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흔한 배우 정민수-85화 (8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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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인터넷상에는 조금 이상한 글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어떤 한 여성이 배우 정민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경찰서에 신고 했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그리고는 뒤이어 어느 어떤 영상이 올라왔는데, 그것은 CCTV 영상으로 영상 안에서는 어떤 남자가 한 여성에게 손찌검을 하는 영상이었다.

그리고 종방연에서 민수가 입은 웃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는데, 그 옷이 영상 속에 남자가 입은 옷이랑 같은 옷이었다.

멀리서 찍힌 CCTV 영상으로는 얼굴이 판별할 수 없어서 옷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었는데 남자가 입은 옷이 민수의 옷이랑 너무 비슷해서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시기에 맞춰서 “천지일보” 연예 면에서는 일부 연예인이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기사가 올리면서, 실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어떤 연예인이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기사에 실었다.

갑작스러운 기사에 사람들은 빠르게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민수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는 민 여사는 기가 막혔지만, 상황의 심각함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직원들을 모두 불러 모은 민 여사는 하나하나 빠르게 지시하기 시작했다.

“보안 팀장은 어제 CCTV 영상 준비해 주세요.

그리고 최 이사 김 변호사에게 이야기해서 민수 씨가 수사받으러 가는 길에 동행하고, 수사 마치는 순간 바로 무고죄랑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바로 소장 준비하라고 전하세요.

그리고 홍보팀은 지금 바로 민수 씨가 자진해서 조사받으러 갈 거라고 기사 내시고, 조사 마치면 바로 기자회견 할 수 있게 준비하세요.

예전 일도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매우 높을 거니, 기자들도 기자회견을 반갑게 생각할 거에요.

잘 들으세요. 이건 하루 싸움이에요. 오늘 내에 해결하지 못하면 민수 씨가 무죄로 확정되어도 우리가 진 거예요. 무조건 오늘 하루 안에 결판을 내야 해요. 그러니 빠르게 움직이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수를 불러 달라고 지시하고는 민 여사는 고민에 빠졌다.

이런 지저분한 일은 의혹 없이 마무리 짓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민 여사는 어떻게 해야 이 일을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일지, 그리고 뒤에 숨어있는 정우철까지 해결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리고 결정을 내린 민 여사는 전화기를 들고 평소에 잘 연락하지 않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 민 여사, 격조하셨습니다. 그간 무탈하게 잘 지내셨습니까?]

“오랜만이에요. 어르신. 저희 같은 사람이야 서로 격조한 게 서로를 위하는 길 아니겠어요? 불행히도 제가 무탈하지 못해서 어르신께 연락 드렸어요.”

[하긴 그렇지요. 그래요. 무슨 일이지요?]

“별거 아니에요. 우리 배우 하나가 이상하게 성추행 파문에 휩쓸리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 수사를 받으러 출두하게 될 거에요.”

[그렇군요. 하지만 수사에 압력을 가하라는 뜻이면 그건 제가 들어 드릴 수 없는 부탁입니다.]

“아니요. 그런 게 아니에요. 어차피 무죄로 판결될 텐데. 제가 그럴 이유가 없어요. 다만 담당 검사가 누군지 알 수 있을까 해서요.

만약 정해진 것이 아니면 담당 검사를 여성 사건 전담 검사인 “김지희” 검사에게 일을 맡길 수 있을까요?”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한동안 말이 없던 상대는 잠시 후 다시 전화기 너머에서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좋아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기회에 뵙도록 하죠]

전화를 끊고 한숨을 쉬는 민 여사에게 한 비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묻기 시작했다.

“여성 사건 전담 검사라면 민수 씨에게 불리한 게 아닌가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만약 민수 씨가 무죄를 받았는데 담당 검사가 남자라고 한다면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 하지만 여성 검사라면?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없겠지.”

“그렇군요.”

“게다가 저 김지희 검사 진짜 멋진 여자거든. 진정한 페미니스트라고나 할까? 게다가 진짜 능력자이기도 하고 말이야.”

민 여사가 말하는 진짜 페미니스트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한 비서는 그냥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잠시 후 민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민 여사를 찾아 왔다.

