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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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울음”은 별다른 일이 없다면 7월 초에 막을 내리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그리고 6월 말이 되면서 급격하게 관객 수가 줄어드는 중이었기 때문에 트렌스포머가 개봉하는 7월 초에 계획대로 상영을 종료하기로 최종 결정되었다.
7월 초가 다가오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모두 “용의 울음”이 정말 2000만 관객을 돌파할 수 있는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1900만이 넘어서면서 크게 주춤하던 관객 수는 막판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다시 반짝 늘어나 최종관객 수를 예상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상영 마지막 날이 지나고 사람들은 과연 최종 관객 수가 얼마나 될지 집계가 발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최초로 2000만을 돌파한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용의 울음 역대급 흥행 최종 관객 수 1997만.]
[2000만에 3만 부족한 관객 수 2000만 돌파에는 실패]
[아쉬운 뒷심. 2000만은 역부족.]
최종 관객 수가 집계되어 발표되자 언론들은 다들 앞다투어 대서특필했고 기사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어떤 사람들은 아쉬움을 한숨을 쉬었다.
윤 엔터의 배우들도 집계를 보고 각자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음…. 정말 내가 부정 타는 소리를 많이 해서 그런 건가?
왜 그런 거 있잖아. 안돼! 안돼! 하면 진짜 안 되는 거.
거참…. 이거 이렇게 되니까 기분이 또 묘하네”
“왜요? 오라버니 말대로 딱 2000만 바로 앞에서 멈췄으니 좋아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나도 2000만 넘길 바라고는 있었지.
이런 기회가 흔한 것도 아니고.
아버지랑 같이 찍은 마지막 영화인데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으니까 말이야.”
태준도 말로는 안 된다고 외쳤지만, 마음속으로는 2000만이 넘기를 바라고 있었던 모양이다.
민수는 1997만이라는 숫자에 조금 당황한 듯한 태준을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 기자 진짜 웃기네, 2000만 중에 1997만인데 역부족이라니.
이 자식은 산수도 못 하나?”
수연도 기사를 살펴보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제 진짜 비키니의 압박에서는 해방이네요.”
이 와중에 비키니를 언급하는 건 그나마 정상인 축에 속했던 소희가 유일했다.
그녀마저 정말 윤 엔터 배우들의 사고방식을 본받기로 한 것일까.
“그렇긴 하네. 흠…. 사람들이 우리 여배우들의 비키니 사인회를 많이 기대하고 있었을 텐데. 많이들 아쉽겠어.”
태준이 웃자고 한 말이지만 의외로 그의 말은 정확했다.
정말로 지금 각종 커뮤니티 한구석에서는 아쉽다는 소리가 종종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대부분 아쉽다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포기하지 못한 어느 커뮤니티 일각에서 흘러나온 어떤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가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점점 이상해 지고 있었다.
-아깝. 3만밖에 안 남았는데 그게 안 넘네.
-여신 바텐더님의 비키니를 영접할 기회가 이렇게 날아가다니.
-이것들이 한국영화 흥행사를 갈아엎는 영화가 나오나 마나가 중요한 판국에 배우들 비키니만 신경 쓰고 있냐?
-그러는 넌 기대 안 했음?
-미안. 사실 나도 하긴 했지. 쩝.
-남자라면 다 했겠지.
-여자들도 했을 걸 윤태준 정민수가 보통 배우들이냐?
-사실 난 민수형한테 더 설렜는데 젝일.
-저놈은 또 뭐야?
-그런데 이거 윤태준이 관객 2000만이라고 했지. 한국 관객 2000만이라고는 안 했잖아?
지금 일본 관객이 63만이라는데 합치면 넘은 거 아냐?
-??????
-???????
-!!!!!!!!!
관객 수 집계가 끝나고 2000만을 넘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애써 마음을 달래던 태준은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아연실색하고는 자신의 인터뷰 영상을 다시 살펴보았다.
“와…. 미친….. 진짜네……”
정말 한 사람이 지적했듯이 자신은 한국 관객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관객 수라고 말하고 있었다.
“허….. 어쩌지?”
각종 커뮤니티에는 태준의 인터뷰 영상을 확인한 후 배우들이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말들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거셌다.
이러다가는 자신이 거짓말쟁이가 될 판이었으니 당황한 태준은 배우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민수는 이 상황이 어이없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엄청나게 웃기고 유쾌했다.
“세상에…. 하하하 미치겠네. 진짜.
그냥 흘리듯이 한 말을 저렇게 기억하고 있다니.
역시 사람들은 대단하네.”
“하.. 진짜 저 바보 오라버니를 어쩌면 좋을까.
