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134화 (134/325)

# 134

3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민수는 5일 동안 사방을 누비면서 온갖 것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송이버섯은 엄청나게 많이 찾을 수 있었고, 도라지, 칡 심지어는 하수오도 있었다.

그중에 백미는 4일 차, 민수가 뿌려놓은 눈먼 올가미에 꿩이 잡힌 일이었다.

혹시 몰라 올가미 근처에 약간의 식량을 뿌려 놓았을 뿐인데 정말 무언가가 잡힐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민수는 퍼덕이는 꿩을 보면서 자신도 황당해했었다.

“아니…. 이 지역에서 꿩을 보는 것 자체만 해도 드문 일인데요.

어쨌든 잡혔으니 감사히 먹도록 하겠습니다.”

그날 민수는 반합에 꿩과 송이를 넣고 푹 고아서 먹었는데 송이의 향이 워낙 좋아서 VJ는 앞에서 침을 꿀꺽 삼키며 촬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파란의 5일이 지나고 5일 동안 잘 먹고 쉰 민수는 큰 보따리 2개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촬영이 끝나고 각 출연자의 촬영분을 확인하던 이찬성 PD는 민수가 지낸 5일간의 행적을 살펴보며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와…. 이놈 이거.

난 놈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네, 허허허.”

“이거, 괜찮은 건가요?

저희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나오고 말았는데요.”

조연출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며 찬성에게 물었지만, 찬성은 차라리 잘되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사람들이 보면 우리가 억지로 고생만 시킨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겠어?

사람에 따라서 매우 넉넉하게 지낼 수 있다고 말이야.

만약 셋 다 개고생만 하고 갔으면 앞으로 우리 촬영에 섭외가 더 어려워졌을 거야.

뭐…. 우리 의도가 아닌 건 맞지만, 그렇다고 따로 수정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그냥 이대로 방송에 내자고.

아니, 차라리 이걸 잘 이용해보자.

구도를 완전히 바꿔 봐.

민수를 혼자 보내고 다른 2명을 같이 보낸 게 완전 선견지명이 되어버렸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다른 사람 누가 와도 저렇게는 못 할 거 같아요.

그리고 저거 저렇게 따가도 되는 건가요?”

“아…. 방송 촬영 전에 지자체에 수렵 채집 허가받았으니 상관없을 거야.

아니 이 시기에 송이가 있다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덕분에 그림은 좋게 나오긴 하겠네.”

고생하는 2명의 출연진에 비해 너무나 쉽게 5일을 보낸 민수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

민수가 야외에 나가 있는 동안 다른 식구들도 자신의 촬영을 마치고 여유 있게 지내고 있었다.

민수가 불러서 민수에 방에 모인 사람들은 민수가 보따리를 풀고 송이버섯을 꺼내자 다들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아니…. 정 배우. 어디 갔다 온 거야 대체?

그보다 이 시기에 송이가 왜 있어?”

민수는 당황하는 태준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린 후 가슴을 쫙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정성이 지극하니 하늘이 내려준 거 아니겠어?

자자. 반절쯤 가져가서 윤 대표님이랑 민 여사님께 드려.

그리고 남은 건 이따가 우리끼리 고기나 한판 굽자고.

향이 빠지기 전에 빨리 먹는 게 좋아.

가을 송이가 아니라서 많이 여물진 않았거든.”

“이걸 이렇게 우리가 다 먹어도 괜찮은 건가요?”

설아가 조금 미안한 듯 이야기를 꺼내자 민수는 웃으면서 다른 보따리를 꺼냈다.

“여기 더 있거든요.

이 보따리에 있는 건 조윤희 선생님이랑 이번에 촬영에 힘내주신 선생님들한테 보내 드릴 거예요.

그러니 안심하고 드세요. 설아 씨.

조금만 더 캤으면 우리 직원들한테도 좀 나눠주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쪽 촬영팀분들한테도 나눠줘야 해서 많이는 못 가져왔어요.”

많이 못 가져온 게 두 보따리라니 일행은 민수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확한 송이를 배분한 민수와 일행들은 그날 저녁에 고기를 구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촬영에서 있었던 일들로 서로 웃음꽃을 피웠다.

마이 리틀 TV를 촬영하고 온 수연은 설아, 소희와 함께 한 번 더 예능에 출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수연이 MBS에 그리고 단체로 SBC에 출연했지만, KBC에는 한 번도 출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쪽에서 작은 항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특히 수연이 MBS에서 활약한 것을 들었는지 꼭 집어서 수연을 원했다고 한다.

