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133화 (133/325)

#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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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이제 식량을 찾아보죠. “

보금자리를 모두 만든 민수는 식량을 찾기 위하여 숲으로 들어가면서 정글 도로 나무 하나하나에 흠집을 내고 있었다.

“이건 당연한 건데. 이곳이 나무가 울창하다 보니 결국 길을 잃기 쉬워요.

제가 가진 게 저 침낭뿐이니 저걸 잃어버리면 곤란하죠.

그렇기 때문에 표시하면서 가는 겁니다.”

그렇게 지나가던 민수는 땅에 떨어진 작고 둥근 덩어리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토끼 똥이네요. 흠….”

민수는 주변을 한참 둘러보다가 저 멀리 길게 늘어진 덩굴을 찾아 단검으로 끊은 후 몇 겹으로 겹쳐 옭아매었다.

그리고 가까운 나무에 단단히 묶은 후 몇 군데에 올가미를 설치했다.

“이건 사실 복불복이죠.

하지만 운이 좋다면 신선한 고기를 얻을 수 있으니 시도는 해볼 만합니다.”

올가미를 설치한 곳에 벌목도로 크게 표시를 남긴 민수는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얼마나 이동했을까 민수의 앞에 조금 익숙한 모양의 잎사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예민한 민수의 코에 향긋한 향기가 포착되자 민수는 바로 이것의 정체를 확신할 수 있었다.

급하게 땅을 판 민수 앞에 자태를 들어낸 것은 거대한 더덕이었다.

“오… 운이 좋네요. 이 정도면 거의 약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죠.

이걸 섭취하면 음… 적어도 2~3일은 운신할 수 있겠는데요.”

VJ는 거대한 더덕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적어도 10년은 족히 자란 것 같은 더덕.

저건 분명 인삼보다 몸에 좋을 것 같았다.

참으로 탐나는 녀석이었다.

민수의 거침없는 행동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시 한참을 이동한 민수는 카메라를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물소리가 들리네요. 이곳에 물은 사실 그냥 먹어도 큰 문제는 없어요.

하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끓여 먹기로 하죠.

우선 수통에 물을 받아 가도록 할게요.

반합을 이용해서 충분히 끓여 먹을 수 있으니 우선 물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겠어요.”

민수가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고 한참 후 그곳에서 작게 흐르는 시냇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민수는 흐르는 물을 보더니 그 안에 있는 큰 바위 하나를 들어 옮겼다.

그리고 그 속에 있던 가재 몇 마리를 재빨리 낚아챘다.

“역시 물이 맑으니 가재가 사는군요.

민물 가재를 생으로 먹는다고 당장 큰 문제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민물 생물이다 보니 기생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익혀서 먹어야 합니다.”

그렇게 한동안 주변을 돌아다니며 가재를 잡은 민수는 반합에 가득 가재를 담고 수통에 물을 가득 넣은 채 다시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잠자리로 출발했다.

“오늘 수확이 좋네요.

그럭저럭 배불리 먹을 수 있겠어요.”

침낭으로 돌아온 민수는 한쪽에 땅을 깊게 판 후 불을 피웠다.

그리고 가재가 들어있는 반합에 물을 조금 넣고 약간의 소금을 넣은 후 더덕을 썰어 넣었다.

그렇게 한참을 끓인 후 반합을 열어 더덕과 가재를 건져 먹고 마지막으로 더덕 끓인 물로 입가심을 했다.

VJ는 특별히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아까 봤던 거대한 더덕의 자태가 생각나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그 정도 크기의 더덕이면 정말 얼마나 몸에 좋을까.

아무래도 야외에서 주로 활동하는 VJ이다 보니 풍찬노숙하기가 일수였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건강이 상하게 된다.

오늘도 야외에서 쪽잠을 자고 나면 온몸이 뻐근할 것이 뻔했다.

특히 가재를 끓이면서 더덕 향이 더욱 은은하게 퍼져서 VJ의 후각을 계속 자극하고 있었으니 그로서는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저녁 식사까지 마치고 첫날의 소감 인터뷰가 이어졌다.

“생각보다 오지 생황에 익숙하신데요. 어떻게 된 건가요?”

“오지 생활에 익숙하다기보다 이곳에 익숙하다는 표현이 정확할 겁니다.

군에 있을 때 이곳에서 빈번하게 훈련을 받았으니까요.

