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139화 (139/325)

#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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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이 사라지자 저 영상에서 나온 민수의 행동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배우들은 사람들의 반응이 호의적으로 돌아서자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다른 배우들은 자신들을 위해 희생(?)한 민수가 사람들에게 억측을 듣는 이 상황이 매우 못마땅한 한편 민수에게 많이 미안했었는데 다행히 민수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찬사를 받게 되자 조금 마음이 편해진 것이다.

“다행이긴 한데 어이없네. 저걸 저렇게 찍은 사람이 있을 줄이야.”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그런 일도 겪었는데 우연히 누군가가 저걸 찍었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지.”

수연은 저걸 찍은 게 놀랍다고 중얼거리는 민수를 보며 시니컬하게 대답했다.

“하….. 다행이네요. 그러고 보니 정말 위험한 순간이었어요.

정말 이게 다 바보 오라버니 때문이에요.

왜 거기에 가자고 해서….”

“쩝…. 그건 나도 미안하게 생각해.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만. 어쨌든 내가 조금 경솔했던 거 같아.”

민수는 태준이 씁쓸하게 웃으면 사과하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지. 이건 그냥 우연의 산물이야.

어쩌면 그들에게 원한을 산 내가 문제일 수도 있는 거고.

만약 이 일이 일어나지 않고 그냥 지나갔어도 언젠가는 비슷한 일이 있지 않았을까?

그놈들이 나한테 원한을 가지고 있는 한은 말이야.”

민수가 태준을 애써 위로했지만 태준의 표정은 별로 밝아지지 않았다.

그런 태준을 보며 수연이 넌지시 말을 꺼내었다.

“그래도 나중에 거기는 또 가보자.

동동주가 정말 맛있었어.

매니저 오빠랑 같이 가면 되지 않을까?”

태준은 이 사달이 났는데도 다시 그곳에 가고 싶다는 수연의 무모함에 웃음이 픽하고 터져 나왔다.

특히 어제 벌벌 떨던 수연의 모습과 지금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면서 그 갭이 꽤 귀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너답지 않게 왜 이래. 그냥 액땜했다고 치자고.

민수 말대로 진짜 우연이 우연하고 겹쳐서 일어난 사고일 뿐이야.

이런 식으로 사고가 나는 걸 어떻게 막아?”

태준이 평소 같지 않은 태도를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수연은 태준에게 보란 듯이 더 당당한 태도로 이야기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태준이 슬며시 웃는 것을 보니 자신의 의도가 그런대로 잘 드러났나 보다.

태준도 수연이 예전처럼 당당하게 이야기하자 조금 마음이 풀렸다.

수연과 민수가 말하는 것처럼 어쨌든 우연은 우연일 뿐이었다.

그러니 이 일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그래. 액땜이라고 치자고.

너무 일이 술술 풀려도 불안하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나저나 시사회 때 이 일로 또 어지간히 물어 뜯겠구만.

생각 좀 해보자고 어떻게 대처할지.”

태준의 말에 다른 배우들도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이 되고 배우들은 오늘 있을 “용의 울음”의 VIP 시사회를 준비하기 위하여 꽃단장하고 있었다.

이번에 시사회에서 입을 옷도 윤희가 특별히 제작해 주었는데 요즘 윤희는 윤 엔터 젊은 배우들의 우월한 외모를 보며 창작 의욕이 솟구친다고 한다.

민수가 방송을 마치고 송이를 들고 윤희에게 인사를 하러 갔을 때 그녀는 민수에게 이번에도 기대하라고 웃으며 이야기했었다.

윤희는 수연에게는 다리가 좀 더 길어 보이는 미니스커트를 소희에게는 허리 곡선을 우아하게 드러내는 H라인 스커트를 설아에게는 조금 시크해 보이는 정장 스타일의 의상을 만들어 주었는데 셋 다 각기 다른 매력을 잘 살리고 있었다.

VIP 시사회의 백미는 역시 영화를 응원하러 오는 다른 연예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강철과 진성, 윤숙은 워낙 영화계에서 유명한 인사이다 보니 많은 원로 배우들이 시사회를 빛내 주었다.

점잖으신 분들이라 포토타임을 가지진 않았지만, 그들이 참석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많은 기자가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태준을 초대를 받고 참가한 젊은 배우들도 많았다.

