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198화 (198/325)

#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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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촬영이 재개되고 다시 창민은 이를 악물었다.

그 모습을 본 민수는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진짜 칠 수는 없으니 창민이 말했던 거처럼 그냥 실감 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식!”

정호는 분노에 찬 노성을 지르면서 준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주먹은 아까처럼 민수의 얼굴을 스치듯이 지나갈 뿐이었다.

민수가 고개를 슬쩍 돌려 맞은 거처럼 자연스럽게 피한 모습을 보며 창민은 속으로 이를 갈고 있었다.

하지만 촬영은 계속되었고 이제 정호에 주먹에 얻어맞은 준호가 조소를 지은 후 바로 정호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이었다.

“슈~웅~!”

민수의 주먹은 정말 미친 듯이 빨랐다.

창민은 민수의 주먹이 자신의 쏜살같이 날아와 자신의 눈앞을 스치고 지나가자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었다.

당연히 민수는 자신이 창민을 때리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집중하면 이것보다 더 아슬아슬하게 주먹을 휘두를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창민은 그걸 모른다.

창민은 자신의 눈앞에 주먹이 지나가고 풍압이 느껴지며 심지어 바람 소리까지 나자 망연자실한 얼굴로 민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비웃는 듯한 민수의 모습에 멍하니 그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했다.

“하…. 도련님.

언제까지 이렇게 유치하게 구실 거에요?

이제 주먹을 휘두를 나이는 지났잖아요?”

민수가 준호의 대사를 치자 창민도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대사를 준비했다.

이대로 다시 NG가 나고 민수의 주먹을 다시 보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기 때문이다.

“너….너……

대체 넌 왜 모든 걸 다 가지는 거야!

아버지도 너만은 진짜 아들처럼 아꼈잖아.

그런데 네가 지분까지 가지고 있다고!?

대체 왜! 왜!”

정호가 분노에 차 소리를 질러대자 준호는 그런 정호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이봐요. 도련님.

그건 당연하죠.

전 대원 그룹의 아들이 아니라 한철원의 아들이니까요.

이 차이를 모르겠어요?”

“뭐? 그게….”

“하. 이거야 원……

이놈의 영감탱이 진짜 설명도 안 하고 애를 이렇게 키웠어?

이러니 이 모양이지.

하여간 요령 없는 영감탱이라니까.

자. 도련님 잘 들어봐요.

어렸을 때 회장님이 묻지 않았어요?

넌 대원 그룹의 아들이냐 아니냐 이렇게 말이에요.

그때 도련님은 뭐라고 대답했어요?

아마 대뜸 대원 그룹의 아들이 되겠다고 했겠죠.

조 여사님이 그렇게 키웠으니까요.”

“그거야….”

“그러니까 회장님이 도련님을 자기 아들이 아니라 대원 그룹의 아들로 키운 거예요.

그러니 당연히 부모의 정은 포기했어야죠.

도련님의 아버지는 한철원이 아니라 대원 그룹이니까요.”

“하… 넌.. 넌 아니었어?”

“네. 당연하죠.

전 그딴 아버지 필요 없다고 하고 집을 나갔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

지금이라도 회장님이 일어나시면 말씀하세요.

전 대원 그룹 필요 없습니다.

그냥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이렇게요.

그럼 회장님이 아들로만 아껴 주실 겁니다.

대신 대원 그룹은 바바이~ 어때요? 할 수 있겠어요?”

“그…그건….”

“거 봐요. 도련님.

원래 사람은 한 가지를 얻으면 한가지는 잃는 법인데 그렇게 다 움켜쥐려고 하니 결국에는 다 잃어버렸잖아요.”

정호를 비웃은 준호는 멍하니 있는 정호의 어깨를 두드리고 떠나려고 했다.

그리고 준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정호는 경황 중이라 잊었던 것이 생각났는지 준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럼 지분은 뭐야! 넌 왜 지분까지 가지고 있어?”

준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면서 정호에게 말했다.

“그거 제 꺼 아니에요. 차기 회장꺼지.

그래서 전 그 지분을 지혜 누나한테 드린 거고요.

제 눈에 차기 회장감은 지혜 누나니까요.

그럼 앞으로는 보지 말아요~

바바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준호를 보면서 정호는 허탈한 한숨을 쉬었다.

정호는 남의 손바닥 위에서 춤춘 것 같은 무력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장면의 촬영이 끝나자 민수는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창민에게 다가왔다.

“아깝네요. 선배. 진짜 실감 나게 보내 드릴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운동신경도 좋으시네요.”

