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176화 (176/325)

#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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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가 스티븐에게 한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앞으로 볼일도 없는 녀석이니 그냥 신경 끄는 중이었다.

저런 주먹에 타격을 입기에는 민수의 육체가 너무나도 단단하고 견고했기 때문이다.

민수는 정말로 얀의 도발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가 민수에게 주는 감정은 그냥 성가심이 다였다.

저렇게 솜 주먹으로 툭툭 건드려대며 무슨 저열한 우월감을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영화 촬영이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드디어 민수와 얀이 같이 촬영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오늘 촬영할 부분은 피터의 제보로 조의 다음 목표를 알게 된 시우가 조를 제거하기 위하여 조 와 대결하는 장면이었다.

여러 번 조를 공격했던 피터는 결국 자신의 힘만으로는 조를 사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특무대에 지원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특무대도 미국 내 다른 조직의 눈을 신경 써야 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전력을 동원해 조를 공격하기는 힘들었다.

조의 존재는 미국 내에서도 극비였고 만약 여러 곳에서 뒷공작을 꾸미던 조가 특무대와 관계된 비밀 요원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그들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특무대는 자신들이 직접 손쓰지 않고 조에게 원한이 있을 법한 자들에게 조의 생존을 넌지시 알려 차도 살인을 계획하게 된다.

조에게 가장 큰 원한이 있는 조직은 아랍의 테러 조직 “훗사니” 그리고 중국의 삼합회였다.

특히 삼합회는 예전에 조가 엄청난 양의 마약을 보관하던 삼합회 지부를 폭발시키는 바람에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었고, 그래서 조에게 가장 이를 갈고 있던 조직이었다.

삼합회는 조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삼합회 최고의 히트맨인 명왕 시우를 미국에 파견한다.

그리고 시우는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피터의 제보를 받고 바로 조를 공격하게 된다.

다음 목표가 몸을 숨긴 건물에 도착한 조는 건물 내에서 느껴지는 음산한 기운에 일이 잘못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목표가 언제 몸을 숨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서둘러 목표를 제거하고 이곳을 벗어나려고 하였다.

특히 요즘 자신을 계속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는 피터 때문에 다양한 무기를 소지하기 시작한 조는 상대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목표를 제거하고 도주할 자신이 있었다.

적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드디어 목표가 있는 곳에 도달한 조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대가 무려 창파오(청나라 남성들의 전통 복식 혹은 무술복) 도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의 모습에 당황한 조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시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맨손으로 달려든 시우의 날렵하고 화려한 공세에 권총과 단검으로 상대하던 조가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시우는 근거리에서 사격하는 권총마저 피해낼 수 있는 엄청난 고수였다.

바로 앞에서 사격하는 권총마저 피해내는 시우를 조가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결국 조가 아무리 거칠게 공격해도 시우에게 유효타를 적중시킬 수 없으니, 틈틈이 날리는 시우의 공격에 조만 타격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배우들의 입장은 극의 흐름과 조금 달랐다.

처음에 민수는 그냥 평소에 연습하던 합대로 무난하게 연기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얀은 그럴 생각이 없는지 그의 공격 속에 미묘한 엇박자 공격이 섞여 들어오기 시작했다.

민수는 상대가 최소한의 분별력은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그건 확실히 헛된 기대였던 모양이다.

아니면 이 장면의 구성상 민수가 계속 공격을 맞기만 하는 입장이니 안심한 채 공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얀이 공격하는 방식을 살펴보니 그는 지금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미묘하게 박자를 바꿔서 민수의 NG를 유도할 생각인 것 같았다.

지금 상황에서 민수가 얀의 공격에 맞고 NG를 내도 민수의 잘못이고 민수가 얀을 어긋난 경로로 공격해 타격을 입혀도 민수의 NG가 된다.

결국 어떻게 NG가 나도 민수의 잘못이 된다는 말인데 얀은 그렇게 NG를 계속 만들어 민수에게 망신을 줄 생각이었다.

민수도 얀의 공격을 몇 번 피하면서 얀의 생각을 대충 알아챌 수 있었다.

