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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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일반인 시사회가 열리고 그와 동시에 전국 상영관에서 일제히 “용의 울음”을 상영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인터넷상으로는 일부 행동이 빠른 사람들의 감상평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었다.
정말 재미있다. 미친 것 같다. 배우들을 갈아 넣었다. 한 번 봐라. 두 번 봐라. 정말 최고다. 등등
대부분의 사람이 극찬하고 있었고 그런 평가는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 자극하고 있었다.
시사회 일정까지 모두 마치고 차후 일정을 조율 중인 엔터 젊은 배우들은 사람들의 평가를 하나하나 읽어가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윤설아는 완전 여신이다. 너무 예쁘고 연기도 너무 잘하는 듯. 마지막에 오열하는데 나도 찔끔했다. 어머…. 저보고 여신이래요. 히힛.”
자신을 극찬하는 네티즌의 감상평을 보고 설아는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민수는 밝게 웃는 설아의 모습을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찬진은 설아의 등장 씬에 그야말로 혼을 갈아 넣은 거 같았다.
사전에 아름답게 표현할 거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정말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같이 촬영했던 민수조차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꽃잎과 그 사이에서 검을 휘두르는 설아.
펄럭이는 하얀 소맷자락과 한 자루의 검.
게다가 설아가 움직일 때마다 카메라가 이동하거나 앵글이 바뀌고, 심지어 모션조차 느려졌다 빨라지면서 동작을 더 화려하게 꾸며 주었다.
정말 그 등장 씬에서 설아는 여신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작 민수가 놀란 건 민수가 퍼져있을 때 촬영된 에필로그 영상이었다.
에필로그에서 연화는 진이 죽은 후 진을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데, 제사를 지내는 동안 연화의 얼굴이 조금씩 늙어 가고 머리도 서서히 세어가는 모습이 연출되었고, 제사를 끝낼 때쯤에는 노년의 연화가 되어 연화가 변함없이 진을 생각하고 있음을 표현하였다.
민수가 놀란 건 연화의 얼굴을 그대로 비친 상태로 서서히 늙어가는 연출을 하였음에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촬영 중에는 별로 무게감이 없어 보였던 찬진이 다시 보이는 순간이었다.
태준도 사람들이 역시 윤태준이라면서 자신의 연기를 찬양하고 있는 것을 기분 좋게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아버지에게 전혀 꿀리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준 청출어람 아들이라는 글이 태준의 기분을 한껏 띄운 장본인인 것 같았다.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소희는 영화에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나올 때마다 씬 스틸러로써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연기파 신인 배우라는 이미지를 쌓아 올리게 되었다.
특히 도발적이고 매혹적인 춤을 추며 등장하는 장면은 예전에 예능에서 수줍게 말하던 모습과 너무 차이가 커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항상 예쁜 역할만 한다고 비난받던 수연 역시 강단 있고 심지 굳은 현을 연기하며 자신의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예능에 나와 자신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인간 이수연의 이미지는 날이 갈수록 좋아졌지만 정말 제대로 연기를 보여 준 것은 송포유에서 미주를 연기한 것밖에 없었고 그것마저 초반에는 조금 허둥댔기 때문에 사람들은 수연의 연기력에 대하여 아직은 물음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선 굵은 연기를 확실히 보여 주었으니 사람들도 이제 수연의 연기력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민수.
아무래도 가장 많은 찬사를 받은 것은 민수였다.
사람들은 민수의 액션이 지금까지 자신이 봐온 그것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연기라며 찬사를 보냈다.
특히 민수가 싸우는 장면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아슬아슬함이 느껴지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말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극찬했다.
“그나저나, 바보 오라버니.
이러다가 진짜 우리 서울 한복판에서 비키니 입고 사인회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설아의 말에 태준은 피식 웃으며 어림없다는 듯 이야기했다.
“아이고, 우리 동생. 벌써 그런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하고 있었어요?
이천만이라니 그게 말이나 되냐?
우리나라 인구가 넉넉잡아 구천만이라고 해도 전 인구의 20%가 넘는 사람들이 봐야 이천만이잖아.
아버지가 국민배우라고 불릴 때도 찍지 못한 관객 수야.
지금은 그때보다 더 힘들걸.
영화 말고도 즐길 미디어가 한두 가지도 아닌데 이천만이 한 영화를 본다니 말도 안 되는 거지.”
