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164화 (16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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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윤 대표님.

혹시 흥행에 따라 추가로 런닝개린티를 달라는 말씀이시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흥행에 대성공하면 흥행 수익에 따라 어느 정도 추가적인 개런티를 지급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것은 원래 이 바닥에서 흔한 일이니까요.

그걸 말씀하시는 것이겠죠?”

에드워드의 말에 윤 대표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런 말이 아니라, 기본 개런티 없이 오직 수익 비율로만 런닝개런트를 받고 싶다는 뜻입니다.”

윤 대표의 대답을 들은 에드워드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이해할 수가 없군요. “용명”이 중국 내에서 제법 잘 나가서 중국 시장이 조금 만만해 보이시나 본데,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솔직히 아무리 에릭이라고 해도 중국에서 흥행을 장담할 순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런닝개런티라니, 그건 완전히 도박이나 마찬가지인데 너무 욕심이 과하신 거 아닙니까?”

에드워드의 말에 윤 대표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차분하게 설명했다.

“사실 저도 말리고 싶긴 한데, 배우의 뜻이 워낙 확고합니다.

그리고 조금 오해를 하고 계시나 본데 저희가 러닝개런티를 원하는 것은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돈만 생각했으면 4000만 위안을 받고 훗날 흥행했을 때 추가로 약간의 수익을 분배받는 것이 더 이익이지 않겠습니까?

그가 그렇게 러닝개런티를 요구하는 것은 영화에 더 강한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서 입니다.

그 말은 즉 영화가 성공하면 더 많은 대가를 받고 영화가 실패하면 같이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오해하지 마시고 저희 배우의 뜻을 잘 헤아려 주십시오.”

윤 대표의 말이 끝나자 에드워드는 잠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 군요. 음…..

그쪽에서 솔직하게 나오시니 저도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이 영화는 큰 수익을 못 낼 가능성이 큽니다.

이 영화는 명백히 내수용 영화입니다.

에릭이 만들었다고 해도 미국에 수출될 수 있는 그런 영화가 아니란 이야기죠.

게다가 투자금을 생각하면 손익분기점은 대략 흥행수익 8억 위안.

관객 수로 따지만 2000만은 들어와야 한다는 뜻이고요.

이 말은 손익 분기점도 못 넘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인데, 솔직히 손익 분기점을 못 넘어도 천루는 별로 손해 날 일이 없어요.

아시다시피 천루의 목적은 흥행만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배우님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인데 그래도 런닝개린티를 고집하시겠습니까?”

“후…. 사장님.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말 돈 때문이 아닙니다.

솔직히 돈을 더 벌고 싶었으면 삼화쪽이랑 드라마를 찍고 중국에서 CF를 찍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했겠죠.

지금 우리 배우가 중국에서 인기가 있는 것은 확실하고 또 중국어 연기를 아주 능숙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배우는 돈과 상관없이 그냥 책임을 같이 지고 즐거움을 함께하고 싶다는 것뿐입니다.

사장님이 이점을 확실히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군요.”

윤 대표의 말이 끝나자 에드워드는 한동안 파안대소를 멈추지 못했다.

“하하하하. 기가 막히는군요.

좋아요. 알겠습니다.

이런 건 또 에릭의 말 대로군요.

음…. 그럼 어쩐다……. 그럼 12% 드리겠습니다.

영화의 흥행 순수익과 DVD, VOD 판매 수익까지 포함해서 12%.

이 수치는 제가 제시할 수 있는 최대한입니다.

배우가 영화와 책임을 같이 하겠다는 그 뜻이 정말 고마워서 베푸는 제 호의입니다.

어떻습니까? 마음에 드십니까?”

에드워드의 말대로 영화가 어느 정도 흥행할 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시하는 12%는 정말 큰 수치였다.

윤 대표는 그가 정말 자신이 제시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조건을 내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좋습니다.

저희 배우도 조건을 기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

“아니요. 생각 같아서는 더 드리고 싶어도 지금 상황에서는 더 높은 조건을 제시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영화가 크게 흥행하게 되면 따로 추가적인 금액이 지급되도록 계약하겠습니다.”

윤 대표는 에드워드의 배려에 감사하며 흔쾌히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리고 두 남자가 서로 손을 굳건히 맞잡으며 그렇게 계약이 완료되었다.

윤 대표와 에드워드 모두가 만족하는 그런 계약이었다.