얀의 생각을 알게 되니 그의 행동이 점점 더 괘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얀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민수는 이미 연습 중에 얀의 변칙 공격을 충분히 경험했다.

연습 중에는 촬영이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조금 느슨하게 대처해서 공격을 허용했지만 그게 촬영 중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다.

그리고 민수는 약속된 합으로도 충분히 얀의 NG를 유도해 날 수 있었다.

민수가 온 힘을 다해서 더 빨리 움직이고 공격한다면 아무리 얀이라도 민수의 공격을 모두 피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약속된 합대로 공격했는데 얀이 민수의 공격을 피하지 못한다면 그건 결국 얀의 NG가 되는 것이다.

‘좋아. 한번 해보자고. 누가 이기나.’

얀의 심보에 배알이 꼬인 민수는 공격의 템포를 한 단계 올렸다.

“퍽!”

그리고 민수를 공격하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있던 얀은 민수의 공격이 점점 빨라지자 결국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첫 NG를 기록하고 말았다.

에릭의 NG 사인이 떨어지자 촬영이 중단되고 NG를 내게 된 얀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다.

다시 촬영이 시작되고 얀은 독기 어린 눈으로 최대한 빠르게 움직였지만 민수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해 결국 NG만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당황한 얀이 나중에는 공격을 포기하고 최대한 민수의 공격을 피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데도 NG를 막일 수는 없었다.

얀이 민수의 공격에 익숙해질 때가 되면 다시 미묘하게 템포를 바꿔서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이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미묘하게 템포를 바꾸는 것은 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촬영이 수십 번 이어지고 모두가 기진맥진해진 이후에야 조가 시우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도주하는 장면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촬영이 마무리되자 민수를 제외한 모든 스태프와 얀까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얀은 민수가 웃으며 스태프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는 것을 보며 이를 갈며 돌아갔다.

이곳에는 에릭 존스의 스태프들 말고도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많은 중국인 스태프들이 모여있었다.

결국 얀은 오늘 자신의 주특기인 무술로 수십 번의 NG를 내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었다.

그것도 앞으로 자신을 섭외할 수 있는 그런 스태프들 앞에서 말이다.

아마 오늘 하루 동안 여러 번 촬영을 반복하면서 고생한 것은 앞으로 그가 겪을 고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 이래서 사람은 마음을 곱게 써야 한다.

촬영이 끝나고 에릭 존스는 조용히 민수를 불러서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촬영을 지연시키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했다.

아무리 민수가 조심한다고 했지만, 에릭 존스까지 속일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민수는 에릭의 지적에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웃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민수도 그놈의 장단에 맞춰 움직인 게 조금 창피하긴 했다.

“그 얀 이란 놈이 되바라진 놈이란 것은 잘 알고 있어.

오로지 내가 혼자 만드는 영화였다면 그런 자식은 바로 아웃이었지만 에드워드가 꼭 써달라고 하니 빼지도 못하고 끝까지 써야 해.

답답하긴 하겠지만 자네까지 그런 놈처럼 행동하지는 말아주게.

촬영이 지연되는 것은 자네에게도 좋지 않으니 말이야.”

민수는 에릭에게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놈처럼 행동해서 촬영을 지연시키는 것은 한 번으로 충분했다.

스티븐은 오늘 촬영을 지켜보며 민수의 집요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신경 안 쓴다고 말했는데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민수가 엄청난 뒤끝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저 자리에서 저렇게 연기했으면 정말 죽고 싶었을 것이다.

역시 자신이 이번에 새로 사귄 친구는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놈이었다.

촬영이 너무 지연되어서 처음으로 추가촬영이 이루어졌다.

다행히 민수의 단독 촬영이라 다른 배우들의 일정에는 지장이 없었다.

촬영 내용은 시우에게 도망친 조가 시우에게 당한 상처를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하여 민수는 가슴에 여러 가지 상처 분장을 하고 상반신 노출을 해야 했다.

“이건 또 무슨 무협지냐…..”

민수는 촬영에 앞서 여러 상처를 특수 분장으로 추가하면서 자신의 가슴에 크게 새겨진 손바닥 모양의 상처를 바라보았다.

이 장면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 어이없었다.

