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152화 (152/325)

#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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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 민수는 윤 대표와 “용의 울음”의 정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2000만이 약간 못 되는 관객을 기록한 “용의 울음”은 대충 600억 정도의 순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그중 배우들의 몫으로 배정된 것이 240억 정도.

그리고 주연 배우인 태준과 민수가 얻게 된 수익은 이것저것 제외하고 대충 30억 정도였다.

참고로 찬진과 그의 영화사는 계약대로 순수익의 10%인 60억 정도를 가져가게 되었는데 이 돈이면 자신이 생각하던 고(?)예산 독립영화를 제작할 수 있겠다는 엉뚱한 말을 하며 좋아했다고 한다.

윤 대표는 민수에게 수익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음…. 솔직히 말해서 네가 일반적인 형태의 계약을 했으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을 거다.

소속사에서 만드는 영화이다 보니 수익 배분을 되도록 고르게 할 수밖에 없었고, 일을 도와준 강환이나 그 극단에도 수익을 배분해 줘야 했어.

그러다 보니 결국 주연 배우인 너랑 태준이가 손해를 본 셈이 되었지.

이런 손해는 해외에서 얻은 이익으로 벌충하려고 했지만, 너도 알다시피 상황이 이래서 그건 힘들게 되었구나.

그 점은 내가 미안하게 생각한다.”

사과하는 윤 대표에게 민수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대표님. 누가 저에게 이정도 영화의 주연을 맡기겠어요?

솔직히 이런 영화가 있으면 돈을 주고라도 들어와야죠.

배우기도 많이 배웠는데 돈까지 이렇게 벌다니 솔직히 좀 신기하네요.

그리고 생각보다 더 많아서 좀 놀랐어요.

다른 배우들도 이 정도는 받는 건가요?”

“그건 아니란다.

아무리 그래도 주연배우랑 조연배우가 같은 돈을 받을 수는 없지.”

윤 대표는 사실 배우들의 수익이 생각 보다 나오지 않은 이 상황에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비록 액수 자체만 본다면 부족하지 않은 금액이지만 그들이 자신을 무조건 믿고 따라 준 것, 그리고 자신의 억지 때문에 중국어 연기까지 하는 고생을 겪은 것을 생각하면 이 액수는 많이 부족했다.

한국에서의 수익 분배는 최대한 투자자가 손해를 보지 않고, 영화 촬영에 수고해준 사람들에게 이익을 골고루 나누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이 진짜 이익을 얻는 곳은 중국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다 보니 배우들의 수익이 자신의 예상보다 작아진 것이다.

그나마 한국에서 2000만에 거의 근접한 엄청난 흥행을 거두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조금만 관객 수가 적었다면 자신은 얼굴을 들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성 형님하고 윤숙 누님도 섭섭지 않을 정도로는 받으실 거야.

아. 물론 설아나 수연이, 소희도 적지 않은 돈을 받을 수 있을 거고.

결국 주연 배우가 받아야 할 것들을 조연 배우들한테까지 분배한 셈이니 내가 미안하다고 하는 거란다.”

“아뇨. 미안하긴요.

고생은 다 같이 했는데 돈도 다 같이 받아야 그게 이치에 맞겠죠.

다행이네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대표님.”

민수의 밝은 표정을 보고 마음이 조금 편해진 윤 대표는 민수에게 여러 개의 대본을 내밀었다.

“우선 당장 너한테 들어온 대본들이다. 우선 살펴보고 혹시나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가져오너라.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어.

신중하게 생각해도 된단다.”

“네 대표님. 천천히 살펴볼게요.”

민수는 윤 대표에게 인사를 건넨 후 자신에게 들어온 대본 5개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어머~ 우리 사고뭉치가 대본을 받아 가는 구나.”

“아, 민 여사님.

제가 예전에는 귀염둥이였는데 어느새 사고뭉치가 됐네요.”

“후훗. 네 녀석이 움직일 때마다 사고가 발생하니 어쩌겠니.”

민수를 귀염둥이라고 부르던 민 여사는 어느 순간부터 민수를 사고뭉치라고 부르고 있었다.

하긴 그녀의 말대로 움직일 때마다 사고가 터지니 민 여사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민수도 그런 호칭이 딱히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정말 이상하게 계속 사고가 터지는 것이 자신도 어이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오죽하면 멍청이들이 달려는 것을 보고도 그걸 자연스럽다고 느꼈을까.

민수가 생각하기에도 자신은 좀 마가 낀 녀석이었다.

