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151화 (151/325)

#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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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첸은 한국 사업의 인수인계를 위하여 잠시 한국에 들렀다.

자신이 야심 차게 진행해서 이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한국 사업.

하지만 본국에서 완전히 귀국하기를 요구한 이상, 자신이 계속 한국에 목을 매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중국 사업의 문제와 한국 사업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결국 이렇게 되었다.

특히 중국에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자신과 같은 진룡의 로열패밀리였기 때문에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었다.

물론 그 문제가 진짜 문제인지는 확인해 봐야 했지만 말이다.

자신이 중국에서 동분서주하고 있을 때 한국 지부가 어떤 식으로 흘러갔는지는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자신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임시 대표.

하지만 자신은 지금 그 임시 대표에게 사장 자리를 완전히 넘겨줘야 했다.

인수인계를 마친 진시첸은 마지막으로 황꾸웨민 사장을 찾아갔다.

진시첸 아래에서 이사로 있다가 한국지부에 사장이 된 황꾸웨민은 여유 있는 얼굴로 진시첸을 맞이했다.

진시첸은 잠깐 아무런 말도 없이 그를 노려보기만 했다.

“윤태준은 중국에서도 자신이 통한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지.

그리고 정민수 이수연도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 윤 엔터는 무조건 안고 가자고 지시했을 텐데.”

“중간에서 착오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 그리고 “유적 탐색자”는 기존의 계획을 파기하고 시나리오까지 뜯어고친 후 중국 로케를 40%에서 80%로 올렸다지?

“네. 그쪽이 더 가능성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가 한국 관객 500만….. 경쟁작은 한국 관객 동원 신기록을 세웠고 말이야.”

“그건 사장님 책임도 있다고 봅니다만…. MJ에서 “용의 울음”측에 400개의 스크린을 배정해 줄 수 있게 허락한 것이 사장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영화가 흥행한 건 내 잘못이다?”

“그걸 떠나서 이 작은 나라에서 2000만을 찍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어차피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영화는 “유적 탐색자” 입니다.”

그의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순 없었다.

아무리 “용의 울음”이 한국에서 엄청난 흥행을 했어도 결국 총 수익을 생각해 보면 “유적 탐색자”가 월등했다.

한국에서 “용의 울음”이 2000만 관객을 논하고 있을 때 사실 중국에서는 “유적 탐색자”가 3000만 관객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래, 좋아. 어차피 이제 한국 지부를 당신이 맡을 테니 알아서 잘해보라고.

하지만 내가 진룡을 위하여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충고하지.

계속 그런 식으로만 사업을 한다면 결국 진룡 미디어 한국 지부는 문을 닫게 될 거야.

내가 돌아올 때까지 한국 지부가 문을 닫지 않았으면 좋겠군.”

진시첸은 이 말을 남기고는 상대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바로 걸음을 재촉했다.

한동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황꾸웨민은 작게 이를 갈면서 중얼거렸다.

“가진 거라고는 혈통밖에 없는 애송이 주제에….”

진시첸은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한국 지부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 RD와 윤 엔터가 충돌하면서 아니 정확히는 일방적으로 RD 쪽에서 공격한 것이지만, 진시첸은 윤 엔터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았다.

윤태준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이 작은 소속사는 생각보다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윤강철 본인부터가 대단한 배우였고, 원로 배우라는 조진성, 정윤숙까지 몸담고 있었으며 문제의 발단이 되었던 정민수와 이수연마저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배우들이었다.

그리고 설령 윤 엔터에 속한 배우들의 가능성을 배제한다고 치더라도 그 뒤에 숨어있는 자본력은 느낌이 심상치가 않았다.

진시첸은 윤 엔터의 실체를 확인하자마자 이쪽하고는 같이 가야 한다는 결론을 바로 내릴 수 있었다.

솔직히 자신이 운영하는 산하 소속사에서 내부 고발을 한 직원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느냐, 연습생 한 명이 그곳으로 옮겨갔느냐의 이야기는 큰 회사를 지키고 있는 진시첸에게는 아주 사소한 일일 뿐이었다.

그리고 진시첸은 그런 사소한 일로 자신에게 올 거대한 이익을 외면하는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이 윤 엔터에 대하여 알아보는 동안 윤태준이 삼화와 손을 잡고 중국 활동을 시작하자 아차 싶기도 했다.

그래서 바로 아래에 명령을 내려 되도록 빠르게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도록 지시했었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는 그런 곳이었고 진시첸은 평소에도 능력 있는 친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아무리 서로 얽힌 문제가 있는 곳이라고 해도 재능 있는 배우가 있는 소속사와 손을 잡고 가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메시지가 세간에 나돌면서 문제는 점점 악화하였다.