오늘은 저 바보를 죽여도 신이 저를 용서하지 않으실까요?”
“후….. 이거 2000만도 못 넘었는데 비키니 입을 판이네.
하여간 윤태준은 윤태준이라니까.
저 입이 문제지. 진짜.”
“이 분위기라면 아무래도 피할 수 없을 거 같네요.”
배우들의 핀잔 속에서 태준은 딱히 뭐라고 변명하지 못했다.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어쨌든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큭큭, 그러지 말고 그냥 한번 해 주죠.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건 사실이니까 팬 서비스 차원에서 한번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
저기 윤 배우 체면도 세워줄 겸 해서요.”
민수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여배우들도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꼭 지켜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연예인인 이상 자신이 한 말은 가능하면 지킬 필요가 있다.
이런 것 하나하나가 이미지로 쌓이는 것이니 말이다.
배우들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사람들이 관심이 떠나기 전에 빠르게 움직이기로 했다.
그날 바로 배우들이 사인회가 개최된다는 기사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갔다.
장소는 광화문 광장으로 결정되었다.
혹시 많은 사람이 몰렸을 때를 고려한 판단이었다.
팬 사인회는 선착순으로 500명이었고, 시간도 가능하면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을 낮으로 결정했다.
사인회를 하면서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오지 않기를 바라다니.
배우들에게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었다.
사인회 시간이 다가오고 배우들은 수영복을 입은 채 밴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타고 오기는 각자 자신의 차를 타고 왔지만 생소한 상황에 긴장된 나머지 한곳에 모여있는 것이었다.
설아의 지옥 훈련이 효과가 있었는지 수영복을 입은 여배우들의 몸매는 좀 과하게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번 사인회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까 봐 아리 재단에서도 특별히 상당수의 인원을 배치하였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윤 대표는 태준의 헛소리 때문에 결국 설아까지 비키니를 입게 된 이 상황을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자신도 배우였으니 관객 수 공약이 중요한 팬 서비스의 일종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가능하면 지켜주는 게 좋다는 것도 이해하지만 그게 설아의 비키니로 이어지는 이 상황이 못마땅한 것이었다.
어깨의 솔을 걸치고 있던 설아는 무안하게 웃으며 앉아 있는 태준을 강하게 노려보았다.
“어쨌든 끝나고 봐요. 오라버니.
나 오늘 진짜 오라버니를 죽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하하하….. 미안…..”
제법 진지하게 협박하는 설아의 모습에 태준은 난감한 듯 웃으며 사과할 뿐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당당하게 행동해요.
이럴 때를 대비해서 몸매를 가꾼 거잖아요.
어차피 입은 비키니인데 움츠리면 더 이상해 보여요.
다들 최고조에 오른 몸매니까 더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알았죠?”
설아는 자신이 가장 어린 주제에 언니들이 움츠러들까 걱정되는 것 같았다.
민수도 설아의 말에 동의했다.
어차피 입은 거 당당하게 행동하는 게 더 멋있어 보일 것 같았다.
시간이 되고 배우들이 마련된 사인회장으로 나아갔다.
낮인데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렸다.
“용의 울음”의 흥행에 대한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기자들도 엄청 많았으니 이 사소한 사인회에 사람들이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처음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아름다운 세 여배우의 비키니였다.
세 여배우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늘씬한 소희도 아름다웠고, 비율 좋은 수연도 기대 이상이었지만 주인공은 역시 설아였다.
설아의 완벽한 몸매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줄 정도였다.
하지만 진정한 씬 스틸러는 따로 있었다.
사람들이 아무리 여배우들의 몸매에 신경을 쓰려고 해도 그 옆에 떡하고 버티고 선 민수에게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옷을 입고 있을 때는 슬림하고 날렵해 보여서 잘 몰랐지만 민수의 몸은 섬세한 근육이 살아 숨 쉬는 것 같았고, 군살이 전혀 없는 상태로 근육이 얼마나 섬세하게 자리 잡고 있는지 사람의 몸이 아니라 무슨 맹수의 몸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몸 군데군데 나 있는 온갖 상처들이 민수의 경력과 합쳐져 사람들의 묘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었으니 더 그랬다.
비록 민수에 몸에 난 상처들이 여름에 웃통을 벗고 전투 축구나 전투 농구를 하다가 입은 상처들과 급하게 작업을 하다 동료의 삽에 스쳐 입은 상처라고 할지라도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오해를 할 만 했다.
특히 압권은 등 뒤에 길게 나 있는 흐릿한 화상 자국이었다.
