과는 무색하게 설아가 입은 운동복은 설아 치고는 정말 얌전했다.
그나마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로 시켜줄 만한 레깅스 운동복 하의를 입은 것이 특별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누구라도 입는 옷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렇게 입었음에도 두드러지는 몸의 곡선이라고 볼 수 있었다.
도전 멤버들도 설아의 그런 모습을 본 적은 처음이라 그런지 많이 놀란 기색이었다.
민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이 방송이 끝나면 또 예전에 팬 사인회에서 입었던 비키니까지 다시 회자가 될 것이 눈에 선했다.
“지금 잘 보시면 저 몸이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거든요.
제가 알기로는 윤설아 씨가 아직도 평균적으로 보면 두 시간 이상의 유산소, 근력 운동과 한 시간 이상 필라테스를 하고 있거든요.
다만 관건은 300M를 덜리는 동안 끝까지 지구력을 가지고 달릴 수 있는가 정도겠군요.
젊은 여성이다 보니 몸매의 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잔잔한 근육만 단련하면서 미끈한 각선미를 유지하다 보니 지구력은 조금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경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도발 맨트를 날린 설아와 멤버들은 자신만만한 태도로 출발선 앞에 섰다.
달리는 거리는 300M로 같고 도전 멤버들은 50M씩 달리면 되었다.
“자! 경기 시작됩니다.
우선 윤설아 선수 빠릅니다. 빨라요.
진짜 웬만한 남성보다 빠릅니다.”
“도전 멤버들도 만만치는 않군요.
아까보다 더 이를 악물고 달리는 느낌이에요.”
“그건 그렇겠죠. 이번에도 지면 진짜 개망신이거든요.
오! 석재 선수 온 힘을 다해 달립니다.
역시 도전 팀의 에이스!
오. 제쳤습니다!”
“좋아할 때가 아니죠. 이제 바로 교대거든요.
다음 주자가…..”
“맙소사. 식신 선수네요. 아 망했어요. 거리가 다시 벌어집니다.
아….. 이제 답이 없습니다. 바로 이어서 뚱보선수가….. 이건 완전히 망했어요.
아, 그런데 윤설아 선수 힘이 빠졌어요. 점점 속도가 느려집니다.”
초반부에는 대등한 대결을 펼치던 도전 멤버들과 설아는 중반이 넘어가고 두 명의 구멍이 연이어 달리기 시작하자 승부가 완전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수의 예상대로 중후반이 되자 다시 설아가 힘이 빠진 듯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도전 멤버도 온 힘을 다해 달렸다.
그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치열한 승부를 보여준 설아와 도전팀의 대결은 결국 설아의 승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래도 민수랑 했을 때보다는 훨씬 박진감이 넘쳤다.
대결에서 승리한 설아는 숨을 조금 몰아쉬면서도 웃으며 민수에게 다가왔다.
민수는 해맑은 설아을 보며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
원래 이런 생각으로 설아를 부른 게 아닐 텐데 어쩌면 자신이 나온 장면보다 설아가 나온 장면에서 사람들이 더 즐거워 할거 같았다.
“멋져요.”
“그럼요. 전 원래 멋진 여자거든요.”
설아에게 마저 패배하고 여자보다 느리다는 오명을 쓴 멤버들은 이미 전의를 상실해 있었다.
“윤설아 왜 이렇게 빨라?”
“와, 그러고 보니 예전에 “런런런”에서도 쟤한테 다 무너졌잖아.”
“맞네, 그랬어. 그걸 잊었네.”
세월이 세월이라 이제 방송 중에 다른 방송을 언급하거나 홍보하는 것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시기였다.
자료화면까지 쓰는 경우는 드물긴 하지만 만약 자료화면을 넣는다면 이 장면에서 예전에 설아가 “런런런”에서 동훈의 이름표를 무자비하게 뜯는 모습을 자료화면으로 내보냈을 것이다.
어쨌든 사기가 떨어진 도전 멤버와의 대결은 계속되었다.
턱걸이,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등의 기본적인 대결이 계속되었지만 6:1이라도 민수를 이길 수는 없었고 옆에서 설아는 계속 멤버들을 도발하면서 독설을 날렸다.
민수는 촬영을 계속하는 내내 이 방송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니라 설아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마 사람들도 자신보다는 예쁜 외모로 독설을 계속 날리면서 멤버들을 멘붕시키는 설아를 더 기억할 것이 분명했다.
참 재주는 민수가 넘고 실속은 설아가 챙기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설아는 그럴 자격이 있었다.
아마 피디도 설아가 없었으면 어떻게 편집을 해야 할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빠져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