말도 안 된다는 태준의 말에 설아가 조금 입을 내밀며 투덜거렸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만약이란 것도 있는 거잖아요.
만약 그렇게 되면 어쩌실 거예요?.”
“그러면 뭐, 즐거운 마음으로 비키니 한번 입고 사인회 하는 거지. 별거 있나.
이천만 찍었는데 그거 한번 못 해줄까.”
태준이 뻔뻔한 태도로 대답하자 여성들이 인상을 쓰면서 태준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수연은 한숨을 쉬며 태준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아니, 이 바보야.
설아 말은 내가 입는 비키니를 왜 네가 결정하냐 이 말이야.
네가 우리랑 상의도 없이 그렇게 내지르는 바람에 부담은 우리가 지게 됐잖아.
그걸 어떻게 책임질 거냐는 거지.”
수연의 말에 태준은 혀를 차면 민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금 진지한 얼굴로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이거 봐.
설아가 이렇게 속이 좁아요.
어차피 되지도 않을 거 선심성 공약하나 걸었다고 저렇게 방방 뛰니 연기는 어떻게 하나 몰라.
이제 앞으로 연기하다 보면 키스씬은 빈번하게 찍을 거고, 때에 따라서는 노출도 하게 될 텐데 말이야.”
민수는 초점이 어긋난 태준의 말을 한숨과 함께 바로잡아 주었다.
“아니, 그보다 그냥 허락도 없이 공약 던진 걸 미안하다고 하면 될 거 같은데.
그래도 이미 뱉은 말이니 혹시나 넘게 되면 어쨌든 해야 하는 거잖아.
아무래도 남자인 우리보다는 여성인 설아 씨가 더 부담이 가긴 할 테니 말이야.”
민수까지 그렇게 말하자 태준도 더는 뻗댈 수가 없었다.
“끙… 부담이라…. 하긴 그런가.
뭐 좋아. 내가 경솔하긴 했네.
사과할게.
그런데 막상 딱 물어보는데 딱히 할 게 없더라고.
그래서 한번 막 질러본 거뿐이야.
비키니 입을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셔.”
자신만만한 태준을 보며 설아가 이를 갈았다.
“만약 진짜 만일이지만 그렇게 되면 오빠는 반드시 꽉 붙는 삼각팬티 수영복을 입힐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설아의 말에도 태준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어차피 그렇게 될 일도 없는데 그게 삼각팬티든 알몸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용의 울음”이 큰 인기를 얻으며 상영하고 있는 사이에 “유적 탐색자”도 개봉하게 되었다.
다만 시사회의 일정이 거의 중국에 치중되어 있었다.
한국에서는 서울과 부산 두 곳에서만 시사회를 열고 나머지 시간은 전부 중국에서 시사회를 가지는 것이다.
“용의 울음”이 모든 광역시에서 시사회를 가진 것과는 조금 다른 행보였다.
윤 대표는 “유적 탐색자”의 일정을 전해 듣고는 고개를 조금 갸웃거렸다.
“아무리 중국을 노리고 만든 영화라지만 VIP 시사회도 중국에서 하고.
일반인 시사회도 한국에서는 서울과 부산뿐이라….
그래도 한국에서 만든 영화인데 한국 관객에게 너무 무관심한 거 같아.
원래 진룡이 이런 식으로 일 처리를 했던가?”
윤 대표가 알기로 진룡은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디어 그룹이지만 한국에서는 국내의 편의를 많이 봐주는 편이었다.
이것은 사장인 진시첸의 사업전략이기도 했는데 그랬기 때문에 지금까지 무리 없이 많은 제작자들과 쉽게 연수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그들은 일단 외국인이었고 만약 진시첸의 수완이 좋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진룡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확실히 조금 이상하긴 해요.
작은 일이지만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행보니까요.
예전에 경고 건도 그렇고, MJ에서 400개의 스크린을 준 것도 그렇고, 이번 일도…..
전체적으로 일관성이 너무 없는 거 같아요.
한번 제대로 알아봐야 하겠어요”
윤 대표의 말을 들은 민 여사도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여러 이사에게 진룡의 상황을 좀 더 알아보라고 지시한 지 오래였으니 머지않아 여러 가지 정보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민 여사는 진룡의 차후 행보에 대하여 진지하게 분석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설아와 소희는 매니저와 자신의 팀을 배정받게 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형우가 그렇게 원하던 설아가 아니라 소희의 매니저로 배정된 것이다.