수연 역시 방송국하고 얼굴 붉혀 봐야 좋을 것 없는 데다가 이 일이 기회다 싶어 설아, 소희랑 같이 일명 미녀 3인방이라는 이름 하에 같이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방송국에서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래서 3인방이 출연한 프로그램이 최근에 한 번 만났던 유석재가 진행하는 해피투나잇 이라는 토크쇼였다.

토크쇼이다 보니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우리에 대한 많은 사실이 알려졌다고 한다.

특히 이번 영화가 우리 소속사 배우들로만 촬영되었다는 사실이 공개되었는데, 그것이 공개되면서 부수적으로 몇 가지 사실들이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우리 소속사에 이진성 선생님이랑 정윤숙 선생님이 있다는 사실과 지금 젊은 배우 5명이 다 같은 소속사라는 사실까지.

이쪽 종사자라면 대충 알만한 일들이었지만 대중들에게 밝혀지지 않았던 사실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소희가 걸그룹 연습생이었다가 우리 소속사로 옮긴 후 윤 대표님에게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져서 저번에 런런런에서 짧게 설명했던 내용에 살을 덧붙이게 되었으니 소희로써는 참 다행이었다.

수연의 말에 따르면 이런 사실들을 그냥 편안하게 공개해도 상관없다고 홍보팀 쪽에서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이제 윤 엔터도 확실한 입지가 필요하다는 박 실장의 제안이 받아들여져서 홍보팀의 방침이 바뀐 것이었다.

민수는 대중들에게 알려져서 소속사 자체의 인지도를 올리는 자는 박 실장의 뜻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태준은 특히 박 실장에 의견에 적극적으로 찬동했다고 한다.

우리가 그냥 편하게 연기만 할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조건 인지도가 높아야 한다는 태준의 의견은 확실히 타당성이 있었다.

배우 소속사도 이제 예전하고 달리 가수들 소속사처럼 소속사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시대가 다가올 거라는 박 실장의 분석은 홍보팀 직원들에게 큰 감흥을 주었다고 한다.

아마 방송에 처음 나가는 것이 해피투나잇이다 보니 후에 런런런을 보는 사람들도 우리가 보이는 사이 좋은 모습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연 선배가 마이 리틀 TV에서 한 것은 놀랍게도 게임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장기가 그거라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저번에 농담처럼 게임 BJ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데 라고 말했던 것이 농담이 아니었는지 하여간 재미있는 발상이었다.

사람들이 수연의 실력에 많이 감탄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수연 선배가 게임을 잘하긴 하나 보다.

특히 그 방송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해피투나잇에 급하게 섭외가 된 듯하니 어쨌든 굉장히 재미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태준은 하루 세끼에 갔다가 일만 죽어라 하고 왔다고 한다.

두 선배 등쌀에 치여서 하루 동안 완전히 잡일꾼이 되었다고 말하며 인상을 쓰는 태준을 보니 역시 자신의 예상대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PD가 얼마나 독한 사람인데 태준을 불러다 놓고 마냥 좋다고 내버려 두었겠는가.

아마 잡일꾼이 되어 쭈그러든 태준을 보며 시청률을 뽑을 수 있겠다며 흐뭇해했을 것이다.

게다가 낚시에 나가서도 별 재미를 못 봤다고 투덜거리던 태준은 다음에는 민수를 꼭 대동해서 액받이 토템으로 써야겠다는 시답잖은 농담을 던져왔다.

설아와 소희도 해피투나잇에 나갔다 온 것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확실히 석재 선배가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 주었나 보다.

예능 초보인 둘에게는 역시 그런 배려가 필요했을 것이다.

특히 며칠 전 설아를 한번 보았던 석재는 설아에게서 소속사에서 다른 배우들하고 지내온 에피소드를 충실히 뽑아 낸 듯 보였다.

특히 남다른 비주얼을 가진 현실 남매인 태준과 설아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했으니 좋은 소재였을 것이다.

소희에게 가장 긍정적인 것은 자신의 매우 소심한 성격을 미리 대중들에게 공개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전생에 소희는 자신의 성격을 공개하고 공감을 살 때까지 많은 오해를 받아 왔었는데 이번에는 이른 시기에 성격을 공개했으니 전생보다는 오해를 덜 사면서 조금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오해와 편견으로 물들어 있는 연예계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완전히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다소 걸리긴 할 것이다.