윤 대표와 민수가 떠나고 에드워드는 에릭과 잠시 계약과 영화 진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배우는 어때?”

“생각보다 더 좋아.

지금 자체로 몸 상태가 최고야.

따로 몸을 만들 필요는 없겠어.

내일 당장 불러서 합만 맞추면 바로 연기할 수 있어.

평상시에도 그 몸을 유지하고 있다니 역시 그놈은 내 예상대로 정상이 아니야. 큭큭.”

즐거워하는 에릭을 보며 에드워드도 같이 웃었다.

확실히 몸 상태가 좋으면 추가로 시간을 줄 필요도 없이 빠르게 촬영을 진행할 수 있으니 시간이 급한 지금으로써는 상당한 호재였다.

“그래? 다행이네.

올해 안에 촬영 끝나면 자네도 미국으로 넘어가 바로 내년부터 다시 계획했던 작품을 찍을 수 있겠어.”

“그럼 그게 베스트지. 그나저나 계약은 어떻게 됐어?

아무래도 우리 입장이 조금 난감하다 보니 좀 더 많이 내줬어야 했을 텐데.”

에릭의 말에 에드워드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트리며 계약 조건에 대하여 설명해 주었다.

“뭐? 그렇게 계약해 달라고 했다고?”

“어. 내가 처음에 제시한 것은 4000만 위안. 서로 밀고 당기면서 마음 상하기 싫어서 바로 최고가를 부른 건데, 그쪽에서 먼저 그런 조건을 제시했어.”

“거봐. 내가 뭐랬어. 정상 아닐 거라고 했지?

그런 유별난 녀석이 별 말 없이 영화를 찍는다고 했을 때 뭔가 이상하다고 했어.

런닝개런티라…. 그래도 그 녀석은 확실히 좋은 쪽으로 이상해서 다행이네.

할리우드에는 진짜 별별 거지 같은 놈들이 천지인데.

그 정도 능력 있는 녀석이 책임감이라….. 확실히 그런 면은 마음에 드네.

내가 맡긴 것들을 충실히 잘 해낼 거 같아.”

“그래, 나도 그래서 뒷말 나오지 않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충분히 해줬어.

기본 12%에 흥행 여부에 따라 최고 20%까지야.

이 정도면 진짜 말도 안 되는 건데.

그래도 단독주연이니 이 정도까지는 해줄 수 있지.

그래서 배우가 연기를 더 열심히 하면 우리한테 손해는 아니잖아?

만약 흥행하면 4000만 위안은 우스울 정도로 많이 벌 수 있을 거야.”

“이제 그럼 다 준비하는데 2주일 정도 걸리겠군.

그 녀석은 3일 후에 오기로 했고 그 녀석이 오면 합부터 맞추고 들어가 봐야겠군.

2주일 후에 남은 배우들이 다 모일 때까지 합을 맞춰보면 대충 사이즈가 나올 거야.”

“결국 이렇게 되는군. 처음에는 정말 중국 배우로만 영화를 찍으려고 했었는데.”

“미안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는 거 이해하지?”

조금 미안해하는 에릭의 말에 에드워드는 그냥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천루가 이 영화를 계획하면서 세운 목표는 세 가지였다.

첫째. 에릭 존스에게 할리우드 영화의 제작과정과 기법을 배운다.

둘째. 중국 배우로만 영화를 찍어 중국 영화의 자존심을 세운다.

셋째. 가능하면 영화를 흥행시켜 수익을 극대화한다.

하지만 주연 배우가 중국인이 아닌 민수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두 번째 목표는 바로 물 건너갔다.

이렇게 된 이상 천루는 남은 두 가지 목표를 확실하게 이루기 위하여 에릭 존스의 할리우드 제작진과 에릭 존스와 같이하는 액션 스턴트 배우들, 그리고 몇 명의 액션 배우들을 초빙하였다.

에릭 존스의 제작 스텝들과 중국의 스텝들이 같이 다니면서 제작 과정을 더 자세하게 배우고, 에릭 존스와 오랜 시간같이 해서 그의 액션 세계를 잘 이해하는 액션 배우들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그래도 기대가 되는군. 3일이라…..”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민수는 윤 대표에게 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12%요?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왜 이렇게 많이 주는 거죠?”

“글쎄….. 솔직히 내가 생각한 것보다 너무 많아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구나.”

“한국에서는 런닝개런티를 어느 정도 받나요? 사실 톱스타들만 받는 거라 그들이 어느 정도 받는지 잘 모르거든요.”

