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131화 (13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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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재미있게 런런런 촬영을 마친 배우들은 이제 조금 마음이 편한 상태로 다음에는 어떤 프로그램에 나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홍보팀장이 얘기했던 대로 각자 개인적으로 한가지 프로그램에는 참여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다 같이 출연하는 것이 아니었고 선택 역시 개인에게 맡겨진 상황이라 개인의 취향과 성향이 잘 묻어 나게 될 것이다.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수연이었다.

수연이 선택한 프로그램은 MBS의 마이 리틀 TV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제 막 방송하기 시작한 프로그램이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사가 나와서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걸 개인방송처럼 내보내고 사람들의 반응을 봐서 가장 호응이 좋은 사람이 승리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수연이 이 프로그램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어 보인다는 거였다.

특별히 내용의 제한도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었고 출연진들은 각자 자기 방송만 신경 쓰기 때문에 간섭받을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의리 때문이었다.

저번에 민수가 여러 가지 안 좋은 일이 있었을 때 태준, 수연과 MBS 예능에 나갔었고 그 결과 소소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때 소속사 입장에서는 아주 급한 상황이었는데 가장 빠르게 일정을 빼 준 곳이 MBS였다.

방송도 그 주에 바로 내보내 주었으니 윤 엔터 입장에서는 작게나마 은혜를 입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쪽도 분명히 다른 의도가 있었지만 어쨌든 결과는 그러했으니 말이다.

수연은 저번에 방송을 마치고 만약 다음에 예능을 나갈 일이 있으면 그래도 MBS를 가장 먼저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음… 수연 선배는 마이 리틀 TV네요.

요즘 스튜디오에서 하는 예능들은 많이 줄어들긴 했죠.

그러니 그나마 이게 괜찮을 수도 있겠네요.”

“윽… 난 야외에서 하는 건 진짜 별로야.

런런런 때도 정말 힘들었다고.”

수연의 말대로 수연은 런런런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하지는 못하였다.

솔직히 수연이 뭘 하기도 전에 태준하고 설아가 미친 듯이 날뛰어서 그런 거긴 했지만 몸을 쓰는 것에는 항상 약한 모습을 보이는 수연이었다.

움직이는 걸 싫어하다 보니 여러 가지 미니게임을 할 때도 말수가 줄어들게 되고 결국

분량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확실히 첫 출연 때 스튜디오에서 날아다녔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었다.

“이수연이 은근히 집순이 스타일이야.

어딜 나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데다가.

보기와는 다르게 제법 꼼꼼하거든.

아마 모르긴 몰라도 수연이네 집에 가보면 엄청나게 깨끗할걸.

자취경력도 길어서 생각보다 음식 솜씨도 제법이고 말이야.”

“헤…. 그건 또 의외네.

아니 생긴 대로라고 해야 하나.”

“맞아요. 언니가 예전에도 손끝이 야무져서 집안일도 척척 이었으니까요.

은근히 현모양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죠.”

수연에 대한 새로운 정보에 민수와 소희는 조금 놀라서 수연을 바라보았고 수연은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는 듯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날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음…. 성격은 외모와 딴판이면서 그런 건 또 생긴 대로라 신기해서 그런 거뿐이에요, 선배.”

“끙….”

성격 지적에는 수연도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자신이 외모와 성격이 다른 건 사실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솔직한 성격이 싫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이 바닥이 가식뿐이라고 하지만 자신 같은 사람도 한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수연 선배는 마이 리틀 TV로 확정.

그럼 윤 배우는….. 하루 세끼네?”

태준이 선택한 것은 하루 세끼라는 프로그램이었다.

포맷은 단순한데, 방문한 스타와 함께 그곳에서 온종일 밥을 해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그런 리얼 버라이어티였다.

지금 시즌에는 배우인 선배 둘이 바닷가에서 머무는 상황이었다.

“음…..”

“안면도 있는 분들이니 오랜만에 인사도 드리고 가서 하루 쉬다 오지 뭐.

그리고 난 은근히 낚시가 취미에 맞는 거 같아.