“그럼 좋은 이야기 나누세요. 전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래~ 그러렴. 나중에 또 보자~”

민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던 민 여사는 민수의 모습이 사라지자 바로 대표실로 들어섰다.

민수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대본을 살펴보았다.

“음…. 액션이라…… 왜 이런 거 밖에 안 들어오냐?

이제 액션은 좀 피하고 싶은데…..”

우선 민수에게 들어온 5권의 대본은 영화였는데 다 액션 영화였다.

아무래도 “용의 울음”에서 준수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 것이 감독들이나 투자자들에게 크게 어필이 된 모양이다.

하지만 민수는 당분간 가능하면 액션은 피하고 싶었다.

지금 민수의 머릿속은 “용의 울음”에서 강철이나 진성이 보여준 뛰어난 내면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용의 울음”에서는 내면 연기보다 액션 연기가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그 점이 아쉬웠으니 이번에는 진한 내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영화를 찍고 싶었다.

“이래서야…….”

민수는 대본들을 보면서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민수가 고민하는 사이 민수의 방에는 다시 배우들이 모여들었다.

민수의 방에 들어선 태준은 가장 먼저 민수가 받은 대본들을 살펴보았다.

“아, 하여간.

투자자나 감독님들은 뭐하나 보여줬다 하면 꼭 그거만 보려고 달려든다니까.

우리 정 배우는 결국 액션 배우가 될 팔자인가 보네그려.

이렇게 액션 영화만 잔뜩 들어오는 걸 보니 말이야.”

“그건 어쩔 수 없지. 감독들은 최대한 위험부담을 줄이고 싶을 테니까.

돈이 일이억 드는 것도 아니고 모험은 당연히 피하고 싶지 않겠어?”

수연와 태준이 이야기하는 사이에 민수는 태준이 들고 있는 대본을 확인하였다.

역시 태준은 자신과는 다르게 액션을 제외한 다양한 배역이 들어와 있었다.

하긴 한 편의 영화에 출연한 반짝스타인 자신과는 다르게 태준은 이미 사람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인정받는 스타였다.

그러니 섭외 받는 배역도 다양한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게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았지만 그래도 조금 부러운 건 사실이었다.

그러니 자신도 이제 저렇게 다양한 배역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니 이번 배역은 정말 중요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자신은 액션 연기만 하는 그런 배우로 낙인찍히게 될 것 같았다.

“역시 액션은 다 패스해야겠어.

사람들이 이미지 이미지 하는 게 무슨 말인지 이제 알겠네.”

“이미지가 무섭긴 하지.

나중에는 정말 비슷한 거 밖에 안 들어온다니까.

내가 예전에 그랬잖아.

뭐, 난 소속사에서 대놓고 그렇게 만든 거였지만 어쨌든 그렇게 되면 정말 피곤해진다고.”

“그렇게 보면 수연이도 운이 좋았지.

막판에라도 그렇게 평소와는 전혀 다른 배역이 들어온 거니까.”

민수는 태준과 수연의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자신의 처지는 이런데 설아는 어떤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설마 설아도 자신처럼 액션에 관한 것만 들어온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설아 씨는 어때요? 혹시 설아 씨도 액션 영화가 들어오는 건가요?”

설아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전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많아서요.

배역은 다양한데 크게 비중 있는 건 아직 없어서 고민 중이에요.

게다가 배역 자체도 별로 매력적이지 않으니 더 마음에 안 차네요.”

민수는 설아의 말을 들고 그녀는 자신과는 입장이 조금 다른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다만 배역의 비중이 크지 않다고 하니 제작사 입장에서는 아직 설아의 연기력을 완전히 신뢰하지는 못하고 있나 보다.

다행스럽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이상하기도 했다.

같이 액션 연기를 했던 설아는 저렇게 배역이 다양한데 왜 자신은 액션만 있는 걸까?

“대체 왜 나한테는 액션만 들어왔을까? 나 그래도 송포유에서는 나름 섬세한 감정연기를 잘한 것 같은데…..”

민수가 의문에 빠져있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희가 입을 열었다.

“요즘에 일본에서 “용의 울음”의 관객이 빠르게 늘고 있데요.”

“?”

민수는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일본에서 영화가 흥행하고 있는 것과 자신에게 액션 연기만 들어오는 것 두 사실 간의 상관관계가 무엇일까 생각하고 있는데 자신이 결론을 내리기도 전에 소희의 설명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천천히 늘어나고 있었죠. 그런데 저번에 팬 사인회 이후에 갑자기 늘기 시작했대요.