민수는 자신이 일부러 안 맞춘 주제에 못 맞춰서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너무나도 파괴적인 주먹질에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풍압과 날카로운 바람 소리까지.

창민은 조금 전의 장면이 생각나서 온몸에 소름이 돋아오고 있었다.

“이런….미…미친놈…”

창민은 자신이 주먹을 먼저 휘둘렀다는 것은 기억도 못 한 채 민수의 만행을 비난하고만 있었다.

“에이~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적당히 미쳤다고.

아직도 안 믿기세요?”

창민은 진짜 눈앞에 있는 남자가 미친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 주먹에 맞았으면 자신은 바로 병원으로 실려 갔을 것이다.

미친놈은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창민은 더는 민수와 상종하고 싶지 않았다.

민수는 두려움에 떠는 창민에게 다시 비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피디에게 다가갔다.

피디는 촬영된 영상을 보며 고민에 빠져들어 있었다.

원래 대본대로라면 준호와 정호가 서로 주먹을 한 번씩 나누는 것이었는데 촬영된 영상은 준호가 한대 얻어맞고 정호는 맞지 않았다.

그러면 당연히 NG가 되고 다시 촬영해야 하겠지만 문제는 그 뒤에 촬영된 화면이 너무나 잘 나왔다.

특히 혼란스러운 정호의 모습이 너무 실감 나서 이 장면을 버리기 아까울 지경이었다.

이 장면을 잘라서 정호가 맞는 장면만 다시 촬영할까?

피디는 창민이 들었다면 경기를 일으킬 그런 생각을 하며 고민하고 있었다.

“피디님. 괜찮게 나왔죠?”

피디는 민수가 웃으며 다가오자 제 생각을 말하였다.

하지만 민수는 피디의 말을 듣고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피디님. 굳이 그럴 필요 없지 않을까요?

이대로 롱테이크로 가도 괜찮을 거 같은데요.

다시 짤라 넣고 하면 느낌이 달라질 수 있고, 그냥 이대로도 보기 좋잖아요.”

민수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그건 그랬다.

이대로도 좋은데 굳이 추가로 촬영할 필요는 없었다.

피디도 민수의 말에 동의했다.

만약 창민이 이 장면을 봤다면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민수가 촬영을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오자 수연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민수를 맞이했다.

“와. 너 진짜 때리려고 했어?

바람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거 같던데.”

“에이~ 선배 과장은….”

“와, 민수 씨 진짜…. 저거 맞으면 그냥 죽는 거 아니에요?”

은우도 저 장면이 저런 식으로 진행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누가 봐도 민수의 주먹은 살인적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저런 경험을 하면 누구도 민수에게 다시는 시비를 걸 수 없으리라.

“연기 마치고 무슨 말 했어? 저놈 표정이 참 괴상하던데.”

“아 별거 아니었어요.

아마 이젠 제가 없어도 수연 선배한테 접근 못 할 거예요.

만약 귀찮게 하면 민수한테 이른다고 하세요.

저 선배는 절 완전 미친놈으로 생각하니까 아마 효과가 있을 겁니다.”

수연은 민수의 말에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수연도 더는 참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민수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르긴. 내가 얘니? 이르게.

무슨 엄마한테 이르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이젠 신경 안 써도 돼.

지금까지 내가 너무 소극적이었어.

이제 만약 저놈이 접근하면 드라마고 뭐고 저놈 낯짝에 대고 꺼지라고 할 거니까.

민수 널 보니까 그게 맞는 거 같아.”

“어떤 게 옳다고 판단할 수는 없는 문제잖아요.

사람마다 추구하는 것이 다 다르니까요.

전 수연 선배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수연 선배 주연의 드라마인데 당연히 드라마를 망치는 게 싫었겠죠.

게다가 기껏해야 두세 달만 지나면 안볼 얼굴인데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을 테고요.

전 그냥 제가 못 참고 저지른 거니까 수연 선배 때문만은 아니에요.”

“그래그래. 어쨌든 고마워. 내 이 은혜를 잊지는 않을게.”

이번 장면을 촬영한 후 정말 창민은 민수나 수연 곁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민수가 촬영을 완전히 마치고 촬영장을 떠날 때 까지도 마찬가지였다.

8일간의 촬영을 마친 민수는 다른 배우들과 피디, 작가한테까지 배웅을 받으며 촬영장을 떠났다.

민수는 떠났지만, 아직 촬영은 많이 남았다.

민수는 자신이 없는 촬영장에서 마지막까지 별다른 문제 없이 드라마가 무사히 촬영되기를 기원했다.