이유는 분명했다.
소희가 성격이 소심하고 말수가 없기 때문에 사교성이 뛰어나고 활발한 형우에게 소희를 책임지게 해서 소희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한다는 의도였다.
민수도 그 이야기를 듣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으니 명분은 충분했다.
하지만 민수는 왠지 그 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아버지가 이번 영화의 홍보영상들이 형우 씨에게서 나왔다는 걸 알아 버렸어.
그 홍보 영상이나 사진 중에 설아의 것이 가장 많았잖아.
영상이나 사진도 퀄리티가 너무 좋았고, 그래서 관심을 좀 가지고 살펴보셨나 본데….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사진이나 영상이 너무 자연스럽다고 해야 하나.
마치 진짜 몰래 찍은 거 같다며 아버지가 조금 놀라시더라고.”
형우의 영상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몰래 찍은 것 같은 게 아니라 그야말로 진짜로 몰래 찍은 영상이니 자연스러운 건 당연했다.
민수는 왠지 형우가 설아를 몰래 찍고 있다는 사실을 윤 대표가 알아버린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형우를 설아에게서 떨어뜨려 놓은 것이 아닐까?
“이거…. 형우 녀석. 쓸데없이 대표님한테 찍힌 건 아닌지 모르겠네.”
“에이, 설마.
형우 씨가 얼마나 일도 잘하고 사람들한테 평도 좋은데 그래.
윤 엔터에서 일하는 직원들 거의 모두 형우 씨를 좋게 보는 거 같더라고.
붙임성도 좋고, 사교성도 뛰어 난 데다가 일도 잘하고 성격도 화통하고…..
확실히 좋아할 만하지.”
하긴 형우가 일을 잘하고 원체 성격이 좋으니 평가가 좋을 만했다.
하지만 태준은 윤 대표님의 딸 사랑 레이더를 너무 무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혹시 윤 대표는 형우가 설아의 사진을 찍는 이유를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유야 어쨌든 지금 형우가 윤 대표의 딸 사랑 레이더에 포착된 것만은 확실했다.
일도 잘하고 평가도 좋은 직원이 설아의 매니저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굳이 소희에게 배정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역시 대표님의 딸 사랑은 참…..”
“왜? 걱정되나 정 배우?
원래 사랑받는 딸을 채 가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지.
사위 사랑은 장모라, 장모는 사위를 아껴주지만 딸 사랑이 지극한 장인어른은 정말 위험한 존재거든. 큭큭큭”
장난스럽게 말하는 태준을 보며 민수는 최대한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반응을 보일수록 저 친구가 더 짓궂게 말한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너무 갔어.
내가 그런 걸 걱정해야 할 시기는 아니지.”
“과연 그럴까?”
태준은 민수를 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VIP 시사회 때 이카루스 애들이 왔었잖아?
그중에 희멀끔하고 개구지게 생긴 녀석, 그 춤 잘 추는 녀석 있잖아.”
태준의 설명에 민수는 그 남자가 태호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아 태호? 태호 씨가 왜?”
“그 녀석도 설아가 이상형이라고 전에 그러지 않았나?”
태호뿐만 아니라 이카루스의 이상형을 합친 게 설아여서 설아가 뮤비를 찍은 거니 다른 멤버들의 이상형도 설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호감을 느끼는데 외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외모적으로 설아가 태호의 이상형이라는 것만은 정확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예전에 뮤비를 촬영할 때 설아는 민수에게 가장 촬영에 적극적인 것이 태호였다고 이야기하곤 했었다.
“그렇지.
비록 외모만 봤을 때 그렇다는 거긴 하지만 어쨌든 그건 그래.”
“오호, 역시 내 동생 예쁘긴 예쁘구만.
어쨌든 그 녀석이 설아한테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거 같더라고.
뭐 녀석이 알아서 할 일이라 난 그냥 지켜보기만 했는데 참….”
태준의 말에 민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설아가 다른 남자들에게 대쉬를 받는다라….
확실히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민수의 표정이 조금, 아니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조금 많이 안 좋아 보이자 태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태준은 예전에 바다에서 월척을 낚은 그 손맛이 손끝에서 느껴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