일본에서 팬 사인회를 사람들이 민수 선배님을 “비~스토” 라고 부르더라고요.

그리고 그 이후에 일본 여성들이 “용의 울음”을 갑자기 더 많이 찾기 시작했고요.

“비스토?”

“Beast. 짐승이라고. 우리 정 배우가 위험하긴 하지만 그리 덩치가 크진 않은데 말이야.”

“하긴 민수 오빠의 몸이 지나치게 위험해 보이긴 했죠.

그런데 왜 일본에서 갑자기 관객들이 늘어났을까요?”

특히 일본 여성들이 많이 본다고요?”

민수는 배우들의 말을 듣고 조금 집히는 바가 있었다.

일본의 여성들은 요즘 좋은 말로는 점잖고 좀 나쁘게 말하면 초식 습성의 일본 남자들에게 점점 실망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한국의 드라마가 수입되면서 드라마 안에서 보여주는 저돌적이면서 동시에 로맨틱한 남성상이 점점 그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는데 민수의 전생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아하. 알겠네.

일본 여자들이 요즘 일본 남자와는 다른 로맨틱하면서도 거친 남자들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

송포유에서 한 여자에게 순정을 바치는 데다가 곱상한 외모를 가진 민수가 그런 반전 있는 몸을 가지고 있으니 일본 여자들이 민수에게 매력을 느끼는 거야.

위험하지만 자신에게는 자상한 남자.

곱상한 얼굴에 숨어있는 반전.

캬…. 딱이네. 딱이야.”

수연의 지적에 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민수 선배님이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줄 정도로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거예요.

최근에 민수 선배님의 이미지가 어떻죠?

영화에서는 미친 듯한 액션을 선보였고요.

현실에서는 7명한테 달려들었어요.

그리고 팬 미팅에서는 그 말도 안 되는 몸을 선보였으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민수 선배님을 그렇게밖에 쓸 수 없는 거예요.”

소희의 설명은 민수가 바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었다.

“하….. 그래서였나.

나에게는 그냥 스쳐 가는 일들이라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게 모이니까 이렇게 돼 버리는구나.”

“어쨌든 지금은 조금 기다려야겠네.

사람들이 다 민수에게 그런 것만 기대한다면 민수 입장에서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긴 해.

아마 사람들은 송포유에서 민수가 보여줬던 감정연기는 다 잊어버리지 않았을까?”

“결국 이번에는 무조건 액션은 피하고 부드러운 영화를 찍어야 하겠네.

문제는 언제 그런 영화가 들어오냐는 것이지.”

“대표님께 따로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흥행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무조건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는 영화만 받아 달라고요.”

“차라리 그러면 드라마는 어때?

드라마라면 그래도 충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수연의 제안에 민수는 결국 자신도 드라마를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민수는 당분간 촬영 환경이 열악하여 연기에 집중하기 힘든 드라마는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는데 어쩌면 선택의 여지가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흠…. 일본 여자라.

그런데 내가 얼핏 듣기로는 한국에서 여자들이 생각보다 정 배우를 그렇게 좋아하지만은 않는다더라고.”

“글쎄. 그런가?”

태준의 말에 수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잘 보면 민수 오빠한테 댓글 다는 애들은 다 남자애들뿐이에요.

대체 왜 그런 걸 까요?”

설아 까지 그렇게 말하자 민수는 씁쓸하게 웃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그런 면이 있죠.

예전에 고소건 때문에 저를 좋지 않게 생각하시는 여성분들이 제법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 그때 그일?

그 일은 그 여자가 무고를 한 게 이미 밝혀진 지 오래인데 그게 무슨 말이야?”

“일부 여성들은 무고를 했어도 제가 그 여자를 지켜 줬어야 했다고 생각하나 봐요.

남자답지 못하다나. 뭐 그런 말들이 종종 나온다나 봐요.”

“하여간 별 이상한 애들 다 있다니까.”

배우들의 말을 듣고 있던 소희가 말을 덧붙였다.

“일부 여초 사이트에서는 그런 말들이 아직도 있긴 한 가봐요.

사실 원래 그런 곳에서 다른 사람을 헐뜯는 사람들이야 상종할 필요 없는 사람들이죠.

모든 여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쨌거나 총체적인 난국이네. 우리 민수는…..”

수연의 말에 민수는 어떻게 할까 고민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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