선생님이랑 갔을 때 그 손맛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

지금 바닷가에 계시니 간 김에 낚시도 좀 하는 거고”

“윤 배우가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같은데….”

태준이 너무 마음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지켜보던 민수는 무엇이든 태준이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루 세끼의 PD 성향을 봤을 때 태준 같은 대어가 오면 분명 뭐라도 건지기 위해서 태준을 갈아 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우 선배 둘이랑 같이 보내는 프로그램이라니.

분명 좋은 말이야 많이 들을 수 있겠지만 고생길은 100% 확정이었다.

하지만 특별히 태준에게 경고하거나 상황을 알리진 않았다.

태준이 아무것도 모르고 가야 고생할 때 리얼한 반응이 나올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방송도 재미있을 거고 말이다.

태준과 수연의 예능이 결정된 상황에서 민수는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다.

확실히 수연이나 태준에 비해서 민수를 원하는 프로그램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게다가 토크에는 재능이 거의 없는 민수다 보니 선택폭이 더 좁을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예전에 있던 체험 삶의 현장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나았을 것이다.

그나마 흥미가 가는 프로그램은 SBC의 “정글을 가다.” 였는데 지금은 시기가 그리 좋지 못했다. 만약 시사회라도 마친 후였으면 고민이 없었을 텐데 시사회를 앞둔 배우가 까맣게 타서 오는 건 조금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만약 정글에 가서 다 태워 온다면 수정이 자신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 같았다.

시사회에서 새까만 자신을 보고 기자들도 입방아를 찧을 거고 말이다.

“그래서 정 배우는 어쩔 건데.

결정은 했나?”

“음….. 확실히 땡기는 게 없긴 하네.

그래도 한 개는 무조건 나가라고 하니 결정은 해야 할 텐데 솔직히 고민스러워.”

그렇게 민수가 고민하고 있을 때 민수의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어댔다.

평소에 거의 시계로 사용되고 있던 전화기가 오랜만에 울어 대자 민수는 의아한 생각이 들어 전화기를 쳐다보았다.

“찬성…형님?”

민수에게 연락을 한 사람은 예전에 민수에게 오디션을 권유했던 사람 좋은 이찬성 조연출이었다.

“형님. 안녕하세요.

네네.

저야 잘 지내죠.

네네.

아……그래요?

어디서 찍으시는데요?

네. 알죠. “

일행은 통화하는 민수를 호기심 서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저 전화가 평범한 안부 전화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배우들이 예능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을 때 윤 대표는 다른 고민에 빠져들었다.

한창 작업에 열중하고 있어야 할 찬진이 자신의 앞에 있다는 것이 그 고민의 시작이었다.

평소의 자신만만하던 찬진의 모습이 아니라 뭔가 조금 위축된 듯한 그의 모습에 윤 대표는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하…. 김 감독.

한창 바쁠 김 감독이 여긴 웬일이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

윤 대표의 말에 찬진은 깊게 한숨을 몰아쉬더니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후…. 문제라면 문제인데…….

강철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돈이 모자라.”

윤 대표는 찬진의 말을 듣고 지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100억을 찬진에게 던져 주면서 윤 대표는 찬진이 그 돈을 다 쓸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끽해야 50~60억 정도 쓰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벌써 돈이 모자라다니 윤 대표는 어이가 없었다.

“야. 너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너 지금 SF영화 찍었냐? 아니면 무협?

마지막에 UFO가 날아와서 진을 채가기라도 하냐?

아니면 진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검에서 번개가 나가거나 땅이 갈라져?

아니 우리가 찍은 건 사극이잖아.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울컥하는 윤 대표의 모습에 찬진은 그의 반응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자신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후…. 강철아 우선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처음부터 다 설명할 테니까.”

찬진의 말에 윤 대표는 우선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래도 능력 있는 감독이니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의 태도가 생각보다 차분하다는 것도 윤 대표가 마음을 쉽게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혹시 무슨 사기 같은 걸 당했으면 찬진이 더 흥분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좋아. 무슨 일인지 설명해 봐.”

“CG 작업이 말이 CG지, 솔직히 말하면 완전 노가다잖아.

드는 돈도 거의 인건비고 말이야.