예전에 화재사고에서 탈출하면서 입은 그 화상 자국은 이제 시간이 지나 대부분 아물었지만, 그 흔적이 남아 민수의 등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이미 흐릿해서 특별히 보기 흉하지는 않았지만, 등 전체를 가로지르는 그 흉터는 민수의 야생적인 근육과 합쳐져 보는 이에게 큰 위압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팬 사인회가 시작되고 배우들은 웃으면서 팬들에게 사인을 해 주었다.
많은 팬이 각자 배우들에게 다가가 사인을 받고 감사 인사 혹은 안부 인사를 나누었고 배우들도 웃으면서 반겨주며 별 탈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팬 사인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비키니 사인회에 대한 기사와 후기가 인터넷을 뒤덮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진정한 명품 몸매. 윤설아.]
[세 여배우의 삼색 매력 집중 분석]
[자신의 공약을 지킨 윤 엔터의 젊은 배우들]
[광화문 광장을 뜨겁게 달군 배우들]
그리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오늘 있었던 사인회에 대한 후기와 소감이 올라왔고 사람들은 그에 대하여 자신들의 생각을 솔직하게 개시하고 있었다..
-와 진짜 여신이었어. 솔직히 기대는 했는데 이건 그 이상이야.
-진소희도 그렇고 이수연도 보기와는 완전 다르더라. 하루 이틀 가꾼 몸매가 아니었어.
-수영복도 뽕이란게 있잖아? 그렇지 않아? 그런거겠지? 그런걸거야.
-위에 놈은 왜저래? 무슨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하고 있구만.
-음….이런 말하긴 왠지 조심스럽긴 한데.
민수형은 조금 무서웠어.
사람 몸 같지가 않았다고 해야 하나?
아니 그 정도의 액션에 운동신경도 엄청 좋고 해서 어느 정도 대단할 거로 생각하긴 했는데.
상상을 조금 뛰어넘었다고 할까?
-오늘 사인받으러 온 애 중에 민수형 쪽으로 가다가 방향 튼 애들도 제법 됐어.
뭔가 느낌이 싸해서 말이야.
-짐승의 몸 그 자체였지.
-그런데 그 상처 뭐야.
진짜 이형 옛날에 뭔가 한 거 아니야?
등에 난 상처는 진짜…..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상처가 생기는 거야?
-왜 태준이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냐?
그 녀석 과감하게 삼각을 입고 왔던데.
-태준이가 좀 불쌍하긴 했지. 태준이도 비시즌의 남배우치고는 정말 몸이 좋았거든.
아마 비교 대상이 민수형만 아니었으면 그럭 저럭이었을 텐데.
어쩔 수 없었어.
-사람을 사람이랑 비교해야지. 사람이 아닌 그 무엇이랑 비교하면 되냐?
-민수형의 몸을 보니 정말 앞으로는 민수형한테 입조심을 해야 할 거 같아.
고소장 맞으면 진짜 누구 말대로 민수형이랑 경찰서에서 만나야 하는 거잖아.
왠지 흐르는 분위기가 점점 여배우의 아름다운 비키니에서 민수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방향으로 흐르더니 결국에는 태준이 불쌍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어이없긴 했지만 어쨌든 배우들은 한고비 넘긴 심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후후후. 오늘 바보 오라버니가 제일 굴욕을 당한 거 같으니 그냥 제가 참고 넘어가겠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제발 그 입조심 좀 했으면 좋겠네요.”
왠지 후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는 태준을 보면서 설아는 쉽게 그를 용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본의 아니게 굴욕을 당한 태준을 매우 고소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진짜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민수 몸이 장난이 아니네.
무슨 사람 몸이 저래?”
“사람들이 민수 선배님께 사인을 받으러 가지 않은 게 이해가 되는 몸이었죠.”
수연과 소희도 후기를 보며 한마디씩 덧붙이자 민수는 조금 멋쩍은 기분이 되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자신이 몸이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다시 살게 되면서 얻은 특전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쩝…. 나도 나쁘지는 않았다고.”
태준은 왠지 조금 억울한 듯 보였다.
민수도 태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태준의 몸은 정말 괜찮았으니까.
잠시 그렇게 사인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던 배우들은 이제 정말 “용의 울음”이 끝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다 같이 한 영화에서 즐겁게 촬영하던 것은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이제 다시 다음 작품을 위해 움직여야 할 시간인 것이다.
“이제 진짜 끝났네.
영화도 내려왔고, 공약까지 지켰으니…..”
“그러네, 진짜 끝이야.
이제 다시 앞으로 무슨 작품을 선택할 지 고민할 시간이니까.”
민수의 첫 영화 “용의 울음” 한국 관객 1997만이라는 기록과 태준에게 굴욕감을 선사하며 그렇게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