천극권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겨우 한대 얻어맞고 이런 상처라니.

마치 예전에 한창 인기 있었던 의천도룡기라는 무협 영화에서 현명신장에 맞은 상처 같았다.

민수가 어이없어하는 와중에 다른 사람들은 민수의 몸을 보며 어이없어하고 있었다.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스티븐이었다.

에릭 감독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중국인들은 민수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 인터넷에 떠돌아다닐 때 민수의 몸을 본 적이 있었다.

물론 직접 눈앞에서 보니 더 충격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티븐은 민수를 전혀 몰랐고 곱상한 외모 뒤에 저런 몸이 숨겨져 있을지 짐작도 못했다.

스티븐이 입을 쩍 벌리고 당황하는 걸 애써 외면한 민수는 분장을 마치고 에릭 감독에게 다가갔다.

“아니 감독님, 이런 장면이 대체 왜 필요한 건가요?

역시 시우가 얼마나 대단한 강적인지 보여주기 위해서인가요?”

민수는 이런 쓸데없는 장면이 들어간 이유가 시우란 캐릭터를 어느 정도 띄워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장면을 찍을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에릭은 민수의 질문에 크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리가. 시우랑은 전혀 상관없어.

이건 그냥 팬서비스야.

자네의 몸은 그 자체로 그냥 예술이야.

그런 멋진 몸을 가지고 있는데 당연히 팬들에게 자랑해야지.

난 도대체 그 “용명”에서 왜 자네가 상의 탈의를 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아마 자네가 옷을 벗었으면 관객이 10%는 더 들어왔을 거야.

저번 영화에서 써먹지 않았으니 이번 영화에서 내가 잘 써먹어 주지.”

팬 서비스라면서 환하게 웃는 에릭의 모습을 본 민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역시 할리우드의 거장 감독답게 에릭도 자본주의를 아는 인물이었다.

그에게 흥행을 위해서 배우의 샤워 장면을 끼워 넣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민수는 어이가 없었지만, 에릭의 요구를 충실히 따랐다.

자신의 몸이 흥행에 영향을 줄 거 같지는 않았지만, 감독의 지시를 거부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에릭이 말이 맞는다면 흥행을 위해서 그 정도 서비스는 충분히 해줄 용의가 있었다.

반라의 조가 거울 앞에 섰다.

예상치 못한 상대에게 가격당한 가슴에는 손바닥 모양의 상처가 남아있었다.

그 상처를 바라보는 조의 눈썹이 살짝 올라가고 눈매가 매서워졌다.

카메라가 뒤로 이동하며 점점 조의 몸이 화면에 담기기 시작했다.

그의 몸은 조각 같은 동시에 너무나도 흉악했다.

온몸에 얼기설기 상처가 이어져 있고 여러 곳에 총상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벽에 기댄 채 샤워기에 물을 틀자 조의 몸에서 끊임없이 핏물이 흘러 내려왔다.

거친 상처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핏물.

오늘의 명장면이었다.

조가 샤워하는 장면을 촬영하던 에릭 감독은 저 장면 때문에 관객이 10%는 늘어날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만약 저 장면의 일부를 홍보 영상으로 쓴다면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것이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민수는 평소처럼 인터넷으로 다른 배우들의 상황을 살펴봤다.

소희가 출연한 중국의 사극 “무후 측천”은 지금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본 방송의 시청률이 상당한 것은 기본이고 중국 전역에서 판매되는 다시 보기 VOD도 상당히 많이 팔려나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가장 재미있는 것은 중국인들이 패월화로 열연하고 있는 소희가 한국인임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었다.

하긴 소희의 중국어 연기와 중국어 구사 능력을 생각해보면 소희를 보고 타국인이라고 생각하기는 조금 힘들 것이다.

아무래도 소희가 “용명”에서 씬 스틸러이긴 했지만, 출연 분량이 많지 않아 중국인들의 기억 속에 완벽하게 자리 잡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가 끝나면 분명 많은 중국인이 소희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설아가 출연한 드라마 “미스 신데렐라”가 방송되고 있었다.

민수는 설아의 첫 드라마인 “미스 신데렐라”를 빠짐없이 모니터링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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