특히 가장 최근에 같이 했던 차미애는 많은 기자의 셔터 세례를 받으면서도 여유 있게 포토존을 통과했다.

민수는 솔직히 딱히 초대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리온에게 물어보았는데 리온이 멤버들을 다 데리고 가도 되냐고 물어 민수를 당황하게 했다.

민수는 뮤비를 찍으면서 설아하고도 인연을 맺은 이카루스 맴버들과 같이 오고 싶다는 리온의 제안을 감사히 받아들였다.

한창 일본 투어 중이라 바쁠 텐데도 하루 시간을 내겠다는 리온의 태도에 민수는 깊은 고마움을 느꼈다.

리온의 뜻이 아무리 그래도 콘서트가 완전히 임박한 한 상황이라면 불가능했겠지만, 운이 따라 주었는지 마침 그날이 콘서트 사이에 쉬는 3일에 끼어 있는 바람에 리온도 자리를 빛내줄 수 있었다.

수연의 초대를 받고 참여한 연예인들은 조금 예상밖에 인물들이었다.

제법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주로 예능에서 활약하는 전직 아이돌 한 명, 그리고 방송인. 게다가 중견 가수도 한 분 계셨다.

민수는 도대체 예능도 잘 안 나가는 수연이 저 사람들을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해서 결국 수연에게 살짝 물어보았는데, 수연은 저 사람들이 게임 좋아하는 연예인들이고 가끔 쉴 때 같이 게임을 한다고 대답해 주었다.

민수는 수연의 말을 들으면서 취미로도 충분히 인맥을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 배우들은 전원 스크린 앞에 서서 영화를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건네었다.

이번 VIP 시사회는 영화인과 연예인 그리고 평론가와 기자단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영화를 마치면 따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이 배정되어 있었다.

아마 오늘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평론가들이나 기자단은 좋은 건수를 물었다는 듯이 달려들 것이고 강철과 진성을 보기 위해 한껏 기대하고 온 영화계 원로들도 크게 실망할 것이 뻔하였다.

드디어 시간이 되고 영화가 상영되기 시작했다.

민수와 다른 배우들도 사실 영화의 완성본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영화를 시청했다.

영화가 방영되는 시간 동안 극장 안에서는 숨소리와 가끔 무의식적으로 흘러 나오는 탄성 소리만 들려올 뿐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무런 말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다시 극장 안이 밝아져 오는 순간 사람들은 열화와 같은 박수를 터트렸고 그 박수는 배우들이 다시 인사를 하기 위해 무대 위로 올라오는 순간에도 계속되었다.

민수는 다른 배우들과 함께 무대 위에 올라서 인사를 하며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사람들은 모두 하나 같이 감탄하는 얼굴이었다.

태준의 말이 맞았다.

편집을 거치면 더 퀄리티가 높은 영화가 나올 거라는 태준의 예상은 정확했다.

대충 영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있던 민수조차 감탄할 수밖에 없는 영화가 나왔으니 전혀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느끼는 충격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민수는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며 감동과 자부심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저 영화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였다.

바로 자신의 이름이 주연으로 올라간 첫 영화.

민수는 잠시 동안 울컥하는 감정을 추스르기 위하여 살며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격하게 뛰는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인사를 마친 배우들과 김찬진 감독은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기 위하여 준비된 자리로 이동했다.

배우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시작된 기자들의 질문 공세는 끝이 없었다.

도대체 제작비가 얼마나 투입된 것인지.

10년 만에 윤강철이 영화에 출연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 영화를 끝으로 조진성이 은퇴를 한다는데 사실인지.

윤 엔터 소속의 배우 외 다른 배우들이 전혀 출연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윤강철의 앞으로의 행보는 어떠한지.

액션 연기를 정민수가 직접 구상했다고 하는데 그 말이 사실인지.

질문은 계속 이어졌지만 놀랍게도 사적인 질문은 하나도 없이 전부 영화에 관련된 질문뿐이었다.

태준과 배우들이 사서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게다가 배우에 대한 질문은 대부분 강철과 진성에게 집중되어 있었으니 젊은 배우들은 강철과 진성이 대답하는 것을 구경하다 가끔 자신에게 들어오는 질문은 대답하면 충분했다.