“음… 한국에서는 대충 출연료를 받는 경우에는 손익분기점 이후에 관객당 100원이나 200원 정도 까지 받는 거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대충 비율로 따지면 2~5% 정도 받는다고 보면 될 거 같구나.

이번에 태준이가 맺은 계약도 7억에 5%니까 말이다.

그 정도면 지금 한국에서는 최고로 높은 대우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용의 울음”이 워낙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고, 그 안에서 태준이가 보여준 연기가 훌륭했지.

그래서 젊은 배우 중에는 최고의 대우를 받은 거야.

그런데 확실히 중국은 단위가 다르더구나.

아니 그보다 지금 천루의 상황 때문에 그렇다고 보면 되겠지.

에드워드 사장이 보자 마다 대뜸 4000만 위안을 불렀어.

아마 나도 너랑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그냥 바로 OK 했을 거야.”

“와. 엄청나네요.

제가 잘은 모르지만, 그 정도면 정말 중국에서도 최고급 대우 아닌가요?”

“맞아. 내가 알기로도 그래.

에드워드 사장은 확실히 영화의 흥행보다 영화를 찍으면서 얻게 되는 다른 이득을 더 신경 쓰고 있는 분위기였다.

영화는 무조건 빨리 찍어야 하는데 배우는 너뿐이니 그냥 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그 사실까지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내가 그 조건을 거절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것 같더구나.

그래서 런닝개런티를 달라고 할 때는 얼마나 황당해하던지.

솔직히 나도 그냥 그 돈을 받는 것이 맞았다고 생각하지만, 네 녀석이 꼭 런닝개런티로 하자고 하니….

뭐 어쩌겠니.

그냥 그대로 계약해야지.

그래. 네 녀석 뜻대로 되니 기분이 어떠냐?”

“제 생각대로 결정되었으니 당연히 좋죠.

생각보다 배분율이 높은 것도 좋고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제 뜻을 따라 주셔서요.”

민수는 큰돈이 오가는 중에도 제 뜻을 따라준 윤 대표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꼈다.

계약의 주체는 분명 자신이긴 하지만 자신의 출연료 중 30%는 회사의 몫이었고 결국 윤 대표는 그 자리에서 18억을 거절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윤 대표가 금전적인 것에 초연한 사람이라도 당장 굴러오는 18억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 알아주니 고맙구나.

그나저나 에드워드는 영화의 흥행에 별로 자신이 없어 보이던데, 에릭 감독은 어떻더냐?”

“글쎄요. 제가 볼 때는 영화를 대충 만드는 거 같지는 않았어요.

확실히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분이었거든요.

처음에는 저도 중국 스텝들을 가르치기 위하여 영화를 찍는다는 말에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감독님을 보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이곳에서 배울만한 것이 있을지는 제쳐두고 우선 영화 자체는 그래도 잘 나올 거 같으니 열심히 해봐야죠.”

“에드워드 말을 들어보니 확실히 손익 분기점을 넘기도 쉽지 않아 보이더구나.

그러니 그렇게 배분율을 높게 결정한 것이겠지.

하지만 네가 하기에 따라서 더 영화가 잘될 수도 있으니 항상 최선을 다하거라.

뭐, 너라면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만 그래도 조금 걱정이 되긴 하구나.”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

전 언제나 최선을 다하니까요.

제힘으로 꼭 처음에 제시한 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들고 가겠습니다.”

“그래. 그게 최선이겠지.

성취감도 느끼고 더 큰 이익을 얻을 수만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거야.

그래. 일정은 3일 후부터라고?

소희네팀이 중국으로 떠나더니 이제 너를 담당하는 팀도 중국으로 보내야 하는구나.

미리 인원을 확충해 놓아서 정말 다행이야.

안 그랬으면 또 급하게 인원을 추릴 뻔했구나.

앞으로 이제 설아부터 태준이 수연이 까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테니.

인원을 더 모집해 놓아야겠구나.”

“이제 대표님도 바쁘시겠네요.

제 일정은 말씀하신 대로 3일 후에요.

여기서 배우들하고 합을 좀 맞추고 바로 촬영에 들어간다고 해요.”

“그래. 힘내서 잘해봐라.”

윤 대표는 민수가 이번에도 충분히 자신의 몫을 잘 해낼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는 아직 한 번도 자신을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분명히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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