자신은 다른 형들보다 나이가 어렸고, 사업에 늦게 뛰어들어 아직 자기 사람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한국 지부 내에서도 아직 자신의 사람이 아닌 자들이 제법 있었지만, 자신의 지시를 이렇게 직접 거역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사람들은 자신을 자존심만 강한 이기적인 애송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자존심이 강하다는 건 물론 사실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었고, 적어도 비즈니스에서는 내가 상대에게 많은 걸 원한다면 상대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큰 것을 줘야 한다는 그런 기본적인 이치를 잘 알고 있었다.

이 말은 자신이 상대에게 무식하게 굴종만 요구하는 그런 멍청이가 아니라는 말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자신의 사람들이 너무 적어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을 쓸 수밖에 없었고, 둘째 형의 사주를 받은 그들이 저지른 다양한 행패가 어이없게도 모두 자신의 이름으로 행해졌다.

당연히 그들은 바로 쳐냈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행한 모든 일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러니 다른 회사의 내부사정까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사람들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오명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다.

서서히 사업을 넓혀가면서도 내부 단속에 항상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한두 명씩 회유, 제거하며 그래도 이제 중요한 부서에는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 넣었다고 믿고 있던 상황에서 터진 문제였다.

자신의 지시가 대놓고 어겨졌고 그 뒤에는 자신에게 둘째 형이 심어둔 측근이자 감시역인 황꾸웨민이 있었다.

이를 확인한 진시첸은 이 기회에 숨어있는 암적 존재를 모두 제거하려고 했다.

하지만 거기에 때맞추어 본국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자신은 한국 지부의 문제를 다 해결하지 못한 채 바로 중국으로 이동해야 했다.

본국에서 당 간부와 문제를 일으킨 둘째 형.

그리고 한국에서 자신의 지시를 어긴 둘째 형의 측근.

게다가 문제를 일으킨 둘째 형은 아이러니하게도 “유적 탐색자”가 중국에서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었다.

자신이 중국으로 온 틈을 타 한국 지부를 황꾸웨민이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조차 결국 둘째 형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둘째 형은 사실 한국 지부가 어느 정도 자리 잡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다른 이의 과실만 빼먹는 비열한 행태.

역시 항상 한결같은 모습만 보여주고 있었다.

자기가 알면서도 당한 건 둘째 형의 행보가 예상한 것 보다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 상처를 내면서 까지 자신을 불러내고 이곳을 탐내다니.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진시첸은 앞으로 한국 사업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안 봐도 눈에 선했다.

분명 돈의 힘으로 상대를 찍어 눌러 상대의 과실만 빼먹으려 들것이다.

둘째 형 밑에 있는 사람들은 다 한결같이 그렇게 행동했으니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으리라.

이번 일만 해도 그렇다.

저 머저리는 자신이 왜 MJ에 “용의 울음”의 상영을 허락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유적 탐색자”가 계획과는 다르게 한국에서는 흥행을 보장할 수 없게 수정되었고, 그러면 1200개의 스크린을 내어준 MJ는 결국 어느 정도 손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거기에 “용의 울음”을 아예 상영하지 않는다면 MJ는 자연히 구설에 오르게 될 테고 그러면 MJ 측은 자연스럽게 추가적인 손해를 보게 된다.

자신이 “용의 울음”의 상영을 허락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유적 탐색자”가 한국 흥행이 확실하다면 MJ 측에 그 정도 손해를 요구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상황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으니까 말이다.

적어도 자신의 이익 때문에 상대가 입을 수 있는 손해는 가능한 한 줄여준다.

이건 진시첸이 생각하는 최소한의 파트너십이었다.

만약 자신이 나서서 허락하지 않았으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분명 저 머저리는 MJ가 중국 사업 때문에 자신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는 것을 이용해 MJ의 손해를 강요했을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한국 흥행을 포기한 주제에 상대에게는 더 큰 손해를 강요하다니 이 얼마나 어이없는 짓인가.

어쨌든 자신은 지금 중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둘째 형의 실책을 만회한 후에도 한국에 돌아올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척을 진 윤 엔터에서 제작한 영화가 한국 내에서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였고, 본사에서는 그 윤 엔터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지 못한 자신의 안목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것이 자신의 지시가 아니라고 한들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건 그거대로 자신이 조직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일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없는 사이에 “유적 탐색자”가 제작 발표되고 중국 내에서 흥행을 기록하였으니 자신이 굳이 한국 지사에 사장으로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시첸은 언젠가 자신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이곳에서 이방인이라는 사실조차 잊은 채 상대를 찍어 누르려고만 하는 놈이 사업을 제대로 간수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때는 또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겠구나.”