기자들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

거의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강철과 진성.

한때 한국 영화계의 거목이었던 두 배우가 이제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고 “용의 울음”은 그들의 마지막 작품일 거라는 소문이 이 바닥에 은근히 퍼진 상황이었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오늘이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일 것이고 기자들 입장에서는 그 장면을 놓칠 수 없었다.

젊은 배우들은 앞으로도 충분히 접촉할 기회가 있고 간혹 예능에서도 모습을 드러내니 그들의 우선순위는 두 원로 배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다가 조잡한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만이 소소하게 돌아다니며 호기심을 자극하던 영화가 베일을 벗었는데 정말 엄청난 놈이었다.

그러니 오늘 당장 기사를 올리려면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영화에 대한 소스가 더 필요했다.

찬진은 영화에 대하여 벌떼같이 물어대는 기자들에게 하나하나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는 기자들에게 CG 작업에 100억이 넘는 돈이 들었다는 것과 할리우드에서도 이름있는 찰리 스튜디오에서 CG 작업을 맡았다는 것처럼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여지없이 공개했다.

제법 긴 시간 동안 계속되었던 질의응답은 많은 기자의 아쉬움을 남기고 끝마칠 수밖에 없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다 대답해 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자 하나가 태준에게 관객 수에 따라 내걸 공약 같은 건 없는지 물었는데 잠시 생각하던 태준은 웃으면서 기자에게 대답했다.

“만약 이천만 관객을 돌파하면 젊은 배우들이 비키니를 입고 서울 한복판에서 팬 사인회를 하겠습니다.”

뻔뻔한 태준의 말에 여배우들은 놀라서 두 눈을 동그랗게 떴고 기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건 그냥 공약을 안 걸겠다는 겁니까?”

“설마 태준 씨도 비키니를 입는 겁니까?”

“에이. 기자님은….. 혹시 모르잖아요? 진짜로 이천만 넘을지.

우리나라도 이제 이천만짜리 영화가 한편쯤은 나올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아, 꼭 우리 영화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요.

그리고 비키니는 여성분들이 입을 거고, 남자들이 그걸 입으면 너무 추할 테니 저희는 그냥 수영복을 입는 것으로 하죠.”

여자들이 비키니를 입을 거라는 말에 설아가 태준의 옆구리를 강하게 가격했고 태준은 큭 하고 고통을 참으면서도 공약을 거두지 않았다.

긴 시간 동안 질문을 던지면서 긴장했던 기자들도 그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태준은 설아에게 맞아 가면서도 꿋꿋하게 영화에 대한 기사를 잘 올려달라고 웃으며 부탁했고 그렇게 VIP 시사회가 막을 내렸다.

그날 “용에 울음” 보고 온 많은 평론가가 영화를 보고 온 감상과 자기 나름대로 평점을 매겼다.

이찬진이 표현한 화면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예술작품 그 자체였다. –칼럼 리스트 김석훈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세 번 놀랄 것이다.

배우들의 소름 돋는 감정 표현에 한 번, 정민수에 미친 액션 연기에 두 번. 그리고 한국 사극답지 않은 웅장한 스케일에 세 번.

아마 누구도 이 영화를 보고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 평론가 최정

뛰어난 CG가 영화를 얼마나 풍성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교과서 같은 영화였다. -그래픽 스튜디오 “드림”의 수석 프로듀서 이민성

한국 영화의 대들보였던 조진성 윤강철이 그들의 마지막 혼을 영화에 실어 넣었다.

그들의 뒷모습을 볼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원로 영화배우 정필석-

VIP 시사회에 참가했던 많은 평론가가 감상을 남겼지만, 영화에 대한 악평은 하나도 없었다.

영화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던 네티즌들은 큰 의문을 느꼈다.

대체 어떤 영화가 나왔길래 저런 호평을 남긴 것일까.

원래 평론가들은 조그마한 티라도 있으면 물어뜯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평론가 평점이 너무 높은 영화들은 대부분 재미가 없던데 혹시 이것도 그런 게 아닐까.

사람들의 기대와 호기심은 점점 켜졌고 사람들은 내일 있을 일반인 시사회가 끝난 후 올라올 일반인 감상평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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