그래서 이건 누구랑 같이하느냐, 어떤 기계를 써서 작업하느냐에 따라 가격도 퀼리티도 천차만별이야.”

“그래. 그건 나도 알아.”

“우선 이걸 한번 봐봐.”

찬진은 품에서 두 장의 사진을 꺼내었다.

사진은 마지막 전투 장면을 촬영했던 관문이었는데 두 장의 사진에는 각기 다른 배경으로 작업 되어 있었다.

“첫 번째 것이 지금 내가 일을 맡긴 쪽에서 보내온 거.

그리고 두 번째 것이 일반적인 CG 스튜디오에서 보내온 거야. 어때?”

두 장의 사진은 완전히 퀼리티가 달랐다.

두 번째 사진이 그냥 평범하게 볼만한 수준이었다고 한다면 첫 번째 사진은 그 느낌부터 달랐다.

이건 그냥 예술 그 자체였다.

“흠…..”

“어때? 완전히 다르지?”

“하….그래 알았어. 그런데 이건 왜 보여준 거야?”

“내가 일을 맡긴 곳이 찰리 스튜디오라고 할리우드에서도 나름 알아주는 CG 스튜디오야.

그리고 뒷받침 해주는 애들도 한국 최고의 작업 꾼들이고.

기간이 촉박하잖아.

우리 영화가 생각보다 CG가 많이 들어가.

궁 자체를 완전히 갈아엎어야 한다고.

그리고 지금 가능하면 제대로 하기 위해서 고대 중국 문화 연구회하고 고려사 연구회에 협조를 얻어 놓은 상태야.”

“하….”

이왕 하는 김에 제대로 하기 위해 문화 연구회에 협조까지 받고 있다는 찬진의 말에 윤 대표는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어쨌든 돈 많이 드는 애들을 엄청나게 쓰고 있다고.

그런데 내가 착각을 해버린 거야.

우리 영화가 한 편이지만 사실 이거 두 편이잖아.

CG는 두 편이 다 다르게 들어가는 건데 그 생각을 못 한 거야.

나는 배경 일부분만 다르게 들어갈 거로 생각했는데 막상 작업을 시작해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다 다르게 해야 할 거 같아.

그러다 보니 결국 돈이 더 들어가게 된 거야.”

찬진이 설명을 마친 후에도 윤 대표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찬진이 내민 사진을 봤을 때 충분히 이해가 갔다.

자신은 CG가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시기에 영화를 찍었었다.

그래서 CG를 무시하고 있었나 보다.

CG가 달라짐에 따라 배경이 완전히 달라 보였다.

배경 사진이 이 정도로 달라 보인다면 영화로 편집되었을 때 주는 차이는 이보다 더 심할 것이다.

만약 자신이 감독이라도 이 정도 차이라면 돈이 있는 한 무조건 두 번째 작업을 선택할 것이 분명했다.

“좋아, 이 정도 차이라면 나도 이해했어.

그리고 진짜 전문가들은 정말 비싸다는 것도 알아들었어.

저예산 영화만 찍던 자네가 어떻게 할리우드 CG 스튜디오를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고했어.

특히 문화연구원에 협조받는 건 나도 생각도 못 한 일이었는데….”

“끙. 내가 지금은 이 모양이지만 한때 충무로 풍운아였거든.

외국물도 제법 먹었고…..

하여간 좋아, 어쨌든 이해했다니 나도 안심이야.”

“좋아. 그래서 얼마가 더 필요한 건데?”

윤 대표의 말에 찬진은 올 것이 왔다는 듯이 굳은 표정을 짓더니 강철의 눈앞에 손바닥을 쫙 펴 보였다.

“50억!”

“……… 미친…..”

관문을 짖고 소품까지 만들어서 영화를 찍는데 대충 70억이 들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 CG로만 150억을 때려 박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윤 대표는 찬진에게 50억을 내 줄 수밖에 없었다.

방금 본 사진.

그 사진을 본 순간 윤 대표에게 다른 선택지가 사라진 셈이었다.

그날 영화 “용의 울음” 투자자에 윤 엔터의 이름이 오르고 투자금에 50억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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