이곳이 워낙 넓기 때문에 어디가 뭐가 있는지는 당연히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곳 생태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는 잘 알고 있다고 보면 될 겁니다.”

“아.. 그래서 그렇군요.

혹시 아까 매독 초? 그것도 군에서 배운 건가요?”

“아니요.

그건 군에서 배웠다기보다는 병사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일종의 팁 같은 겁니다.

그 풀은 이곳에서 자생하는 희귀종 같은 것이기 때문에 군에서 그런 걸 가르쳐 줄 이유가 없죠. 실전에서 이런 풀을 만나는 건 거의 불가능일 테니까요.

다만 사람이다 보니 요령을 찾기 마련이고, 어떤 병사가 우연히 발견한 이후에 병사들의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게 된 것이죠.”

“그리고 똥풀이라고 부르시던데 왜 그렇게 부르는 거죠?”

“아….. 그건 진짜 별거 아닌데요.

처음에 그 풀을 발견한 병사들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체 이게 뭐길래 맹수들이 접근하지 않는지 궁금했었나 봅니다.

그래서 그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지만 결국 정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하네요.

그걸 지켜보던 한 병사가 네놈들은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이게 짐승들한테는 똥 같은 존재인가 보지. 이렇게 말했는데 그 말을 듣고 나머지 병사들이 그럴싸하다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한두 명씩 똥풀이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입에 익어서 일반적으로 병사들은 그렇게 부르게 된 거랍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그럼 내일은 어떻게 보내실 계획인가요.”

“음…. 더 좋은걸 찾아봐야죠.

오늘 대물 더덕을 찾고 나니 조금 욕심이 나는군요.

어차피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식량을 찾는 거뿐이니까요.”

그렇게 인터뷰를 마친 후 민수는 더덕을 VJ에게 내밀었다.

VJ는 민수가 내미는 더덕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져 민수에게 물어보았다.

“이걸…왜?”

“이제 쉬러 가시겠죠? 가서 오신 분들이랑 나눠 드세요.

새벽에는 기온이 더 내려갈 텐데 쌉쌀하긴 해도 조금씩 씹어 드시면 체온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거에요.”

“아니 그걸 어떻게…. 그보다 이건 내일 식량으로 쓰셔도 될 텐데요.”

VJ의 말에 민수는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VJ님, 솔직히 저 더덕 때문에 저 앞으로 나흘 동안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거 아시죠?

끼니때마다 저것만 조금씩 썰어 먹어도 4일은 충분히 버틸 수 있거든요.

그러면 방송이고 뭐고 없잖아요.

내일은 새로운 걸 찾아봐야죠.

그러니 안심하고 가져가서 드세요.

그리고 출연자가 잠들 때까지 지켜보다 가실 계획인가 본데 그냥 카메라 설치만 해 놓고 가서 쉬세요.

내일도 바쁘게 움직여야 할 테니까요.”

VJ의 입장을 이렇게 잘 이해해 주다니.

VJ는 순간 민수의 등 뒤에 커다란 날개가 보이는 듯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더덕을 받아 들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한 뒤에 민수 앞에 야간 촬영용 카메라를 설치한 뒤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자신의 앞에 설치된 카메라를 한번 훑어본 민수는 피식 웃으면서 침낭 안에 몸을 집어넣었다.

하루 동안 돌아다녀 본 민수는 대충 여기가 어디쯤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확실히 안전한 곳으로 자리를 잘 잡았네.

이곳에 늑대 같은 애들이 쏘다닐 리가 없지.

출연진들은 그걸 모를 테니 밤마다 불안에 떨 테고 말이야.”

사방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매독 초, 이것만 봐도 이 근처에 육식 동물이 접근하지 않을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생태연구가의 조언을 한 번이라도 구해 봤으면 개마고원 곳곳에 이런 안전한 곳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너무 안전해서 훈련 중에는 일부러 피하던 곳.

이 일대는 아마 그런 지역이 분명했다.

“흠…. 그럼 내일은 뭘 찾아볼까나…..

아침이 되고 민수는 새벽부터 일어나서 몸을 풀고 있었다.

오지에서는 역시 해가 지자마자 잠을 자는 만큼 일찍 일어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특별히 아침은 처음에 주어진 식량으로 해결했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아침 식사를 마칠 때쯤 멀리서부터 VJ가 다가오고 있었다.

왠지 어제보다 조금 활기찬 느낌이다.