그전에 소희가 성격을 조금 바꿀 수 있으면 가장 좋을 테지만 그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문득 지금 저렇게 설아와 소희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보니 어쩌면 전생보다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피어올랐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윤 엔터 식구들이 출연한 예능이 하나둘씩 방송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해피투나잇이 방송되면서 윤 엔터 자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졌다.

생각보다 배우도 많았고 배우들 하나하나가 굵직굵직했기 때문이다.

특히 소속사 배우들로만 영화 한 편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영화에도 큰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방송된 런런런.

사람들은 생소한 태준의 모습을 보면서 큰 웃음을 터트리며 좋아했다.

그리고 태준과 설아의 모습이 묘하게 현실적이라 더 호감이 간다는 반응도 많았다.

-와 윤태준 저런 놈이였냐? ㅋㅋㅋ

-그와중에 연기력 보소. 저 재능을 저렇게 쓰다니

-와 동생한테 맞고 끌려가는 것좀 봐라. 저게 진짜 현실남매지.ㅎㅎ

-그와중에 여배우들 예쁜거보소. 민수랑 태준이는 저런 꽃밭에서 사는 구나. 개부럽.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그게 내 동생이면 아웃이지. 그게 진리 아니냐?

동생은 아무리 예뻐도 왠수일 뿐이야.

-동운이 진짜 이를 박박가는데 정말 약오르나보다. ㅋㅋ

-나도 개 약오를 듯 저기서 도민준이 웬말이냐 ㅋㅋㅋ 미친다 진짜.

태준이 웃음을 선사했다면 민수는 그들에게 경악을 선사했다.

-와….미친. 민수형….

-정민수 진짜였네. 저게 가능한 건가?

-설마 광진까지 짠건가? 광진도 주제에 배우니까 충분히 가능할 것도 같은데.

-광진이 저 표정이 연기면 광진이는 이미 아카데미로 갔겠지.

-민수형이 리얼 파이터인가보다.

-ㅋㅋ 민수형한테 악플다는 애들 밤길 조심해라. 누가 딱 뒤에서 나타나면 민수형이라고 생각하고 도망쳐라 ㅋㅋㅋ

-결국 민수형 때문에 광진이 5주분이 날라갔어 어쩔 ㅋㅋㅋ

그리고 수연이 출연한 마이 리틀 TV에서 사람들의 반응과 애정이 폭발했다.

특히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 말이다.

-미친….. 여배우가 다이아 티어. 이거 실화냐?

-개 잘해. 저것도 영화 촬영 때문에 오랫동안 접속못해서 떨어진 티어라는데.

-아니 무슨 여자가 정글러를….. 저렇게 후벼파는데 나같으면 진짜 죽고 싶겠다.

-한놈만 패. 진리를 아는구나.

-세상에 예쁘고 게임 잘하는 여자란 게 존재하는 거였구나. 분명 환상속에 동물이라고 생각했는데.

-ㅋㅋㅋㅋ 상대 패드립치기 시작하는데 콧방귀도 안 뀐다. 저 배포 진짜….

젊은 남자들은 은근히 게임 잘하고 예쁜 여자에게 큰 호감을 느낀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이 사실인가보다.

수연이 방송할 때 엄청난 수의 남자들이 모여든 것만 봐도 그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상대방이 방송인 줄 모르고 패트립을 치기 시작했을 때 보인 수연의 대범한 반응이 사람들의 호감을 자아냈다.

“악플 다는 사람보다는 저 사람이 양반이죠.

저 사람은 그래도 제 면전에다 욕하는 거잖아요.

자기도 욕먹을 각오로 하는 거니까 별로 화나지는 않아요.”

쿨하면서도 수연의 사고방식을 바로 알 수 있는 이 말에 사람들은 수연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수연의 이 말을 캡처해서 “패드립보다 더 해로운 악플” 이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

어쨌든 수연의 방송을 보고 사람들은 수연에게 더 호감을 느끼게 된 모양이다.

그리고 민수가 출연한 남자의 생존의 방영 날이 되자 멤버들은 시간에 맞춰 민수의 방에 모여들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엄청난 양의 송이를 채취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특히 민수가 거기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했기에 더 궁금했다.

남자의 생존은 민수가 출연하면서 상당한 홍보 효과를 누렸다.

특히 민수가 런런런에서 보여줬던 기예가 다시 화제가 되면서 자연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리게 된 셈이었다.

방송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멤버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