민수가 드라마에 들어가는 바람에 가장 손해를 보게 된 사람은 누구일까?

그것은 바로 민수의 애인 되는 설아였다.

설아는 자신의 드라마가 끝나고 연말 시상식이 있을 때까지 이 여유 있는 시간에 민수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슬슬 분위기도 무르익어 가고 있었으니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었다.

설아는 요즘 점점 좋아지는 민수를 보면서 조금 불안했다.

원래도 남다른 외모를 가진 민수는 요즘 그 특유의 슬픈 분위기가 점점 옅어 지면서 본연의 샤방한 느낌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고, 성격 또한 예전보다 조금씩 밝아 지고 있었다.

만약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민수에게 달라붙은 날파리들이 늘어 날것이 불 보듯이 뻔했다.

지금이야 민수가 별다른 스케줄도 없이 소속사에서만 살고 있으니 문제가 없는 거지 만약 다른 스케줄을 많이 뛰게 되면 분명 많은 여자 연예인들이 민수를 노릴 것이다.

설아가 찍은 “미스 신데렐라”는 여배우들이 많이 출연한 드라마였다.

주연 배우도 여자였고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 직원들도 거의 여자인 데다, 악역으로 나온 여자 배우도 상당한 미모를 자랑한 여배우였다.

그런데 이 여배우들이 자신의 바보 오라버니와 민수 오빠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았다.

일부 여배우들은 단순한 팬심이 아니라 남자로 보고 있는 것이 눈에 확 들어올 정도였다.

특히 예전에 비키니 사인회 때 보여준 민수의 말도 안 되는 몸은 일부 여성들에게 엄청난 매력 포인트였는지 꼭 민수와 사귀어 보고 싶다는 여자들도 있었다.

대체 그 여자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어쨌든 위기는 위기였다.

심지어 민수가 자신에게 부정적이라고 말했던 여초 사이트에서조차 민수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었다.

야성적인 짐승남은 자기 여자한테만 친절해도 된다나?

이게 참 무슨 말인지 어이가 없었지만 어쨌든 여자들 사이에서 민수의 인기가 점점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었다.

설아는 그런 여자들을 보면서 조금 조바심이 느껴졌다.

민수가 연애의 고수라면 차라리 괜찮았다.

적당히 알아듣고 잘 거절할 테니까.

하지만 민수는 완전 연애 고자였고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흑심이 없는 척 다가오는 진짜 여우들에게 무방비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친구인 척 다가온 여우한테 민수가 홀랑 넘어간다면, 이건 정말 생각만 해도 짜증이 몰려왔다.

어쨌든 그런 상황이라 이번 휴가 때 큰 그림을 그리고 있던 설아는 민수가 느닷없이 드라마에 끌려가는 바람에 손가락만 빨게 되었다.

결국 설아는 그 8일의 시간 동안 나중에 쉬어도 회사에서 뭐라고 말 못 할 정도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자신의 그림을 가다듬었다.

이제 12월 중순.

수연은 드라마에 바쁘고 태준은 영화가 개봉해서 정신이 없을 시기.

지금부터 남은 보름 동안 설아는 어떻게든 일을 낼 생각이었다.

8일 만에 촬영을 마치고 여유를 찾은 민수는 소속사에서 설아와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자신이 촬영하는 동안 설아도 여러 가지 스케줄을 소화한 모양이었는데 특히 마스크 싱어에서 놀라운 노래 실력을 보여준 덕분에 설아를 찾는 곳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민수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찾는 설아가 자신과 시간을 가지는 것이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훗. 인기보다는 저의 행복이 더 중요하니까요.

사실 저희 집은 돈이 많잖아요? 그러니 돈 때문에 일을 하지는 않을 거예요!”

설아가 이렇게 대답하자 민수도 설아를 말릴 수가 없었다.

남들이 들으면 욕할 수도 있었지만 민수는 조금 뻔뻔한 그녀의 모습도 당당해 보여서 좋았다.

그게 아니었으면 항상 스스로 예쁘다고 말하는 설아에게 호감을 느끼진 못했을 것이다.

민수와 설아의 대화는 대부분 민수의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들이었다.

민수는 설아에게 특별히 자신이 창민과 대화하는 것을 녹음한 것을 다 들려주었다.

설아도 민수가 처음 녹음기를 꺼냈을 때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이런 걸 가지고 다니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요즘 핸드폰으로도 다 녹음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뷰 시에는 녹음을 하겠다고 말하고 폰으로 녹음을 하기 마련인데 번거롭게 녹음기라니 조금 놀랍긴 했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왠지 민수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녹음을 다 들은 설아는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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