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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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민수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배우들이 모두 떠난 방안에 혼자 남은 민수는 앞으로의 행보에 대하여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대부분의 투자자나 감독들은 자신에게 액션 연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흘러가는 분위기를 봤을 때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거 같았다.
소희의 말대로 여러 가지 일들이 겹치면서 자신의 이미지가 그렇게 구축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자신이 이미지 변신을 꾀하려면 역시 수연의 말대로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유리했다.
다만 이것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태준의 말처럼 일부 여성들이 자신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드라마는 가장 여론에 민감한 매체였다.
주로 공략하는 대상이 여성인 경우도 많았고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 제작사들은 여성들의 동향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아마 드라마 제작사 측에서는 자신이 여성들에게 어떤 이미지인지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소희의 말대로 일부 과격한 여성들의 의견이 여성들 전체의 의견을 대표하는 건 분명히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위험부담을 굳이 지려고 하지 않을 가능성도 컸다.
과연 그들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일부 여론을 무시하고 약간의 부담을 지더라도 꼭 섭외해서 같이하고 싶은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면 잠깐 인기를 끌고 있는 반짝 배우이니 굳이 그런 위험부담을 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어쩔 수 없네.
당분간은 기다려 보자.
섭외 연락이 오는 것을 보면 아마 알 수 있겠지.”
문득 민수는 자신의 작품 수가 수연 선배만큼만 되었어도 지금보다는 여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배우는 인기와 함께 경력도 중요했다.
몇 개의 작품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는가?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그런 부분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하긴…. 어쩌면 겨우 한 작품 만에 연기 변신을 생각하고 있는 내가 건방진 걸지도……”
민수는 상황이 계속 이렇게 흘러가면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액션 영화라도 찍어서 경력을 쌓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민수가 고민하고 있을 때 윤 대표도 민 여사와 함께 배우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역시 우리 사고뭉치는 바람 잘 날이 없네요. 이번엔 또 액션 영화에서만 섭외가 들어오고 있다고요?”
“허허, 그러게 말이야.
문제는 녀석의 생각인데…..
내가 지금까지 봐온 바로는 이 녀석 분명히 이번에는 액션 말고 다른 걸 하려고 할 거란 말이지.
우선 섭외 온 것은 녀석에게 건네줬어.
그리고 좀 더 기다려 보자고.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하긴 액션 연기가 대단하긴 했어요.
내가 감독이라도 한번 데리고 영화를 찍어보고 싶을 만큼요.
그런데 만약 민수는 계속 다른 걸 하고 싶어하고 섭외는 지금처럼 액션 영화만 들어오면 어떻게 하죠?”
“음…..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
다양한 영화에서 섭외가 오고 있지 않은 건 민수의 액션이 특출나게 훌륭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말로는 다른 부분은 아직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기도 해.
그럴 때는 차라리 액션 영화를 몇 편 더 찍어서 모든 부정적인 가능성을 인기로 눌러 버리는 거야.
다른 부정적인 위험 부담을 뛰어넘을 정도로 인기가 있으면 결국 찾게 되어 있거든.
그리고 아무리 액션 영화라도 다른 연기를 보여 줄 수 없는 것은 아니잖아?
그렇게 몇 편의 영화에서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다면 제작사 쪽이나 감독들에게 확실한 신뢰를 줄 수 있고 그때는 정말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선택해서 할 수 있을 거야.
지금의 태준이처럼 말이야.
하지만 만약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는데 민수가 무조건 액션 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나온다면……
아예 영화로는 독립영화를 찍어 버리거나, 저번에 “송포유”처럼 다른 배우들이 꺼리는 드라마를 찍는 수밖에 없겠군.
하지만 항상 그런 드라마가 있는 것은 아니니 그것도 쉽지는 않겠지.
지금 민수가 인기가 있긴 하지만 솔직히 아직 완전히 검증된 건 아니야.
작품도 2개 밖에 없는 반짝스타일 뿐이지.
그나마 그 두 개의 작품에서 인기를 많이 얻은 건 사실이라 활로는 뚫었다고 볼 수 있지만, 정말 괜찮은 영화나 드라마를 마음먹고 찍으려는 제작사들의 머릿속에는 아마 아직도 민수에게 물음표를 던지고 있을 거야.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인기가 있는 건 사실이니까 민수의 인기를 원하는 감독이나 피디, 제작사가 있을 가능성도 제법 높아.
그러니 한번 기다려 보자는 거지.
그리고 박 실장하고 분석팀 직원들도 하반기 제작 예정 드라마나 영화들의 감독과 피디, 제작사 들이 어떤 배우를 원하고 있고 누가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보고 있으니 곧 결론이 날 거야.
만약에 진짜 적당한 곳이 있으면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법도 있으니 말이야.”
윤 대표의 말에 민 여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대표님. 보고서는 받으셨죠?”
“하…. 참.
