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136화 (136/325)

#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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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의 예상과는 달리 남자의 생존은 좋은 반응 때문인지 결국 정규편성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민수 급의 포스를 보여주고 싶었던 많은 남자 연예인이 도전했지만 결국 누구도 민수 정도의 전문가 포스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래도 마지막 회까지 상남자라고 자처하는 자들의 도전이 끊이지 않았으니 민수가 찬성에게 해준 건 출연 그 이상의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윤 엔터의 배우들이 예능 여러 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동안에 “유적 탐색자” 제작진도 놀고 있지는 않았다.

주인공인 시웨이와 민현우가 여러 예능에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일으키고 있었다.

특히 중국의 미녀 배우인 시웨이는 한국 방송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배우이다 보니 많은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민수와 유쾌한 동료 배우들은 MBS 간판예능인 “무모한 도전”에 나와서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시웨이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확실히 시웨이는 미인이네.

지금 중국에서도 손가락 안에 꼽히는 여배우라지?”

“맞아. 그녀의 중국 내 인지도가 그러니까…..

한국에서 나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네.”

중국에서 시웨이의 위치가 한국에서 윤태준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태준의 평가는 거의 정확한 분석이었다.

그러니 한국 예능에 시웨이가 나온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설아는 그런 시웨이를 뚱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솔직히 저도 무모한 도전에는 나가보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할 수 없지. 시웨이 특집은 한참 전부터 계획된 것이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우리가 런런런을 선택한 거니까.”

“한국 관객들도 어쨌든 한국 영화에 시웨이가 나온 거니까 “유적 탐색자”를 한번 보고 싶기는 하겠네.”

“솔직히 제작비도 엄청나니 흥미가 있긴 하겠지.”

사실 민수도 유적 탐색자가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긴 했다.

특히 전생에서는 없었던 영화였기 때문에 더 그랬다.

그래서 웬만하면 영화관에서 한번 볼 생각이었다.

“민수 오빠의 눈에도 시웨이가 예쁜가요?”

민수는 설아의 조금 뜬금없는 질문에 그냥 솔직히 예쁘긴 예쁘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민수의 대답에 수연은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고 있었고 태준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음…. 그래요?”

민수의 대답을 들은 설아는 별로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조금 시무룩해 보이는 설아에게 소희가 다가가서 살짝 안으며 달래주고 있었다.

“내 눈에는 우리 설아가 훨씬 예뻐. 그리고 시웨이는 이제 30대에 접어들었잖아.

5년만 지나 봐.

설아는 20대 중반에 초절정 미녀일 거고, 이제 시웨이는 눈가에 주름을 걱정해야 할 나이의 여배우가 될 테니까.”

소희의 현실적인 지적에 민수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아냈다.

여배우는 여배우라는 건지 소희의 말에서 시웨이에 대한 은근한 시샘과 경계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인제야 대강 흘러가는 분위기를 눈치챈 민수는 웃으며 설아에게 이야기했다.

“객관적으로 예쁜 건 예쁜 게 맞죠.

다만 제 주관적으로 마음에 드냐고 물으면 글쎄요.

전 저렇게 너무 청순가련한 스타일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민수의 말에 설아의 표정도 조금 밝아 졌다.

그리고 조금 음흉한 표정으로 민수를 바라보았다.

“맞아요. 민수 오빠는 관능 일변도였죠.

아예 예쁘지 않다고 대답해 줬으면 더 기분 좋았겠지만 솔직하고 담백한 것이 오빠의 매력이니….”

설아와 민수가 하는 짓을 보고 있던 수연은 작게 한숨을 지었다.

하는 꼴이 웃기기도 했거니와 소희의 말도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남의 얘기 같지가 않네. 5년 후라….

아마 나도 눈가의 주름을 신경 쓰고 있으려나….”

수연의 말에 갑자기 기세가 변한 설아가 수연의 두 손을 꼭 잡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언니.

제가 적어도 10년은 주름 걱정 안 할 수 있게 잘 케어해 보이겠어요.

하기에 따라서 10년은 충분히 가능해요.

그러니까 제 지도에 잘 따라 주세요.”

굳은 설아의 표정을 보니 이제 영화 일정이 끝나면 다시 수연은 설아에게 끌려다닐 거 같았다.

민수는 그런 여성 배우들의 모습을 보고 웃고 있는 태준에게 우리 영화의 상황을 물어 보았다.

“유적 탐색자는 중국에서 동시에 개봉한다지?

원래 우리도 그러려고 했던 건데 계획이 좀 틀어졌다며?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야?”

민수의 질문에 태준도 조금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솔직히 아무래도 중국은 힘들지 않을까 싶어.