멍한 민수의 반응에 민 여사는 최대한 웃으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민수는 루머에 시달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에 한숨을 쉬면서 바로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하…..”

민수는 어제 자신의 입은 옷과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고 여자에게 손찌검하는 남자의 영상을 보면서 허탈한 한숨을 쉬었다.

게다가 흐린 화면 때문에 얼굴까지 정확하게 보이지 않으니 사람들이 보면 딱 자신이 범죄를 저지른 거 같이 보일 거라고 생각되었다.

단순한 루머 따위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 이번 일에 민수는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이번 일이 잘 해결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자신의 연기 생활은 끝장이었다.

“오랫동안 계획된 일인 거 같아. 다행히 범행 시간이 어제 늦은 밤이고, 넌 생각보다 일찍 소속사로 돌아오는 바람에 우리 쪽 증거는 확실해.

하지만 역시 문제는 사람들의 인식이지.

그래서 오늘 바로 경찰에 가서 수사를 받고 마치는 대로 기자회견을 할 거야. 그러니 그렇게 알고 준비하도록 해. 하지만 이건 명심해.

넌 죄를 짓지 않았어. 그러니까 평소보다 더 당당하게 행동해. 기자 회견할 때도 바보같이 사과 같은 건 하지 마.

넌 그냥 누명을 쓴 거니까 그걸 최대한 어필해. 알았지?”

평소에 유들유들한 어투가 아닌 힘이 잔뜩 들어간 민 여사의 목소리에 민수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루머 때의 여유 있던 모습과는 다르게 한껏 긴장한 민수를 바라 보면서 민 여사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니 너도 네 나이 때의 아이 같구나. 너무 긴장하지 말고, 그냥 평소대로 하면 돼”

민 여사의 말이 끝나자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김 변호사님이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소리를 들은 민 여사는 민수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이제 가봐. 오늘 안에 다 해결될 거야.”

민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박 실장을 따라 차에 올라탔다.

민수가 조사받을 가까운 거리의 경찰청, 담당 검사가 된 김지희 검사는 고소장과 고소인이 보낸 증거 영상을 검토하고 있었다.

“이걸로 피의자를 확정했다고? 피의자가 자기가 누구라고 말하지 않은 다음에야…. 아 상대가 연예인이었어? 그럼 알 수 있긴 했겠지만….”

여성 폭력, 추행, 강간에 대한 사건만 수십 건을 넘게 경험해본 김지희 검사는 영상과 고소장을 바라보면서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민수와 변호사가 조사실에 들어서자 민수의 얼굴을 힐끔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몇 시간 동안 이어진 경찰의 기본 조사 후에도 민수의 싱그러운 얼굴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잘생긴 사람이라고 성범죄를 저지르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질문 하기 시작했다.

“사건 시간 오늘 0시 37분경. 장소는 홍대 근처 OO 클럽 주변이군요. 그 시간에 피의자는 어디에 있었나요?”

장소가 홍대 근처라는 사실에 민수는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곳은 자신이 예전에 살았고, 한때 형우도 살았던 그곳 근처가 아닌가.

“그 시간이면…. 12시 반이라… 그때는 소속사에 있었네요. 소속사 내 휴게실에서 동료 배우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걸 입증해 줄 사람이 있나요?”

“네, 같이 대화를 나누었으니 그 배우가 입증해 줄 수 있겠죠.”

민수가 말을 마치자 옆에 있던 김 변호사가 윤 엔터 내 CCTV 영상을 김지희 검사에게 내밀었다.

“이것이 피의자의 알리바이를 입증해 줄 겁니다.”

오늘 날짜의 CCTV에는 0시 20분가량 민수가 주차장에서 내려 건물 내로 들어가는 장면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화면의 화질이 너무 좋아서 이건 멀리서 봐도 민수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김지희 검사도 보기 드물게 선명한 CCTV 영상에 의아함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영상이 계속될수록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영상 모두 민수의 모습이 너무나도 뚜렷했다.

그렇게 민수의 동선을 따라 5층까지 촬영된 영상은 다시 민수가 0시 30분에 휴게실에서 소희와이야기 하고, 1시에 소희가 소속사를 나서는 것을 배웅해 주는 것, 그리고 1시 15분에 다시 들어와 자신의 방으로 이동하는 것까지 촬영되어 있었다.