“VJ님 왠지 어제보다 기운찬 느낌이네요.”

“하하하 민수 씨.

감사합니다. 어제 주신 그놈이 영물인가 봐요.

몸이 딱 뜨끈해지는 것이 노지에서 이렇게 푹 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 말고 다른 분들도 다 엄지를 척 올리시더라고요.”

어제 준 더덕이 그래도 바깥에서 고생하는 제작진에게 제법 큰 도움이 된 모양이다.

민수는 같이 웃으며 이야기를 잠시 나누다가 일어나서 몸을 풀고 출발 준비를 마쳤다.

“오늘은 어쩔 생각이신가요?”

“음….. 아무래도 좋은 걸 찾아봐야죠. 이 근방 나무들을 보아하니 어쩌면 좋은 걸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민수의 의미심장한 말에 VJ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민수를 촬영하는 데 집중했다.

지금 민수가 자리를 잡은 이 일대는 침엽수림이 우거진 곳이었다.

특히 소나무가 많은 곳.

민수가 기억하기에 개마고원에서 소나무가 이렇게 많이 우거진 곳은 압록강 상류부분과 맞닿아 있는 곳부터 아래로 해발 1500M가 되기 전까지 정도였던 것 같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민수가 알기로 민수가 이곳에 오기 전에 상당한 양의 비가 내렸다고 한다.

마치 봄장마 처럼 봄비가 왕창 내린 거였는데 이게 중요했다.

평소와는 다른 기후, 그렇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천운이군.

기후는 맞는 곳이지만 물이 없어서 못 핀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쩌면 많이 피어있을 수도 있겠어.”

예전에 어떤 선임이 운 좋게도 고도가 낮은 침엽수림 지대에 떨어져서 횡재한 적이 있었다.

시기도 여름이 들어가는 초입.

지금과 비슷한 시기였다.

그 해도 드물게도 봄비가 엄청나게 내렸었다.

바로 올해처럼 말이다.

그렇게 온갖 조건이 맞아떨어진 상황에서 그 선배가 들고 온건 엄청난 양의 송이버섯이었다.

어이없게도 훈련이고 뭐고 2주 동안 송이버섯만 찾아다녔고 실컷 먹었다고 하더라.

송이버섯은 일반적으로 가을철에 생산된다고 한다.

특히 여름내 장마를 통해 수분이 충분히 보충되어야 발아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봄비가 엄청나게 내리는 해에는 기온이 서늘한 북쪽 지역에서는 이른 여름에 발아하기도 한다.

어쨌든 생산되는 시기도 아닐 때에 송이버섯을 캐오다니.

정말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그 많은 송이를 간부들에게 진상(?)하면서 눈도장을 단단히 찍었다.

아마 그 선배는 아직 군 생활을 잘하고 있을 것이다.

민수의 목표는 그것이었다.

송이버섯.

그것을 캘 수 있으면 방송으로 나갈 때도 좋은 그림이 될 거 같았다.

민수는 모든 감각을 집중해서 예전에 맡았던 송이의 냄새를 기억해 냈다.

그리고 주변에서 비슷한 향을 찾아 나섰다.

어제 더덕을 찾으면서 자신의 능력으로 이런 것도 할 수 있음을 알아챈 민수는 조금 흥분된 기분으로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저쪽 어딘가에서 느껴진다. 그 은은한 향이.

천천히 민수가 다가가서 솔잎이 쌓인 곳을 들춰냈다.

그러자 사랑스러운 송이의 자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민수를 촬영하고 있던 VJ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미…..미친….. 이 시기에 왜 송이가….”

민수는 송이 한 개를 따서 카메라에 비추었다.

“이야…. 이거 특등급이네요.

잘 보세요. 이 머리 부분을.

딱 둥글게 잘 여물었죠?

적당히 확 피지 않고 이렇게 머리가 잘 여물고 몸통이 균일하게 통통한 녀석들이 특급이라고 하더군요.”

민수의 말에 VJ의 머리는 자연스럽게 끄덕여졌다.

아니 우선 이 시기에 송이가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역시 자연은 신비한 거 같군요.

상황에 따라 이 시기에도 송이버섯을 볼 수가 있다니 말이에요.

송이버섯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송이버섯을 탐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호강을 할 수도 있겠군요.

아, 그런데 이거 싸가도 되는 건가요?”

민수의 질문에 VJ는 당황해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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