이번에 삼화에서 트랜스포머에 제법 많은 자금을 투자한 모양이야.

그래서 아버지도 트랜스포머보다는 빠르게 개봉을 하려고 하셨던 건데 CG 작업에 발목이 잡혀서 그건 힘들게 됐어.

사실 CG로 떡칠을 하는 SF도 아니고 사극에 배경을 수정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아무래도 김 감독님의 장인정신이 그걸 용납하지 않는 모양이야.

퀄리티는 정말 제대로 뽑히려는 모양인데, 대신 시기는 놓칠 수밖에 없는 거지.”

“유적 탐색자는 아무래도 중국에서도 꽤 잘나겠지?”

“어. 영화를 보지 못해서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시웨이 이름값도 있고 민현우도 중국에서는 어쩌면 나보다 유명하다고 볼 수 있어.

그리고 감독님 성향을 생각해봐도 고퀄은 아니겠지만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가 뽑혔을 거야.

그분이 평타치시는 데는 도가 트신 분이니까.

평타 작품에 이름값 높은 배우라.

충분히 먹힐 만하지.

아니, 어쩌면 평타만 치는 게 억울한 감독님이 많은 자본을 등에 업고 정말 제대로 만들었을 수도 있지.

그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겠네.”

“조금 아쉽긴 해.

배우들이 중국어로 연기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는데 어쩌면 수포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야.”

“뭐, 그래도 찍어 놓은 필름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쓸 데가 있지 않겠어?”

“그거야 그렇지만….”

“그리고 아무리 중국에서 잘나간다 해도 한국에서는 아니야.

같은 스크린 수로 한번 해보자고 생각하나 본데….

보라고, 어떻게 되나.”

태준의 자신 있는 태도에 민수는 자신의 마음도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태준의 자신감에 근거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 작품의 영화에 출연했고 이제 네 번째 작품인 태준은 지금까지 찍은 영화마다 상당한 전과를 올려왔다.

전생에서도 실패한 작품이 “서쪽 해변” 하나뿐이었던 태준이었으니 민수의 믿음도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윤 대표는 드디어 찬진이 내미는 영화의 완성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만만한 찬진의 얼굴만 봐도 결과가 어떤지 알만했다.

영화를 다 보고 만면에 웃음을 띤 윤 대표는 각 상영관에 연락해서 일정을 조율하고 완성본을 보내 주었다.

이제 D-DAY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배우들이 날갯짓을 할 수 있을지는 이제 관객들의 태도에 달렸다고 볼 수 있었다.

상영날짜가 확정되면서 본격적으로 홍보작업에 들어갔다.

여기저기에 영화의 상영 날짜에 대한 광고가 붙어 나갔고 각종 기사도 나가기 시작했다.

아직 영화 경험이 없던 민수와 설아, 그리고 소희도 이제 진짜 개봉이 임박했다는 생각에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개봉이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태준은 배우들이 조금 걱정스러웠다.

영화가 개봉하면 VIP 시사회와 공개 시사회도 해야 하고 언론과 접촉도 많을 텐데 배우들이 너무 경직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신인도 아닌 수연까지 긴장하고 있자 태준으로서는 상황이 조금 심각하게 느껴졌다.

태준은 시사회 때는 배우들이 정말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여유가 자신감으로 비치고 그래야 기자들도 자연스럽게 더 긍정적인 기사를 올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태준은 배우들의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서 작은 자리를 마련했다.

배탈이 나버린 소희를 제외하고 배우 4인은 소속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 허름한 주점을 찾게 되었다.

위치도 애매하게 상권과는 동떨어진 곳이었고 으슥하니 손님도 별로 없어 보였다.

민수도 소속사 근처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에 기가 막혀서 주점 안에서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이런 곳에 술집이라니 놀라운 일이네요. 여기가 장사가 잘될까요?”

설아의 의문에 태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아는 사람만 아는 집이지.

사장님이 취미생활로 하는 곳이라고 하더라고.

원래 사장님 지인들만 찾던 곳이라더라.

나도 우연히 알게 됐는데 음식 맛도 기가 막히고

특히 직접 만들었다는 동동주가 끝내주지.”

숨겨진 맛집이라는 말에 배우들도 매우 기대되는 눈치였다.

하지만 민수의 감각을 자극한 것은 다른 것이었다.

그냥 왠지 느껴지는 꺼림칙한 기분에 마냥 웃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민수가 묘한 불쾌함을 느끼고 있는 중에도 배우들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설아랑 정 배우는 그렇다 치고, 대체 이수연 넌 왜 그렇게 긴장해?

경력이 5년이나 되는데 아직도 긴장할 게 남았어?”

태준의 핀잔에 수연은 입을 쭉 내밀면서 대꾸했다.