어쨌든 우리가 진시첸이라고 생각했던 놈이 지금 사장이 된 놈이고 진짜 진시첸은 그나마 생각이 똑바로 박힌 놈이었는데 지금은 중국으로 돌아갔다는 거였지?
만약 그 보고서대로라면 앞으로 한국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찍기가 좀 더 빡빡해지긴 하겠지만 어차피 진룡하고 상종하지 않으려는 우리 입장에서는 별로 달라질게 없어.
영화를 통해서 신인 배우들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았고 비 진룡계 제작사들과 영화사에서는 섭외가 계속 들어오고 있으니까 말이야.
난 차라리 그 정보를 몰랐던 것이 다행이다 싶어.
만약 진시첸 사장하고 손을 잡고 안심하고 있다가 진시첸이 뒤통수 맞고 돌아갔으면 우리 입장은 지금보다 더 어려웠을 거 아냐?
어쨌든 앞으로도 진룡하고는 상종할 생각이 없으니 그쪽이 지지든 볶든 신경 쓰지 말자고.”
“민수는 이제 그래도 한고비는 넘긴 거잖아요.
하지만 설아랑 소희는 괜찮을까요?”
“음….. 사실 그 아이들이 지금 바로 주연을 꿰차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다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래도 우리의 계획대로 영화 상영 기간 동안 여기저기 얼굴을 알릴 수 있었다는 거야.
그래서 진룡하고 사이가 안 좋은 상황에서도 여러 가지 제안은 계속 들어오고 있으니 말이야.
바뀐 진룡의 사장이 얼마나 거지 같은 짓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도 지금은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어.
아마 신선한 얼굴을 원하는 피디나 감독은 설아나 소희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을 거야.
소희와 설아에 대해서는 나도 계속 신경을 쓰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
“하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올해 진룡에서 유독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잖아요.
겨울쯤이 되면 좀 괜찮아지겠지만 여름하고 가을은 거의 진룡 쪽에서 투자한 드라마와 영화가 판을 치고 있으니…..
만약 진짜 그 아이들이 찍을 만한 게 없으면 어쩌죠?”
“확실히 그렇긴 해.
“유적 탐색자”를 시작으로 올해 진룡의 투자 규모는 이례적이긴 하지.
하지만 모든 드라마에 간섭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틈은 충분히 있어.”
여기까지 말한 윤 대표는 민 여사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인지 더 자신감 있고 어쩌면 조금 거만해 보이는 표정으로 다음 말을 이었다.
“정 안되면 까짓것, 영화 한 편 더 만들지 뭐.
그래서 우리 민 여사님 건물 한 채 더 올려주면 되는 거 아니겠어?”
거만한 윤 대표의 말에 민 여사의 입에서는 피식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번에 민 여사가 170억가량을 투자하고 얻게 된 수익은 대략 300억 정도.
처음에 윤 대표가 말한 것처럼 강남에 제대로 된 빌딩을 올릴 정도의 돈의 아니었지만 웬만한 큰 건물 한 채 정도는 충분히 사들일 수 있는 돈이었다.
민 여사는 영화로 얻은 이익이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장난스럽게 윤 대표에게 투정을 부렸다.
“솔직히 조금 실망이었다고 할까요?
큰소리 빵빵 치길래 진짜 강남에 빌딩을 올려줄 줄 알았거든요.
뭐, 건물 한 채도 작은 건 아니지만 처음에 워~낙 큰소리를 쳤으니까요.”
민 여사의 장난스러운 볼멘소리에 윤 대표의 입에서는 끙하고 신음이 세어 나왔다.
확실히 영화를 다 찍은 날 민 여사에게 자기가 빌딩 따위는 우습다는 듯이 이야기하긴 했었다.
물론 그건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것뿐이었지만 아마 중국 개봉까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자신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 진짜 중국 개봉이 실패하는 바람에 정말 배우들한테도 그렇고 당신한테도 그렇고 체면을 계속 구기는 거 같아. 에휴~”
자신의 농담에 낙담하는 윤 대표를 보며 민 여사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
“그런데 문제의 “용명”은 결국 어떻게 되었나요?”
민 여사가 중국판 “용의 울음”인 “용명”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내자 낙담하던 윤 대표가 조금 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흠… 어쨌든 잘 나오긴 했어.
그래서 바로 삼화 필름에 보내주었지.
그네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 눈이 제대로 박혔으면 영화는 맘에 들 거야.”
“음… 아무래도 당장 상영하기는 어렵겠죠?”
“그렇겠지. 삼화가 트랜스포머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태에서 그런 판단을 하기는 힘들겠지. 당국의 눈치도 보일 테고 말이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트랜스포머가 내려간 후에 상영하는 거야.
우리로선 이게 베스트지.”
“어쨌든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래, 잘 돼야지.
우리 영화를 보고 위시춘이 골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으면 좋겠군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