영상을 같이 시청한 김지희 검사와 경찰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헛웃음 터트렸다.

“기가 막히는군요. 설마 이런 일이 있을 걸 예상하였나요?

영상의 화질 하며, CCTV가 설치된 장소가 예사롭지 않군요.”

김지희 검사의 말에 변호사는 자연스러운 태도로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그런 것을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다만 근래 정민수 씨 주변에 조금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니 회사 차원에서 대비를 했을 뿐입니다.”

“피의자가 이렇게 확실한 증거를 내미는 경우는 또 처음이군요. 돌아가셔도 좋아요. 불기소 처분하겠어요.”

김지희 검사의 말에 민수는 크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숙이고 바로 일어났다. 그리고 그렇게 민수가 나가자 변호사는 바로 무고죄에 대한 소장을 경찰청에 접수하고 바로 손해배상소송을 접수하기 위해 법원으로 출발했다.

민수가 조사를 받는 동안 인터넷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열띤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빼박이라고 욕설부터 날리겟는데…. 글쎄. 저번에 그일도 있으니 그냥 수사결과 나올떄까지 기다려볼래.

-근데 빼박이건 맞아 저 영상에서 얼굴이 안보일뿐 누가봐도 저 옷은 정민수 맞다.

-그나저나 정민수 얘는 무슨 천지랑 원수졌나. 저번에 기사 냈다가 국방부에 경고먹은데도 천지였지?

-좀 웃기긴 한데 정민수가 뭐가 아쉬워서 성추행을 할까 솔까 저 얼굴로 클럽에서 적당히 비비면서 꼬시면 원나잇 한번 하는건 우숩지 않을까

-저기 나도 아는 곳인데, 저기 CCTV가 있었던가? 저건 어떻게 유출된거야

-수사과정에서 누군가가 흘렸겠지. 아니면 기자한테 돈받고 CCTV주인이 흘렸던지.

-흥 얼굴 믿고 여자하나 꼬시려다가 여자가 거부하니까 손부터 올라간거 겠찌. 쓰레기 같은놈

-저 영상 어딜봐도 떄렸다는 증거는 안될거 같은데 그냥 떄리려고 한거고 그뒤 여자는 다른 곳으로 이동했고 정민수로 추정되는 남자가 따라갔다. 이정도 아니야?

윤 엔터의 휴게실.

설아는 그렇게 사람들이 떠는 것을 보면서 혀를 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조금 심각한 표정의 수연과 걱정스러운 표정의 소희까지 모여있었다.

특히 소희는 저 시간에 자신과 같이 있었던 민수가 무슨 수로 다른 사람을 성추행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예전처럼 사람들이 마구 욕만 하고 있지는 않네요. 이걸 좋아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민수 오빠의 이미지가 그렇게 나쁘진 않은 모양이에요.”

“그게 문제가 아니야. 이런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민수에게 너무 불리해. 그래서 가능하면 빨리 무죄를 확정 지어야 해.

만약 시간이 지나서 이미지가 굳어져 버리면 나중에 무죄 판결을 받아도 성추행범이라는 이미지가 끝까지 따라붙을 거야.”

소희는 어제 그 시간 민수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민수의 무죄를 믿고 있었지만, 아무 근거 없이 민수의 무죄를 확신하고 있는 듯한 설아랑 수연이 조금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그…..어떻게 민수 씨를 그렇게 믿을 수가 있어요? 사람에게는 만약 이란 게 있잖아요.”

소희의 물음에 설아는 피식 웃으면서 소희를 바라보았다.

“글쎄요. 민수 오빠가 절도를 했다면 엥? 설마?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성추행이라…. 제가 생각하기에 유감스럽게도 이 세상 남자 중에 홍성천 씨를 제외하고 그다음으로 안전한 남자가 민수 오빠가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

소희가 설아의 말에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이자 설아는 더욱 쉽고 직설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니까, 제가 볼 때 민수 오빠는 정신적으로 고자예요.”

조금 심각한 분위기에서 터진 설아의 말에 수연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고, 소희는 멍한 눈으로 설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윤 엔터 여성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민수는 기자들이 모인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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