“경력이 5년이지만 거의 드라마만 찍었잖아.

사실 영화는 완전 신인이라고.

첫 영화가 아니라지만, 긴장이 안 되겠어?”

수연의 말에 태준도 아차 싶었다.

이 여자도 영화배우로는 완전 신인이나 마찬가지 였다.

“그랬냐. 평소에 자신감이 워낙 넘쳐서 생각도 못 했네.

별로 경험이 없다니.

솔직히 영화 한 네 편은 찍은 배우인 줄 알았어.

“야. 적당히 하자.”

태준의 말에 이를 갈면서 대꾸하는 수연을 보며 민수는 태준에게 조용히 이야기했다.

“솔직히, 매니저한테 말도 없이 그냥 나온 게 조금 걱정되긴 하네.

그리고 내일 모래가 시사회인데 이렇게 술을 먹는 것도 걸리고.”

“뭐…. 뛰어가면 소속사까지 대충 5분도 안 걸릴 거리인데 별일이야 있겠어?

술은 한 잔만 걸치자고.

그냥 맛만 보는 셈 치고 특히 우리 여성 두 분은 더 조심해 주세요.

여러분들, 무슨 옷을 입고 시사회에 서는지 기억 할거라 믿어요.”

태준의 말에 설아의 입이 다시 퉁퉁 부어올랐다.

“이런 곳에 데려와 놓고 그건 무슨 무례예요?

차라리 오지 말든지.

마음 놓고 마시진 않겠지만 그래도 먹을 만큼은 먹을 거랍니다.

그리고 원래 이럴 때 먹으려고 평소에 그렇게 운동하는 거거든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죠. 바보 오라버니.”

잠시 후.

마음씨 좋아 보이는 사장님이 작은 항아리에 가득 담긴 동동주와 먹음직스러운 파전을 내오셨다.

“태준 씨, 오랜만이네.

소속사도 멀지 않은데, 자주 좀 와요.

얼굴 잊어버리겠네.”

“아니 사장님. 연예인한테 얼굴 잊어버린다니요.

그런 말씀은 너무하세요.”

“그러니까 자주 좀 와.

그리고 다른 분들도 맛있게 드세요.”

태준과 넉살 좋게 말씀하시는 사장님을 보니 태준은 이곳에 그래도 종종 오는 듯했다.

주위 벽에 태준의 사인까지 떡 하니 걸려 있는 것을 보니 확실했다.

음식이 나오자 태준은 신이 나서 파전을 자르고 다른 사람들의 잔에 술을 채웠다.

민수도 동동주를 한 모금 마신 후에 파전을 입에 가져갔는데 그 맛이 범상치 않았다.

파전도 바삭바삭한 것이 너무나 맛있었지만, 동동주는 상상 이상 이었다.

“와…. 이걸 이곳에서 직접 만드셨다는 거야?”

민수는 감탄을 터트렸고 여성인 수연과 설아도 한 모금 마셔보더니 두 눈을 크게 뜨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맛있네요.

막걸리랑 동동주는 완전 다른 거지만 대부분 동동주라고 하고 막걸리 비슷한 걸 팔곤 하잖아요?

이건 진짜 동동주네요.

빛깔부터 맑은 것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두 눈이 동그래진 채로 쭉 들이키는 설아를 보며 민수는 조금 걱정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설아 씨. 생각보다 도수가 높은 술이에요.

그걸 생각하고 마셨으면 좋겠어요.”

걱정스러운 민수의 말을 들은 태준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태준이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는데 설아가 아주 매서운 눈으로 태준을 노려보며 살짝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태준이 아니었다.

“아이고, 정 배우. 별걱정을 다하시네.

우리 설아가 말이야.

정말 대단한 아이인 게 술로는 도대체 당할 수가 없어요.

작년에 성년이 되고 아버지랑 첫술을 마시는데 글쎄….”

거기까지 말하던 태준은 순간 읍하고 비명을 터트리더니 설아를 노려보았다.

태준이 비명을 터트릴 때 퍽 하는 소리가 들린 것으로 대충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됐다.

그리고 태준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발등을 만지는 것을 보니 설아가 태준의 발등을 응징한 게 확실해 보였다.

그나마 편한 신발이라 망정이지 만약 힐이었으면 태준의 발등에 구멍이 났을 거 같았다.

“오라버니. 진짜 자꾸 그러면….. 죽어요.”

딴에는 태준에 귀에 속삭인 설아였지만 불행히도 초 예민한 민수의 청각을 따돌리지는 못했다.

민수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못 들은 척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자신이 아까 느낀 불쾌함이 무엇인지 슬쩍슬쩍 주위를 살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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