한탄이 절로 나왔지만, 이것도 결국 아래 사람들을 완벽하게 다스리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었다.

자신이 일구어 놓은 모든 것들이 사라지더라도 자신이 직접 만든 인맥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믿으며 진시첸은 이를 악물고 비행기에 올랐다.

민 여사는 오랫동안 조사했던 진룡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보고 받고 있었다.

“생각보다 내용이 자세하군요.”

“네, 운이 좋았습니다. 이번에 진룡에서 대거 물갈이에 나섰기 때문에 접근이 쉬웠습니다.

진시첸의 사람인 것이 확실한 인사들은 대거 자리를 잃었으니까요.”

“이 보고서를 보니….. 진시첸은 말이 통하는 인물이네요.

그런데 왜 세간에서는 전혀 다르게 알려져 있을까요?”

“둘째 진훼이루 쪽에서 오랫동안 연막을 뿌려놓은 듯합니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나중에 한국 사업부를 장악했을 때를 대비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사람… 결국 뒤통수 제대로 맞은 셈이군요.”

“아무래도 사업 수완도 좋고 능력도 있지만,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확실한 자기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사람 보는 눈도 아직은 조금 부족해 보이고요.”

“그러고 보니 진성 오라버니가 얼핏 지나가듯이 이런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죠.

투자사를 운영하는 친구가 말하길 진시첸이 그래도 말이 통하는 인물이라는데 우리한테 그런 어이없는 경고를 날린 것은 이상하다고 말이에요.

결국 경고를 보낸 건 지금 사장으로 있는 황꾸웨민? 이름도 어렵네요. 어쨌든 이 사람이란 건데

대체 이 사람은 왜 그런 경고를 날린 거죠?”

“이 사람이 정우철이랑 친분이 깊은 사람입니다.

정우철이 이 사람한테 기름칠을 엄청나게 했다고 하는군요.

진시첸도 그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 사람이 둘째의 측근이고 본사에서 내려온 자신의 감시역 같은 존재라 어떻게 하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그래도 상당히 성공적으로 견제를 하고 있었는데, 한국 사업부가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 그래서 둘째가 진시첸의 생각보다 한발 앞서 움직인 것 같습니다.”

“정우철의 이름이 나오는 거 보니 어떤 놈인지 알만하네요.

진시첸이 셋째라고 했죠?

결국 너무 유능해서 문제가 되어버렸군요.

만약 좀 더 천천히 내부부터 장악하고 들어갔으면 이렇게 뒤통수를 맞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에요.

역시 능력 좋은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신해서 문제에요.”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내부단속과 확장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 허점이 생겨 버린 거니까요.”

“그나마 말이 통할 진시첸이 사라져 버린 건 아쉽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예상한 대로 흘러 버렸네요.

진룡하고는 결국 한길을 갈 수 없다는 것으로요.

중국에서 가수들을 핍박하고, 당 간부하고 문제를 일으켰다니….

이거 진짠가요?

중국에서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아! 이거…. 쇼네요.

와, 이거 진짜…..

당이 얽혀 있으니 알면서도 당할 수 밖에 없었겠군요.

그나저나 그쪽 인물들도 독하긴 하네요.

결국 진시첸에게서 한국 지부를 뺏으려고 일부러 상처를 입은 거니까요.

비록 가짜 상처지만 사람들은 그걸 모를 테니 진짜 상처로 보일 거고…..

가운데서 진시첸만 바보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그런 회장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사업을 총괄하는 것은 첫째 진위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회장이 일선에 물러났지만, 후계자로 진위롱이 확정된 것도 아니다 보니 진웨이루를 견제할 사람이 마땅치가 않습니다.

하지만 아마 회장도 알고는 있을 겁니다.

어쩌면 세 아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나 살펴보고 있을 수도 있겠죠.

아직 후계자는 확정이 아니니까요.”

“하여간….. 그쪽 사람들의 이런 행태는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아마 뒤에서 지켜 보면서 계산을 한창 하고 있겠죠.

누가 진짜 후계자에 어울릴지.

좋아요. 대충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잘 알았어요.

이거 윤 대표님한테도 올라간 서류죠?”

“네 이사장님. 대표님한테도 바로 올려 드렸습니다.

“좋아요. 윤 대표님을 좀 만나 봐야겠네요.

지금 민수랑 상담하고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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